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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F급 관심용사-73화 (73/430)

 073화

[7회차] 빠르게! 더 빠르게!

이번 7회차의 일정이 조금 변경됐다.

6회차를 그대로 답습하려면 캡틴 판타지가 완성될 3년 뒤까지 기다려야 했던 탓이다.

3년이면 지구 시간으로 약 4개월.

그 소중한 시간을 허투루 낭비할 순 없었다.

“Quuuu!”

나는 백구를 타고 순식간에 설산M의 정상까지 날아갔다.

도중에 방해하는 몬스터는 없었다. 용이란 존재는 판타지 세계관 최상위권 포식자이기 때문이다.

한 치 앞이 안 보일 정도로 거센 눈보라 또한 문제가 안 됐다. 백룡은 이런 날씨에 특화되어 있었으니까.

우리는 꽁꽁 얼어붙은 성채에 금방 도착했다.

나는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며 얼음공주를 수색했다. 그 고양이 거인을 깨우려면 그녀가 꼭 필요했기에.

“저기 있군.”

얼음공주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새하얀 눈과 차가운 얼음뿐인 장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먹고 싸고 자는 게 일상이다.

하지만 이 셋만으로도 하루 시간이 매우 빠르게 흘러간다. 얼음공주 스스로 요리해서 먹고 설거지까지 해야 한다. 생활보조마법을 써도 만만치 않다.

싸는 일도 쉽지 않다.

이곳은 눈이 두껍게 덮인 설원(雪原)이라서 배설물을 흙 속에 묻을 수 없다. 그렇다고 아무 데나 싸면 그대로 얼어붙어서 보존된다.

똥에 이름표가 붙어있는 건 아니지만, 고결한 공주님의 기분이란 게 이를 허용하지 못했다.

그래서 보물을 감추듯 은밀한 장소에 모아뒀다.

바로 화장실 말이다.

“용···?”

집이라고 할 수 있는 성채에서 상당한 거리에 있는 화장실에서 막 나온 얼음공주도 우리를 발견했다.

그녀가 하늘색 두 눈을 휘둥그레 뜬다.

나는 용의 머리를 두드리며 지시했다.

“백구야, 잡아.”

“Quuuuu-!”

급강한 백구가 입을 쫙 벌렸다.

그리고 어느 전설이나 동화의 용처럼 공주를 낚아챘다.

“꺄악?!”

용의 아가리에 물린 얼음공주가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격해진 감정에 반응해서 폭주하기 시작한 S급 냉기가 백구를 열심히 공격했지만, 애초에 이쪽 속성에 강한 내성을 가진 백룡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북대륙의 고고한 얼음공주

그 명성이 아무리 대단해도 용 앞에서는 한 끼 식사거리조차 안 되는 고깃덩어리였다.

비천한 노예와 고귀한 왕족을 나누듯이, 인간과 용은 종족에서부터 격이 달랐다. 곰곰이 따져보면, 직업 ‘용사’보다 종족 ‘드래곤’이 훨씬 좋은 게 아닐까.

“Yaooong-!”

“Quuu?!”

하지만 세상은 약육강식이다.

용이 판타지 세계관 최강의 종족임은 틀림없지만, 이 세상에는 예외로 치는 부류가 너무 많았다.

당장 내가 그랬고, 백구를 또 먹으려는 이 고양이 거인이 그랬다.

“이번에는 그렇게 안 되지!”

나의 잃어버린 6년의 분노를 담은 신성한 일격을 내질렀다.

푹!

“Yaooong?!”

쏘아진 신성이 거대한 고양이 머리를 힘껏 후려쳤다.

촤아아아악-!

정정한다.

내 신성은 놈의 눈알을 찌르고 깊숙이 파고들었다.

고양이 거인의 덩치를 고려하면 바늘로 찌른 수준이지만, 나는 지구의 문명인답게 과학적으로 접근했다.

쿵- 쿠웅!

고양이 거인이 휘청하며 무릎을 꿇었다.

뇌의 가운데 최하단에 자리한 중요기관을 찌르면 덩치에 상관없이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연수(延髓).

이 기관에는 호흡과 순환을 관장하는 자율 신경이 집중되어 있으며, 척수랑 이어지는 통로 역할도 한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공격받으면 생명 활동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준다.

바로 지금처럼.

“편안히 죽을 생각은 버려.”

“Yaoong~?!”

고양이 거인은 목숨이 참 많았다. 심장을 잃고 머리가 잘려도 금방 되살아난 탓에 내가 굳이 살살 다루지 않아도 오래 버텼다.

그래도 영원하진 않았지만.

냉기S→냉기SS

고양이 거인의 단말마. 그리고 방대한 냉기가 마치 저주처럼 내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6회차의 내가 아니다. 당시에는 정말 무방비상태로 한 방 맞았지만, 이번에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Z등급의 축복을 중첩해서 몸에 두르고, 나 또한 SS등급 냉기로 맞불을 놓아서 상쇄했다.

마왕의 딸을 상대하면서 가파르게 상승한 내성과 면역 같은 방어계통 스킬도 큰 보탬이 됐다.

쩌적, 쩍- 쨍그랑!

내 몸을 얼리려던 기운이 깨졌다.

이것으로 첫 번째 목적은 완수한 셈이다.

“얼음공주는 이제 필요 없으니 놔··· 음···?”

“Quuu···?”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방금까지 백구의 아가리에 있던 얼음공주가 말도 없이 실종된 관계로, 그녀의 폭주 안정화 수업은 저절로 생략됐다.

“사소한 문제는 넘어가자구!”

“Quuu!”

펄럭!

날개를 활짝 펼친 백구가 빠르게 날아올랐다.

목적지는 처음부터 정해놨다.

수련의 동굴로.

*

백구의 머리 위에 다시 올라탄 나는 설산M을 돌아다니면서 각종 스킬 숙련도를 올렸다.

레벨을 마음껏 올릴 순 없어서 사냥은 백구에게 맡겼다. 그리고 나는 부수적인 스킬 숙련도만 챙겼다.

학살S→학살SS

사육B→사육A

교감C→교감B

내 직업이 조련사였다면 백구의 경험치 일부를 공유받았겠지만, 용사인 현재는 그런 특전이 없었다.

백구가 사냥하면 경험치는 고스란히 백구에게 주어졌다. 내게는 특정숙련도가 전부였다.

조련A→조련S

우정F→우정E

협동F→협동E

...

정말 생소한 스킬들이 쭉쭉 올랐다.

내가 몰랐던 신세계랄까?

1회차 때 어거지로 습득했던 ‘우정의 힘’ 계열도 있었지만, 조련사나 소환사 같은 보조직업만 취득할 수 있는 종류가 훨씬 많았다.

“뭐, 나쁘지 않아.”

가만히 앉아서 숙련도가 오르는데 싫을 리가.

뭐든 경험이 중요한 법이다.

직업 ‘용사’가 얼마나 쓰레기인지 다시 한번 느꼈다.

경험치 5배가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조련사가 용 5마리를 길들여서 경험치 작업을 시키면 비슷한 효율이 발생한다.

...용을 10마리로 늘리면?

더 생각하면 배가 아파질 것 같아서 그만뒀다.

나는 그 기세로 설산M을 하루 내내 순회한 후, 하산해서 수련의 동굴로 향했다.

마음 같아서는 여러 대륙을 돌아다니고 싶다.

고양이 거인처럼 처치하면 스킬 숙련도가 대폭 오르는 사냥감을 꽤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망룡왕 뇌비우스를 처치하고 심장을 먹으면 스킬 ‘혼돈’의 숙련도를 대폭 올릴 수 있고, 수호자 울룰루를 사냥하면 마찬가지로 스킬 ‘파괴’가 껑충 뛰어오른다.

꼭 중앙대륙일 필요는 없다.

다섯 대륙에 골고루 흩어져 있는 5대 재앙을 포함해서, 나는 이런 종류의 사냥감을 매우 많이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고양이 거인 하나 사냥했을 뿐인데도 레벨이 엄청 상승했다. 아직은 6회차에 비빌 수준은 아니지만, 지금부터 조심하지 않으면 이번에야말로 진짜 내 제삿날이 될 수 있다.

6회차에선 마왕이 할복해줘서 일단은 깼다.

하지만 그런 요행이 또 발생한다는 보장이 없었다. 죽으면 회귀하지 않고 영원히 끝일 가능성도 있다.

그렇기에 막연한 희망에 전부를 거는 모험은 할 수 없었다.

쿵!

저레벨 오크가 잔뜩 사는 숲에 백구가 요란하게 착지했다.

여긴 마법왕국 왕족 전용 사냥터.

수련의 동굴이 감춰져 있는 장소였다.

“Quuuuuuu-!”

“HuHu?!”

“JuJu~?!”

포효하는 용을 보고 혼비백산한 오크들이 줄행랑쳤다. 레벨 차이도 극심했지만, 이건 종족의 격차에서 오는 원초적인 공포였다.

나는 수련의 동굴 앞에서 내렸다.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Quuu.”

이미 한번 경험했던 곳이기에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믿는 구석도 있었다.

“자, 그러면···.”

소중하지 않은 스킬들을 갈아 넣을 시간이 왔다.

보름 같은 6년 동안 올린 스킬들.

나는 과감히 포기해줬다.

▶Z: 악마의 왕족이 된다. (7%)

초월영역을 여는 달성도가 오르기 시작했다.

최대치에 도달한 마기MAX의 한계돌파.

나는 다시 올리기 힘든 스킬을 제외하고 전부 제물로 바쳤다.

어떤 스킬을 남길지는 이미 신성Z를 올리면서 정해뒀기에 따로 고민할 필요 없었다.

▶Z: 악마의 왕족이 된다. (35%)

▶Z: 악마의 왕족이 된다. (59%)

...

답답할 정도로 조금씩 올라가는 달성도.

하지만 얼마나 많은 스킬이 제물로 필요한지 이미 계산해둔 상태였기에 변수는 없었다.

이제 SS등급과 SSS등급만 남았다.

▷종족: 카오스 휴먼

▷레벨: 999+

▷직업: 용사(경험치 500%)

▷스킬: 신성Z 축복Z 마기MAX 몰살SSS 불굴SSS 날조SSS 마력SS 학살SS 냉기SS 추적SS 근력SS 맷집SS 오감SS 검기SS 체술SS 거래SS 화술SS 감응SS 금강SS 면역SS 도발SS 희롱SS 조교SS 금기SS 활력SS 명중SS 저항SS 반역SS 내성SS 생존SS 선동SS 격투SS 냉정SS 박투SS 체력SS 제압SS 조련SS 광기SS 회피SS 방어SS 통치SS 투기SS 소환S 행운A 통역A 창고C ■■C 축제E 무한E

▷상태: 성검, 성녀

비겁한 마왕의 딸 쏘시아랑 치열하게 싸우면서 SS등급까지 성장한 스킬이 매우 많았다.

어째서 올랐는지 다소 이해가 안 되는 스킬이 몇 가지 보였지만, 어차피 곧 갈아버릴 것들이므로 사소한 문제다.

그리고 마침내,

마기MAX→마기Z

나는 공식적으로 ‘악마의 왕족’에 등극했다.

Z등급 마기 효과가 막연하게 이해됐다.

마왕 페도나르, 여왕 쏘시아처럼 스킬 효과로 ‘왕’을 자칭할 수 있는 단계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성취감은 없었다.

“산 넘어 산이군···.”

역으로 드넓은 우주를 바라보는 듯한 암담함이 앞섰다.

마기의 이해도가 자연스럽게 올라감에 따라, 6회차의 마왕 페도나르가 얼마나 강했는지 더욱 실감됐다.

최초의 악마(First Demon)

단순히 가장 처음 태어났다는 뜻이 아니다. 아니, 맨 처음이기에 가장 많은 경험과 지혜를 가졌다.

요정왕처럼 나이를 똥구멍으로 먹는 머저리들이 많은데, 마왕 페도나르는 온종일 옥좌에 앉아있으면서도 달랐다.

...요정왕 마누라랑 야외플레이를 즐기는 걸 보면, 옥좌에 고정된 것도 아닌 듯하지만.

▶빼꼼: 한계돌파하실 때는 신중하게 해주세요.

음? 교생 아가씨. 그게 무슨 말이야?

▶해설: 초월영역 스킬끼리 연동되는 성질이 있어요. 그래서 초월영역에 접어든 스킬이 늘어날수록 한계돌파에 요구되는 제물의 다양성도 높아진답니다. 강한수 생도님은 이제 두 번째라서 아직 실감이 안 되시겠지만, 세 번째부터는 쉽지 않을 거예요. 또한, 연동되기에 스킬의 조화도 신경써서 한계돌파하는 편이 안락한 노후(老後)에 좋아요.

망할 교생 아가씨!

그렇게 중요한 건 일찍 말해줬어야지!

▶소곤: 원래는 비밀이에요.

어이쿠! 예쁜 비밀 친구!

나는 믿었다구! 변치않는 내 마음 잘 알지?

▷종족: 카오스 휴먼

▷레벨: 999+

▷직업: 용사(경험치 500%)

▷스킬: 신성Z 축복Z 마기Z 날조SSS 조련SS 소환S 행운A 통역A 창고C ■■C 축제E 무한E

▷상태: 성검, 성녀

제물로 바치고 남긴 스킬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SS급 하나를 살릴 수 있어서 살짝 고민할 뻔했는데, SSS급이 되면 동족(同族)도 조련할 수 있다고 해서 스킬 ‘조련’을 선택했다.

순수한 지적호기심이다.

다른 뜻은 없다.

“흐으응~♪”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수련의 동굴에 진입했다.

일전의 6회차 때랑 능력치가 달랐다.

▷종족: 휴먼

▷레벨: 1

▷직업: 무직(경험치 110%)

▷스킬: 신성Z 축복Z 마기Z ■■C

▷상태: 수련

일시적으로 1레벨로 떨어지는 건 그대로지만, 초월영역이 하나에서 셋으로 늘어났다.

하나랑 셋은 단순계산으로도 3배. 세 스킬이 조화를 이루면 이 차이는 더욱 크게 벌어진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무직→교황(신성=포교↑)

수련의 동굴에 진입하면서 직업 ‘용사’에서 해방된 나는, 스킬 신성과 축복의 조합으로 ‘교황’이 됐다.

그리고 교황의 직업특전은 포교 상승!

스킬 신성의 등급만큼 성장한다.

나는 포교Z의 효과를 빠르게 훑었다.

6회차 때는 날조의 하위호환이라고 무시했었는데, 마기Z의 효과랑 궁합이 매우 좋았다.

“호오···?”

역시, 용사는 쓰레기다.

천박한 도둑만도 못한 직업 같으니.

▶난감: 그렇게 느끼는 건 강한수 생도님뿐일 거예요···.

이것으로 초월영역은 넷.

6회차에서 만난 그 늙은 왕자의 턱주가리를 정정당당하게 날려주기에 충분했다.

“왕자야. 드루와, 드루와. 해치지 않을게!”

나는 음탕한 여사제가 지키는 마지막 방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년에게 성스러운 교황님을 접대하는 법을 가르쳐주면서 천천히···.

▶조언: 인성 점수를 떠올려주세요!

어허! 교생 아가씨. 내가 누군 줄 알아?

트리플A 용사야!

AAA.

뒤집어도 AAA···!

몇 번을 외쳐도 좋은 어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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