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관심용사-97화 (97/430)

 097화

[8회차] 인생은 원래 한 방!

도덕 선생이 잔소리하며 튀어나왔다.

너무 무심한 거 아니야?

그래도 나름 3년이나 여기서 보내고 북대륙 절반을 점령한 황제가 됐는데, 교직원 일동은 내가 있는 줄도 몰랐던 모양이다.

섭섭함보다는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지?

▷대답: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소환하지도 않은 용사가 출현하면 어떤 교직원이라도 저처럼 당황할 겁니다! 대체 어디서 어떤 경로로 차원에 침입한 건가요?!

그걸 친절하게 설명해줄 마음은 없었다.

나는 도덕 선생의 말을 무시하고 용사 지크를 돌아봤다.

“너는…! 큭?!”

지크도 나를 발견한 듯했지만, 사방에서 피라냐처럼 물어뜯으려고 달려드는 악마와 악마숭배자들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당연히 도와줄 마음은 없었다.

자기가 싸지른 똥은 직접 치워야 하지 않겠는가?

거대한 차원 하나를 통째로 말아먹었다.

▷변명: 이건 저희의 가르침이 잘못된 게 아닙니다. 학생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도중에 포기한 탓입니다. 이전 회차에서 자기비하에 빠진 이 학생에게 졸업하면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이야기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뒤부터 이렇게 삐뚤어졌어요.

...당연한 거 아닌가?

지구에서 만난 팩토리아도 이야기했었지만, 마왕을 죽이고 졸업하면 사랑과 우정의 힘을 나눴던 동료들이랑 강제로 헤어지게 된다.

그걸 원치 않는 학생도 있다.

판타지 세계에서 얻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부류.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다.

지구에는 졸업한 용사가 많다. 그래서 소설 속 주인공처럼 떠받들어지는 판타지의 삶도 끝나버린다.

위대한 용사님에서 고급 경비원으로!

대우에서 극심한 차이가 난다.

나처럼 지구의 삶을 바라는 자도 분명 있지만, 사회부적응자들에게는 판타지 세계야말로 천국이고 제2 고향이다.

나는 지구에서 뉴스를 보며 그 사실을 깨달았다.

이봐. 도덕 선생. 뉴스도 안 보고 살아?

▷난감: 학칙에 어긋나기에 그 이유는 설명해드릴 수 없지만, 교직원은 지구로 외출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이 자라온 환경을 분석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체크는 하고 있습니다. 강한수 학생. 학생이라면 누구나 학교를 졸업해야 합니다. 언제까지고 학교에 남으려는 행동은 어리광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까부터 계속 학교를 예로 드는데….

내가 아는 일반적인 학교의 졸업은 이렇지 않다.

마음에 맞는 친구들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졸업 후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동창 중 일부는 고등학교까지 함께 다녔다.

여기처럼 완전히 갈라놓지 않았다.

회귀할 때마다 인연이 초기화되는 걸 보면서, 나도 상실감과 허무감 비슷한 감정을 쭉 느껴왔다.

지구에는 이걸로 정신병을 앓는 환자가 많았다.

고향별 지구에 돌아왔음에도 판타지아를 그리워하는 용사들. 지구에 적응하지 못한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범죄자로 전락했다.

그들에게 판타지아는 아름다운 유토피아였다.

자유도 극한의 오프라인 롤플레잉게임처럼, 판타지아 대륙이 한 사람을 위해 존재하고 굴러갔으니 어련할까.

범우주적인 그린피스.

지구의 사회부적응자를 구제한다는 그 취지는 좋은데, 온실 속에서 자란 화초보다도 생존능력이 떨어지고 말았다.

도덕 선생. 졸업생들 후기는 안 보냐?

▷근엄: 이별의 아픔과 슬픔을 극복하는 것도 공부입니다. 세상에 영원한 관계는 없습니다. 누구나 언젠가는 이별하게 되지요. 또한, 학교 밖으로 나간 학생을 교직원이 책임질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의 가르침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학생 본인의 잘못입니다.

성적 안 나오면 학생 잘못.

졸업 후에 망해도 학생 잘못.

그러면 대체 선생은 언제 책임을 지겠다는 걸까?

▷설명: 선생은 올바른 이정표를 가르쳐주는 존재일 뿐입니다. 수업을 성실하게 따르고 말고는 학생 본인의 선택이지요. 인생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입니다. 절대로 남이 대신 살아주지 않습니다.

도덕 선생. 책임회피를 위한 입바른 소리는 됐어.

이렇게 우리가 대화하는 와중에도 지크는 열심히 싸우고 있었다.

목숨을 건 실전으로 레벨과 스킬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빠르게 강해지고 있었지만, 그전에 누적된 상처와 피로 때문에 간신히 현상 유지만 하고 있었다.

여전히 악마와 악마숭배자는 많았다.

지난 9년 동안 방해 안 받고 축적된 양이니 당연했다.

엘브하임 왕국은 멸망한 거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단단히 틀어막은 왕궁과 용사 지크가 끈질기게 버티고 있지만, 백성 없는 나라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미 여기는 악마의 소굴이 됐다.

지크만 모를 뿐.

▷요구: 강한수 학생. 당신의 질문에 성실히 답변해줬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떤 경유를 통해서 다시 들어왔는지 알고 싶습니다. 당신의 현재 육체 구성비율은 이상합니다. 판타지아와 지구 외에도 정체불명의 외계생명체 같은 인자가 섞여 있어요.

도덕 선생. 직접 기록을 조사해보면 다 나오잖아?

그리고 말은 똑바로 해야 한다.

도덕 선생은 내 질문에 성실히 대답해준 적이 없다.

용사 지크가 잘못된 건 교직원의 잘못이 아니란 궤변을 여태 늘여놨을 뿐이다.

나는 아직 질문조차 하지 않았다.

첫 번째 질문.

최초의 용사랑 적대하는 교직원 일동의 정체는 뭐지?

▷침묵: 교육이랑 무관한 대화가 너무 길어졌군요. 담당자가 결정되면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만.

도덕 선생이 도망쳤다!

내 앞에 있었으면 모가지를 비틀어줬을 텐데….

지크 쪽도 슬슬 끝나가고 있었다.

“킥킥킥! 용사여. 보아라!”

끊임없이 성장하는 용사는 패배하지 않았지만, 그를 따르는 잡것들까지 무쌍인 건 아니었다.

지크는 덩치 큰 S급 악마의 손에 쥐어진 요정 여성을 발견했다. 그리고 목젖이 튀어나올 만큼 그 이름을 크게 부르짖었다.

“실비아~!”

“성검을 버리고 당장 항복해라. 그렇지 않으면 이 요정의 다른 구멍까지 뚫어버릴 테니. 캬캬캬!”

거대한 악마의 손에 양팔을 붙들린 채 허공에 매달린 실비아의 두 눈에서 피가 눈물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의 두 눈구멍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지크. 나는 신경 쓰지 말고 이것들을…. 히익?!”

여전사처럼 당돌하게 말하던 실비아는 유일한 매력인 엉덩이골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악마의 두꺼운 손가락에 식겁했다.

“실비아?! 멈춰! 멈추라고! 알았어! 내가 졌다! 항복한다!”

챙그랑!

용사 지크가 성검1을 땅에 버렸다.

그의 정신력은 진즉부터 한계에 도달한 상태였다. 그걸 오토매틱으로 떡칠한 성검1의 자동공격, 자동방어, 자동회피로 견뎌온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이젠 끝났다.

푹! 푹! 푹! 푹!

너덜너덜해진 지크의 온몸에 쇠사슬이랑 연결된 갈고리가 줄줄이 박혔다. 그리고 점점 깊숙이 파고들었다.

성검1을 손에서 내려놓자마자 벌어진 일이었다.

촤르륵!

악마들이 키우는 짐승들이 용사의 몸에 박힌 쇠사슬들을 팽팽하게 당겼다.

“드디어 용사를 붙잡았군! 킥킥킥!”

“크아아악…?!”

그 광경을 보면서 나는 고개를 저었다.

완전히 끝났다고.

저 갈고리는 ‘악마의 사슬’이라고 부른다.

갈고리가 박힌 몸의 상처가 빠르게 아무는 대신, 치유의 대가로 소모되는 경험치 효율이 굉장히 안 좋은 마법 도구다.

이러면 어떻게 되느냐?

갈고리 상처 치유→죄인 레벨 감소→사슬 레벨 상승→갈고리 상처 치유→죄인 레벨 감소→사슬 레벨 상승→갈고리 상처 치유→죄인 레벨 감소→사슬 레벨 상승….

이게 쳇바퀴처럼 끊임없이 반복된다.

1레벨이 될 때까지.

반대로, 갈고리와 쇠사슬의 레벨은 오르면서 자력으로는 파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마는데, 나중에는 아예 신체 일부처럼 들러붙어서 분리조차 힘들어진다.

그래서 이름이 ‘악마의 사슬’이다.

“어리석긴.”

나는 혀를 차며 용사 지크에게서 관심을 끊었다.

악마가 괜히 악마라고 부르겠는가?

이후에 어떻게 흘러갈지는 안 봐도 훤했다.

콰광! 쾅! 퍼엉!

요정왕국 엘브하임의 심장이었던 왕궁은 하루를 못 버티고 악마들에게 함락됐다.

힘의 집중을 분산시켜줬던 용사 지크가 항복하면서 2배로 불어난 악마의 군세를 어쩌지 못한 까닭이다.

요정왕을 포함한 수많은 요정이 죽었다.

이 탓에 악마들은 난감해졌다.

“요정왕이 저리 쉽게 죽을 줄이야….”

“우리의 왕께서 요정을 멸족시키지 말라고 하셨다.”

“그렇다면 번식을 서둘러야겠군! 거기, 너! 너!”

“킥킥! 맞아. 줄었으면 불리면 되지!”

방어가 형편없는 요정왕이 허무하게 죽으면서 유일한 ‘아크 엘프’ 생존자가 된 실비아에게 지옥이 펼쳐졌다.

그녀에게 수면과 죽음은 허락되지 않았다.

가까운 거리에서 그 광경을 무력하게 지켜보는 용사 지크도 빠르게 미쳐갔다.

그 어디에도 꿈과 희망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시각,

요정왕국 엘브하임으로 마왕의 군단이 총집결했다.

악마와 악마숭배자들은 노예와 가축으로 전락한 요정들의 불행과 절망을 보면서 즐겼다.

붙잡힌 용사 지크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크. 오랜만이지?”

“...강한수. 나를 죽여줘.”

나는 악마의 사슬에 속박된 지크를 찾아갔다. 그는 단 보름 만에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나 폐인이 되어있었다.

“어째서 널 죽여야 하지?”

“숨을 못 쉴 만큼 괴로워. 바로 눈앞에서 고통받는 실비아를 더는 보고 싶지 않아.”

“다른 사람들이 고통받은 건 괜찮고?”

“뭐…?”

“네가 9년 동안 행복하게 노는 동안, 판타지아 원주민들은 고통 속에 살아왔어. 북대륙과 중앙대륙을 제외한 대륙들은 5대 재앙의 난동으로 인류가 살지 않는 땅이 됐고. 아아! 말하지 않아도 알아. 네 잘못이 아니지. 너도 너만의 인생이 있으니까.”

용사가 인류를 구해야 한다고 법으로 정해진 건 아니다.

하지만 이 빌어먹을 판타지 세계는, 용사가 부지런히 구하지 않으면 10년 이내에 멸망하도록 처음부터 설계됐다.

이건 그 결과.

시간제한 없는 시험이 아니었던 셈이다.

“나는 실비아랑 행복하게 전원생활을 즐기고 싶었을 뿐인데 왜…?”

지크는 넋을 놓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내가 해줄 말은 하나뿐이었다.

“판타지에서 깨어나라구. 친구.”

나는 죽여달라고 애원하는 지크에게서 몸을 돌렸다.

슬슬 또 다른 친구들이 몰려올 때가 됐다.

마왕 페도나르를 쓰러트리려면, 용사가 구제할 길 없는 병신이라도 페널티를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멀리서 악마들의 단말마가 줄기차게 들려왔다.

“검왕이 침투했다! 크악?!”

“뭐, 뭐야!? 인어 주제에 왜 이렇게 강해?!”

“피해! 라누벨의 광역마법이다!”

“저 요정은 내가 죽였었는데? 헉! 성녀?!”

판타지아 중앙대륙에서 활동하는 용사의 동료들이 집결했다. 다른 대륙의 영웅들은 5대 재앙을 막다가 죽어서 없었다.

검왕, 아쿠아, 성녀A, 라누벨.

그들의 목적은 용사를 구해내는 것이다.

하지만 꼭 지크일 필요는 없다. 용사는 여기에도 있다.

“히프리아.”

“네. 주인님.”

“정리해.”

내 명령을 받은 히프리아가 지팡이를 높이 치켜들었다.

“랄랄라~♪”

지팡이가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 노래는 엘브하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으아아아~?!”

“꺄아앜~!?”

마기를 품은 모든 존재가 말살됐다.

판타지아 중앙대륙에서 활동하는 거의 모든 악마와 악마숭배자가 엘브하임에 집결하자마자 전멸했다.

단 한 방에!

몰살C→몰살MAX

정의E→정의MAX

경험치는 지팡이가 독식하며 레벨이 폭등했고, 나는 대량의 스킬 숙련도만 획득했다.

이것으로 준비가 끝났다.

영재MAX→영재Z

그동안 쌓인 스킬을 제물로 스킬 영재를 한계돌파 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초월영역에 접어든 영재의 Z등급 효과는 ‘한계돌파가 쉬워진다.’이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스킬들이 꽤 남았다.

다른 스킬의 한계돌파도 노려볼 만했다.

그런데….

▷종류: 스킬

▷명칭: 영재

▷등급: Z

▶ZZ: 뿌리부터 재구성한다.

▶Z: 한계돌파가 약간 쉬워진다.

▷SSS: 손재주가 꽤 증가한다.

▷SS: 성공률이 꽤 증가한다.

▷S: 숙련도가 꽤 증가한다.

▷A: 경험치가 꽤 증가한다.

▷B: 손재주가 약간 증가한다.

▷C: 성공률이 약간 증가한다.

▷D: 숙련도가 약간 증가한다.

▷E: 경험치가 약간 증가한다.

▷F: 떡잎부터 비범해진다.

영재의 ZZ등급 효과가 흥미로웠다.

뿌리부터 재구성한다고?

나는 가진 모든 스킬을 박박 긁어서 도전했다. 나의 판타지 용사 20년 경력이 “이건 꼭 해야 해!”라고 속삭인 탓이다.

“...내가 왜 그랬을까?”

존경하는 도덕 선생님. 이 어리석은 용사를 딱 10초 전으로 회귀시켜주시면 안 될까요?

▶당혹: 선배가 가라고 떠미셔서 얼떨결에 왔는데요. 어머나! 강한수 생도님, 맞으시죠? 다시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할 분위기가 아니시네요. 무슨 일 있으셨나요? 트리플 F학점이라도 받은 얼굴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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