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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F급 관심용사-149화 (149/430)

 149화

[?회차] 면담

“실례합니다. 주문하신 피자입니다.”

갑자기 웬 피자?

판타지 세계에도 피자가 존재하긴 한다. 하지만 조금 전에 연어를 직접 조리해서 먹은 보스K가 주문했을 것 같지는 않았다.

“피자를 가장한 폭탄은 아니겠지?”

“용사님의 추측을 완전히 부정할 수 없다는 게 무섭군요. 과일 피자는 종종 시켜서 먹긴 합니다만, 오늘은 시킨 기억이 없습니다.”

안전이 제일이다.

그래서 죽어도 괜찮은 정령에게 현관문을 열어보라고 시켰다.

“왕자였던 내게 피자를 받으라고 시키다니…!”

“구시렁대지 말고 얼른 열어봐.”

끼익-

현관문을 열었더니, 정말로 피자 배달부가 있었다. 하지만 판타지 세계의 원주민이 입는 복장이 아니었다.

잠수복처럼 꽉 끼는 쫄쫄이와 헬멧.

공상과학에나 나올 법한 우주인 스타일이었다.

나는 신기해서 배달부 청년의 능력치를 살펴봤다. 그리고 헛웃음을 삼켰다.

▷종족: 갤럭시 휴먼

▷레벨: 999+

▷직업: 배달부(배달→체력↑)

▷스킬: 질주Z 체력MAX 비행MAX 운전MAX 도약SSS…

▷상태: 양호

배달부치고는 레벨이 터무니없었다. 스킬도 마찬가지. 하지만 더욱 놀라운 건 종족이었다.

▷종류: 종족

▷명칭: 갤럭시 휴먼

▷등급: 희귀

▷희귀1: 우주의 기운에 저항한다.

▷희귀2: 차원을 넘을 수 있다.

▷특성1: 이종교배가 가능하다.

▷특성2: 생존 효과가 상승한다.

▷종족1: 번식력이 우수하다.

▷종족2: 다양한 가능성을 내포한다.

다른 효과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차원을 넘을 수 있다고…?

내가 그토록 갈망했던 것을 종족특성으로 간단히 얻을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계산은 이미 끝났습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잠깐. 하나만 물어봅시다.”

“네. 손님. 말씀하세요.”

“차원은 어떻게 넘는 겁니까?”

내 정중한 물음에 배달부가 태연자약하게 답했다.

“저희 사장님에게 그 권한을 받았습니다. 방법을 물으신다면 숨 쉬듯 자연스럽게 되기에 뭐라고 설명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저는 배달이 밀려있는 관계로 이만.”

뿅!

바쁘다고 앓는 소리를 한 배달부는 빛이 되어 사라졌다.

내가 회귀할 때랑 묘하게 비슷했다.

“거참….”

하지만 하나만은 확실하다. 판타지 야만인들만으로도 복잡한 내 머리에 황당무계한 우주인이 첨가됐다는 것.

이걸 어떻게 봐야….

“안녕하세요~”

우리의 뒤편, 집 안쪽에서 젊은 여인이 인사했다.

어떻게 침입했는지 묻지 않았다. 배달부가 차원의 벽도 넘는 마당에 집의 벽쯤은 아무것도 아닐 터.

하지만 언제 들어온 걸까?

내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점이 신경 쓰였다.

복장에서부터 지적인 여성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도수가 없는 뿔테 안경, 단정한 단발머리, 회색 미니스커트, 검은색 스타킹과 구두, 가터벨트, 붉은색 용 가죽으로 된 핸드백….

마무리는 외모.

들어가고 나올 곳이 뚜렷한 몸매 위로 완벽한 미형의 얼굴이 자연스럽게 달려있다.

판타지 세계의 사람으로는 안 보였다.

좀 더 초월적인 무언가.

“너는 누구지? 최초의 용사 마누라인가?”

“아니요. 선배님들은 고등교육과정을 주로 맡습니다. 이 사항에 대해선 보고 받으셨지만, 몸이 편치들 않으셔서 제가 대신 나왔습니다. 저는 중등교육과정의 보건교사입니다. 학생회 고문도 겸하고 있죠. 자! 우선은 피자부터 먹으면서 이야기할까요?”

이 상황에 피자가 넘어가느냐고 따지지 않았다.

내 목적은 판타지 신이랑 싸우는 게 아니라, 지구로 무사히 돌아가서 부모님께 효도하며 문화시민으로서 삶을 되찾는 거니까.

하물며 상대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무조건 날을 세울 만큼 나는 꽉 막힌 용사가 아니다.

이득이 된다면 악마하고도 손을 잡을 것이다.

나는 습관처럼 보건교사의 능력치도 살펴봤다.

▷종족: 울트라 엔젤

▷레벨: 999+

▷직업: 교사(학력→능력↑)

▷스킬: 건강ZZZ 불사ZZ 치유Z 조교Z 반격Z…

▷상태: 완벽

보건교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내가 무슨 수를 동원하더라도 이 여자는 절대 죽일 수 없었다.

그러니 이렇게 당당히 나온 거겠지.

무엇보다도 주의해야 할 점은 초월영역 스킬 ‘반격’이었다.

상대의 공격을 막는 데 성공하면 배로 돌려주는 효과가 있다. 내 공격에 도리어 내가 당할 수 있다는 의미.

그리고 이 보건교사는 반격할 준비가 갖춰진 상태.

스킬 구성과 등급이 깡패다.

특히 종족이,

▷종류: 종족

▷명칭: 울트라 엔젤

▷등급: 신화

▷신화1: 공격력이 대폭 상승한다.

▷신화2: 방어력이 대폭 상승한다.

▷신화3: 정신력이 대폭 상승한다.

▷신화4: 지구력이 대폭 상승한다.

▷신화5: 회복력이 대폭 상승한다.

▷신화6: 면역력이 대폭 상승한다.

▷특성1: 비행 효과가 상승한다.

▷특성2: 신성의 축복을 받는다.

▷종족1: 날개를 소환한다.

▷종족2: 속성 빛을 타고난다.

보건교사는 굉장히 사기적인 종족을 보유했다.

괜히 등급이 ‘신화’가 아니었다.

저 상승 폭이 수치상으로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표현 ‘대폭’만 봐도 맛보기 수준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내가 전력으로 싸워서 이길 수 있을지 미지수.

이것이 교직원 일동의 능력이란 걸까? 입만 번지르르한 무능력자들의 집단이 아니었다.

학생이랑 차원이 다른 힘이다.

“강한수 학생이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서 골고루 시켜봤어요~”

보건교사가 식탁 위로 옮긴 피자 박스들을 활짝 열었다. 그녀의 얼굴에선 밝은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불량학생 상담을 나온 것 같다고 할까.

“킁킁. 냄새 하나는 기가 막히네.”

판타지아 대륙은 교통과 정보교류가 형편없다. 그래서 사재기와 독점이 매우 쉽다. 아무리 맛없는 피자집이라도 도시와 마을에 하나뿐이면 무조건 수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건 소위 ‘맛집’이란 곳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쟁이 없기에 일정 수준의 맛만 내면 더 욕심을 내지 않는다.

하지만 눈앞의 피자는 달랐다.

이것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탄생한 요리였다.

비주얼, 냄새, 재료, 조화, 과학….

모든 게 갖춰졌다.

나는 다양한 종류의 피자 중 하나를 골라서 한입 물었다. 그리고 무심코 탄성을 터트렸다.

“아-!”

“마음에 드나요?”

“도우 위에 아낌없이 뿌린 고소한 치즈와 잘게 썬 베이컨의 절묘한 만남, 그러면서도 느끼하지 않도록 잡아주는 토마토와 핫소스…. 그 위에 골고루 뿌린 허브는 신의 한 수…!”

감동으로 눈물마저 나온다.

“...마음에 든 모양이네요.”

어처구니없다는 시선들이 조금 부끄럽긴 했다.

까놓고 말해, 그리 대단한 피자는 아니었다. 지구에서 파는 동네 피자집의 보편적인 맛이다. 하지만 판타지 세계의 나태한 야만인들은 절대 낼 수 없는 맛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53년 만에 그 맛을 본다.

피자랑 함께 온 음료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캐러멜을 첨가해서 검은색을 띠는 콜라랑 달리, 레드와인처럼 붉은색의 탄산음료였다.

이 청량감 또한 판타지 대륙에서 맛볼 수 없는 종류였다.

무알코올이란 점 빼고는 최고였다.

“지구로 돌려보내 주십시오.”

감동적인 식사 후, 나는 보건 교사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피자를 먹어보고 깨달았다.

내 몸과 영혼이 머무를 곳은, 매연과 미세먼지로 숨이 막힐 만큼 아름다운 녹색별 지구라고.

입술에 묻은 토마토소스를 휴지로 닦은 후에 핸드백에서 꺼낸 립스틱으로 재단장 중이던 보건교사.

그녀가 옅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전혀 무관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모든 일에는 절차라는 게 있어요. 강한수 학생이 지구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마음은 잘 알지만, 그건 전적으로 본인이 달성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러면 왜…?”

어째서 피자로 내 향수병을 자극한 거야?

설마! 지능적인 정신 고문인가!

“고문이라니. 당치도 않아요.”

“내 생각도 읽는군.”

“너무 불쾌하게 생각하진 마세요. 학생들이 남의 능력치를 허락도 없이 볼 수 있는 거랑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 어째서 왔냐고 물었죠? 크게 2가지입니다. 학생회 임원의 실종과 강한수 학생의 장래희망에 대해서.”

후자는 모르겠고 전자라면 짐작 가는 게 없다.

학생회 임원을 만난 적이 없으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체육장에서 학생회 소속의 중학생을 만난 적이 있지 않나요? 검을 매우 잘 다루는 남자아이요.”

“모르겠는데요.”

설명처럼 검을 매우 잘 다룬다면 내가 모를 리 없다.

“직업이 검신이고, 초월영역 스킬을 4개 보유하고 있어요. 강한수 학생보다는 못해도 꽤 잘생긴 외모의 남학생이죠. 짐작 가는 친구를 보지 못했나요?”

“...아하! 그 사기꾼!”

초등학생보다 약한 주제에 중학교 다니는 선배라고 사기 친 놈을 사막에서 본 적 있었다. 나보다 못생겨서 기억하고 있다.

“맞아요. 그 못생긴 친구요.”

“그게 무슨 문제라도?”

“문제는 없습니다. 강한수 학생의 생활기록부가 대단히 과소평가되었다는 게 중등교육부에 알려졌을 뿐이죠. 전투력 학점에서는 가히 독보적이네요. 당장 중등교육과정 선도부장을 맡아도 될 정도로.”

“차라리 나를 죽여!”

뼈는 지구에 꼭 묻어주고.

“...그렇게 과민반응하실 필요는 없어요. 이건 어디까지나 학생회 고문을 맡은 제 희망일 뿐이니까. 싫다는 학생을 강제로 끌어들여선 결과가 좋지 못하다는 것쯤은 압니다.”

“이야기는 이걸로 끝?”

피자는 잘 먹었습니다. 보건 선생.

“아니요. 이 제안을 거절했을 때의 문제가 남았습니다. 당신이 아는 정보는 초등교육과정의 선을 명백히 넘어섰어요. 초등교육장 판타지아 대륙에 그 흔적이 남아있는 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절대 닿을 수 없도록 조치한 상황이었거든요. 특히 2회차. 불법 스킬도 없이 한 달 만에 망룡왕 뇌비우스를 쓰러트릴 만큼 성장한 역량은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어요.”

“좋은 스승을 만난 덕분입니다.”

마스터 몰랑.

그 위대한 존재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1회차의 기억과 전투경험이 있더라도 힘들었을 것이다.

내가 망룡왕 뇌비우스를 만난 건 우연. 새끼용의 경험치를 먹으러 갔다가 황혼기 직전의 고룡을 만날 줄 누가 알았는가?

그때, 뇌비우스가 노안(老眼)으로 계속 헛손질하지 않았다면 진짜 죽었을 것이다.

마스터 몰랑의 가르침이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세월 앞에는 장사 없다.

또 내 생각을 읽은 걸까?

보건 선생이 재차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 무지개색 슬라임도 조사를 해봤어요. 마을 소녀가 지어준 몰랑이란 이름처럼 몰랑거리는 것 외에는 평범한 슬라임이었습니다. 아! 집에서 키우고 싶을 만큼 귀엽긴 하더군요. 그렇게 험한 표정을 짓지 마세요. 조사라고 해도 상대는 슬라임인걸요? 몰랑거리는 피부를 만져본 게 전부입니다.”

“흠….”

그렇다면 다행이고.

“아무튼, 강한수 학생이 너무나 많은 일급정보를 알게 됐다는 게 문제예요. 페스티벌을 즐기는 다른 초등학생들이 조금 아는 건 괜찮습니다. 중등교육과정을 밟아서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 않는 한,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평가가 신랄하네.”

“초등교육과정 졸업생 1만 명보다 중등교육과정 졸업생 1명의 영향력이나 비중이 더 크니까요. 그리고 강한수 학생은 중등교육과정 조기입학 할 자격을 갖췄습니다.”

“조기입학…?”

나는 남들이 3년이면 졸업하는 초등교육과정에 53년째 묶여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잖는가?

내가 강한 건 당연하다.

“그 전투력 때문에 남들은 초등교육과정을 졸업한 후에도 최소 100년간 추가교육을 받아요. 약한 상태로 중등교육과정을 시작하면 죽음을 면치 못하니까요. 그런데 강한수 학생은 고작 50년 만에 최소조건도 아니고, 노련한 중학생을 이긴 거예요! 이건 놀라운 일입니다!”

“흥! 뭐라고 해도 안 갑니다.”

나는 사탕발림에 넘어갈 만큼 순진한 용사가 아니다.

“교직원 일동은 강한수 학생이 중등교육장에 입학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자질이 보이는 젊은이들을 선별해서 무통보로 입학시킨 초등교육과정은 강제성이 있지만, 중등교육과정부터는 달라요. 진지하게 미래를 함께 걸어갈 사람을 모집하니까요.”

“함께할 마음 없습니다.”

도덕 선생을 때려주고 싶은 마음은 한가득하지만!

“난감하네요. 강한수 학생 같은 우수한 인재가 적대적인 곳으로 빠져나가는 걸 걱정하는 교직원들이 많거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졸업시킬 바에 싹을 잘라둬야 한다는 과격한 의견도 있었습니다.”

“......”

나는 말을 아꼈다.

보건 선생의 발언은 심장이 쿵쾅쿵쾅 뛸 만큼 굉장히 자극적이고 불쾌했지만, 그 정도의 보복은 처음부터 예상했었으니까.

편협한 소인배인 판타지 신이 내 능력치를 회수했을 때를 대비해온 것도 그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준비가 됐다.

보건 선생이 차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럴 순 없죠. 그거야말로 영원히 함께할 수 없도록 선을 긋는 행위니까요. 적이 될지도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졸업생을 제거하는 학교라니? 누가 믿고 따르겠어요.”

“보복은 없다?”

“물론입니다. 절대로 없다고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틀리면 당신만의 보건교사가 되어드릴게요.”

“헤에~”

아무래도 진심인 모양이다.

“진심입니다. 그러니 중등교육장 입학을 조금쯤은 고려해보세요. 특례입학을 거부하셨지만, 언제든 마음이 바뀌시면 이번 페스티벌에서 1위나 2위를 차지하세요. 강한수 학생의 능력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을 거예요.”

“됐어요.”

“사람 마음은 변하기 마련입니다. 이만.”

뿅!

보건교사는 올 때처럼 갈 때도 순식간이었다. 옆에 내려놨던 핸드백을 어깨에 메자마자 감쪽같이 사라졌다.

나는 피식 웃었다.

“내 마음은 절대 바뀌지- 뭐야, 이거?!”

▷점수: 10831

▷순위: 87

아무것도 안 했는데, 페스티벌 점수와 순위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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