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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F급 관심용사-162화 (162/430)

 162화

[?회차] 솔로 천국! 커플은 뭐다?

마왕 페도나르가 가르쳐준 암흑물질 응용법과 마스터 몰랑의 몰랑몰랑한 파동은 무서울 정도로 궁합이 좋았다.

엄밀히 따지면, 암흑물질을 움직일 방법이 흔치 않다.

절대로 소멸하지 않는 마왕처럼 대범하게 수명을 대가로 움직이는 게 아닌 이상, 이렇게 찔끔찔끔 큰 대가 없이 건드릴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이점이었다.

“우선은 가볍게.”

정의로운 용사의 날개를 활짝 펼친 나는 강하를 개시했다.

나를 발견한 성인이 건방지게 삿대질했다. 그리고 그의 손끝에서 쏘아진 빛이 내게 정면으로 날아들었다.

번쩍! 번쩍!

그것도 연속으로.

이 광선은 맨몸으로 맞기엔 위력이 상당했다.

블랙박스를 활성화해서 신성을 몸에 두르더라도, 이 광선도 신성 속성이기에 막거나 반사할 수 없다.

심지어 빠르기까지!

하지만 나는 피하지 않았다.

대신, 내 주위에 떠도는 미세한 양의 암흑물질을 건드렸다.

암흑물질을 ‘암흑의 물질’이라고 부르는 이유.

우주의 30%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그 정체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기도 했지만, 벽처럼 빛을 완벽하게 차단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그만큼의 암흑물질이 없다.

파아아앗--

그러나 난반사를 유도할 순 있다.

빗방울 혹은 프리즘에 닿은 빛처럼 굴절되고 분리된 광선이 무지갯빛으로 반짝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중에는 내 몸에 닿은 것도 있었지만, 그냥 무시해도 될 만큼 위력이 미미해진 후였다.

“어디서 잔재주를-!”

삿대질하며 쏘는 광선이 안 통한다는 걸 눈치챈 성인이 신경질적으로 반응을 보이더니, 끝이 뭉툭한 긴 지팡이를 소환해서 한 손으로 쥐었다.

검술, 봉술, 체술, 무술, 창술...

그 무엇도 초월영역은커녕 일반영역 최대치인 MAX도 찍지 못한 성인이 무기를 쥐어서 어쩌자는 걸까?

답은 바로 나왔다.

팟-!

갑자기 사라졌다. 아니-

“빨라!”

초월영역 스킬 ‘고속’은 장식이 아니었다. 한계를 넘어선 속도는 그 어떤 기술보다 우위에 있었다.

거북이가 훌륭한 무술을 익혀서 뭐하겠는가?

평범한 토끼조차 따라잡지 못하는 것을.

물론,

나는 평범한 거북이가 아니다.

과장과 허세를 많이 보태서 현무(玄武)쯤 될까!

고속Z의 보정을 받는 성인만큼 빠르게 움직일 순 없지만, 마스터 몰랑의 가르침으로 끊임없이 튜닝한 내 육체의 반사신경은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상태.

일방적으로 얻어맞을 만큼 느리지 않았다.

휘이잉-

특히, 정의로운 날개는 내 신체 부위 중에서도 가장 빨랐다.

뾰족한 뿔이 장미 줄기의 가시처럼 돋아난 날개는 살짝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위협적인 흉기.

공기저항마저 찢으며 성인을 찔렀다. 하지만 단순하게 휘두른 지팡이에 막히며 무산됐다.

아니, 속도가 이미 무기였다.

날갯죽지가 파열되는 게 느껴졌지만, 그걸 신경 쓸 만큼 시간이 느긋하게 기다려주지 않았다.

암흑물질로 대응하기도 무리.

그 발동조건인 마스터 몰랑의 파동을 흉내 낼 틈이 없었다.

그렇다고 날개를 쉽게 잃을 순 없었다.

다시 생성하면 그만이지만, 날개를 구성하는 철분과 인이 부족해지면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빠른 속도에서 육체를 지탱해주는 뼈가 약해진다는 건, 척추를 부러트리고 자살하겠다는 거나 다름없다.

뿅!

차선으로 성검 뉴클리온을 선택했다.

상대의 지팡이가 얼마나 우수한 장인이 만든 좋은 무기인지 모르지만, 이쪽도 마왕을 쓰러트리기 위해 제작된 최종무기.

별을 깎아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교복 입은 성인의 잡스러운 무기 따위에 밀리지 않으리라.

서걱-

매우 안 밀렸다.

굉장히 빠른 고속운동도 버티는 지팡이였지만, 마왕을 베기 위해 존재하는 성검 뉴클리온의 절력을 버틸 내구력은 아니었다.

“......”

“......”

우리 사이에 언어소통은 없었다.

음속을 돌파한 상황이기에 대화가 닿지 않을뿐더러, 대화를 나눌 만큼 친한 사이도 아니었다.

하지만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통하는 게 있었다.

‘내 지팡이...!’

‘다음에는 요추를 베어줄게!’

‘용서하지 않겠다!’

‘닥치고 경추까지 내놔!’

지팡이를 잃은 성인은 다른 무기를 바로 소환했다. 이번에는 백금색으로 휘황찬란한 지팡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신중하게 접근했다.

빠른 속도로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빈틈을 노렸다.

하지만 내가 마냥 유리한 상황은 아니었다.

천사의 도시가 있는 하늘에서 치뤄진 공중전이라서 성인의 기동력을 내가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이다.

성인은 마법이나 날개의 도움 없이 두 발로 허공을 밟으며 뛰는 탓에 효율이 극도로 떨어졌다.

그런데도 눈으로 좇기 힘든 수준.

하지만,

“바보인가?”

눈알이 핑글핑글 돌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나는 참아왔던 입술을 벌리고 혀를 굴렸다.

그 정도로 시간적 여유가 허락됐다.

그리고 여유가 있다는 건?

파앙-!

집중해서 암흑물질을 움직일 ‘1초’ 이상의 시간을 확보했다는 뜻이다.

광범위하게 분산된 암흑물질이 파리채처럼 성인을 후려쳤다.

밀도가 떨어져서 큰 물리력을 낼 수 없었지만, 이미 빠른 속도로 뛰고 있던 당사자에게는 그것만으로도 큰 피해가 갔다.

빠른 속도로 달리면 떨어지는 빗방울이 아픈 것처럼.

“커엌-?!”

허공에서 나뒹굴며 추락하는 성인.

나는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추가타를 가했다.

번쩍!

하지만 상대도 초보가 아니었다. 교통사고로 정신이 오락가락한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내 공격을 회피했다.

그리고 학습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의 방어와 공격이 있었다는 것을.

세월이 흐르면 숨만 쉬어도 강해지는 탓에 힘만 센 치매 노인 같은 한심한 꼴로 전락하는 고룡(古龍)이랑 달랐다.

성인은 능력치에 어울리는 판단력과 분석력을 가졌다.

“성가시네!”

내 암흑물질은 원거리 공격기술이 아니다.

개발자인 마왕 페도나르는 가능하지만, 나는 암흑물질을 움직이려면 마스터 몰랑의 가르침을 응용해야 한다.

그래서 물리적인 접촉이 필수.

그렇다고 원거리 타격이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초월영역에 접어든 자들에게 유효한 타격을 가할 만큼의 위력은 안 나온다.

펄럭!

나는 정의로운 용사의 날개를 움직이며 추적했다.

그러나 고속Z의 능력자가 작정하고 후퇴하니, 내가 무슨 수를 강구해도 따라잡을 방도가 없었다.

이걸 어찌할꼬?

세상에 안 되는 건 없었다.

“Chaooo-!”

“헛?!”

덥석! 아그작!

성인의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면, 이쪽은 굉장히 거대했다.

상처 입은 망룡왕 뇌비우스는 천사들을 상대하면서도 틈틈이 자신에게 치명타를 준 원흉을 주시했다.

그리고 기회가 왔다.

성루쯤은 한 입에 삼킬 정도로 큰 아가리를 쫙 벌려서 그대로 성인을 낚아챘다.

넓은 그물망으로 날렵한 물고기를 잡아채듯이.

성인이 망룡왕 뇌비우스의 접근을 눈치채고 도망치려 했을 때는 이미 주둥이 안이었다.

망룡왕 뇌비우스는 턱의 힘만으로 신성ZZ의 방어력과 반사력, 저항력 등을 찍어 눌렀다.

성인이 내 가슴 속에서 영원히 숨 쉬게 되면, 정체를 포함해서 이것저것 물어볼 예정이었던 나로선 허탈해지는 순간이었다.

콰직-!

초월영역 간의 전투는 그 자체만으로도 재앙.

하늘에 두둥실 떠 있던 초밥 모양의 도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고위급 천사들이 신성으로 도시 전체를 반영구적으로 보호하고 있었지만, 음속을 찢으며 치고받으며 싸운 두 존재가 발산한 후폭풍에 싹 쓸려버렸다.

“이런...!”

부유 기능을 상실하고 추락하는 천사의 도시에 두 짐꾼이 아직 있었다.

여기서 죽더라도 어차피 기숙사에서 부활하겠지만, 그렇게 플러스, 마이너스가 돼버리면 여기까지 온 보람이 없잖은가?

그 성인만이라도 내가 먹었어야 했거늘!

학생복 성인은 자기 몸보다 큰 이빨에 갈린 후, 전원주택만큼 큰 망룡왕의 위장으로 사라졌다.

두 짐꾼이라도 구해야 소득이...

“고맙다! 덕분에 살았어!”

“너, 정말 멋진 용이구나!”

“Greee~!”

쑥떡이 추락하는 도시 속에서 두 인간을 양손에 하나씩 쥔 채 날아왔다.

뇌비우스의 끈적끈적한 맹독과 천사들의 하얀 깃털을 온몸에 뒤집어쓴 짐꾼들. 그런 한심한 몰골임에도 살았다는 기쁨으로 해맑게 미소 짓고 있었다.

쑥떡 찬양은 덤이다.

이 시점에 쑥떡에게 잘했다고 칭찬 한마디쯤 해줄 법하지만, 우쭐대다가 버릇 나빠질 수 있기에 나는 담담히 넘어갔다.

조기교육은 소중하니까.

“점수와 순위 좀 올랐나?”

나는 곧바로 성적 문제로 넘어갔다.

뇌비우스를 도와서 복리로 쌓인 원한을 청산한다는 의미가 있긴 했지만, 진짜 목적은 이쪽이다.

“네! 정말 많이 올랐습니다.”

“현재 28위입니다!”

100위 밖에 있었던 두 짐꾼이 단숨에 30위 안까지 들어왔다.

그뿐만이 아니다.

비룡의 등에서 떨어트릴- 크흠! 떨어질 때까지만 해도 짐꾼들의 이름표는 은색이었는데, 지금은 번쩍번쩍한 금색이었다.

A급 용사로 승급했다는 증거!

급진적인 발전이었다.

“멋지군! 내 판단이 옳았어.”

중등교육과정을 선행학습하는 게 옳았다.

초등교육과정은 악마를 적대하는 것이고, 중등교육과정은 천사를 적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고등교육과정은 이과와 문과로 나뉘듯 악마와 천사 중 하나의 진영을 아군으로 선택한다.

대학은... 없겠지?

뭘 전공으로 가르칠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내일은 어디로 갑니까?”

“내일도 기대됩니다!”

비룡의 등에서 추락할 때까지만 해도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 같았던 두 짐꾼이 기세등등해졌다.

그들은 황금색 이름표를 보면서 바보처럼 히쭉히쭉 웃었다.

오른 순위와 점수보다 이게 더 좋은 모양이다.

“내일? 내일이 어디 있어?”

“예?”

“네?”

두 짐꾼이 이해를 못 하고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운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내게 되물었다.

아! 내가 너무 세기말 대사처럼 말했나?

내 실수를 인정하고, 이해하기 쉽게 직관적으로 알려줬다.

“우리의 모험은 이제부터 시작이야!”

“Chaooooo!”

드넓은 오지랖과 파격적인 무료봉사로 가득한 S급 용사님의 모험은 계속되어야 한다.

계속...

*

*

*

우리의 모험은 망룡왕 뇌비우스가 파악한 천사의 도시들을 전부 순회한 후에 끝났다.

마음 같아서는 더 찾고 싶었지만, 소식을 접한 천사들이 도시를 버리고 잠적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

대충 닷새쯤 걸릴 것 같았다.

“강한수 졸업생님. 중등교육과정에 대해 심각한 착각을 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성녀H를 밀어내고 목욕부터 안마까지 바짝 붙어서 거들던 엘리스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말했다.

“착각? 내가?”

이건 비밀 친구에게 들은 확실한 정보인데?

설마, 교생 아가씨가...

“중등교육과정은 천사랑 처음으로 접촉하는 겁니다.”

“그게 죽이라는 뜻이잖아?”

초등교육과정에서도 그랬다.

지구의 선량한 문화시민을 납치한 판타지 야만인들은 아직 만나보지도 못한 악마들의 왕을 죽여달라고 주문했었다.

그거랑 다를 게 뭔데?

“천사들이 위선적인 태도와 성향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악마처럼 무조건 적대해야 하는 종족은 아닙니다. 중등교육과정은 천사를 만나서 친분을 쌓고 쌍방에 이득이 되는 교섭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게 목표예요. 다짜고짜 초면에 죽이는 게 아니에요...”

“그 닭대가리들이 먼저 나를 공격했는데?”

그래도 친해지라는 건 억지 아닐까?

“그게 이해가 안 돼요! 용사를 후원하는 천사 종족이 용사를 먼저 기습공격 했다니! 오해나 착오가 있었을 확률이-”

딩동-!

누군가 MAX급 숙소의 초인종을 눌렀다.

방주인인 내 허락을 받지 않으면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 이곳에 누가 찾아온 걸까?

마왕 페도나르 때처럼 평범한 신분은 절대 아닐 터.

엘리스가 나를 보며 허락을 구했다.

“누군지 알아?”

“네. 아무래도 저번 문제로 온 것 같아요.”

“저번 문제?”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뼈와 살이 맞닿는 모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겪은 사연들이 한둘이었어야 말이지.

“중등교육장 학생회장이요. 이건 비밀인데요. 부학생회장이 남자친구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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