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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F급 관심용사-166화 (166/430)

 166화

[?회차] 금단의 사랑

학생회장이라고 해서, 교내에서 가장 공부와 운동을 잘할 필요는 없잖은가?

그녀의 호위기사처럼 등장한 세 청년의 능력치는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대단했다.

내 학창시절에도 간혹 있었다.

선생님보다 문제를 잘 푸는 돌연변이들이.

특히, 운동 쪽에 많았다.

이들도 그랬다. 사랑과 우정, 협동 같은 자잘한 스킬은 보잘것없지만, 전투에 관련된 스킬은 혀를 내두를 만큼 엄청났다.

즉, 나랑 육성법이 굉장히 비슷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무기라도 쓸 수 없으면 무용지물인 법.

자칭 남자친구인 세 중학생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꺄아아아아~?!”

잘못 공격하면 여자친구가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반쯤 무너진 기숙사 벽이랑 충돌할 때마다 외모가 엉망진창이 돼가고 있었지만, 중등교육과정 전투력 최강을 다투는 그들이 공격하면 확실히 죽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세 중학생 중에서 가장 오른쪽에 선 녀석을 노렸다.

무기는 날카로운 검.

학생회장을 건드릴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할 수 있는 게 없는 검사 계열이었다. 날붙이를 휘두르면 학생회장이 난도질당할 테니까.

“이봐. 받아.”

“헉?!”

검을 쥔 채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던 그는 내가 기습적으로 던진 학생회장을 보고 식겁했다.

인질이나 다름없는 그녀를 내가 쉽게 포기할 줄 몰랐던 탓이다.

그래도 일단은 그녀를 받아야 하는 상황. 하지만 손에 쥔 날붙이가 문제였다.

검을 버릴까?

검을 한 손으로 쥘까?

이런 고민하는 찰나에 나는 파고들었다.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학생회장의 몸 뒤쪽을 따라가다가 벽을 박차며 사선으로 접근했다.

그동안 나머지 둘도 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둘은 동료를 돕기보다는 여자친구를 구할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마찰이 생겼다.

“야! 비켜!”

“너나 비켜~!”

둘은 학생회장에게 달려가다가 ‘Y’자 모양으로 중간 지점에서 서로에게 진로방해를 받았다.

한 명은 나를 견제하고 또 하나는 학생회장을 구했다면 굉장히 수월하게 상황이 풀리고, 역으로 나는 곤경에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 정도로 배려심이 좋지 않았다.

개개인이 용사인 탓이다.

일반적인 파티(용사+잡것들)에서는 용사가 궂은일들을 맡고, 잡것들이 쉽고 편한 일을 한다.

또한, 잡것들이 멋대로 사고치고, 용사는 그걸 수습하다가 새로운 연인이랑 방앗간에 들어간다.

역할분담이 대단히 확실한 편. 그래서 마찰을 일으킬 일이 없다. 그런데 이들은 전원이 용사.

역할이 같으니 충돌할 수밖에 없다.

아무튼, 그렇게 생긴 빈틈과 기회를 나는 허투루 낭비하지 않았다.

학생회장을 가운데 두고 나랑 일대일 상황이 된 남학생은 오른손으로 검을 쥐고, 왼손으로 학생회장을 받기로 판단했다.

둘 다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

나는 그 의지를 존중해줬다.

그의 왼손을 노렸다.

“이, 이런…!”

날아오는 학생회장을 받기 위해 왼팔을 활짝 벌리고 있던 남학생은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오른손에 쥔 칼을 움직이자니 왼손과 오른손 사이에 학생회장이 묘하게 낀 상황.

그래서 최악의 수를 선택했다.

맨손의 왼팔로 나를 상대하고, 오른팔로 학생회장을 받는 것. 오른손에 쥔 검은 당연히 소환을 해제했다.

왼손 앞으로 재소환할 수 있지만, 나는 그럴 시간을 주지 않았다.

파앙-!

내 오른손과 남학생의 왼손이 충돌했다.

검이 없는 비무장 상태에서 싸울 때를 대비해서 권투와 격투 쪽의 스킬도 꽤 올려놨지만, 검사가 괜히 검사로 불리겠는가?

여기에 학생회장이란 짐까지….

그는 원래 실력의 절반도 발휘하지 못했다.

“커어어억-?!”

내 신기술이 남학생의 왼손을 타고 깊숙이 파고들었다.

인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달팽이관, 빛의 양을 조절하는 홍채와 상이 맺히는 망막, 반사신경을 전달하는 척수….

신체 리듬이 몽땅 엉망이 됐다.

그래도 용케 학생회장을 오른팔로 받아낸 집념 하나는 칭찬해줄 만하다.

“내 여자친구를 부축해줘서 고마워.”

보답으로 나는 그의 턱주가리를 후려쳤다.

대다수 생명체가 다 그렇지만, 뇌는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행해지는 모든 것을 총괄하는 사령부다.

대뇌는 정신 활동을 하고, 간뇌는 체온과 혈당량을 조절한다. 뇌하수체는 내분비샘을 조절하며, 연수는 호흡과 심장박동이 자동으로 행하도록 지시한다. 중뇌는 안구 운동과 홍채를 조절하고, 소뇌는 몸의 균형을 유지, 척수는 흥분 전달과 배뇨 등의 분비를 담당한다.

그래서 싸울 때 머리나 심장을 노리는 것이다.

한 방에 보내버릴 수 있으니까.

“꾸르르르….”

눈이 뒤집힌 남학생이 입에 게거품을 물었다. 생리현상에도 지장이 와서 바지가 누렇게 변했다.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무지막지한 재생력으로 육체의 불균형을 잡아갔다.

물론, 그 잡아가는 시간 동안은 무방비 상태.

우드득.

나는 남학생의 경추(頸椎) 6번과 7번 사이를 멋지게 부러트렸다.

신기술을 활용한 디지털도 좋지만, 역시 직접 수작업하는 아날로그가 손맛도 있고 확실하다.

디지털에 전적으로 의존하기엔 아직 개량의 여지가 남아있었다.

그리고 학생회장은 다시 남자친구의 품으로 돌아왔다.

흙먼지를 뒤집어쓴 액션 영화의 여배우처럼 묘한 색기를 풍기는 그녀가 쉰 목소리로 앙탈을 부렸다.

“인제 그만….”

“우리의 데이트는 이제부터 시작이야.”

질투에 눈이 먼 남학생A와 남학생B가 돌격해왔다. 이번에는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11’자 모양이었다.

나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저들은 학습이란 걸 하지 못하는 걸까?

나는 남학생A에게 학생회장을 던지고, 남학생B에게 돌격했다.

“오!”

“이 자식이…!”

그러자 남학생A는 해맑게 웃으며 날아오는 학생회장을 포수처럼 받을 준비를 하고, 표정과 눈빛이 야차처럼 변한 남학생B는 나를 무시하고 방향을 틀었다.

이 시점에 내가 좀 더 속도를 올렸다면 남학생B가 가는 걸 저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남학생A만 좋은 일을 내가 왜 해주는가?

“바보들….”

학생회장의 한탄 섞인 중얼거림이 폐허로 변한 남자 기숙사에 아련히 메아리쳤다.

3대1이었던 싸움은, 정의로운 용사님의 철퇴로 평정되어 2대1로 줄어들었다가 급기야 1대1이 됐고, 마침내 모든 악의 세력이 쓰러지면서 막을 내렸다.

마지막에 쓰러진 남학생B가 외쳤다.

“네놈은 이상하다….”

“뭐가?”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대결하지 않고 교묘하게 남의 심리를 이용하다니…. 그러고도 네가 용사냐?”

“짜샤. 초등학교 54학년에게 뭘 바라냐?”

“그…. 젠장….”

내 완벽한 논리에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던 남학생B가 침통한 표정을 지은 채 숨이 멎었다.

그리고 나랑 여자친구만 남았다.

“학생회장. 준비한 수가 아직 남았나?”

“...있죠.”

“오! 정말로?”

나는 그렇게 말하는 학생회장의 잘록한 등허리에 손을 얹었다. 여차하면 요추(腰椎) 4번과 5번 사이를 부러트릴 요량으로.

이 상황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세상에는 금단의 마법이란 게 있습니다. 아! 유치한 초등학생들의 생각처럼, 세상을 파멸시킬 만큼 강해서 사용이 금지된 마법이 아니에요. 효과는 확실하지만, 그 대가로 사용자도 파멸시키기에 봉인된 마법이지요.”

“그래? 쓸 틈을 줄 생각은 없지만, 뭔지 들어나 보자.”

“금지된 사랑.”

“음…?”

“이 마법의 이름입니다.”

내가 학생회장에게서 이상한 낌새를 느꼈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그녀의 허리를 부수려는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던 탓이다.

부수긴커녕 슬금슬금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녀의 탱글탱글한 복숭아를 억세게 움켜쥐었다.

그 뒤의 기억은 잘 떠오르질 않았다.

*

“강한수 졸업생님. 편안한 밤 되셨나요? 더 쉬게 해드리고 싶지만, 아침부터 중요한 손님이 기다리고 계셔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엘리스?”

정신을 차린 나는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매력적인 미녀의 이름을 무심코 불렀다.

“네. 당신의 전속하녀인 엘리스입니다. 이틀쯤은 안 돌아오실 줄 알았는데, 어젯밤에 불쑥 오셔서 정말 놀랐습니다.”

여기는 내 숙소의 침실 같았다.

남자 기숙사 아래층은 엉망진창이 됐지만, 5층만은 그 화재와 혼란 속에서도 무사했던 모양이다.

“다행히 잘 풀린 것 같네.”

나는 팔다리가 제대로 붙어있음을 감각으로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신을 잃을 때까지만 해도 내 안일한 대처를 후회했다.

학생회장의 허리를 잡았다고 방심하다니!

전투력 하나는 선생보다 뛰어났던 세 남학생을 전부 쓰러트렸다고 자만에 빠진 결과였다.

그래도 이렇게 무사하니 일단은 안심이다.

신기술의 도움이 확실히 컸다.

그것은 세 남학생의 방어계열 스킬을 무시하고 침투했다.

전자기파로 감지 안 되는 암흑물질의 성질을 그대로 이어받아서, 판타지 능력치 스킬의 간섭도 받지 않았다.

앞으로 이것을 고상하게 ‘정입자’라고 부르자.

학생회장이 가르쳐주기 전까지는 이걸 뭐라고 부를지 정의를 내리기가 모호했는데, 그녀 덕분에 아주 명확해졌다.

나는 아직 뻐근한 상체를 일으키기 위해 왼손으로 침대를 짚었다.

그러다가,

말랑말랑~

손바닥 한가득 들어오는 슬라임처럼 부드러운 감촉에 흠칫했다.

시선을 슬쩍 옆으로 돌리니,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전라의 학생회장이 나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태아처럼 몸을 바짝 웅크린 채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기분 나쁠 정도로 멀쩡했다.

마지막에 봤을 때도 팔다리가 잘리진 않았지만, 그래도 뼈가 부러지고 피부에 크고 작은 상처가 가득했었거늘.

현재는 헤어스타일이 엉망인 게 다였다.

“그녀의 가슴과 엉덩이도 멀쩡하지 않은데요?”

내 생각을 읽은 엘리스가 지적했다.

“저걸 다쳤다고 말하면서 내게 따지던 여자는 지금까지 없었어. 그리고 저건 내가 한 게 아니야.”

“기억이 전혀 안 나시는 모양이네요.”

“...내가 그랬다고?”

“처음에는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면서도 호응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잠시만 쉬게 해달라는 애원했었지요….”

“증거를 내놔. 나는 모르는 일이야.”

“정황만 보더라도….”

“나는 억울해.”

학생회장이랑 뜨거운 밤을 보낸 기억이 없다. PC방에서 깜빡 잠이 들었는데, 눈을 뜨니 요금이 무지막지하게 나온 기분이다.

“마법, 금단의 사랑. 평생을 마법에만 바친 대마녀(大魔女)가 짝사랑하게 된 왕자의 마음을 얻기 고안해낸 마법입니다. 노파가 청년의 사랑을 얻어낼 만큼 강력한 최면마법이죠. 단, 대가로 쌍방향이 맹목적으로 사랑하게 되기 때문에 함부로 쓸 마법은 아닙니다.”

“...나는 잘 모르겠는데.”

어젯밤의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마음의 정령이 차단해준 것 같습니다.”

“얘가?”

나는 보건 선생에게 받은 반지를 만지작거리는 정령을 가리켰다.

땅, 불, 바람, 물, 마음.

다섯 가지 정령 중에서 가장 집세도 안 내면서 성희롱은 가장 많이 하던 마음의 정령이 한 건 했단다.

엘리스가 새 옷을 내밀며 말했다.

“강한수 졸업생님과 좀 더 이야기하고 싶지만, 중요한 손님이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대체 누구길래?”

내 질문에 대답하는 S급 하녀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들렸다.

“진학상담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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