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관심용사-178화 (178/430)

 178화

[11회차] Of the people, by the...

서대륙은 5개 대륙 중에서 가장 레벨 올리기가 쉽다.

그건 루시퍼 덕분이다.

▷종족: 자이언트 버그

▷레벨: 89

▷직업: 여행자(여행→경험치↑)

▷스킬: 성장D 비행E 협력E 생존F 번식F…

▷상태: 여유

단, 인간만 놈들을 먹는 게 아니다.

서대륙에 사는 거의 모든 몬스터와 동물의 주식이다. 그렇기에 서대륙에서 오래 생존하면 할수록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기형적인 환경 탓에 서대륙은 난이도가 가장 높다.

하지만 한 번 적응하면 여기만큼 레벨 올리기 쉬운 곳도 없다.

대량살상기술로 루시퍼 무리를 쓸어버린다고 생각해보라. 아무리 죽여도 줄어들지 않는 경험치 덩어리인데, 온순하고 전투능력도 미미해서 위협이 전혀 안 된다.

그러니….

“제군들. 오늘부터 루시퍼 사냥을 하겠습니다. 수단과 방법은 따지지 않겠습니다. 10레벨 올릴 때마다 물고기 요리를 드리겠습니다. 이러면 저레벨이 유리하지 않느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레벨이 높을수록 요리의 양도 늘어납니다. 질문 있습니까?”

“......”

“......”

물고기에게 먹힌 100명과 사고로 죽은 1명을 합친 101명이 다음날 부활해서 내 앞에 집결했다.

내 설명을 들은 후, 패잔병 같았던 그들의 얼굴에 희망이 조금씩 깃들기 시작했다. 이거라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질문 없으면 해산!”

이번에는 유의미한 성과가 있길. 몰랑.

*

잡것들의 서대륙 생활이 차츰 안전궤도에 접어들었다.

내 의도대로 부지런히 루시퍼를 사냥해서 레벨을 올린 그들은, 이틀에 한 번꼴로 생선요리를 먹었다.

이틀에 10레벨, 나흘에 20레벨, 엿새에 30레벨….

이런 식으로, 단 열흘 만에 잡것들의 평균 레벨이 50이나 상승했다.

완전한 생초보라고 할 수 있는 1레벨 용사들도 생존전략을 짜서 빠르게 레벨을 올렸다.

복학생에게 아부하거나 아양을 떨어서 루시퍼 한두 마리를 손쉽게 잡거나, 자기 몫의 생선요리를 넘기는 조건으로 원주민이나 복학생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약간 헐거워진 괄약근으로 고통받던 70명의 용사도 영지에서 물리치료와 심리상담 등으로 빠르게 회복했다.

일반인보다 훨씬 자주 대소변을 봐야 했던 그들은 사냥 속도가 매우 더뎠는데, 괄약근이 개선되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뿌듯: 강한수 생도님은 교육자의 자질이 있으신 것 같아요. 학생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훌륭한 선생님이요.

교생 아가씨! 그런 무시무시한 복선 발언은 우리의 비밀스러운 우정에 상처를 줄 수 있으니 자제해줘!

게다가 전부 잘 풀린 것도 아니다.

“나를 내버려 둬.”

“엄마, 보고 싶어. 헤헤….”

삶의 의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안 보이는 F급이 10명쯤 있었다. 고블린에게 당해서 정신을 놔버린 친구도 포함해서.

이유도 제각각이었다.

생명을 죽일 수 없다는 가치관, 싸우지 말라는 종교이념,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생활상, 약해도 상관없다는 무욕주의, 생선을 싫어하는 편식쟁이, 괄약근이 완전히 사망한….

“그 숭고한 의지를 존중해줄게.”

나는 그들에게 강요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야만적인 판타지 세계에 납치된 나는, 납치범들에게 마왕을 처치하는 위험한 일을 맡으라고 강요받았으니까.

벌써 57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그때 느꼈던 공포와 분노 등의 부정적인 감정은 여전히 내 척추 어딘가에 맺혀 있다.

그렇기에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은 말해주고 싶었다.

바퀴벌레 1마리 못 잡는 선량한 문화시민이었던 내가 약간의 폭력성을 갖게 된 근본적인 이유를.

“이곳은 야만적인 세계야. 강해지지 않으면 인권을 유린당하는 곳이지. 억울하다고 호소해도 들어주는 자가 없어. 힘이 곧 법이거든. 아름다운 판타지 세계? 그건 강자의 관점일 뿐이야.”

약자에게 이곳은 지옥이다.

마을과 도시 밖으로 나가면 고블린과 오크가 반겨주고, 갓난아기의 심장을 노리는 트롤의 습격은 돌잔치만큼 흔하게 벌어진다.

나잇값 못하는 치매 걸린 용은 재앙이고, 거친 용병과 망나니 귀족은 살아있는 폭탄이나 다름없다.

자본주의로 굴러가는 지구도 약자에게 안전한 곳은 아니지만, 민사소송과 형사소송 같은 법적인 안전장치가 존재한다.

어머니의 테니스라켓은 치외법권이지만!

▶웃음: 가끔 느끼는 건데요. 강한수 생도님이 어머님 이야기를 하실 때 들어보면, 테니스라켓으로 블랙홀도 갈라버리실 분 같아요.

하하! 교생 아가씨는 상상력이 풍부하네!

내 어머니는 테니스를 좋아하는 평범한 가정주부야. 블랙홀은커녕 당근도 잘 썰지 못해서 아버지가 대신 요리한다구?

아! 시원하게 후려치는 건 잘하신다.

“그건 우리가 판단합니다.”

“폭력은 최악이에요.”

“내 판타지가 이럴 리 없어.”

“이불 안은 안전해! 내가 알아!”

내 설명을 귓등으로 흘려들은 F급 용사들.

나는 그들에게 알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 저들을 보호명단에서 제외했다.

저들은 아주 단단히 착각하고 있다.

이곳 영주가 ‘쓸모없는 인간’에게 최소한의 의식주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이유는, MAX급 용사님이란 강자 때문이다.

그것을 조만간 깨닫게 되리라.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주도면밀한 영주는 명단에서 제외된 F급 용사들을 감시했다. 그리고 온갖 트집을 잡아서 나락까지 끌어내렸다.

세금, 성희롱, 모욕죄, 방조죄, 이단자….

약자는 숨만 쉬어도 죄가 성립된다.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어요! 여자가 아이를 낳지 않으면 죄가 된다니!”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따르기 싫다면 제 영지에서 나가십시오.”

“다른 여자들은요?”

“그들은 당신이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재판은 금방 끝났고, 불복한 여성 용사는 영지 밖으로 추방됐다. 그리고 보름 뒤에 재소환됐다.

그녀는 어떻게 생활하다가 죽었는지는 일절 말하지 않았다. 부활한 직후에 순박한 원주민 청년이랑 결혼했다.

다른 자들의 운명도 비슷했다.

가장 오랫동안 버틴 용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억울합니다! 저는 이불 속에서 얌전히 있었다고요! 그런 제가 청소해주는 하녀를 성희롱하다니요! 이건 모함입니다! 저는 그녀의 몸에 손가락 하나 대지 않았어요!”

“증거를 가져오게.”

“제가 하녀를 성희롱했다는 증거는요?”

“그 증거가 왜 필요하지?”

“...예?”

“잘 듣게. 그 하녀는 나의 사랑스러운 아내가 함께 목욕할 정도로 아끼는 아이네. 성희롱하지 않았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면, 나는 하녀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네. 가족의 편을 드는 건 사람으로서 당연한 도리 아닌가?”

“아….”

안전한 이불 밖으로 쫓겨난 F급 용사는 무료로 사용하던 숙소를 잃고, 광장에서 몽둥이찜질을 당했다.

그건, 같은 남자로서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혹한 광경이었다.

“여기는 대충 정리된 것 같네.”

약자의 최후를 목격한 나머지 용사들은 더욱 열심히 사냥했다.

아직은 고블린 1마리도 버거운 잡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용사의 경험치 500% 특전이 그 시간을 빠르게 단축해주고 있었다.

나도 슬슬 움직일 때가 됐다는 의미.

▶놀람: 5대 재앙을 혼자 상대하시게요? 저는 먼지들을 키워서 함께 싸우실 줄 알았는데요.

시간은 금이라구, 친구!

먼지들이 커다란 먼지로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줄 수 없다.

그리고 이미, 판타지아 서대륙에 소환된 101명의 초등학생을 돌본다고 무려 20일이나 소모했다.

내가 아무리 오지랖 넘치는 호구 용사라지만, 여기에도 엄연히 한계가 있는 법이다.

“더는 안 될 말이지.”

101명의 잡것에게 내가 발목 잡히는 바람에 서대륙에 사는 수많은 원주민이 20일이나 더 고통받았다.

100명을 살리기 위해 100만 명을 버린 셈!

정의롭고 공명정대한 용사로서 절대로 해선 안 되는 판단을, 판타지 신의 편파판정 때문에 억지로 따랐다.

판타지 신은 교육계의 암이 틀림없다.

▶난감: 저는 묵비권을 행사할게요.

교생 아가씨가 사회생활을 잘하네. 나중에 남편에게 사랑받을 거야.

▶버럭: 직장과 부부생활은 연관성이 전혀 없거든요?!

이 아가씨는 칭찬해줘도 신경질이야.

“오! 마약 용사. 드디어 모험을 떠나는 거냐?”

내 머리 위에서 온종일 빈둥빈둥 놀기만 하는 최초의 정령이 반색하며 확인차 물었다.

그녀는 이렇게 밖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듯했지만, 용사의 동료였던 존재답게 모험의 낭만을 여전히 품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부정했다.

“이건 모험이 아니야.”

모험이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도전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것은 단순한 토벌이다.

난이도가 대폭 달라졌다는 변수가 있긴 하지만, 이미 한 번 쓰러트린 경험이 있는 5대 재앙을 처치하는 복습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변수에도 대비했다.

내가 20일 동안 초등학생만 돌본 건 아니었다.

영주에게 시체 다루는 기술을 배우고, 영지의 대장간과 옷가게 등을 돌아다니며 생산계열 스킬도 꾸준히 습득했다.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었다.

▷종류: 스킬

▷명칭: 영재

▷등급: ZZ(35%)

▶ZZZ: ???

▶ZZ: 뿌리부터 재구성한다.

▶Z: 한계돌파가 약간 쉬워진다.

▷SSS: 손재주가 꽤 증가한다.

▷SS: 성공률이 꽤 증가한다.

▷S: 숙련도가 꽤 증가한다.

▷A: 경험치가 꽤 증가한다.

▷B: 손재주가 약간 증가한다.

▷C: 성공률이 약간 증가한다.

▷D: 숙련도가 약간 증가한다.

▷E: 경험치가 약간 증가한다.

▷F: 떡잎부터 비범해진다.

스킬 영재는 생산계열 스킬이랑 궁합이 좋았다.

손재주, 성공률, 숙련도.

예술이랑 담을 쌓고 살아온 나조차 섬세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준 손재주를 기본으로 깔고, 생산계열 스킬은 무언가를 성공적으로 만들수록 숙련도가 많이 오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종류: 종족

▶명칭: 유니버설 휴먼

▶등급: 태초

▶태초1: 우주를 티끌만큼 제어한다.

▷특성1: 우주의 편애를 받는다.

▷종족1: 아무튼 정령이다.

우주의 편애로 행운 보정을 받는 내 성공률은 100%란 표현으로도 부족하다.

여기에 우주의 기운을 먼지만큼 담았다.

내가 만든 검은 가히 보검이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고, 옷은 추녀조차 미녀로 보이게 해주며, 요리는 루시퍼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먹게 할 만큼 환상적이다.

이건 시체를 조종하는 ‘사령’도 예외가 아니다.

“사랑하는 영주를 잘 이끌도록.”

“네, 주인님.”

나는 사령술을 가르쳐준 영주의 실력을 뛰어넘었다.

순수한 역량에선 여전히 부족하지만, 우주의 기운이란 편법을 동원하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영주가 가장 아끼는 아내의 제어권마저 빼앗을 정도로.

성공률이 매우 희박한 작업이었지만, 내게는 1%도 100%나 다름없기에 대수롭지 않게 훔칠 수 있었다.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영주는 세상을 다 잃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현실에 수긍하고 내게 복종을 맹세했다.

충성의 대가는 아내의 헌신적인 사랑!

영주에게도 마냥 나쁜 건 아니었다.

인형 같았던 그의 아내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자기표현을 하고 스스로 움직이게 됐으니까.

이것도 우주의 기운 덕분이다.

“하아…. 이놈의 오지랖은 대체….”

나란 용사는 너무 착한 게 아닐까?

▶훌쩍: 너무나 감동적인 결말이에요. 영주가 아내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고 사랑스럽게 바라볼 때마다 무척 안쓰러웠거든요. 강한수 생도님은 절망 속에서 헤매는 불쌍한 영혼을 구원하신 거예요.

교생 아가씨. 감동하기에는 아직 일러.

지금부터 이 용사님이 준비한 ‘갈갈이 쇼’를 구경하라구!

이 입학시험장에서 성장 속도가 빨라진 건 잡것들만이 아니다. 가장 그 혜택을 많이 누린 사람은 다름 아닌 ‘나’니까.

준비물은 전부 갖추어졌다.

▶종족: 유니버설 휴먼

▷레벨: 3467

▷직업: 용사(경험치 500%)

▷스킬: 영재ZZ 신성Z 마기Z 투기Z 사령Z 요술Z 거래Z 몰살Z 검술Z 마법Z 퇴마Z 정력Z 마술Z 마력Z 기력Z 요력Z 편애MAX 날조MAX 요리MAX 오감MAX 공예MAX 창술MAX 산책MAX 광기MAX 기품MAX 비행MAX 불굴MAX 희롱MAX 권투MAX 조합MAX 검기MAX 학살MAX 무용MAX 심판MAX 불사MAX 연금MAX 격투MAX 체술MAX 불로MAX 건축MAX 영생MAX 근성MAX 토목MAX 탐색MAX 조화MAX 저축MAX 체력MAX 협상MAX 청소MAX 색적MAX 망각MAX 회복MAX 대장MAX 예절MAX 계산MAX 인내MAX 활력MAX 선동MAX 악령MAX 패기MAX 도축MAX 축복MAX 재봉MAX 빨래MAX 혼돈MAX 그림MAX 해체MAX 파괴MAX 내성MAX 근력MAX 맷집MAX 민첩MAX 저항MAX 조각MAX 야영MAX 사랑MAX 심력MAX 재생MAX 교화MAX 면역MAX 냉정MAX 철벽MAX 금강MAX 통솔MAX 지력MAX 도발MAX 감정MAX 투시MAX 지진MAX 겁화MAX 냉기MAX 태풍MAX 화기MAX 홍수MAX 관리MAX 평정MAX 수집MAX 채광MAX 농사MAX 지기MAX 수기MAX 제련MAX 예언MAX 토기MAX 채집MAX 낚시MAX 심기MAX 귀품MAX 수영MAX 사육MAX 교감MAX 예지MAX 살인MAX 설득MAX···

제물로 쓸 초월영역 스킬을 최대한 늘렸다.

시작할 때는 어렵지 않았는데, 초월영역 스킬이 늘어날수록 한계돌파에 필요한 제물의 양이 많아지면서 힘들어졌다. 생산계열 스킬을 쉽게 올릴 수 없었다면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마약 용사! 우리의 도움을 잊으면 곤란하다!”

물론, 더부살이 정령과 우주의 편애가 큰 도움이 됐다.

전투계열, 생산계열, 보조계열에도 속하지 않는, 노력으로 얻기 힘든 특수계열 스킬을 다수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자! 쇼를 시작해볼까! Of the predator~♪ by the predator~♬ for the predator~♪”

강자의, 강자에 의한, 강자를 위한 판타지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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