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관심용사-201화 (201/430)

 201화

[12회차] 입학

▷성적표를 꼼꼼히 확인해주세요!

▷이름: 강한수

▷전투력: MAX

▷업적: SS

▷평판: FFF-

▷인성: FFF-

▷비고: 멸망했는데 할 말 있어?

할 말이 있냐고?

당연히 있지!

망룡왕 뇌비우스의 진짜 모습. 2단계인 소형전투용 ‘카오스 드래고니안’ 형태는 어찌어찌 상대할 수 있었지만, 용자의 힘을 해방한 3단계는 내가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다.

1레벨인데도 일격에 행성이 부스러졌다.

레벨이 정상이었다면 태양계쯤은 소멸시키지 않았을까? 스킬 G등급은 내 상식을 너무 벗어나 있었다.

▷F학급으로 입학했습니다.

▷사유: 낙오하지 않고 모든 목표를 완수했습니다. 하지만 꿈과 희망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판타지 세계가 멸망했습니다. 어떠한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는 결말입니다!

억울하다!

겉멋만 든 중학생들이 난입해서 그럴싸한 내 계획을 망쳐놨다. 사회부적응자로 구성된 505명의 초등학생도 걸림돌이었다.

그들이 망룡왕 뇌비우스를 자극하는 바람에 판타지아 대륙의 모든 생명체가 몰살됐다. 그전까지 호구처럼 원주민들을 도와준 내 평판과 인성은 호평을 받았었다.

▷재검토에 들어갑니다.

오! 융통성을 발휘하는….

▷F학급으로 입학했습니다.

...같은 건 없었다.

입학시험의 결과에 따라서 학급이 결정된다고 했었다. 그리고 높은 학급일수록 졸업하기 쉽다고.

그런데 메시지 뉘앙스로 보아선 최하반이었다.

뒷골이 땅겼다.

▷전문교사가 당신의 생활기록부를 전달합니다.

▷전문교사가 당신의 생활기록부를 읽어봅니다.

▷전문교사가 당신의 생활기록부를 읽어봅니다.

▷전문교사가 당신의 생활기록부를 읽어봅니다.

▷전문교사가 당신의 생활기록부를 읽어봅니다.

▷파견할 전문교사가 없습니다.

내 사생활을 멋대로 열람한 중학생 교직원들의 메시지가 주르륵 표시됐다.

그리고 우주를 표류 중인 내 몸을 빛이 감쌌다.

회귀, 재시험의 징조.

지금의 나라면 저항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우주를 한없이 떠도는 건 바람직한 판단이 아니었다.

우주 회장님은 환영하겠지만.

나는 차분히 기다렸다.

▷F학급으로 이동합니다.

MAX급 용사님은 불합리한 편파판정으로 입학시험을 망친 채 중등교육과정에 들어갔다.

파릇파릇한 중학생이 되었다.

*

“환영합니다, 미래에서 온 용사시여!”

“어라? 라누벨이 아니네?”

지팡이와 고깔모자를 쓴 전형적인 마법사 복장의 중년남성이 차원이동 마법진 중앙에 선 내게 인사했다.

너는 누구니?

“고고학자 라누벨 양은 용사님들이랑 던전을 탐사하러 갔습니다. 소인은 왕궁 마탑을 관리하는 마법사입니다. 판타지아 대륙의 미래와 정보를 아는 평행세계의 용사님들을 소환하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미래?”

“그렇습니다.”

“지금 연도가 어떻게 되지?”

마법사는 내가 궁금해할 법한 정보를 핵심만 요약해서 빠르게 설명했다.

이미 여러 용사를 소환해본 경험이 있었다더니….

대략 상황을 파악한 나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거참! 이런 식으로 초등교육과정을 재활용했군?”

이곳의 현재 연도는 용사력 –4년.

즉, 나는 용사가 소환되기 4년 전으로 회귀했다.

가장 빨리 소환된 용사가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이었고, 그 뒤로 4명의 용사가 소환됐으며, 내가 6번째 용사였다.

매년 1명씩 소환한 셈.

소환된 용사들은 ‘예지몽을 꾼 용사’란 설정이다.

초등교육과정에선 원주민들이 막 소환된 용사를 깔봤지만, 입학시험장에서 키운 능력치를 고스란히 계승하고 미래도 아는 중등교육과정 용사는 달랐다.

함부로 무시해선 안 되는 존재.

이제 좀 ‘신에게 선택받은 전설의 용사’란 느낌이었다.

초등교육과정이랑 달리, 아무나 입학할 수 없는 중등교육과정에 들어온 만큼 대우도 올라간 것 같다.

용사 페스티벌의 기숙사 차등처럼.

▷종족: 휴먼

▷레벨: 304

▷직업: 마법사(나이→마력↑)

▷스킬: 마법A 마력B 마술B 통역B 연산C…

▷상태: 탈진, 피로

이 마법사의 능력치만 보고 단정하긴 이르지만, 중등교육과정 원주민과 몬스터의 능력치가 초등교육과정보다 확연하게 높아졌다.

중등교육생들이 초월영역 스킬을 당연하다는 듯이 보유하고 있는 것도 충분히 이해됐다.

환경이 이러니까.

강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

“용사님. 천사를 보신 적 있습니까?”

“어.”

보기만 했나? 만지고 넣기도 했다.

“콜록콜록! 저, 정말입니까?! 정말로 천사를 보셨다고요?! 앞서 소환된 용사님들은 보지 못했다고 하셨는데!”

“내가 좀 대단하지.”

“그렇다면 신성제국의 하늘을 부유하는 천사들의 도시에 관해서 설명해드릴 필요가 없겠군요. 아니, 역으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그 도시의 구조와 미래를.”

“...음?”

“왜 그러십니까?”

“그야….”

내가 천사들을 만난 곳은 페스티벌 대륙이기 때문이다. 판타지아 대륙에서는 나도 보지 못했다.

▶설명: 그 천공(天空)의 도시 이름은 엘몰랑도. 고대어로 ‘천사들을 가르치는 별’이란 뜻이에요. 여기서 군사훈련을 받은 어린 천사들이 중앙대륙 남쪽을 점령한 악마들의 준동을 감시하고 있답니다. 엘몰랑도는 사관학교 겸 전초기지인 셈이죠.

설명 고마워, 교생 아가씨!

중등교육과정까지 따라올 줄은 몰랐네.

▶인사: 저도 다시 뵙게 돼서 기뻐요. 훌륭하신 선배님들이 저를 추천해주셔서 무척 부담되지만요. 초등교육과정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지만, 중등교육과정에서 교생이 생도를 맡은 사례가 여태 없었거든요. 제가 처음이에요!

잘됐네. 그런데 이런 정보를 알려줘도 되나?

▶비밀: 당연히 비밀이랍니다. 이러면 원래 안 되지만, 노련하신 선배님들처럼 알찬 교육을 못 하는 대신이라고 생각해주세요. 하지만 너무 자주 기대하진 마세요! 학칙은 지키라고 있는 거니까요!

물론이야, 예쁜 교생 아가씨.

“저 도시의 이름을 엘몰랑도. 고대어로 ‘마스터 몰랑이 사는 별’이란 뜻이지. 여기서 마스터 몰랑에게 참교육 받은 천사들이 남쪽의 악마들이랑 싸운다. 천사를 키우는 사육장인 셈이지.”

“오오! 그런데 마스터 몰랑은 누구십니까?”

“여기까지.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내게 잘하도록.”

일반인을 단시간에 슈퍼맨으로 키워내는 마스터 몰랑의 신상정보는 대단히 비싸다. 맨입으로 줄 순 없다.

입맛을 다신 마법사가 공손히 대답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나는 마법사가 호출한 아름다운 아가씨의 안내를 받으며 왕궁의 침실까지 이동했다.

그녀는 마탑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었는지 부르자마자 들어왔다. 화려한 드레스와 고운 피부로 보아선 하녀가 아닌 귀족 영애. 몸짓 하나하나가 백조처럼 우아했다.

말투 또한 사근사근했다.

“용사님. 왕궁에 머무시는 동안은 이 방에서 지내시면 됩니다. 부족한 점이 있으시면 침대 옆의 줄을 당겨주세요. 그러면 저나 하녀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원하신다면 밤에도.”

“전망이 좋네.”

깊고 틈새가 좁은 계곡이 실로 탐스러웠다.

창밖의 경치를 이야기하는 거다.

“소녀는 이만.”

뺨을 수줍게 붉힌 귀족 영애가 다소곳한 자세로 퇴장했다.

지금까지만 보더라도, 초등교육장이랑 확연하게 달라진 용사의 위상과 대우를 알 수 있었다.

“자, 그럼….”

몸 상태를 점검할 때다.

전투 중에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회귀하면서 변화한 점을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

우선 능력치부터.

▷종족: 아크 휴먼

▷레벨: 359

▷직업: 용사(경험치 500%)

▷스킬: 신성A 날조A 불사B 맷집B 체력B…

▷상태: 성검, 양호

영재ZZZ의 효과로 ‘평범하게’ 잘 감추어져 있었다. 하지만 내가 지금 보려는 건 위장 신분이 아니다.

내 현재의 힘이다.

▶종족: 유니버설 휴먼 듀얼코어

▷레벨: 359

▶직업: 용자(전원=1레벨)

▶스킬: 영재ZZZ 신성Z 날조Z 소멸MAX 파멸MAX···

▶상태: 성검, 성녀, 용린

종족 이름이 길어진 만큼 새로운 종족특성이 추가됐고, 처음 보는 특수계열 스킬들이 꽤 늘어났다.

하나하나 살펴보기로 했다.

▷종류: 종족

▶명칭: 유니버설 휴먼 듀얼코어

▶등급: 태초

▶태초1: 우주를 티끌만큼 제어한다.

▷특성1: 우주의 총애를 받는다.

▷종족1: 아무튼 정령이다.

▷종족2: 아무튼 전설이다.

우주의 집착이 ‘총애’로 바뀐 것도 눈여겨볼 만했지만, 그보다도 더 터무니없는 종족특성이 추가됐다.

아무튼 전설이다.

전설이란 명칭을 살펴보면,

▷전설: 물리적으로 살아있는 모두의 기억에서 이름이 잊히기 전까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절대로 소멸하지 않는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살아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지구의 부모님부터 시작해서 내 이름을 아는 사람이 매우 많다.

육체를 잃거나 봉인되면 소멸보다 비참한 신세겠지만,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다. 내 영혼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정신공격에 100% 면역이란 뜻이니까.

마음에 들었다.

“이번에 진짜 죽는 줄 알았으니….”

친애하는 망룡왕 뇌비우스의 3단계는 끔찍했다. 그럴싸한 저항 한 번 못 해보고 꼼짝없이 죽을 뻔했다.

그래서 이런 생명보험이 간절하던 참이다.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림자A. 정말로 따라왔네?”

늘씬하면서도 관능적인 미색을 뽐내는 요정 암살자가 내 그림자 속에서 유령처럼 튀어나왔다.

그녀는 생긋 미소를 지었다.

“Z등급부터 초월영역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이때부터 스킬이 영혼에 각인되는 까닭에 능력치를 관리하는 시스템의 간섭에서 살짝 벗어나거든요. 그리고 G등급부터는 신의 영역. 자신만의 완전무결한 힘이 됩니다. 표현 그대로 신이나 다름없죠.”

망룡왕 뇌비우스 3단계만 봐도 잘 알겠다.

Z등급 스킬은 태산을 부수고 바다를 가를 수 있다. 그런데 G등급은 자잘한 과정 다 생략하고 행성을 파괴한다.

시작과 동시에 끝!

용사가 세상을 지킬 방도가 없다.

“그래도 얻은 게 있으니.”

나는 친애하는 전우에게 받은 ‘용린’을 소환했다. 그것은 이름 그대로 ‘용의 비늘’이었다.

스르륵.

“오….”

내 피부에 칠흑색 비늘이 돋아났다.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을 만큼 작으면서도 촘촘한 비늘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빼곡하게 덮였다.

여기에 ‘비늘’이랑 관련된 새로운 스킬까지 딸려왔다.

▷종류: 스킬

▷명칭: 역린

▷등급: G

▶GG: ?

▶G: 모든 비늘이 거꾸로 난다.

▶ZZZ: 목의 비늘이 분노를 증폭한다.

▶ZZ: 목의 비늘이 분노를 생성한다.

▶Z: 목의 비늘이 분노를 축적한다.

▷SSS: 분노할수록 명중이 상승한다.

▷SS: 분노할수록 분쇄가 상승한다.

▷S: 분노할수록 관통이 상승한다.

▷A: 분노할수록 절단이 상승한다.

▷B: 분노할수록 투기가 상승한다.

▷C: 분노할수록 패기가 상승한다.

▷D: 분노할수록 살기가 상승한다.

▷E: 분노할수록 광기가 상승한다.

▷F: 목의 비늘이 거꾸로 난다.

...효과가 너무나 대단해서 할 말을 잃었다.

스킬 ‘역린’은 약하고 유치한 성룡과 선룡들에게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있더라도 등급이 낮다.

이 스킬은 강하고 멋진 악룡과 마룡 혹은 히드라(Hydra)와 바실리스크(Basilisk) 같은 파충류 몬스터에게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봐온 용(龍) 중에서 가장 역린 등급이 높았던 녀석도 SS등급을 넘지 않았다.

망룡왕 뇌비우스?

신기하게도 아예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네.”

역린 스킬이 없는 망룡왕 뇌비우스의 비늘을 흡수해서 G등급 역린 스킬을 획득했으니 말이다.

“저…. 용사님?”

두 눈을 휘둥그레 뜬 그림자A가 도톰한 자줏빛 입술을 떨며 나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말해, 내 얼굴에 삿대질하지 말고.”

평상시의 나였다면 그림자A의 저 건방진 손가락을 부러트리거나 베어버렸겠지만, 지금은 기분이 좋아서 참아주기로 했다.

“머리카락이 다 빠지셨어요.”

“...어? 어어어어?!”

20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