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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F급 관심용사-206화 (206/430)

 206화

[12회차] 하나씩 척척!

▷종족: 휴먼

▷레벨: 999+

▷직업: 마술사(기력=마술↑)

▷스킬: 마술SSS 기력SS 마법SS 지력S 분석S…

▷상태: 분노, 도발

팟!

나는 마법사의 능력치를 확인하며 돌진했다.

초등교육과정 시절보다 스킬 등급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긴 했지만, 초월영역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했다면 정말로 꿈을 이루지 않았을까?

“자기가 용사라고…? 그냥 미친놈이었군. 가랏!”

“Wuuuuu!”

“Wuuuuuu!”

마법사의 명령을 받은 키메라들이 우르르 내게 덤벼들었다. 레벨은 당연하다는 듯이 999레벨 돌파. 하지만 내 앞길을 가로막기에는 너무나 약했다.

푹! 푹! 푹!

정의로운 용사의 날개로 처리했다.

거인의 손바닥처럼 활짝 펴진 날개의 첨단으로 사방에서 동시에 덤비는 모든 키메라를 찢어발겼다.

당연히 내 질주 속도는 조금도 줄지 않았다.

“헉! 키메라였나…!”

얍삽하게 순간이동 마법으로 후퇴한 마법사가 경악성을 터트렸다.

“강철 같은 신념을 가진 용사를 도발하기에는 부족하다, 마법사.”

나는 실망하지 않고 재차 거리를 좁혔다.

고위마법사의 순간이동 마법은 굉장히 성가시지만, 순간이동 직후에 경직 현상이 있다.

육체를 이동하는 건 쉬워도 마력이나 경험치 같은 판타지 자원은 많이 보유할수록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전송하는 데이터 총량이 커져서 시간이 걸린다고 할까.

그리고 하나 더.

“저쪽이군.”

패턴이 반복된다.

순간이동 마법은 좌표를 지정하고 움직이는 게 아니다. 미리 정해둔 주소를 찾아가는 게 아니라, 일정한 방향과 거리를 이동한다는 개념이다.

이건 습관이랑 깊은 연관이 있는데, 지금처럼 다급한 상황에서는 머리보다 본능이 앞선다.

그것이 습관이다.

뚝.

정의로운 용사의 날개뼈를 하나 뽑아서 투창처럼 쥔 나는 예측한 방향으로 힘껏 던졌다.

바람 위를 미끄러지듯 날아간다.

“컥-?!”

마법사의 절규.

하지만 내가 원하던 그림은 안 나왔다.

정의로운 용사의 날개뼈는 마법사의 요추(腰椎) 4번과 5번 사이를 살짝 빗나가서 옆구리에 박혔다.

파시시….

순간이동 마법으로 거리를 벌리고 원거리 마법을 준비하던 마법사가 피를 울컥 토했다. 마법도 당연히 취소됐다.

신성을 품은 키메라들이 치유를 시도하지만, 용사의 정의로운 응징을 압도할 순 없었다!

“이, 이렇게 끔찍한 맹독이 있다니….”

“정의의 힘이다.”

마법사의 착각을 정정해준 나는 날개뼈를 하나 더 뽑아서 던졌다.

푹! 푹! 푹!

정의로운 용사의 날개뼈는, 맨몸으로 막아선 키메라들을 간단히 관통하며 쭉쭉 날아갔다.

퍽-!

그리고 움직이지 못하는 마법사의 몸마저 꿰뚫었다.

이번에는 정확하게.

비명도 없었다.

마법사의 상체와 하체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파편처럼 날아갔다. 던전 보스치고 허무한 최후였다.

▶당혹: 저리 쉽게 처리될 보스가 아니었는데요…. 중등교육과정부터는 10명의 생도가 협력할 수 있는 까닭에 전반적인 난이도가 대폭 상향됐거든요. 강한수 생도님의 입학시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요.

교생 아가씨. 이게 전략이란 거야.

이 마법사의 진가는 연구실 내에서 싸울 때 발휘된다.

단단한 벽으로 둘러싸인 수많은 방을 순간이동 마법으로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벌고, 제어가 힘들어서 연구실 지하에 가둬둔 강력한 키메라를 풀어놓는 방식으로 싸운다.

마법사가 눈 감고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연구실 안에서 싸웠다면, 아무리 나라도 꽤 시간을 허비했을 것이다.

“강해진다는 게 별거 있나. 따라와.”

나는 연구실 입구에서 잡것들에게 손짓했다.

통제를 벗어난 키메라들은 자기들끼리 싸우기 시작했기에 신경 쓸 필요 없었다.

“우웈!”

“천인공노할….”

“오! 신이시여.”

“이런 짓을!”

따라 들어온 성기사와 사제들이 부들부들 떨며 한마디씩 했다. 비위가 약한 자들은 토악질하기 바빴다.

고상하게 불러서 연구실이지, 내부는 그야말로 인체 실험장이었다.

천사는커녕 키메라조차 되지 못한 시체들이 쌓여있고, 기형적인 모습으로 묶여있는 인간도 있었다.

살아있는 채로.

“주, 죽여.”

“죽여줘, 제발….”

나는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며 계속 나아갔다.

이 던전에서 할 일은 크게 2가지.

그 첫 번째였던, 성녀A를 정신적으로 굴복시키는 건 완료됐다. 이젠 내게 비협조적이었던 토마토 대신 성녀를 지킬 새로운 성기사가 필요했다.

꼭 1명일 필요는 없다.

“너하고 너. 내 말을 잘 들어.”

“옙!”

“네, 용사님!”

능력은 상관없다.

부족한 능력은 내가 채워줄 수 있으니까.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절대적인 충성심이다.

그리고 내가 뽑은 성기사A와 성기사B가 여기에 딱 부합했다. 끝까지 농성할 각오를 다지던 성녀A에게 성문을 열도록 종용한 충신들이다.

나는 그 공을 잊지 않았다.

“Wuuuu…!”

우리 앞에는 꽁꽁 묶인 키메라가 있었다. 너무 강력해서 마법사가 제어를 포기한 놈이다.

이런 놈이 연구실에 10마리쯤 있다. 그리고 비상시에 바로 죽일 수 있도록 안전장치 또한 마련해놨다.

“할 일은 간단해. 네 검으로 저 키메라의 몸을 찔러.”

“네.”

“그리고 나는 이 레버를 당기고.”

댕강!

키메라의 목이 뚝 떨어졌다.

“헉?!”

“너는 막대한 경험치를 흡수하며 강해지는 거지. 앞으로는 너희 둘이 토마토를 대신하는 성왕국의 영웅이다.”

“아아!”

절대로 과장이 아니다.

호구 같은 용사님이 경험치를 양보해준 덕분에 대폭 강해진 성기사A와 성기사B는 이미 토마토를 능가했다.

스킬 등급이 변변찮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압도적인 레벨이 그 부족함을 메꿨다.

댕강!

댕강!

내게 성왕국을 바칠 성기사A와 성기사B는 무럭무럭 성장했다. 그리고 이 작업이 끝났을 때쯤, 우리는 중심부에 도착했다.

“빨리 와서 그런가? 제법 멀쩡하네.”

천사의 시체가 거대한 유리관 안에 들어있었다.

키메라 재료로 살점을 조금씩 뜯어가면서 양팔은 뼈만 앙상하게 남아있었다.

1회차 때는 뼈도 안 남고 천사의 머리통과 날개만 있었는데.

상태가 매우 양호하다고 할 수 있다.

“어찌 이런 짓을….”

성녀A가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동족을 해부하는 것보다는 훨씬 인간적이지. 천사를 닭이라고 생각하고 한번 봐. 어때? 별거 아니지?”

“용사님. 천사는 닭이 아닙니다. 신을 모시는 고귀한 종족이에요. 그런 천사의 육체를 모욕하는 행위는…. 용사님?”

나는 성녀A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1회차 때는 보지 못했던 특이점을 발견한 탓이다.

▷종족: 카오스 엔젤

▷레벨: 1

▷직업: 시장(도시→경영↑)

▷스킬: 혼돈Z 신성MAX 경영MAX 비행SSS 민첩SSS…

▷상태: 사망, 약화, 불구

능력치가 여전히 존재했다.

소위, 방부제 마법을 써서 시체가 사라지지 않도록 한 몬스터의 박제(剝製)는 살아생전의 능력치가 남지 않는다.

이건 인간을 포함한 동식물도 마찬가지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몸에 남아있는 경험치가 싹 빠지면서 1레벨이 되고, 여기서 더 경과하면 능력치가 완전히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는다.

“시장이라….”

머리통만 남았을 때는 이름 없는 천사A로 치부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지만, 도시의 대표인 시장이라면 촌장A보다는 더 높이 쳐주는 엑스트라였다.

그리고 천사의 도시라면 판타지아 대륙에 하나뿐이다.

엘몰랑도.

“용사님. 무언가 알아내셨나요?”

“성녀A. 이 천사를 부활시킬 수 있겠어?”

“어렵습니다. 거의 모든 힘을 잃고 1레벨로 떨어졌습니다. 제가 부활을 시도하면 육체가 못 버티고 바스러질 겁니다.”

“즉, 레벨만 충분하면 가능하다는 거지?”

“예? 네.”

쨍그랑!

나는 유리관을 부수고 천사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내 경험치를 부여했다.

1레벨→500레벨

키메라와 마법사를 죽이고 쌓인 경험치가 상당했다. 9999레벨이 넘쳐나던 입학시험장이랑 비교하면 새 발의 피지만, 그래도 닭대가리 하나 재활용하기에는 차고 넘쳤다.

“어떻게 이런 일이….”

“진정한 용사라면 이 정도는 기본이지. 얼른 부활시켜봐.”

“네.”

기껏 올려놓은 천사의 500레벨이 부활 비용으로 소모되며 140레벨로 줄어들었다.

“크윽…. 여기는 대체…. 꾸엑?!”

“안녕? 나는 정의로운 용사라고 해. 갑자기 부활해서 혼란스러운 건 이해하지만, 공무로 바쁜 용사님의 질문에 먼저 답해주지 않으련?”

나는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60년 경력의 미소를 지은 채, 천사의 목을 어르고 달래며 부탁했다.

“아, 악마에게 붙잡힌…? 켁켁!”

“부활 후유증으로 아직 정신이 혼미한 모양이네. 닭대가리. 내 눈을 바라봐. 내가 뭐로 보이지?”

“용사 같습니다!”

권장 레벨 900 던전 ‘키메라 천국C’ 원정을 무사히 마친 용사와 잡것들은 성왕국으로 귀환했다.

*

중앙대륙에서 첫 번째로 작업한 만두 왕국보다 성왕국이 먼저 내게 땅문서를 바쳤다.

5개의 파벌 중에서 실질적인 무력을 담당하는 성녀파와 기사파의 지지를 얻어낸 나는, 가장 걸리적거리는 국왕파를 숙청했다.

명목은 아주 많았다.

털어서 먼지 하나 안 나오는 정치인은 드무니까.

토마토보다 강해진 성기사A와 성기사B를 주축으로 재구성된 신생 성기사단이 왕족과 귀족들을 탈탈 털었다.

그리고 하나둘 단두대로 보냈다.

“하지만 나는 관대한 용사님이지.”

탐욕스러운 왕족과 귀족도 쓸모가 있다. 나쁜 짓도 멍청하면 하지 못하는 법이니까.

이들을 전부 죽이면 나라가 마비된다.

1회차 때는 동료들이 시원하게 다 죽여서 실무자가 부족해지고 정치와 경제가 한순간에 쑥대밭이 됐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실무 능력이 전혀 없고 귀족이란 감투만 단 멍청이들만 처분하고 나머지는 아무리 나쁜 놈이라도 살려뒀다.

성기사들의 감시 아래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과로사할 때까지 서류업무를 시킬 것이다.

물론, 안 죽도록 조절은 필수다.

“용사님. 모든 귀족과 왕족이 잘못한 건 아닙니다. 하물며 정치를 전혀 모르는 아녀자들에게까지 일을 맡기는 건….”

성왕국의 실권을 쥐게 된 성녀A가 조심스럽게 항의했다.

나도 그 정도는 안다.

그런데,

“내가 그런 자잘한 것까지 신경 쓰며 시간을 낭비하면, 멸망 예정인 세상은 어느 세월에 구하니? 네가 할래?”

“......”

“나는 오늘 이 천사랑 신성왕국으로 넘어갈 거야. 그러니 성왕국의 사소한 문제는 네가 해결해.”

“저도 용사님이랑 동행을…!”

성녀A가 소스라치게 놀란 얼굴로 외쳤다. 용사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자신을 정말 놔두고 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다.

나는 딱 잘라서 말했다.

“성녀A. 너는 아직 준비가 안 됐다!”

“그, 그렇지만 저는 성녀…. 하아…. 알겠습니다, 용사님. 성왕국에서 당신의 시험을 준비하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성왕국에서 일주일이나 보낸 보람이 있었다.

“자…. 그러면.”

중앙대륙 지도를 펼친 나는 성왕국에 동그라미를 표시했다.

덤으로, 오시면 언제든 나라와 자기를 가질 수 있다는 내용이 적힌 ‘왕비의 친필 서신’이 온 만두 왕국에도 동그라미 했다.

이제, 내 앞을 가로막을 세력은 크게 셋이었다.

1) 요정왕국

2) 상인공화국

3) 신성제국

그리고 마스터 몰랑!

세력은 아니지만, 세력보다 막강한 힘을 가진 위대한 존재는 나로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난감하네. 신성제국을 치면 딱인데.”

신성제국만 흡수하면, 대세에 민감한 상인공화국은 알아서 바짝 엎드릴 것이다. 그러면 고립되는 걸 두려워하는 나서스 왕자가 일찍 쿠데타를 일으키며 요정왕국도 자연스럽게 병합될 터.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마스터 몰랑이 신성제국의 한적한 마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정복하는 과정에서 자극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그건 너무나 위험한 도박이다.

“마약 용사는 생각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네가 단순한 거겠지.”

그렇다면 역으로 접근하자.

나는 신성제국을 맨 마지막으로 미뤘다. 주변 나라를 싹 병합한 후에 평화적인 정치압박으로 나라를 흡수하면 될 것 같다.

“요정왕국으로 가는 거냐?”

“그래. 가장 만만한 게 요정이니까.”

그때, 내 그림자가 출렁이더니 그림자A가 튀어나왔다. 요정인 그녀는 불만 가득한 어조로 말했다.

“용사님. 엘브하임 폐하의 반려인 제 앞에서 요정을 너무 얕잡아보시는 거 아닌가요?”

“두고 보면 알겠지.”

정의롭고 선량한 용사가 성왕국을 출발하여 요정왕국을 점령하기까지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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