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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F급 관심용사-209화 (209/430)

 209화

[12회차] 두근두근 생활기록부

2남 3녀의 용사는 서로를 돌아봤다. 그리고 함께 모험하며 가장 우수한 실력과 리더십을 보여준 남성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엄청나게 약해 보이는 용사였다.

요정처럼 비실비실한 체형과 희멀건 피부, 긴 치마를 입히면 여자라고 우겨도 믿어질 것 같다.

복장은 서민이 입는 평상복.

소환 직후에 그들의 상태는 패잔병이나 다름없었다고 한다. 오랜 야영으로 씻지 못한 그들의 몸에서는 악취가 진동했고, 속옷은 누렇게 변했다고….

마법사A에게 그 설명을 들었을 때는 헛구역질마저 났다.

그래서 그들을 씻기고 새 옷을 지급했다.

“내 이름은 아론. 첫 번째 용사이며 파티의 리더다. 지금부터 6번째 용사에게 묻겠다. 우리가 서대륙에서 열심히 싸우는 동안, 당신은 중앙대륙에서 호의호식하다가 황제에 올랐다. 부끄럽지 않은가?”

“전혀.”

“흥! 아닌 척해도 소용없다.”

“마스터 몰랑께 영광을.”

“영광을!”

“영광을!”

“영광을!”

신성몰랑제국의 단합력은 매우 우수하다.

“......”

“전혀. 보다시피 아주 좋아.”

나름 배웠다는 교직원 일동까지 위대한 마스터 몰랑을 무시했다. 그래서 제자인 나를 매번 불편하게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유야 어쨌든 모두가 위대한 마스터 몰랑을 찬양하고 있었다.

무서우면서도 존경하는 스승님의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한 것 같아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

그런 내가 부끄러워할 리가.

하물며 이 제국은, 내가 아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로 보이게 해줄 훌륭한 감투다.

동기도 충분하다.

내 완벽한 논리를 깨지 못한 용사 아론이 눈에 띄게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고는 또 질문했다.

“6번째 용사에게 묻겠다. 우리 용사의 목적은 5대 재앙과 마왕을 쓰러트리는 것이다. 협조할 마음이 없는가?”

“없지.”

“판타지아 세계는 멸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까짓 황제가 뭐라고 현실을 외면하지? 이 세상이 멸망하면 이 제국도 부질없는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다. 그대는 졸업할 마음이 없는 건가!”

이 야만적인 세계에 깊이 몰입한 용사 아몬드의 말투는 내가 지금까지 만나본 용사 중에서 가장 이상했다. 숨이 탁 막히는 매연으로 가득한 지구 출신으로 보이지 않았다.

1000살쯤 먹은 수호자 같다고 할까?

능력치에 표시된 종족에도 잘 표현되어 있었다.

▷종족: 밀레니엄 휴먼

▷레벨: 999+

▷직업: 용사(경험치 500%)

▷스킬: 체력Z 민첩Z 검술MAX 마력MAX 내성MAX…

▷상태: 긴장

밀레니엄 휴먼(Millennium-Human).

내가 1000살을 살아보지 않은 탓에 직접 확인해보진 못했지만, 단명하는 종족이 1000년을 넘게 살면 ‘밀레니엄’이 붙는다.

그 종족특성은 종족마다 차이가 있는데, 인간은 처음 보았다.

그래서 용사 아론의 ‘밀레니엄 휴먼’을 대상으로 자세히 살펴보기를 했는데, 그것은 꽤 충격적이었다.

▷종류: 종족

▷명칭: 밀레니엄 휴먼

▷등급: 희귀

▷희귀1: 모든 노화가 경험치로 치환된다.

▷희귀2: 모든 경험이 경험치로 치환된다.

▷특성1: 총배설강이 가능하다.

▷특성2: 무성생식이 가능하다.

▷특성3: 이종교배가 가능하다.

▷종족1: 적응력이 우수하다.

▷종족2: 다양한 가능성을 내포한다.

사람이 천 년을 넘게 살면 외래종이 되는 모양이다.

종족특성의 이종교배는 ‘휴먼’의 고유능력이기 때문에 그러려니 넘어가더라도, 총배설강과 무성생식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었다.

인류가 멸망해도 혼자서 다시 인류를 번창시킬 수 있겠군? 유전자의 다양성은 떨어지겠지만.

노아의 방주 같은 종족 효과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종류: 성적기록부

▷이름: 아론

▷전투력: B

▷업적: D+

▷평판: A-

▷인성: B

그림자A의 스킬 ‘교사’로 살펴볼 수 있는 것들이 늘었다.

중등교육과정이기 때문일까? 초월영역 스킬이 둘이나 있는데도 전투력이 B학점이었다.

이건 현재 성적을 뜻하는 거려나?

▶부정: 비슷하면서도 달라요. 이전에 받은 성적표의 평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답니다! 그나저나…. 교직원이 생도에게 다른 생도의 성적기록부를 보여주는 건 교칙에 위배되지만, 생도가 자력으로 직접 보는 건 괜찮으려나요…?

당연히 괜찮지! 시커먼 아저씨가 아닌 교생 아가씨가 융통성 있네!

이왕 말 나온 김에 생활기록부도 열람해보자.

▷종류: 생활기록부

▷이름: 아론

▷성향: 매우 선(善)

▷속성: 열정

▷경력: 1705년

▷기록: 1

▷총평: 재학 중인 중등교육생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 초등교육과정 때부터 열정과 인품은 훌륭했으나 재능이 따라주지 않아서 무척 안타깝다. 하지만 언젠가 그 노력이 결실을 보아서 가장 빛나는 학생이 될 거라고 믿는다.

1705년.

강산이 170번 바뀔 세월이다.

내 61년 경력은 찌그러져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연민 가득한 눈으로 아몬드를 내려다봤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 채 혼자서 계속 뭐라고 떠들고 있었다.

“이봐, 아몬드.”

“내 이름은 아몬드가 아니라 아론이다!”

“그래, 열정 가득한 용사 아몬드. 네 고향의 집 주소나 전화번호, 부모님 성함은 기억하고 있니?”

“갑자기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말을 돌리는 거로 봐서는, 너무나 오래된 정보라서 기억나지 않는 모양이다.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

“불쌍해서 더는 못 봐주겠네. 오늘부터 아몬드는 용사에서 열외. 너의 총배설강과 무성생식을 높이 사서 선택권을 줄게. 잘생긴 하인과 어여쁜 하녀, 뭐가 더 좋니? 아! 혹시, 둘 다인가? 내가 졸업시켜줄 테니 그때까지 미남미녀들에게 둘러싸인 채 푹 쉬고 있어.”

“누구 멋대로 쉬라는- 컥?!”

“닥치고 쉬어.”

털썩.

정의로운 용사의 날개뼈가 요추(腰椎) 4번과 5번 사이에 박힌 1705년 묵은 아몬드가 쓰러졌다.

그는 졸업할 때까지 허리디스크로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그 대신에 미남미녀들이 온종일 그의 허리를 마사지해주고 간호해주리라.

1705년 동안 고생했으면 보답받을 때도 됐지!

▶감동: 다른 생도까지 생각해주는 강한수 생도님의 선량한 마음씨를 보고 있자니, 절로 눈물이 나오네요, 훌쩍.

고작 이 정도로 울기는. 교생 아가씨는 감수성이 풍부하네!

“나머지는…. 변변찮군.”

능력치, 외모, 생활기록부, 성적기록부.

황궁 최고의 하인과 하녀들에게 부축을 받으며 퇴장한 아몬드 외의 용사들은 특별한 게 없었다.

“6번째 용사- 아니, 황제 폐하. 저희를 어쩔 생각이시죠?”

아몬드 다음으로 나선 용사는 여성이었다. 두 번째로 소환된 용사라는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나는 그녀의 질문에 1초쯤 생각한 후에 답했다.

“다시 모험을 보내야지. 그게 용사가 할 일이잖아? 싫다면 은퇴해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같은 용사 출신으로서 너희의 결혼, 취업은 책임지고 도와줄게.”

도살장에 끌려온 돼지 같은 얼굴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사회부적응자들이 사회에 무사히 안착할 때까지.

거참! 이 MAX급 용사님의 오지랖이란….

“그러면 세상은 누가 구하죠?”

“내가.”

내후년까지 중앙대륙과 북대륙을 통일한 후에 하나씩 해결할 것이다.

“설마, 혼자서요?”

“당연하지.”

“그건 지나친 만용이에요! 초등교육장의 5대 재앙처럼 쉽게 생각했다가는 실패할 거예요!”

“닥쳐. 만용인지 아닌지는 내가 판단해. 자! 그러면 슬슬 내가 질문할 차례로군.”

“...하세요.”

나는 아까부터 궁금했던 내용을 용사2에게 물었다.

“알렉스와 라누벨은 어떻게 됐지?”

공간이동 마법으로 소환된 건 용사들뿐이었다. 함께 떠났던 알렉스와 라누벨은 없었다.

내가 수시로 그들의 ‘교내활동’을 열람했다면 이런 질문을 할 필요가 없었겠지만, 나는 스토커가 아니고 한가하지도 않다.

용사2가 침울한 어조로 대답했다.

“저희는 망령왕 섹스피어에게 패배했어요. 놈의 필살기를 맨몸으로 막아선 알렉스 씨가 죽고, 적으로 되살아나면서 우리는 압도적인 열세 속에 후퇴했습니다.”

알렉스가 죽었단다.

나는 씰룩거리는 입가를 애써 억누르며 대답을 재촉했다.

“라누벨은?”

“북대륙에서 합류한 동료들이랑 함께 남아서 홍수처럼 몰려오는 망령들을 상대하고 있을 거예요. 어쩌면 이미…. 흑! 저희는 마력이 거의 떨어진 그녀의 순간이동 마법으로 귀환할 수 있었고요. 하지만 정작 라누벨 양은 마력이 모자라서 탈출하지 못했어요.”

“또 탈주했군.”

“예?”

“혼잣말이야.”

귀여운 척하는 라누벨은 탈출하지 못한 게 아니다. 고의로 하지 않은 것이다.

아무튼,

“다음 질문. 천사의 협력 없이 무모하게 왜 돌진했지?”

서대륙에 있는 그들을 보면서 늘 느끼던 궁금증이다.

교생 아가씨의 설명에 따르면, 천사들의 힘으로 5대 재앙의 필살기를 막아야만 공략할 수 있다.

나는 신성이 ZZ등급이라 예외지만, 이들은 아니다.

그런데 왜 자살하러 서대륙까지 갔을까?

“예?”

...아무래도 공략법을 모르는 모양이다. 용사 아몬드가 1705년 동안 졸업하지 못한 이유도 이해가 됐다.

하지만 좀 놀라운걸. 어떻게 1705년 동안 모를 수 있지?

▶변호: 모를 수도 있어요! 초등교육과정에서는 천사가 아예 없었기에 생소한 종족이니까요. 그리고 천사들의 도시 엘몰랑도까지 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외부활동 중인 천사를 만나서 신뢰를 쌓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야만 해요.

지긋지긋한 평판작업이란 거군!

천사의 도움을 받는다는 발상의 전환이 없으면 영원히 박치기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용사 아몬드. 당신은 대체…. 몰랑.

“아무튼, 잘 돌아왔다, 용사 제군들. 알렉스와 라누벨을 잃고 상심이 큰 그대들에게 푸짐한 상금- 어흠! 위로금을 하사하겠다. 닷새 동안 쉬면서 모험을 계속할지, 제국을 위해 일할지 결정하도록. 그러면 이제 7번째 용사만 남았군. 기다리느라 수고했다.”

나는 따끈따끈한 신입생을 돌아봤다.

어딘가 모자라게 생긴 얼굴은 돌아서면 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어딘가에서 본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의 생각을 읽어보기로 했다.

‘으으. 용사의 탈을 쓴 마왕을 또 만나게 될 줄이야! 심지어 시작 왕국의 황제? 허허! 용사 페스티벌에서도 내 앞길을 가로막더니 중등교육과정에서도? 진짜 미치겠네!’

흠. 여전히 모르겠다.

그래도 지난 용사 페스티벌에서 내게 덤볐다가 죽은 초등교육생A였다는 것만은 그의 생각을 통해서 추측할 수 있었다.

다음은 생활기록부를 보자.

▷종류: 생활기록부

▷이름: 레온

▷성향: 중립

▷속성: 경쟁

▷경력: 225년

▷기록: 2

▷총평: 지는 걸 싫어하는 특유의 경쟁심과 재능이 상승작용을 일으킨 우수한 학생이다. 이기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유일한 흠. 상대평가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몇 년 전부터 어떤 이상한 학생 때문에 주목받지 못해서 무척 안타깝다.

어떤 이상한 학생? 누군지 정말 궁금한걸!

“용사 레몬.”

“이름이 조금 틀리긴 했지만 이제야 내가 기억난 모양이군! 그렇다, 강한수! 너의 라이벌 레온이다!”

“라이벌이라…. 즉, 내 경쟁자란 말이지?”

“그렇다! 내 도전을 받아들이겠느냐?”

“얼마든지 받아주지.”

나는 걸어오는 도전을 피하지 않는 용사다.

“오! 드디어 나를 인정해주는….”

“모두 들었겠지? 짐을 암살하겠다고 선언하는 저 반역자를 슬라임으로 가득한 지하감옥에 가두고 미쳐버릴 때까지 고문 후 처형하라.”

“자, 잠깐!”

이 용사님은 걸어오는 후환을 남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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