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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F급 관심용사-331화 (331/430)

 331화

[21회차] 아름다운 판타지아

“노래를 잘하는 나를 납치해도 소용없어. 내 사직서를 본 할머니가 화내시면서 판타지아 교육장에 가둬버렸거든.”

“아하!”

음악 선생은 이미 판타지아 세계에 귀속된 상태였다. 그래서 도망치지 않고 이렇게 내 앞에 당당히 돌아다닐 수 있는 거겠지.

유령에게 살해 협박이 안 통하는 것처럼.

▷짜증: 후배여! 그녀가 내게 돌아올 수 없다면, 누구도 만질 수 없게 가둬라. 그리고 확보한 7명을 본진에 대기 중인 안드로이드와 전송장치를 통해서 내게 보내도록. 그것으로 우리의 계약을 완료하겠다.

가출선배. 서두르지 마세요.

공명정대한 MAX급 용사님은 계약 선수금으로 도덕 선생을 이미 넘겼다.

그리고 내가 현재까지 확보한 선생은 총 7명이다.

수학, 가정, 수영, 화학, 원예, 교무부장, 연기.

여기에 눈앞의 음악 선생까지 포함하면 8명으로 완수한 셈이지만, 아주 사소한 문제가 생겼다.

“음악 선생.”

“씨디엘이라고 불러.”

“그래. 씨디.”

“애칭은 허락하지 않았거든? 하지만 내가 더 노래 잘하는 어른이니 특별히 허락해줄게!”

“거참...”

“아차차! 남편의 전달사항이야. 할머니를 따르는 교사들을 전부 이곳으로 몰아넣었대. 조만간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교감으로 출마할 예정이니 투표 못 하게 막아달라고 부탁. 후후! 내 남편이 출세하는구나!”

“다른 건?”

“더러운 리코더에게 교사들을 넘기지 말아달래. 비앙카 빼고는 전부 재혼해서 아이까지 생겼거든. 그들을 회유하려면 부부를 갈라놓으면 안 된다고 당부. 이해했지? 노래 잘하는 나를 건드리면 큰일 나. 내 남편은 교감이 될 사람이거든!”

“......”

이 닭대가리의 주둥이를 때려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가출선배랑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

판타지아 교육장의 교감 자리를 노리는 베이커리의 계획이랑 상반되기 때문이다.

가출선배. 들으셨지요?

▷당당: 재혼해서 아이가 생겼어도 내가 알 바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그녀들이 낳은 나의 아이들이 우선이지 않은가? 그리고 후배여! 잊지 마라. 우리는 계약했다.

우리는 가출선배에게 교사를 넘기는 대가로 학생을 지원받는다.

베이커리의 계획대로 질 좋은 교사를 회유하는 건 좋다.

하지만 교사가 가르칠 학생이 없다면 그 학교는 유지될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가출선배랑 거래를 끊지 못했다.

그때, 씨디가 말했다.

“나는 시청에서 일하는 중이라 모르지만, 남편 말로는 조만간 학생들이 꽤 입학할 거래.”

“...그게 무슨 뜻이지?”

“나는 음악이랑 남편 외에는 관심 없어서 자세히는 몰라. 하지만 친구가 보건 선생이라서 간간이 주워들은 정보는 있어.”

보건 선생.

내가 11번째 손가락에 항상 착용하고 있는 행운의 반지를 선물해준 교사다.

▷제안: 후배여! 그녀의 헛소리를 무시하고 당장 가둬라! 그러면 신입생 지원을 2배로 늘려주겠다!

하하! 가출선배. 거래는 밀고 당기는 것 아니겠습니까?

헛소리를 한 번 들어보죠.

“씨디. 말해봐.”

“노래 부른 것도 아닌데 말을 많이 했더니 목말라. 카페부터 가자.”

“......”

“꺅?! 내가 뭘 잘못했다고- 켁켁! 야! 목은 잡지 마! 가수에게 목이 얼마나 소중한 줄- 켁켁?! 미안해! 잘못했어!”

“경추로 노래해볼래?”

“아, 알겠어. 비싼 카페 말고 집으로 가- 꺅?!”

“말이 안 통하네!”

그녀가 시청에서 일하는 시간보다 직장 상사에게 혼나는 시간이 더 많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쏘시아가 불쑥 끼어들었다.

“남편. 이젠 내가 얼마나 똑똑하고 유능한 아내인지 알겠지?”

“이 닭대가리가 이상한 거야.”

“이상하지 않아. 내가 쭉 살펴본 바로는, 씨디엘은 판타지아트에서 가장 정상적인 여성이야.”

“...쏘시아.”

“응.”

“추하다.”

“또 왜?!”

그걸 정말 몰라서 물어?

도시X의 거리를 지나가는 정의로운 용사님을 발견한 여성 영웅들이 흠모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저들이 정상이다.

너랑 씨디가 이단이고.

우주에서 가장 고귀한 최초의 정령.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잘못된 사상에 빠진 비겁한 조카를 옹호해줄 셈이냐?

“조카야! 추하다!”

“이모님까지?!”

“야만용사는 객관적으로 절세미남이다. 내가 우주에서 가장 고귀한 최초의 정령이라서 잘 안다!”

“그게 무슨 논리예요?!”

“추하다!”

“아씨! 집에나 얼른 가요!”

획-

도시X의 외곽에 도착한 쏘시아는 허허벌판을 향해 마법봉을 가볍게 휘둘렀다.

쿠구구구-

그러자 눈 깜짝할 사이에 석조건물이 생겨났다.

크기는 도시X에서 가장 큰 시청보다 2배는 더 넓은 면적에 3층 높이로 지어졌다.

그야말로 창조신이기에 가능한 비효율과 허영심의 극치였다.

“그렇게 말할 것까진 없잖아!”

“생각을 읽지 마.”

“궁금한 걸 어떻게 해! 네가 딴 여자 생각하는 게 싫은- 아앗...”

“...쏘시아?”

“아무 말도 하지 마. 몰랑이에게 물리기 싫으면.”

몰랑? 몰랑!

“비겁하다! 치트키나 다름없는 마스터 몰랑을 내세우다니!”

“모, 몰라!”

얼굴이 새빨개진 비겁한 마누라는 먼저 저택으로 들어갔다.

내 손아귀에서 풀려난 씨디가 히쭉히쭉 웃으며 말했다.

“좋을 때네~♪”

“닥쳐.”

“얼른 들어가자. 나, 목말라. 목마르면 목이 아프고, 목이 아프면 말하기 싫어져. 그래서 연주도 잘해.”

“하아...”

나는 손끝으로 관자놀이와 태양혈을 힘주어 꾹꾹 문지르며 두통을 완화했다.

▷경고: 후회할 것이다.

역시! 가출선배는 대단합니다.

저에게 경고를 두 번이나 한 사람은 선배가 최초거든요. 아마도?

나는 쏘시아와 씨디를 뒤따라 저택으로 들어갔다.

자! 신입생을 어떻게 모을지 이야기를 들어볼까.

*

이야기에 앞서서, 우리는 판타지아 교육장의 시장규모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여기서 시장규모란, 단순히 금전적인 것만을 얘기하지 않는다.

자원, 기술, 인재.

우주에서 취급하는 가치는 크게 이 셋으로 나뉜다. 하지만 행성 하나에서 아웅다웅하는 규모의 경제랑 개념이 조금 다르다.

“우주에서 귀하게 취급하는 자원은 딱 둘이다. 솔로가 가득한 세계에서 탄생하는 차가운 금속 솔로늄. 사랑이 가득한 세계에서 탄생하는 따뜻한 금속 로맨티넘.”

잡다한 자원은 우주에 많다.

금, 은, 미스릴, 헬레늄, 에르텔, 하컨테티리움, 스페시움, 오리하르콘, 아다만타이드, 락토테리움, 갈보른, 진은, 히히이로카네, 드래고니움, 페이릴, 머큐리, 23식, 세네하가리스, 스타듐, 비브라늄...

달보다 큰 소행성 하나가 통째로 금덩이인 경우도 있다.

그래서 우주 진출에 성공하면 그전까지 비싸게 취급되던 금속들의 가격이 폭락한다.

“씨디. 사족이 길다.”

“좀 들어봐. 판타지아 행성은 기술과 인재는 평균 수준이지만, 로맨티넘 산출지로 유명해.”

“하아?”

나는 분명히 신입생에 관해 이야기하자고 했다.

그런데 씨디는 아까부터 우주의 자원 얘기를 하고 있었다.

“이제 본론이야.”

“누가 뭐래?”

“판타지아 행성은 로맨티넘이 생산될 만큼 사랑과 우정이 가득해. 학생에게 질문! 여기서 저출산, 이혼, 낙태, 고령화 같은 소식을 들어본 적 있어?”

“바로 너.”

“더러운 리코더는 아주 특수한 경우고!”

“...그러면 없네.”

하지만 여전히 본론이랑 거리가 먼 것 같은데?

“이제 진짜 본론이야! 그러니 노려보지 마.”

“......”

“학생들은 판타지아 세계를 모험하며 만난 동료들이랑 사랑을 나누고 아이를 낳아. 그래서 교육장에서도 전통처럼 남성 용사를 선호하는 편이야. 여성 용사는 임신하면 1년 가까이 모험이 중단되거든.”

“...그래서?”

씨디가 대충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말을 아꼈다.

관계자에게 직접 듣고 싶었다.

“용사와 원주민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세계가 회귀해서 사라지면 어디로 갈까?”

“보관해둔다고 들었다.”

예전에 진학상담사 베이커리가 내게 그렇게 말했다.

“맞아. 학생이 중등교육과정이나 고등교육과정을 이수하면 포상으로 데려갈 순 있지만, 대다수 학생은 초등교육과정에서 끝나기에 찾아가지 못하는 형편이야. 영원히.”

“...그들을 깨워서 신입생으로 입학시킨다는 건가?”

“정확해.”

나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부모의 허락이나 인도적인 측면 같은 문제가 머릿속에 엄청나게 떠올랐지만, 한편으로는 공작Q의 아카데미에서 잘 지내는 아들 카리스의 모습도 겹쳐 보였다.

쏘시아가 끼어들었다.

“씨디엘 씨. 한 가지 질문이 있어요. 여태까지는 그 2세대들을 왜 신입생으로 안 받았나요?”

“적성을 알 수 없어서요.”

“아...”

“그래도 2세대들을 계속 쌓아둘 순 없어서 조금씩 풀었어요. 그들은 판타지아 토박이라서 소환이 아닌 환생으로 시작했죠. 쏘시아 씨의 남편이 그랬던 것처럼.”

“...나는 왜 소환이 아니었지?”

늘 의문이긴 했다.

졸업했다가 지구에서 죽고 다시 끌려온 동창A와 루크는 환생이 아닌 소환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망국의 공주님 자궁에서 귀여운 아기로 시작했다.

무슨 차이지?

“마왕 페도나르.”

“장인어른?”

“이건 명백한 우리의 실수인데, 그건 단순한 오류가 아니었어. 마왕은 그때 이미 너를 2세대로 등록- 콩가루 같으니 후계자라고 할까?”

“오! 미친!”

“하지만 고마워해야 해. 마왕의 안배가 아니었으면 너는 남들처럼 소환되지 못하고 영혼째 소멸했을 거야. 더러운 리코더가 마왕을 죽이려고 깔아둔 함정이 허술할 리 없잖아~”

“......”

가출선배. 우리의 케케묵은 원한을 청산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동의: 그렇다, 후배여. 그건 엄연한 사고였다. 너를 마왕으로 오해한 부하의 실수지. 우리 사이에는 아무런 원한도 없다.

“쏘시아. 따라와.”

“어디 가게?”

“판타지아 차원에서 가장 잘생긴 MAX급 남편님이 특별히 달구경을 같이 해줄게.”

“응? 달은 여기잖아?”

“싫으면 말고.”

“싫다고 한 적은 없거든? 멋대로 착각하지 마.”

찰싹.

비겁한 마누라는 팔짱을 끼면서 내 옆구리에 바짝 붙었다.

“좋을 때네~♬”

“너도 따라와.”

“싫어. 나는 매일 보는 풍경이라서 질렸거든.”

“싫으면 말고.”

“너처럼 배려심 없는 남자에게는 내 노래를 안 들려줄 거야. 노래 잘하는 숙녀가 거절해도 3번 부탁하는 게 예의야. 비앙카에게 잘못 배웠- 야! 같이 가!”

▷설명: 후배여. 판타지아 차원에서 태어난 2세대는 무능하다. 마왕 토벌을 포기하고 가정을 꾸린 무능한 FFF급 용사들의 사생아다. 그것들을 학생으로 받으면 시간 낭비... 후배여. 내 얘기를 듣고 있는가?

나는 쏘시아의 허영심으로 가득한 저택 밖으로 나왔다.

고개를 들어서 올려다본 시커먼 하늘에는 새하얀 구름에 뒤덮인 판타지아 행성이 있었다.

...제법 운치 있군.

아직 심해에도 도달하지 못한 지구의 과학자들이 우주여행에 목을 매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이 진귀한 풍경을 혼자 보기에는 아깝지.”

뿅! 뿅! 뿅! 뿅! 뿅! 뿅! 뿅!

나는 예쁘게 포장해둔 교사들을 마신의 창고에서 몽땅 꺼냈다.

수학, 가정, 수영, 화학, 원예, 교무부장, 연기.

팔다리가 꽁꽁 묶여서 꼼짝달싹 못 하는 그녀들은, 무중력 공간인 우주에 두둥실 부유했다.

“우, 우주?!”

“여기는 어디... 어?”

“잠깐! 대화를-!”

“...미안해요.”

“나를 당장 풀어- 히익?!”

“살려줘! 잘못했어!”

“강한수 학생-!”

남편도 아닌 잘생긴 용사님께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모양이지만, 그럴 시간에 저 풍경이나 더 봐두라고 충고해주고 싶다.

【인간】

곧 사라질 테니까.

“진즉 이럴걸. 아디오스♪”

번쩍-!

공명정대한 MAX급 용사님은 사악한 교사들을 전멸시켰다!

자비를 베풀어서, 고통은커녕 사망원인조차 모를 것이다.

쏘시아. 뒷일을 부탁해!

“으앙! 네가 잘생기면 다야?! 행성 좀 그만 부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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