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관심용사-335화 (335/430)

 335화

[21회차] 너희, 바보지?!

“대체 왜~!”

“아내의 음탕한 몸을 만지면서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얘기를 들어보세요, 주인님.”

“......”

“자, 잠깐만! 의사소통이 또 꼬였어! 나는 음탕하지 않은 고귀한 노예라... 그만해! 잘생긴 남편님에게 잘할 테니까!”

“......”

예상하긴 했지만, 내 비겁한 마누라가 정신분열 증세를 보였다.

저거, 괜찮겠지?

얼굴이 새빨개진 그녀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괜찮아. 고모랑 합쳐지는 것보다는 100배 낫지.”

“그런 끔찍한 생각을 해내다니! 아직 악마가 맞네, 쏘시아.”

“쏘시엘이라고 불러. 그녀가 섭섭해할 테니까.”

“흠... 쏘시떡은 어때?”

“싫어! 진짜 싫어! 당신도 저기에 솔깃하지 말아요! 저 이름은 인격 모독, 말살이잖아!”

“마누라. 그래서 이유는?”

악을 무찌른 정의로운 Z급 용사님이 고향별로 귀환할 수 없는 타당한 근거를 듣지 못했다.

쏘시엘 왈.

“지구의 표현으로 말하면, 고모는 우주의 유력한 존재들을 아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판타지아 차원의 채권을 뿌렸어.”

“채권...?”

“아, 미안. 이과였지.”

“이과를 무시하지 마라~!”

내가 채권을 정말 몰라서 되물은 게 아니다. 너무나 뜻밖의 단어가 튀어나와서 그랬다.

채권(債券).

국가나 회사가 일반인에게 돈을 빌리고 ‘나 믿지? 언제까지 갚을게!’라고 써주는 계약서다.

안정성과 수익이 보장된다면 화폐의 역할도 대행할 수 있다.

그렇다면 판타지아 교육장의 신용도는 어떨까?

“잊었어? 판타지아 차원은 희귀금속 로맨티넘 산출지야. 교육이념으로 사랑과 우정을 무작정 강조한 이유도 그 때문이고.”

“...그래서?”

“고모가 발행한 채권을 전부 회수하지 못하면 우리는 어마어마한 빚더미에 앉게 돼. 채권자들에게 영원히 쫓기는 신세가 된다는 뜻이지.”

“파르마엘에게 책임지라고 해.”

“유감스럽게도 이건 개인 빚이 아니야. 교육장 빚이지.”

“교육장을 팔면?”

“우리의 몸도 같이 팔리는데?”

“아, 그렇군.”

판타지아 교육장의 핵심인 시스템은 ‘마왕’과 ‘교장’의 힘으로 운영되고 있다.

분리할 수 없다는 뜻.

정의로운 용사님이 악(惡)을 물리쳤지만, 그 비만 천사가 남긴 똥이 너무나 거대했다.

“방법은 정상운영뿐인가...”

“맞아. 판타지아에서 생산되는 로맨티넘을 팔면서 조금씩 부채를 갚아가면 돼.”

“휴가로 다녀오는 건?”

“무리. 우리가 판타지아 차원 밖으로 나가면 힘의 공급이 끊기면서 시스템이 마비돼. 그야말로 지옥이 펼쳐질 거야. 남편님과 내게 허락된 휴양지는 이웃하는 페스티벌 차원, 파르마엘 행성계뿐이야. 여기는 언제든지 다녀올 수 있어.”

“용사 페스티벌이 열리던 그곳?”

“응.”

“결정됐군!”

“뭐가?”

“부모님을 그곳으로 이주시킨다.”

“아! 남편님. 천잰데?”

“Z급 용사라면 기본이지.”

내가 고향별 지구로 돌아가려는 이유는 부모님께 효도하기 위함이다.

고상한 문화시민의 삶은 부차적인 이유에 지나지 않는다.

“야만용사! 효자다!”

“그래. 많이 찬양해라.”

정의로운 Z급 용사님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대충 정리된 듯했다.

돈벌이는 마누라에게 맡기고, 페스티벌 차원에서 부모님께 효도하며 지내는 것이다.

“최악의 남편님이잖아?!”

“MAX급 남편님이 출세시켜줬으면 됐지.”

뭘 더 바라냐?

“남편님 덕분에 교장이 되긴 했지만, 내가 운영하면 망해.”

“왜?”

“내 운명은 두 번째니까. 그래서 어떤 사업이든 내가 주도하면 실패하고, 옆에서 보좌할 때만 유의미한 성과가 나와.”

“...전문경영인을 붙이면?”

“안 돼.”

“그건 또 왜?”

“언제나 두 번째인 나의 첫 번째는 오직 너뿐이니까. 너만이 나를 마음대로 부릴 수 있어.”

“......”

내가 알던 비겁한 마누라는 이처럼 솔직한 성격이 아니었는데?

벌써 후회하기 시작한 쏘시엘이 양손으로 자기 얼굴을 가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나는 이제 글렀어...”

“이 MAX급 남편님이 척추를 쓰다듬어줄 테니 진정해.”

“그걸로 진정될 리- 흐응? 갑자기 온몸이 나른해졌어...”

“나머지는 내일 생각하자고.”

나는 흐물흐물해진 마누라를 안고 저택으로 향했다.

둘이 하나로 합쳐졌으니까.

척추만 변했을 리 없다. 어디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좋을 때네~♪”

“Seeeeex~”

섹시한 가오리와 씨디의 목소리는 신경 쓸 필요 없다.

*

밤새 검사한 마누라의 건강진단은 ‘매우 건강함’으로 나왔다.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도 진단결과가 믿어지지 않아서 20번이나 재검사했으니 믿어도 좋다.

그녀는 매우 건강하다!

“이게 건강해 보여? 밤새 죽는 줄 알았어!”

“쏘시엘. 엄살 부리지 마. 멀쩡히 잘 살아있잖아? 네가 건강하다는 증거야.”

“내 조카는 아주아주 건강하다! 히히히!”

“우으으...”

“이제 일하자.”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

부정부패가 만연했던 교직원 개편부터 비효율적인 교육과정의 재조정까지.

대륙 곳곳에 숨어있는 시스템 버그와 오류도 잡아야 했다.

쏘시떡이 설명했다.

“그렇게 부르지 마.”

“나는 좋은데...”

“우리만 좋은 거야! 아앗?! 하여간 절대 안 돼!”

“설명이나 해.”

“예전에 남편이 고모랑 신나게 싸우면서 69%나 망가졌었던 시스템은 깔끔하게 고쳤어. 문제는 이미 생성된 버그야. 그것들은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잡는 수밖에 없어.”

“교사들에게 시키자.”

내가 고안하긴 했지만, 정말 합리적인 생각 같다.

“나중에 교무실도 찾아갈 예정이긴 한데, 거기는 고모를 찾는다고 일손을 너무 많이 차출하는 바람에 업무가 밀려서 허덕이고 있어.”

“교생 아가씨를 추천할게!”

“이미 투입했어.”

“어? 언제?”

“남편이 나를 괴롭히는 모습을 빤히 구경하길래, 놀지 말라고 교무실로 보냈어.”

“횡포다-!”

“이건 횡포가 아니라 당연한 조치거든?!”

“교생 아가씨. 미안해.”

나는 악(惡)을 물리치기 위해 더 큰 악(惡)을 불러들인 게 아닐까?

때늦은 후회가 몰려왔다.

그 악(惡)이 발끈했다.

“멀쩡한 아내를 악으로 규정하지 마! 그리고 교생 아가씨는 무척 기뻐했거든?”

“그, 그럴 수가...”

오랫동안 함께 동고동락해온 비밀 친구는 내가 싫었단 말인가?

“어째서 너는 교생 아가씨 얘기만 하면 바보가 되는 거야?”

“예쁘잖아?”

이유가 더 필요해?

“하아... 남편. 오해하지 마. 그녀는 교생에서 정식 교사로 채용돼서 기뻐한 거니까. 다음에 만날 때는 도덕 선생이 되어있을 거야.”

“오오-!”

야만적인 판타지아 세계의 인성이 바로잡힐 날이 머지않았군!

“열정으로 가득한 그 아가씨가 남편에게 물든 것 같아서 살짝 걱정되긴 하지만...”

“걱정할 거 없어!”

몸도 마음도 예쁜 교생 아가씨라면 잘 해낼 것이다.

우리는 떠날 준비를 서둘렀다.

몰랑소프트의 감찰단이 들이닥치기 전에 버그를 잡고 최적의 교육환경을 꾸며야 한다.

쉴 틈이 없었다.

“존경하는 쏘시엘 교장님~!”

시청에서 일하고 있어야 할 전직 음악 선생 씨디가 우리를 향해 후다닥 날아왔다.

그리고는,

털썩!

자존심이고 뭐고 쏘시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무슨 일이죠?”

“교장님! 노래를 너무 부르고 싶어요. 엉엉!”

“부르면 되잖아요.”

“악마 같은 선배가 업무 중에는 노래를 못 부르게 해요!”

“......”

너무나 당연한 얘기라서 딱히 해줄 말이 없었다.

씨디가 서둘러 덧붙였다.

“할머니에게 복종하기 싫어서 사직했지만, 학생들에게 다시 제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요!”

“...남편?”

“판타지아 차원에서 가장 잘생긴 강한수 학생님! 제발...!”

두 여성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용건은 씨디의 복직.

판타지아 차원에서 가장 잘생긴 용사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흔쾌히 수락했다.

“단순해... 흠흠. 교장 쏘시엘이 명합니다. 천사 씨디엘, 당신을 교사로 임명합니다.”

“감사합니다! 야호! 드디어 해방이다! 열심히 할게요!”

뾰로롱~♬

만세를 외친 씨디가 특수한 멜로디와 함께 사라졌다.

그리운 과거의 직장으로.

이때, 어제부터 쭉 얌전히 있던 녀석이 말문을 열었다.

“아버지. 저는 어떻게 할까요?”

젖살 가득한 소년의 티를 벗고 젖살 없는 소년이 된 쑥떡이었다.

...왜? 맞잖아?

성장이 무척 느린 이 양아들은 파르마엘에게서 찰떡이 분리될 때 튕겨 나왔다.

현재는 누구에게도 속박되지 않은 독립된 생명체.

학생이나 다름없다.

▷종족: 그린 드래곤 로드

▷레벨: 999+

▷직업: 초월자(한계→돌파↑)

▷스킬: 신앙GGG 생명GG 대형G

영재G 포용G…

▷상태: 불안, 긴장, 사도

종족부터 스킬까지 무지막지한 능력치.

완벽한 신(神)에게는 상대가 안 되겠지만, 판타지아 차원에서 맞고 다닐 일은 없을 것이다.

나와 쏘시엘의 사도이기도 하다.

【암흑】

【백광】

신격 ‘인간’과 ‘척추’도 빌려주고 싶었지만, 내 능력의 부족으로 깔끔하게 실패했다.

남에게 대여해줄 수준은 아직 아니라는 의미.

하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더욱 성장, 발전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뜻이기에.

나는 쑥떡에게 말했다.

“쑥떡아. 내가 너에게 따로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조용히 따라오라는 뜻이었어. 깜빡한 게 아니야.”

“...비겁한 남편. 쑥떡의 양육을 훌륭히 해온 습관 탓이라고 왜 말을 못... 아앗?! 또 꼬였어! 우리, 의견이 너무 안 맞는 거 아니야?!”

“쑥떡에게는 아주 중요한 임무를 맡길 거야.”

“뭔데?”

“그녀가 하던 일.”

우리는 위성A를 떠나서 판타지아 행성으로 귀환했다.

*

감찰단이 오기까지 앞으로 300일쯤 남았지만, 그 일수를 꽉꽉 채울 수는 없었다.

사전테스트를 해봐야 하니까.

하루라도 빨리 작업을 마무리하고 테스트해본 후, 놓치고 넘어간 세세한 문제점들을 보완해야 한다.

현재까진 순조롭다.

“위대한 마왕이시여. 이것이 용사에게 지급될 몰랑폰2입니다. 그리고 저 하늘에 대기 중인 비행선이 업그레이드를 거친 몰랑포스2. 마왕님을 번거롭게 하는 존재들을 말살시킬 겁니다.”

“멋지군.”

우리는 서대륙부터 방문했다.

종결자 섹스피어는 모든 용사에게 보급될 예정인 몰랑폰2를 내게 건내면서 새로운 발명품을 소개했다.

“존경하는 마왕님과 아름다운 교장님. 몰랑포스2에 배치될 이 안드로이드의 능력치를 봐주십시오.”

▷종족: 슈퍼 안드로이드

▷레벨: 1

▷직업: 학자(지식=마술↑)

▷스킬: 마술F 마력F 학습F

▷상태: 연동

“미미하군.”

능력치는 보잘것없었다.

마왕의 탑을 지키는 보리스처럼 최고급 재료로 제작되지 않았기에 내구력도 형편없었다.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섹스피어가 추가로 설명했다.

“최대한 저렴한 재질을 사용했습니다. 용사가 거지처럼 주워다가 팔아도 남는 게 별로 없도록. 대량생산에도 그편이 용이하고요.”

“오오...”

그런 깊은 뜻이...?

“이 안드로이드는 용사를 사냥할 목적으로 제작됐습니다. 쉴 틈을 안 주고 끊임없이 몰아붙이는 전략이지요. 싸우면서 학습하고, 그것을 모든 안드로이드가 공유합니다. 파괴돼도 레벨이 낮기에 용사를 강하게 해줄 일은 없습니다. 자! 이번에는 이쪽을 봐주십시오. 저희가 시뮬레이션해본 안드로이드입니다.”

▷종족: 슈퍼 안드로이드

▷레벨: 1

▷직업: 학자(지식=마술↑)

▷스킬: 마술MAX 검술MAX

학습MAX 인술MAX

궁술MAX 창술MAX

귀술MAX 사술MAX

요술MAX 풍술MAX

체술MAX 선술MAX

무술MAX 권술MAX

도술MAX…

▷상태: 연동

이 안드로이드가 어떤 식으로 강해지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1레벨이라서 스킬 효과는 보기 어렵겠지만, 실제 기교는 MAX등급을 한참 넘어설 것이다.

그야말로 용사의 천적!

진리가 함께하는 종결자다운 발명품이었다.

“아주 훌륭해.”

“과찬이십니다. 현재까지 741기가 생산됐으며, 매일 100기씩 추가로 생산해서 몰랑포스2에 배치할 계획입니다.”

“약해 보이는 외견 빼고 전부 마음에 들어!”

“그게 매력입니다. 약해 보이는데 강한 미소녀가 진리... 흠흠!”

“취향 참 독특하네.”

그때, 우리의 사업 얘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쏘시엘이 질문했다.

“용사들은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

나와 섹스피어는 서로를 돌아본 후에 그녀에게 되물었다.

“알아서 하겠지.”

“못 이깁니다.”

까칠한 교장 쏘시엘이 빽 소리를 질렀다.

“너희, 바보지?! 아무도 졸업 안 시킬 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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