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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F급 관심용사-342화 (342/430)

 342화

[22회차] 이벤트 for 교생!

용사 페스티벌.

4년마다 졸업생들의 용사 감각을 되살려주기 위해 개최되는 초대형 이벤트다.

나는 지금까지 그곳에 2번 참가했으며, 2번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이 정도는 되어야 Z급 용사님을 자처할 수 있지 않겠는가?

“라누벨이 무슨 목적으로 그곳에 갔는지 알아보는 게 급선무겠는데...”

“그보다 급한 게 있어.”

“뭔데?”

“남편에게 아직 자격이 없어서 살짝 곤란해.”

“...음?”

“잊었어? 남편은 마왕이야. 마음대로 갈 수 있을 리 없잖아. 아빠처럼 더미를 활용해서 이동하는 것 외에는 수단이 없어.”

“바꿔.”

내 마누라가 절대권력의 교장이다. 그런데 이런 사소한 규칙 하나 못 바꾼단 말인가?

웃기지도 않는다.

비겁한 마누라. 이 MAX급 남편님에게 뭔가 숨기는 게 있지? 당장 이실직고하지 못할까!

나는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면서 대답을 재촉했다.

“하, 하지 마! 아읏?!”

“얼른 말해.”

“몰랑소프트 감찰단이 지나갈 때까지만 참아! 그 뒤에는 마왕으로 다른 인물을 앉히고 마기만 공급해줘도 되니까! 지금은 수업의 질을 최고로 해야 할 때야!”

“흐음...”

“이해했으면 손가락 빼. 나는 남편이랑 달리 바쁘단 말이야. 처리해야 할 문제가 쌓여있어.”

“허어! 야근도 안 하면서 바쁘다고 엄살은.”

“교장으로서 책무를 다해야 하지만, 잘생긴 남편의 밤을 챙기는 아내의 역할도 중요해.”

“크흠! 내가 인기남이긴 하지.”

비겁한 마누라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나도 더는 할 말 없다.

남편을 독점하고 싶은 쏘시엘의 추한 질투심을 이해해줘야지!

“어째서 내가 나쁜 아내처럼 얘기가 되는 건데?!”

“내가 잘생겼잖아.”

“그 얘기 좀 그만해! 나도 두 번째로 아름답거든?”

“어허! 나는 첫 번째야. 1등과 2등이 같냐? 이 MAX급 남편님의 업적을 살펴보면 알잖아.”

“으으...”

공명정대한 용사님의 완벽한 논리에 패배한 타천사가 골반을 부들부들 떨었다.

나는 손가락을 돌리며 물었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하면 페스티벌 행성으로 넘어가서 라누벨의 척추를 분지를 수 있는데?”

“당연히 이벤트로 들어가야지. 마왕 파르마몬을 찾아서 무찌르는 임무를 줄 거야. 세세한 조정은 내가 알아서 할게.”

“빨리 보내줘.”

5차 교육과정에 적응하기 바쁜 후배들이 마왕의 탑까지 오려면 몇 년은 걸릴 것이다.

그동안 옥좌에 가만히 앉아서 손가락을 꼼지락대는 것도 질렸다.

“내가 질렸다고?!”

“...쏘시엘. 이런 건 그냥 좀 넘어가자. 다른 일도 해보고 싶다는 의미로 한 말이잖아.”

“정말이지?”

“의심이 많군! 어차피 따라올 거잖아.”

“아니. 못 가. 시스템을 내가 완전히 장악했다고 생각했었는데, 라누벨을 보고 반성 중이야. 시스템을 밑바닥부터 싹 훑어봐야 해서 판타지아를 못 떠나.”

“애석한 일이군!”

예전에는 휴대용 핫팩이라도 있어서 괜찮았었는데 이젠 호주머니가 텅텅 비었다.

현지에서 조달하는 수밖에 없다.

쏘시엘이 생긋 웃었다.

“잘생긴 남편이 그런 생각을 할 것 같아서 감시자를 준비했어.”

“설마, 남자냐?”

“여자야.”

“...정말로?”

이럴 쏘시엘이 아닌데?

질투의 화신인 비겁한 마누라가 남편 주변에 여자를 배치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아! 그렇군!

“유부녀지?”

그렇다면 충분히 이해된다.

“아니.”

“파르마엘 수준으로 못생겼냐?”

“아니. 상당한 미모의 미혼녀야.”

믿어지지 않았다.

“누군데?”

“한죠.”

“...그게 누군데?”

“남편이 마왕의 탑 40층 보스로 세워둔 배신의 군주! 직접 이름을 지어줘놓고 까먹다니... 억지로 그 이름을 쓰는 천사 아가씨에게 미안하지도 않아?”

“...쏘시엘.”

“왜?”

“천사의 이름은?”

“나, 나는 몰라도 상관없잖아! 여자인 데다 네 부하고! 하여간 마왕 토벌 이벤트의 중간보스로 한죠가 들어갈 거야.”

“그렇군!”

나로선 나쁠 거 없다.

요정 용사 같은 시커먼 남자가 부관으로 붙는 것보다는 몰랑한 여자가 훨씬 나으니까.

하지만 의외다.

요정 유부남, 요정 유부녀, 로봇을 놔두고 천사 아가씨를 붙여준 이유를 모르겠다.

나를 시험하는 건가?

“아니야. 부부를 갈라놓기 싫어서 제외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

“보리스는 왜?”

그 친구가 최근에 괜찮은 짝을 만나서 결혼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질 못했다. 하물며 안드로이드인데.

“있어.”

“네가 외롭지 말라고 잘생긴 안드로이드를 만들어줬어?”

“아니. 크로마티구스 장군 기억하지?”

“그건 또 누구야?”

“빨강.”

“아! 그 빨간색 용!”

처음부터 ‘빨강’이라고 말해줬으면 바로 알아들었을 텐데.

그녀가 귀여운 보리스를 만나러 왔다고 했던 게 기억난다.

“남편이 판타지아 행성을 통째로 파괴하면서 장군도 귀환하지 못하고 판타지아 교육장에 묶여버렸어.”

“그런데?”

“그녀의 협조를 받아내기 위해 보리스 왕자를 넘겼어.”

“아하!”

이혼한 부부를 다시 엮어서 이용하는 쏘시엘의 잔인한 수완에 내 척추가 오한을 느꼈다.

“그래서 당장 데려갈 수 있는 군주는 한죠뿐이야. 가출용사 진영의 천사이긴 하지만, 동족들의 고향에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을 테고. 이런저런 요인으로 결정한 인선이야.”

“알았어. 얼른 시작해.”

“잠깐만. 이벤트라는 게 그리 쉽게 되는 줄 알아? 보통은 교생들을 갈아 넣다시피 준비해도 반년씩 걸려. 그러니 기다려.”

“얼마나?”

“정식 오픈은 감찰단이 오고 정확히 1년 뒤. 옛날처럼 교생들을 밤낮으로 부려먹지 않으면 시간이 배로 걸리는 건 어쩔 수 없어. 감찰도 받아야 해서 대충할 수도 없고.”

“기네.”

졸업생들을 싹 불러들인 후에 마왕을 쓰러트리라고 하면 될 줄 알았는데 할 게 많은 모양이다.

“당연하지. 마왕 토벌은 메인이벤트고, 서브로 페스티벌에서 이것저것 얻어갈 수 있게 해줘야 해. 그렇지 않으면 성취감을 느낄 수...”

“생존게임으로 가자.”

“응?”

“이 지옥에서 살아남았다는 성취감을 안겨주는 거지.”

“그건... 음... 억지스러운 제안은 아니네. 충분히 가능성 있어. 준비에 걸리는 시간도 짧고.”

“오래 살아남을수록 보상이 좋아지는 것으로 하고, 가장 많은 용사를 살해하는 이벤트를 준비한 교생에게도 포상을.”

“아...”

“그렇게 하면 얼마나 걸리지?”

“...해봐야 알겠지만, 아무리 오래 걸려도 한두 달이면 준비가 끝날 것 같아. 대단해.”

쏘시엘이 존경하는 얼굴로 MAX급 남편님을 바라봤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두 번째 저주를 받은 이 악마는 이런 면에서 매우 약했다.

맡은 일은 잘 처리하는데, 스스로 그럴싸한 계획을 짜는 일에는 대단히 서툴다.

노후에 제대로 된 기둥서방이 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다른 건?”

“...당분간 못 만나잖아. 이대로 하루만 있어 줘.”

“아까는 집중 안 된다고 얼른 빼라더니.”

“따지지 마. 여자의 마음은 원래 갈대인 법이야.”

“지구의 안 좋은 지식만 배워서 응용하는군!”

하지만 나는 MAX급 남편이다.

비겁한 마누라의 간절한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절대로 행성 부수지 마. 어제부터 교생들이 작업을 시작했으니까. 혹시라도 부수면 교생들이 준비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해. 피눈물을 흘릴 거라고.”

“알았어.”

“도착하면 남편의 편의를 봐줄 교생이 있을 거야. 남자로 할까, 하다가 지원자도 있고 천사 아가씨도 있어서 여자로 했어.”

“오오...”

“내 신뢰를 저버리고 이상한 짓을 하면 다음부터는 전부 남자야.”

“하지만 쏘시엘. 그러면 남편만 봐야 하는 네 골반을 수많은 남정네가 구경할 텐데?”

“어?”

“거기까진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모양이네.”

“으으...”

제법 그럴싸한 계획이라고 자찬했던 모양이지만, 이번에도 두 번째 저주로 치명적인 허점이 나왔다.

쏘시엘이 시무룩해졌다.

“잘생긴 남편님. 내가 펑펑 울어야 속이 시원해?”

“또 비겁하게 나오는군!”

“나중에 봐! 금방 따라갈게. 중간시찰을 위해 가보게 될 거야!”

스르륵...

요란한 차원이동이랑 달랐다.

내 의식이 판타지아에서 페스티벌 전용 더미로 옮겨졌다.

*

“여기가 동족들의 고향인 페스티벌 행성이군요! 숨만 쉬어도 신성이 차오르는 느낌이에요!”

놀이동산을 처음 와본 어린애처럼 촐랑대는 천사 아가씨가 가장 먼저 보였다.

배신의 군주 한죠.

지금까지 마왕의 탑을 오른 용사가 없어서 활약하지 못했지만,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강한수 졸업생님. 그 위대한 업적은 선배에게 귀가 닳도록 들었습니다.”

“너는...”

“엘리스입니다. 가정 교사를 꿈꾸는 교생이며, 초등학생 남자기숙사 총괄입니다. 하지만 일이 없어서 이번에도 강한수 졸업생님을 보좌하게 됐습니다.”

“잘 부탁해.”

S급 기숙사 하녀 엘리스. 꽤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내 기억 속에 있었다.

갑자기 장인어른 대신 마왕으로 지목돼서 함께 당황했던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기억해주셔서 영광입니다. 앞으로는 졸업생님이 아니라 정말로 마왕님이라고 불러야겠네요. 제가 용사 대신 마왕님을 모시게 될 날이 올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용사이기도 하지!”

“우선, 이 S급 숙소는 마왕님이 쓰신 이후로 100년 넘게 자격을 달성한 자가 나오지 않아서 아무도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후배들이 잘못했네.”

“그게... 이 S급 숙소를 사용하는 최소자격조건이 전임자의 점수 절반 이상입니다. 그런데 마왕님의 기록이 워낙 높아서 그 절반의 절반도 달성하기 힘든 실정입니다.”

“방만하군!”

충격적이다. 성적이 내 절반의 절반에도 못 도달하다니?

100점짜리 시험에서 25점도 못 받았다는 얘기다.

“엄밀히 따지면, 선배가 800점을 받는 바람에 후배가 100점을 받아도 푸대접을 받는 상황입니다.”

“한심하군!”

“이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하기 위해, 이번 페스티벌 이벤트는 점수가 푸짐하게 지급됩니다. 마왕님의 몸을 건드리기라도 하면 200점을 받습니다. 생채기는 1위 확정이라는 게 선배님들의 예상입니다. 가능하다면 말이죠.”

“라누벨은?”

“고대의 버그로 추측되는 그녀의 행방은 현재 알려진 게 없습니다. 저희는 뚜렷한 지침이 내려올 때까지 페스티벌 준비를 자율적으로 하라는 지침을 받았습니다. 포상이 워낙 매력적이라서 저도 찔끔찔끔 준비해볼 생각입니다.”

“포상이 뭔데?”

“간단히 표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공지: 교직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판타지아 교육장의 대표이사 쏘시엘입니다. 이번 페스티벌의 주제는 생존입니다. 용사라면 어떤 악을 마주쳐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나아가야 합니다. 교생 여러분들의 교육능력을 시험하는 좋은 장이 될 것 같습니다. 극한의 환경을 조성하여 최대한 많은 졸업생을 탈락시키세요. 유례를 찾기 힘든 푸짐한 포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1위) 교생실습 500년 단축

2위) 교생실습 300년 단축

3위) 교생실습 200년 단축

4위) 교생실습 100년 단축

......

“기간이 엄청나네...”

“졸업생을 1명 이상 탈락시킨 참가자 전원에게 교생실습 기간을 1년이나 단축해줍니다. 그리고 5명 이상 탈락시키면 10년. 특히, 1위와 2위는 정규교사 자리를 따놓은 거나 다름없습니다!”

“진정해.”

숨소리를 내며 흥분하는 엘리스의 얼굴만 봐도 얼마나 대단한 이벤트인지 알겠다.

이건 졸업생이 아니라 교생들을 위한 이벤트가 아닐까?

스르륵...

“용사님. 저는 이만 사랑하는 엘브하임 님께 가보겠습니다.”

“그래.”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그림자A가 불쑥 튀어나와서 이직(移職) 통보했다!

“그, 그건... 못마땅하시면 제 딸 일리나를 드릴 테니...”

“꺼져.”

“감사합니다!”

판타지아 차원의 복사된 ‘젊은 엘브하임’을 봤을 때도 그녀는 격양되어 있었지만, 지금이랑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나는 사랑을 모른다.

호르몬의 장난이 아닐까?

하지만 그림자A가 지금 짓고 있는 표정을 보고,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수고했어.”

“금방 또 뵙겠습니다.”

탁, 휘릭~

그림자A는 울면서 내게 공손히 인사한 후, 남자기숙사 5층에서 과감히 뛰어내렸다.

2층 시장실에서 길거리를 구경하며 하루하루 행복하게 지내던 엘브하임은 날벼락 맞은 심정이겠군.

내가 알 바 아니지만.

“음... 강한수 마왕님. 그건 오해이십니다.”

“오해? 내가 그놈을?”

“네. 약 100년 전부터 요정왕 엘브하임은 쌍둥이 손녀들을 등에 업고 세계정복 중입니다.”

“...하아?”

그건 또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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