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관심용사-343화 (343/430)

 343화

[22회차] 충격적인 소식

“통칭 연방국. 페스티벌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중소국가를 통합한 강대국입니다. 엘브하임은 사랑하는 두 손녀에게 연방국의 모든 권력을 집중시키고, 자신은 조언자 겸 중재자로 빠져있는 독특한 정치체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게 가능해?”

“현재까지는 문제없이 영토를 확장 중입니다. 국력의 96%가 두 지배자에게 나오니 당연하겠지요. 이건 연방국의 군대가 약한 게 아니라, 엘브하임의 두 손녀가 비현실적으로 강한 게 원인입니다.”

“이상한 일이군. 요정의 유전자로는 그게 불가능할 텐데.”

요정은 종족특성 덕분에 평균 능력치가 우수한 대신, 무한히 성장할 가능성이 막혀 있다.

국력이 극소수에게 몰리는 현상은 인간들의 나라에서 자주 발생한다.

...혼혈인가?

그럴 확률이 높지만, 멸종위기종의 혈통 보존을 위해 왕족만이라도 순혈을 유지해야 한다는 요정의 정책에 크게 어긋났다.

그래서 조금 궁금했다.

얼마나 대단하기에 엘브하임이 혈통 보존을 포기하고 혼혈의 길을 선택했는지 말이다.

“그쪽도 나중에 한 번 만나봐야겠군.”

나는 머릿속으로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의 순서를 정해봤다.

비실비실한 요정들은 당연히 맨 마지막에 만나볼 것이다.

최우선은 라누벨.

평범한 동료로 안 보이는 라누벨의 정체를 파헤치는 게 급선무다.

교장이 된 쏘시엘도 나름대로 알아보겠지만, 그때까지 손 놓고 기다릴 순 없었다.

라누벨이 숨어서 도움을 요청한다면 가장 유력한 곳은 천사들의 도시일 터.

일단은 그곳부터 가보자.

*

페스티벌 행성은 작은 편이다.

판타지아 행성의 절반 크기밖에 안 된다.

그 대신, 크고 작은 위성을 아주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천사들은 그곳에 수많은 도시국가를 세웠다.

하늘을 부유하는 공중도시들은 시골이라고 할 수 있다.

“최신정보는 아니지?”

“네. 저도 부모님께 들은 정보라서 장담은 못 해요. 하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을 거라고 봅니다.”

나는 한죠에게 그동안 몰랐던 정보를 다수 입수했다.

천사들이 사는 곳은 공중도시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훨씬 넓은 범위에 잔뜩 살고 있었다.

“어떨까나.”

교직원들이 충성한 대상은 절대적인 권한을 쥔 ‘교장’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교장이 바뀌자마자 태도를 싹 고쳤다.

그렇다면 천사들의 입장은 어떨까?

최초의 천사에게 여전히 충성한다면 정의로운 용사님에게 전력으로 대항할 것이다.

아니라면 무릎 꿇을 것이고.

“싸우지 않을까요?”

내 뒤를 졸졸 쫓아온 한죠가 마음에 드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랬으면 좋겠네.”

어정쩡한 정의와 개똥철학을 내세우는 적은 피곤하다.

후환은 절대 남기지 않지만, 그들의 신념을 힘으로 찍어 누르면 찜찜한 건 어쩔 수 없다.

공간을 접으면서 쭉쭉 우주로 이동한 나는 금세 위성에 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나도 편견에 사로잡힌 걸까?

천사의 새하얀 날개는 대기가 적어질수록 쓸모가 없어진다. 새가 성층권 위로 올라가기 힘든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저 닭대가리들을 보라!

물리법칙을 무시하고 우주에서 날갯짓하고 있다.

“마, 마왕이다!”

“파르마몬이 쳐들어왔다!”

“비상! 비상! 비사아앙~!”

“엄마야!”

나를 발견한 천사들이 식겁하며 날개를 파닥거렸다.

참으로 애석하다.

예전 같으면 우주의 총애로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지며 알아서 악이 토벌됐을 텐데.

이젠 시시콜콜하게 일일이 따지지 않으면 안 됐다.

“군대가 시원찮군.”

민간인은 놔두고 군인만 제거할 생각이었는데, 정말 시원찮은 닭대가리 서너 마리가 몰려오고 끝났다.

벌벌 떠는 날개뼈와 척추...

누가 봐도 급조된 티가 역력한 민방위 천사였다.

“어떻게 된 걸- 꺅?!”

나는 한죠의 닭대가리를 마기로 후려치며 답했다.

“내게 물어보지 말고 네가 먼저 나서서 알아볼 생각을 해라. 그러라고 데려온 거다.”

“히잉... 알아볼게요.”

한죠가 닭대가리를 문지르며 아픈 척한 후, 날개를 팔랑거리며 민방위 천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정보를 수집했다.

“실례합니다. 경계하지 마세요. 저도 여러분이랑 같은 천사입니다.”

“가, 가까이 오지 마!”

...접근법이 잘못됐다.

동족이니 경계하지 말라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대체 뭘까?

이건 딱 그거다.

노예시장을 기습했을 때, 흉기를 든 요정공주 실비아가 “겁먹지 마세요! 저도 요정이에요!”라고 말하는 거랑 똑같다.

동족이면 아군이란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이 참으로 어이없다.

요정 중에도 도적, 변태, 방화범, 납치범, 정신병자, 살인마, 사기꾼 등등 있을 건 다 있다.

동족만이 아니다.

동창, 동기, 동향, 동성, 동지...

요런 공통점도 믿으면 안 된다. 사기꾼들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마음의 빈틈에 파고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느냐?

“도시에 병사가 적은 이유를 말해라, 닭대가리. 내가 죽일 생각이었다면 진즉 죽였다.”

“켁켁?!”

“싫으면 입 다물고 있어. 죽을 때 소리 지르면 시끄러우니까. 네가 아니어도 물어볼 닭대가리는 주위에 많아. 부모 닭, 아내 닭, 아들 병아리, 딸 병아리, 친구 닭 등등.”

“모, 목을 놔주셔야... 켁켁!”

“말하지 마.”

“하게 해주십시오! 제발!”

닭대가리 군주 한죠 봤냐? 이것이 공명정대한 Z급 용사의 화술이란 거다.

단시간에 설득해서 자발적으로 입을 열게 하는 기술이다.

“내 생각이 바뀌기 전에 빠르게 읊어봐.”

“네! 감사합니다!”

민방위 천사A가 말하길.

최초의 천사를 구하러 판타지아 차원으로 떠난 전사는 대부분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현재는 얼마 안 남은 전사들이 한 도시국가에 머물지 않고, 모든 지역을 끊임없이 순찰하며 관리하는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천사A. 뜸 들이지 마라. 나는 대단히 바쁜 몸이다.”

“마, 말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그냥 사실대로 말해.”

“실종되었던 파르마엘 님이 붙잡혔다는 소식이 퍼졌습니다. 그래서 윗분들은 그나마 있던 전사들로 구출대를 편성했습니다.”

“구출대라...”

무지몽매하다는 건 천사들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파르마엘을 구출한다고?

너무나 건방진 발상에 웃음밖에 나오질 않았다.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군.

“히익-?!”

“쉽게 말해서, 천사들은 손만 뻗으면 치킨집에 팔려갈 만큼 무방비한 상태란 얘기군.”

무척 애매했다.

내게 대항할 의지도 없는 천사들의 모가지를 비틀어서 뭐하겠는가? 벌써 피난 가려는 행렬이 보인다.

진짜 아무것도 모른다.

내가 암흑물질을 살짝만 몰랑하면 저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찰흙처럼 짓뭉개질 것이다.

무모하게 덤비는 것보다는 피난이 나은 건 틀림없지만.

“한죠.”

“네.”

“저들을 전부 도시로 복귀시켜. 그런데도 불복종하고 도망치려는 자가 있으면 죽여. 어린애라도 절대 봐주지 마. 그런 반항아 기질이 다분한 어린애들이 꼭 나중에 복수한다고 귀찮게 하거든.”

“그... 네.”

“망설임이 보이는군. 그렇다면 이 공명정대한 마왕님이 융통성을 발휘해야지. 한죠. 정말로 죽이기 싫은 피난민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당당히 말해. 네 닭대가리 같은 목숨이랑 교환하게 해줄게.”

“괜찮습니다!”

기껏 융통성을 발휘해서 얘기해줬더니 극구 사양한다.

나로선 정말 큰 양보를 한 거다.

도망친 어린 천사가 성장해서 내게 복수한다고 덤빌 테니까.

녀석은 내 가족을 위협할 테고, 나는 뼈아픈 희생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이런 후환의 싹을 싸구려 닭대가리 목숨이랑 맞바꿔서 살려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정만 큰 양보를 한 셈!

“한죠. 동족들이랑 알 만들 시간은 나중에 실컷 줄게. 그러니 밖에서 도시를 감시하고 있어.”

“아, 알이라니...”

눈에 띄게 당황한 한죠는 도시의 피난민 행렬이 있는 방향으로 후다닥 날아갔다.

그리고 돌아가도록 명령했다.

무시하던 피난민들은 선두가 화살에 맞고 죽으면서 그제야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배신자!”

“네가 그러고도 천사냐!”

“부모가 대체 누구야!”

“어떻게 동족을...!”

“배신자다!”

온갖 야유와 모욕이 쇄도했다.

그러나 이것도 잠깐뿐. 혓바닥 공격이 안 통한다는 걸 깨달은 천사들은 도망치듯 도시로 귀환했다.

그리고 나는?

“아주 중요한 손님이 오셨는데 척추 꼿꼿이 세우는 거 보소. 부모형제가 마기에 침식되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꼴을 봐야 척추가 접힐까?”

“죄, 죄송합니다! 자비를...!”

“고의로 그런 건 절대 아니었습니다! 용서를...!”

“살려주십시오! 마왕님!”

그제야 도시국가의 수뇌들 척추가 팍팍 접히기 시작했다.

저들은 나를 모른다.

애초에 제거할 생각이었다면 나는 이렇게 구차한 대화를 오래, 많이 하지 않는다.

무의미하니까.

곧 시체가 될 자들에게 주절주절 떠들어서 뭐하겠는가?

도시의 내부는 과학과 마법이 묘하게 섞여 있었다.

폭포수가 떨어지지 않고 솟구치거나, 건물에 계단이 하나도 없는 건 아주 사소한 변화에 속했다.

“풍족하게 사네.”

“......”

“......”

“......”

“닭대가리들.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는 번거롭게 빼앗을 바에 소멸시키는 쪽을 택하는 사람이니까. 좀도둑처럼 훔치지 않아.”

보기 좋군.

나를 바라보는 천사들의 표정들이 좀 더 다채로워졌다.

하지만 빈말은 아니다. 정말로 천사들은 풍족하게 살고 있었다.

우주의 천연자원을 막 끌어다가 쓰기 때문일까?

대다수 건물, 구조물들이 황금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도금이 아니라 순도 높은 금덩어리였다.

지상의 인간들이 봤다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을 귀금속들이 이곳에는 길거리 돌멩이처럼 널려있다.

이것이 우주의 자원.

살아가는 방식 자체가 지상이랑 너무나 달랐다.

설마, 저 많은 황금을 페스티벌 행성에서 캐온 건 아니겠지?

“환영합니다... 마왕 파르마몬이시여...”

늙은 얼굴은 아니었지만, 도시X의 그 시장처럼 음흉하게 생긴 천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예의상 호응해줬다.

“네가 이곳의 대표일 거야. 아닌데 내게 말을 걸었다면 얼른 자살해. 그러면 용서해줄게.”

“마, 맞습니다.”

“그러면, 천사D. 내 질문에 대답할 마음의 준비가 끝나서 튀어나온 거겠지? 아! 나는 공명정대해. 하고 싶은 질문이 있는 천사는 잘리고 싶은 손을 번쩍 들도록.”

“......”

“......”

“......”

없는 듯하군.

“마왕이시여! 저희는 당신에게 대적할 마음도, 군대도 없습니다. 그러니 부디 자비를...”

“누가 통치하지?”

“자비를... 컥?!”

우드득- 털썩.

경추(頸椎) 6번과 7번 사이가 바스러진 천사D가 맥없이 쓰러졌다.

질문에 대답하라고 했더니, 이상한 소리만 계속 지껄인다.

나는 모두가 안심할 수 있도록 정의로운 용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말했다.

“타인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기 전에 먼저 성의를 보이는 게 예의잖아? 저런 몰상식한 녀석 말고, 정신 똑바로 박힌 친구 없나?”

“......”

“......”

나오질 않는다.

그래서 내가 직접 닭대가리를 고르기로 했다.

“거기, 아까부터 골반을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고 있는 분홍색 슬라임 무늬 팬티 천사.”

“아앗-?!”

“팬티가 마음에 드는군. 내 질문에 대답만 똑바로 잘하면 오늘부터 네가 이 도시의 대표다.”

능력은 볼 것도 없다.

최상위 고등생물 슬라임의 위대함을 인정할 줄 아는 올바른 태도만으로도 합격이다.

능력보다 인성이 우선이다.

“아까부터 너희는 군대가 없다고 주장하는데, 어째서 이 도시는 여태 평화로울 수 있었던 거지?”

“그야... 침공을 안 받아서...”

“뇌비우스는?”

천사들의 애완동물로 전락해있던 젊은 뇌비우스는, 내가 풀어준 이후부터 고삐 풀린 야생마처럼 미쳐 날뛰었다.

이 사춘기 절친이 주로 하는 사업은 천사들에게 복수하기!

그런데 이 도시뿐만 아니라 페스티벌에 존재하는 모든 위성의 도시들이 무사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즉, 천사들은 순진한 마왕님께 거짓말하고 있다!

슬라임 팬티 천사가 답했다.

“죽었습니다.”

“...누가?”

“망룡왕 뇌비우스가...”

“헐. 뇌비우스가 천사의 군대랑 양패구상했다고?”

절친이 죽었다는 갑작스러운 소식이 나를 당혹스럽게 했다.

천사가 부정하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복수에 미친 그 무자비한 용은 요정왕 엘브하임의 두 손녀에게 사냥당했습니다.”

“...천사의 신성 보호막도 맨손으로 찢는 패왕이 어린 요정 2마리에게 패했다고?”

“네.”

“......”

우선순위 밖이었던 유감스러운 요정부터 만나봐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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