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관심용사-354화 (354/430)

 354화

[23회차] 애완동물

모험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 말은 즉, 지크가 별 탈 없이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상황을 짧게 요약하면,

“부럽군.”

내 1회차 때, 지금의 나처럼 돌봐주는 Z급 스승이나 선배가 있었다면 모든 게 달라졌을 것이다.

인고의 10년이 아니라, 길어도 3년 안에 혼자서 마왕 페도나르를 쓰러트리지 않았을까!

그만큼 지크는 축복받은 환경에서 모험하고 있었다.

“주, 죽을 것 같아... 헥헥!”

“지크야, 후배야. 엄살이 심하구나. 너의 정력 스킬 발동을 위해 뒤편에서 미녀들이 응원하며 아이템을 수거하고 있잖아.”

“좀 도와주면...!”

“어허! 너에게 경험치와 숙련도를 양보해주고 있잖아. 그러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그런...”

“강해져야 네가 원하는 연애도 마음껏 할 거 아니야? 불평할 시간이 몬스터를 한 마리라도 더 잡아. 세상의 미녀들은 네가 성장해서 프러포즈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아. 때가 되면 다 짝을 만나서 결혼하고 애를 낳지. 이해했어?”

“네...”

어린애처럼 불만이 끊이지 않는 지크를 보면서, 나는 매일 인내심을 시험받고 있다.

감찰 결과를 잘 나오게 하려고 따라붙었지만, 이건 공짜로는 절대 못 할 짓이었다.

지크는 좀 심했다.

아니.

내 1회차 초창기랑 비슷했다.

물론, 원인은 달랐다.

남의 세계에 납치된 것도 억울한데, 목숨 걸고 세계를 구해야 하는 이유를 수긍하지 못했다.

이것 때문에 만두왕국의 왕궁기사단장이었던 알렉스랑 끊임없이 충돌했다.

“당신은 꽤 친절하군요.”

“비꼬는 겁니까?”

“칭찬이거든요?! 제가 당신 입장이었다면, 말을 안 듣는 지크 용사님을 반쯤 죽여놨을 겁니다.”

“...저의 검술 스승이 저를 그렇게 가르쳐서 거부감이 있거든요.”

“아아, 이해했습니다. 일종의 반발심리로군요.”

“...그럴지도.”

그렇다고 해도 알렉스의 야만적인 교육방식을 옹호하거나 이해할 마음은 전혀 없다.

폭력이 수반돼야 할 만큼 말을 안 듣는 학생이라면, 선택지는 2가지밖에 없다.

자기가 선생을 그만두거나 그 학생을 포기하거나.

맞지 않는다는 뜻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지크는 정말 나랑 맞지 않았다.

“아... 오빠. 괜찮으세요? 지금, 지크 용사를 바라보는 강렬한 시선이 마치... 아버지 같아요.”

“...후우! 괜찮아.”

쑥떡이 늦지 않게 지적해준 덕분에 나는 표정을 관리할 수 있었다.

진정해라, 강한수.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때, 거슬리는 동물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뀨뀨!”

“무지개 여우로군.”

암컷과 수컷이 전부 존재해서 몬스터로 분류되지 않은 판타지 야생동물이다.

빨주노초파남보.

완전히 성장하면 총 7개의 꼬리가 생기는데, 1개가 증가할 때마다 특수한 힘을 추가로 얻는다.

“뀨뀨!”

이 녀석은 북극여우 같은 흰색 몸뚱이에 빨간색 꼬리가 달려 있다. 아직 어린 새끼란 증거.

덩치도 토끼보다 작았다.

“저를 잘 따르네요.”

무지개 여우 새끼는 지크의 오른쪽 어깨 위에 앉아 있었다.

지크 주제에 운이 좋군.

나는 차분히 설명했다.

“축하한다, 지크. 무지개 여우의 꼬리털은 매우 유용한 아이템 재료지. 색상에 따라 속성 저항력이 올라가거든. 꼬리가 하나뿐인 게 아쉽지만, 다 방법이 있지. 꼬리를 뽑을 기세로 힘껏 당겨. 그러면 놈의 울음소리를 들은 동족들이 구하러 달려올 거다.”

“저기, 선배님?”

“걱정하지 마. 이번에는 나도 가세해서 최대한 많은 무지개 여우의 꼬리털을 획득할 생각이니까.”

“아뇨. 그게 아니라... 저는 이 여우를 키울 건데요.”

“키워서 잡는다고? 어째서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저는 순수하게 애완동물로 키운다는 뜻이었어요!”

“......”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군.

나는 의견을 묻기 위해 나머지 잡것들을 돌아봤다.

“저는 선배 씨의 의견을 늘 존중해왔지만, 이번만큼은 키우는 편이 좋을 것 같군요.”

“아... 오빠. 정말 귀여운 생명체네요. 흠흠.”

“나쁜 여우로 안 보여요. 이렇게나 귀엽잖아요.”

“뀨뀨!”

잡것들도 이 여우를 키우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지크가 여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벌써 이름도 지어줬어요. 그렇지, 뀨리?”

“뀨뀨!”

“뀨리.”

“뀨~♪”

새끼 여우가 붉은색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애교를 부렸다.

지크가 우쭐댔다.

“제가 선배님보다 잘하는 게 생겼네요. 테이머 능력은 제가 더 우수한 것 같아요.”

“하아?”

이 녀석은 웬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는 거야?

F급 용사 지크 주제에 정의로운 Z급 용사님에게 가소로운 도전과 도발을 해왔다.

“제가 몰랑폰으로 바로 검색해봤더니, 무지개 여우의 6번째 남색 꼬리는 변신하는 힘이래요.”

“나중에 키워서 사람으로 변신시키시겠다?”

“아뇨. 요정으로 시킬 건데요?”

“......”

“뀨리는 굉장히 귀여운 요정 미소녀가 될 거예요. 그렇지, 뀨리?”

“뀨뀨? 뀨뀨!”

디스코가 쓴웃음을 지었다.

“지크 용사님도 제법이시네요. 무지개 여우는 경계심이 심해서 사람을 잘 안 따르기로 유명한데.”

“맞아요. 감히 아버지... 같은 오빠의 능력을 의심하는 태도는 괘씸하지만, 지크 용사님의 테이머 능력은 인정해요.”

쑥떡도 조심스럽게 동의했다.

“저도 놀랐어요. 지크 씨 같은 쓰레기를 따르는 고귀한 생명이 있을 줄은...”

요정 암컷마저도!

나는 지크의 어깨 위에 앉아 있는 새끼 여우를 돌아봤다.

그리고 눈을 마주치...

“뀨뀨?”

“...기다려라, 지크. 내가 더 굉장한 놈을 길들여서 보여줄 테니.”

진정해라, 강한수.

지금의 나는 용사V다. 모두가 보는 자리에서 실력을 발휘하면 들키고 말 거다.

“얼마든지요!”

“뀨뀨!”

이것들이 쌍으로 도발을?

특히, 애완동물 주제에 주인만 믿고 까부는 저 여우를...

▷부탁: 제발 고정하십시오.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지크 학생을 위해 준비한 무지개 여우 새끼입니다. 파티에서 소외된 그에게 대화할 친구를 만들어주려는 의도입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지크 학생에게 테이머 재능은 없습니다. 치기 어린 후배의 재롱으로 넘어가십시오.

...사회 선생이냐?

▷긍정: 그렇습니다. 오해하진 마십시오. 저를 포함한 교직원 일동이 파르마엘을 따랐던 이유는 그녀의 사회적 지위 때문입니다. 현 교장이신 쏘시엘 님을 따르는 것처럼요. 쏘시엘 교장님과 페이커-리 교감님의 아량으로 교탁에 다시 앉게 된 이상, 저는 사회 선생으로서 학생들의 사회능력을 키워줄 겁니다.

포부는 잘 들었다.

그런데 지크에게 테이머 재능이 없다는 건 무슨 소리?

▷설명; 저는 수많은 동물과 몬스터를 키우고 있지만, 지크 학생에게 적합한 동물 친구는 없습니다. 조금 전에 들어서 아시겠지만, 그가 무지개 여우를 키우기로 한 이유는 6번째 꼬리 때문이지요. 보통의 무지개 여우는 예민해서 저런 더러운... 실례. 인간은 안 따릅니다. 저도 조련하느라 애먹은 녀석이니 절대로 죽이거나 쫓아내시면 안 됩니다.

사회 선생이 말을 많이 하는 것만 봐도 얼마나 힘들게 조련한 무지개 여우인지 알겠다.

약속할게.

안 건드린다고.

▷안도: 감사합니다. 그러면 저는 나중에 다시 오겠습니다. 애완동물이 필요한 학생이 여전히 많으니까요. 수고하십시오.

이 메시지를 끝으로 사회 선생은 떠났다.

...예전에 내게도 이런 식으로 애완동물을 붙여주려고 했던 건가?

그래서 나는 의심했다.

딱히 잘해주지도 않았는데, 희귀한 동물과 몬스터가 잘 따르는 걸 보면서 기괴하게 느꼈으니까.

아무튼,

“지크. 따라와라. 너와 나의 애완동물 차이를 가르쳐줄 테니.”

“네. 한 번 보여주세요.”

“뀨뀨.”

지크가 여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한껏 거드름 피웠다.

나는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무지개 여우.

저것보다 희귀하면서도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최고의 애완동물이 남대륙에 뭐가 있을까?

...있었다.

*

불과 몇 년 전까지 그림자A와 그녀의 딸이 살았던 은신처는 교사들에 의해 파괴됐다.

그리고 현재는 그 폐허 위에 거인제국의 국교인 응애교의 대신전이 들어선 상태다.

거인들의 대규모 간척사업이 있기 전까지 이 대신전은 남대륙의 중심지였다. 하지만 현재는 여기서 살짝 오른쪽으로 치우쳐진 곳에 나오는 조그마한 사막이 중심지다.

사막화.

아직은 미미해서 거인왕도 신경 쓰지 않지만, 나는 다르다.

이건 평범한 자연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위에 세워진 무역도시도.

“싸게 팝니다!”

“손님! 물건 좀 보고 가세요!”

“맛이 아주 기가 막힙니다!”

“이건 얼마예요?”

교통의 요충지답게 다양한 물건을 진열해놓은 장사꾼과 손님이 흥정하는 광경이 매우 흔했다.

지크가 말했다.

“선배님. 설마, 애완동물이라고 하신 게, 여기서 구매하신다는 의미는 아니시겠죠?”

“당연히 아니지. 보기만 해.”

원래는 느긋하게 진행할 계획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시건방져지는 지크를 빨리 눌러서 선배의 권위를 살려야 할 것 같다.

목적지는 도시의 중앙.

사막 한복판이란 게 믿어지지 않는 시원함 덕분에 땅값이 다른 곳보다 10배 넘게 비싼 노른자 땅이다.

그리고 그 중심지에는 호화로운 온천이 자리하고 있다.

제대로 왔군.

“멈추세요. 이곳은 예약제로만 운영합니다. 예약하지 않으신 분은 왕족이라도 들어가실 수...”

“용사 일행이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온천 출입구를 지키고 있던 반라의 요정 중 하나가 쪼르르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금방 뛰어나왔다.

척, 척, 척, 척.

좌측에는 상반신 누드의 요정 수컷들이, 우측에는 중요 부위만 가린 요정 암컷들이 질서정연하게 일렬로 기차선로처럼 섰다.

그리고 한 요정이 그 중앙에 서서 인사했다.

“판타지아 최고의 파라다이스에 오신 용사 일행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일행은 남녀로 나뉘었다.

용사V와 지크는 반라의 요정 여성들을 따라 남탕으로, 잡것들은 반라의 요정 남성들의 안내를 받았다.

이러면 나누는 게 무슨 의미?

..라고 할 수 있겠지만, 노예들은 사람이 아닌 눈요기 장식물로 취급하기 때문에 자연스럽다.

귀족들의 목욕 시중을 동성이 안 하는 거랑 비슷한 이치다.

“선배님, 어디 가십니까?”

“뀨뀨?”

판타지아에 소환된 첫날하고는 비교가 불가능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면서 지크가 질문했다.

덜렁덜렁.

주위의 요정 암컷들이 그의 아랫도리를 힐끔거리면서 얼굴을 사르르 붉히는 것도 너무나 당연했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화장실.”

“아하!”

“먼저 탕에 들어가.”

“예.”

지크랑 헤어진 나는 온천의 내부구조를 훑어보며 혀를 찼다.

“바뀐 게 없군.”

그렇다면 이쯤에 용사 일행을 훔쳐보는 도마뱀이 숨어있을 것이다.

나는 특정 벽을 향해 오른손을 쭉 뻗었다. 하지만 벽이 파괴되는 일은 없었다.

쑤욱-

환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손끝의 감각만으로 무언가의 경추(頸椎) 6번과 7번 사이를 붙잡은 후, 힘껏 당겼다.

“꺅~?!”

새하얀 머리카락의 미소녀가 벽에서 끌려 나왔다.

나는 숨결이 닿을 만큼 얼굴을 가까이 붙이면서 정중히 인사했다.

“안녕, 슬레이로리.”

“용사의 선배분! 제 이름은 빙룡왕 슬레이아스예요...!”

“오늘부터 내 애완동물이 되어줘야겠어.”

“하! 그 무슨 얼토당토않고 모욕적인- 딸꾹!”

“이견 있나?”

나는 진지한 용사의 눈빛으로 도마뱀에게 질문했다.

“어, 없습니다... 딸꾹!”

“그래. 당연히 그래야지.”

나는 Z급 용사.

사회 선생의 같잖은 도움 따위는 1회차 때부터 필요 없었다.

그렇지?

▷수긍: 굉장히 진보적인 사회능력이군요...

자! 이제 지크에게 나의 애완동물을 보여주러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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