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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F급 관심용사-356화 (356/430)

 356화

[23회차] 우정의 힘++

메두사.

4차 교육과정 당시에는 남대륙 전역이 사막화가 돼서 무지막지하게 불어났던 몬스터다.

하지만 현재는 사막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으면서 서식지가 부족, 개체 수도 줄어들었다.

자연의 법칙에 따라 양이 줄고 질이 늘어나 버리긴 했지만, 용사 지크는 무사히 서식지를 토벌하고 온천으로 귀환했다.

“Meeeeee~”

심지어 녀석은 메두사 한 마리를 조련하는데 성공했다.

모래 속에 하반신이 묻힌 전라의 미녀 흉내를 내면서 여행객과 몬스터를 유인하는 메두사.

상반신은 미녀고, 하반신은 뱀.

하지만 여성의 모습을 흉내 낸 머리는 인간 여성이랑 구조가 전혀 다르다.

가령, 젖가슴처럼 생긴 저것은 유방이 아니다. 낙타처럼 수분과 기름을 저장하는 혹이다.

가녀린 팔도 더듬이가 교묘하게 변형된 것이고.

“다녀왔습니다.”

“지크 용사님이 한 건 했어요.”

“몬스터를 길들이시다니...”

메두사에 탄 잡것들이 용사 지크를 칭찬했다. 그러면서 그의 활약상을 털어놨다. 그 대부분은 ‘예상 밖으로 훌륭했다.’라는 것이었다.

과연...

애초에 기대를 안 했기 때문에 소소한 성과도 크게 보였다는 거군.

지크가 옛날에 사용했던 얍삽한 방식이다.

고작 몬스터 몇 마리 잡고 쓰러진 주제에 ‘최선을 다했어요!’라고 주장하며 원주민들의 평판을 올렸다.

마음에 안 드는군.

하지만 디스코가 그 점을 높게 평가한 듯하니 넘어가기로 했다.

“선배님, 보십시오!”

“Meeeee~!”

“제가 메두사를 테이머했습니다!”

“뀨뀨!”

자신감을 상실했었던 지크가 한껏 자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쭐대지 않고 평범하게 보고하는 느낌이었다.

자기 주제를 깨달았군.

그렇다고 해도 살짝 놀랐다. 메두사가 탈것에 해당하긴 하지만, 본체인 혀처럼 생긴 조그마한 뱀에 고삐를 안 채우면 통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크는 그걸 해냈다.

저건 자랑할 만했다.

▷흐뭇: 지크 학생의 자신감이 회복돼서 다행이군요.

...또 너냐?

▷의문: 당연한 것 아닙니까? 지크 학생이 자력으로 메두사를 조련했다고 믿으신 건 아니시겠지요?

사회 선생이 지크를 위해 애완동물을 하나 더 추가해준 모양이다.

▷부정: 그 말씀은 반만 맞습니다. 제가 유도해준 건 틀림없지만, 지크 학생의 높은 정력 스킬이 메두사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고삐 없이 통제하진 못했을 겁니다.

이번에는 지크의 공적도 조금은 있다는 뜻이군.

▷긍정: 그렇습니다. 하지만 조련하신 용을 탈것으로 이용하진 말아주십시오. 그러면 분명히 또 자격지심으로 의기소침해질 겁니다.

사회 선생은 그렇게 신신당부하고는 조용히 떠났다.

슬레이로리를 탈것으로?

확실히 그랬다. 지크가 메두사를 조련한 건 대단하지만, 용을 탈것으로 쓸 수 있는 나랑 비교할 수준은 절대 아니다.

뭐, 나도 슬레이로리를 탈것으로 쓸 생각은 없었다.

이 녀석은 오만방자한 후배에게 위아래를 가르쳐주기 위해 단순히 보여주려는 용도였다.

나는 웃으며 환영해줬다.

“잘했다, 지크.”

“하하! 감사합니다!”

“그런 너를 위해 나도 준비해둔 동료가 있지.”

“동료요? 남자입니까?”

전투력이나 능력이 아닌 성별부터 물어보는 것이 참 지크다웠다.

나는 인내심을 갖고 답했다.

“여자다.”

“오옷! 예쁩니까?”

“성녀다.”

“헉?!”

딱히 의도한 건 아니지만, 용사의 파티에 나와 지크 빼고는 전부 여성의 외모를 하고 있었다.

쑥떡과 슬레이로리는 양성이긴 하지만, 현재는 요정 여성과 미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

여기에 성녀까지 합류하게 됐다.

“안녕하세요, 지크 용사님. 이렇게 다시 뵙게 될 줄은 몰랐네요. 원래는 성검 몰랑코인을 구하신 후에 함께할 생각이었지만, 고대의 용사님께서 간곡히 부탁하셔서 고심 끝에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환영합니다!”

“뀨뀨!”

지크의 표정이 헤벌쭉 풀렸다.

디스코가 심기 불편한 표정을 지었지만, 멍청한 후배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좋지 않군.

다음부터는 무조건 남성 동료로 선별해야겠다. 그리고 현재 여성의 비율도 대폭 줄여야겠다.

나는 바로 실행에 옮겼다.

“슬레이로리. 남성으로 모습을 바꿔라.”

“하아... 네.”

일단은 양성인 내 애완동물부터 빠르게 해결했다.

슬레이로리는 흰색의 머리카락과 복장으로 통일된 미소년으로 순식간에 변신했다.

쑥떡은?

녀석의 종족은 ‘용’이 아니다.

소환된 용사님의 취향에 맞는 종족과 성별로 등장한다는 설정이다. 그러므로 지금처럼 요정 여성을 유지해야 한다.

다음은 요정 암컷이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 그동안 수고했어. 다음에 혹시라도 만나게 되면 밥쯤은 사줄게.”

“너, 너무 갑작스러운 통보인데요. 제가 무슨 무례나 실수라도 저질렀나요? 저, 진심으로 용사님을 좋아하게 됐는데... 골렘 같은 존재라고 들었음에도요.”

요정 암컷이 울먹거렸다.

흠. 이상하군? 나는 딱히 챙겨준 것 같지 않은데.

그녀의 척추와 골반을 만진 기억도 없다.

아무튼,

“잘못하지 않았어. 하지만 용사 지크의 주위에 매력적인 여성이 있으면 앞으로 나아가질 못해.”

“지크...!”

“이해했지?”

“...당신은 정말 냉정한 남자로군요. 골렘이기 때문인가요?”

“아니. 용사이기 때문이다.”

정의로운 용사의 모험에는 희생이 따르는 법.

“당신의 앞날에 아기님의 가호가 함께하길 빌게요.”

“좋은 남자 만나길. 몰랑.”

이 세계가 붕괴하기 전에 그녀가 남자를 만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잘 되길 빌어줬다.

이것으로 정리 끝.

나는 용사 지크를 번뇌에 빠트릴 위험요소를 최대한 줄였다.

3남 3녀.

감찰 중인 디스코는 쫓아낼 수 없고, 용사의 모험에 필수적인 성녀도 마찬가지.

여성 동료의 숫자를 더 줄이고 싶어도 이 셋은 최소한의 인원이다.

그래도 ‘2남 5녀’일 때보다는 모양새가 많이 좋아졌군.

“아앗...”

파티에서 요정 암컷이 빠지는 걸 무척 아쉬워하는 지크.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지크!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이야!”

“저런 미녀를 망설임 없이 차는 선배님의 여유가 그저 부럽네요. 일리나 성녀님을 파티로 끌어들인 능력도 그렇고...”

“용사니까.”

“용사... 제가 아는 용사는 이렇게 만능인 캐릭터가 아닌데...”

“그렇다면 네가 잘못 알고 있는 거야. 용사는 뭐든 잘해야 해. 동료들에게 손을 빌리는 녀석들은 삼류야.”

“으으...”

“...하지만 엄살이 심한 너를 위해 우정의 힘을 살짝만 첨가해줄게.”

이대로면 ‘마왕’의 얼굴도 못 보고 떨어질 것 같았으니까.

세상은 과정을 중시하지만, 결과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오!”

지크가 반색했다.

나는 그의 척추- 아니,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했다.

“가자, 지크. 너에게 어울리는 사내들을 소개해주마!”

“네! ...네?”

*

혼자서는 모험이 힘들다고 질질 짜는 지크를 위해서 최고의 정예들을 소환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성녀E처럼 약점이 한두 개씩 있는 그들은 내 부탁을 흔쾌히 수락했다.

검성 알렉스(유부남)

설녀 화이트 치킨(유부녀)

용병왕(사별)

요정왕자 나서스(유부남)

마검사 에이리스(유부녀)

산적왕(하렘)

굉장히 화려한 인원이 구성됐다.

잉꼬부부가 좀 보이지만, 음양의 균형이란 측면에서 지크의 정신수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검성의 소감부터 들어보자.

“사랑하는 아내가 보채서 따라가는 것뿐이다. 그러니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라, 용사.”

“안녕하세요! 알렉스의 아내 화이트 치킨이에요! 손이 없어서 도움은 못 드리지만, 잘 부탁해요!”

설녀가 양팔(?)을 파닥거리며 인사했다.

“도움이 안 된다니! 그대가 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오. 부정하는 존재는 심검으로 전부 베어버릴 거요.”

“알렉스. 많이 걸었더니 다리가 너무 아파요.”

“이런! 내 등에 얼른 업히시오. 오랜만에 나온 나들이라 내가 신경을 못 썼소. 정말 미안하오. 이따가 발 마사지도 해주리다.”

“헤헤... 알렉스, 최고.”

“어흠! 한 번만 더 말해주시오.”

“알렉스. 많이 걸었더니 다리가 너무 아파요.”

“그것 다음에 한 말.”

“알렉스, 최고?”

“흠흠!”

...여기까지, 파티의 최고 전력인 검성 알렉스와 덤의 인사였다.

힘들게 중앙대륙까지 가서 멍청한 설녀를 먹을 거로 꼬드겼더니, 예상대로 알렉스가 세트로 딸려왔다.

당연히 내 정체는 밝히지 않았다.

다음은 용병왕이다.

“...잘 부탁하오.”

기분이 굉장히 안 좋은 것 같으므로 건드리지 말자.

용병왕이 계속 찾고 있던 아내의 유품을 먼저 구한 후, 그것을 빌미로 파티의 합류를 요청했다.

1회차 때도 이 방법을 썼다.

그때는 후불이 아닌 선불이라서 그의 기분이 나쁘지 않았지만.

아무튼,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지크 용사님과 영웅호걸들이여. 저는 요정제국을 대표로 이 위대한 원정에 가담하게 된 나서스 왕자입니다. 이쪽은 매력적인 여인은 제 호위기사 에이리스입니다.”

“에이리스입니다. 폐하께 배운 나쁜 손버릇을 잠재우는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에이리스...!”

“지금, 왕자님의 손이 어디서 뭘 하는지부터 변명하시지요.”

“헉! 어느새 거기에!”

“...그래도 허락 안 받은 여성의 가슴을 만지는 분은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이건 사고입니다, 여러분! 믿어주십시오!”

5차 교육과정으로 넘어오면서 유감스럽게 바뀐 나서스 왕자.

그리고 그의 욕망을 잠재우는 아내 겸 호위인 에이리스가 합류했다.

나서스 왕자의 목적은 여동생 실비아 공주를 제치고, 투병 중인 요정왕 엘브하임의 후계자 자리를 공고히 하는 것이다.

속물 같지만, 속물이 맞다.

원래는 이런 인물이 아니었는데, 조기교육을 잘못 받은 게 원인이라고 본다.

마지막은,

“쑥떡 두목에게는 생명의 빚이 있어서 냉큼 달려왔지! 아! 뒤에 귀여운 예쁜이 둘은 신경 쓸 거 없어. 그래도 인사쯤은 해둬야겠지?”

“안녕하세요, 산적왕의 9번째 아내 슈슈예요, 잘 부탁드려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언니랑 마찬가지로 그의 여자입니다. 케서린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하하핫! 잘 부탁해, 쑥떡 두목! 그리고 지크 용사!”

산적왕은 4차 교육과정 때부터 총애했던 두 아내를 대동했다.

물론, 그의 아내는 이 둘이 전부가 아니다. 동대륙의 산적왕 아지트에는 미녀들로 바글바글하다.

심지어 그 대부분은 혼혈 요정으로 늙지도 않는다.

“어이, 지크.”

“...예?”

“너를 돕기 위해 모인 새 동료들에게 한마디 해줘야지.”

내 후배는 어쩜 이리도 눈치가 없을까?

“아... 네.”

설녀를 등에 업은 검왕 알렉스부터 에이리스의 우람한 가슴을 만지작거리는 요정왕자 나서스까지 쓱 훑어본 지크가 눈물을 글썽거렸다.

“너, 감동했냐?”

“흑...!”

“짜식! 고마워할 거 없어. 선배 좋다는 게 뭐냐?”

정말 힘들게 모았다. 요령이 생겨서 다음에는 더 쉽겠지만.

너무 남자만 모으면 파티가 칙칙할 것 같아서 여성들도 추가했다.

이러한 내 배려를 이 멍청한 후배가 알지 의문이다.

지크가 울면서 말했다.

“여기는 지옥인가요?”

“웬 지옥?”

우정의 힘이 필요하다고 해서 사랑의 힘까지 덤으로 보태줬는데.

지크는 지크란 걸까?

정말 염치없는 FFF급 용사다.

쓴소리를 해주려고 했는데, 나보다 먼저 나서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알렉스였다.

“지금, 지옥이라고 했나?”

“켁켁?!”

왼손으로 설녀의 엉덩이를 받친 채 오른손만으로 지크의 멱살을 잡은 G등급 검사가 으르렁거렸다.

그리고 경고했다.

“내 아내 화이트 치킨을 한 번만 더 먹음직스럽다는 눈길로 훔쳐보면 진짜 지옥을 가르쳐주마.”

“죄, 죄송합니다!”

“명심하는 게 좋을 거야. 그 비겁한 마왕을 만나보기도 전에 썰리기 싫다면.”

“네네!”

유쾌한 모험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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