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관심용사-360화 (360/430)

 360화

[25회차] I am you.

중등교육과정은 용사력 -10년부터 시작하여, 매년 1명씩 용사를 소환해서 총 10명이 협력하여 모험하는 것이다.

4차 교육과정까진 말이다.

쏘시엘이 관리하는 5차 교육과정의 중등교육장은 다르다.

용사가 10명인 건 같지만, 대마법사 뺨치는 쑥떡이 동시에 10명을 소환한다는 식으로 전개된다.

그 뒤부터는 자유다.

‘동대륙으로!”’

’성검은 어쩌고 동대륙이야?‘

‘서대륙부터 가자!’

’무슨 소리! 북대륙이 진리지!’

‘중앙대륙 무시하냐?’

‘몰랑교도는 손!’

‘나는 응애교 신자인데...’

‘공략집에서는 남대륙부터래.’

‘내가 리더를 맡지!’

‘리더? 나를 이기고 말해라.’

개성과 자주성이 강한 10명을 한 자리에 모아놓았으니, 조용히 지나갈 리 없다.

하지만 이 또한 교육.

교육장에서 용사로서 리더쉽을 키워도, 넓은 사회에 나가면 누군가의 밑에서 일하거나 협력해야 한다.

지금의 협동모험은 그때를 대비한 것이다.

그러나,

‘용사 제군들. 나쁜 말로 할 때 따라오도록. 불만 있으면 잘리고 싶은 손을 들고.’

‘저게 뭐래?’

‘너도 용사냐?’

‘정체를 밝혀라!’

‘어디서 왔어?’

‘뭔데 명령이지?’

‘너는 뭐야?’

한 남자가 파문을 일으켰다.

능력치는 용사들보다 높거나 비등하지 않았지만,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당당했다.

그가 정의로운 용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용사다.’

*

어린 양들 사이에 정의로운 늑대 한 마리가 끼어들었다.

그러자 자기 잘난 맛에 살던 양들은 일시적으로 휴전하고 비열한 우정의 힘으로 덤볐다.

그러나 안 됐다.

비열한 우정의 힘으로는 올곧은 정의를 상대하기 역부족이었던 까닭이다!

‘허, 허리가...!’

‘켁켁-?!’

‘꺅~?!’

‘크어어억!’

그리고 시작된 모험은 정의로운 용사의 독무대였다.

나머지 잡것들은 요령 부리면서 성장을 게을리하다가 하나둘 자격지심에 빠지며 자멸했다.

여기에 암살까지.

서대륙의 어느 폐공장에서 생산되어 주기적으로 용사만 전문적으로 노리는 안드로이드 비앙카.

그녀는 약한 용사부터 살해했다.

하지만 감찰단의 대표 디스코는 시큰둥하기만 했다.

왜냐하면,

‘용사님은 자기관리가 엄청 철저하시네요. 한 달에 하루쯤은 미녀랑 느긋하게 쉴 수도 있는데.’

‘미녀?’

‘눈앞에 있잖아요.’

‘...조금 미안하지만, 외면의 아름다움은 취급하지 않아서.’

‘후후후! 정중한 도발은 진짜 오랜만인데요? 진심으로 내면의 아름다움을 중시하는 사내를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더라?’

‘당신, 진짜 끈질겨.’

‘제가 어릴 적부터 소유욕이 심하긴 했어요. 아! 소유물이 되는 것도 좋아하긴 하지만.’

‘안 물어봤어.’

‘후후후!’

디스코는 거의 온종일 ‘용사 강한수’에게 달라붙어 있었다.

그는 간신히 귀환한 지구에서 가출선배의 안배에 당하여 죽고, 판타지아 세계에서 환생하기 직전까지의 생활기록부를 토대로 만들어진 또 하나의 나.

강한수는 내 200년 전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본인이 ‘판타지아 세계에서만 살 수 있는 가짜’임을 인지하고 있다.

미치지 않은 게 신기하군.

“담담하던데?”

일명 ‘강한수 프로젝트’를 주도한 교장 쏘시엘이 말했다.

“정말로?”

“응. 지구에서 죽은 시점에 자신은 끝났다고 생각하더라고. 이렇게 판타지아에서 환생시켜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

“과연... 그렇군.”

1회차 때는 시스템을 몰랐기에 나를 비롯한 모든 학생이 목숨을 소중하게 여겼다.

하지만 죽으면 회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2회차 이후에도 나는 안 죽으려고 무진장 노력했다.

그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목숨은 ‘하나’다.

지금도 나는, 가출선배에게 한 번 살해당했고 현재는 완전히 다른 유전자의 육체로 인지하고 있다.

그대로인 것은 영혼뿐.

“남편은 여자의 자궁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걸쳐서 태어났기에 환생했다고 생각하지만, 강한수는 아니야. 지구에서 죽기 직전의 모습으로 시작했거든. 그래서 환생이 아닌 교보재라고 스스로 이해하고 있어.”

“...그렇군.”

나는 2회차부터 판타지아 세계가 거대한 교실임을 눈치챘다.

그랬기에 강한수도 ‘나는 죽어서 동료들처럼 교보재가 됐다.’라고 운명을 받아들인 것이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이렇게 제삼자의 눈으로 ‘나’를 보니, 소름 돋는 적응력이지 않은가?

“그래서 디스토리아가 남편을 노골적으로 탐내고 있어.”

“그렇게 보이네.”

허물없는 애인이라고 소개해도 믿어질 정도로 찝쩍댔다.

나는 어느새 뒷전으로 밀려난 감찰대상의 생활기록부를 살펴봤다.

▷종류: 생활기록부

▷이름: 얄라딘

▷성향: 외(外)

▷속성: 유희

▷경력: 530년

▷기록: 7

▷총평: 무언가를 훔치는 재주 하나만은 교사들도 인정하는 학생. 가문에서 곱게 자란 여성들만 보면 넋을 놓고 빠져드는 독특한 취향을 가졌다. 재능과 운을 타고났지만, 연애에 할애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많아서 빛을 전혀 못 보고 있다. 재능을 썩히면서 졸업할 마음도 없는 듯하여 애석할 따름이다.

“흐음. 무작위 뽑기 운은 나쁘지 않았네.”

재능을 낭비한다는 대목이 살짝 걸리긴 했지만, 지크랑 비교하면 굉장히 우수한 학생이다.

세계연도는 용사력 5년.

강한수를 제외하고 10명으로 시작했던 용사는 단 3명만 남았다. 탈주한 녀석들은 비앙카들의 습격으로 싹 죽어버렸기에 논외.

하지만 용사들이 아무것도 안 하고 죽기만 한 건 아니었다.

인간의 성검: 오토마니아

거인의 성검: 몰랑코인

그들은 중앙대륙의 신성제국과 남대륙의 거인제국에서 각각 성검 한 자루씩 획득했다.

그리고 3번째 성검을 획득하기 위해 북대륙으로 넘어온 상태다.

인어의 성검: 몰랑로드

이것은 내가 예전에 획득했던 성검3이라고 보면 된다.

노련한 용사의 영혼이 깃들어있는 에고소드.

여기까지만 보면 굉장할 것 같지만, 굉장히 쓸모없는 용사의 영혼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젠 아니야. 해고하고 제대로 된 용사를 영입했어.”

“또 나를 쓴 건 아니겠지?”

“...하려다가 말았어.”

“너무하네! 남편을 사골까지 우려먹을 셈이냐!”

“흠흠! 최종적으로 뽑힌 용사는 천마(天魔). 1차 교육과정 시절에 활약했던 최강의 용사지. 당시에는 최강의 모험가라고 불렸었어.”

“강해?”

“인간치고 강했었던 모양이야. 망룡왕 뇌비우스에게 덤볐다가 뼛가루도 안 남았지만.”

“그건 평가가 안 되는데.”

망룡왕 뇌비우스에게 덤비면 농부나 용사나 한 방인 건 똑같다.

하지만 쏘시엘이 용사의 성검이란 중요한 위치의 인선을 허투루 배정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젠 그만 죽었으면 좋겠는데...”

“파티에 성녀가 버젓이 있는데도 죽는 이유는?”

성검 몰랑코인과 성검 오토마니아를 획득하면서 성녀E와 성녀A가 자연스럽게 딸려왔다.

그런데도 용사가 7명이나 사망해서 부활하지 못하다니?

예삿일이 아니다.

“나도 애를 보느라 온종일 살펴보고 있는 건 아닌데, 용사가 죽는 방식은 똑같아. 강한수가 이끄는 모험이 힘들어서 탈주. 비앙카의 집중공격으로 시체조차 못 남기고 사망. 시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기에 성녀가 부활도 못 시켜.”

“참혹하군.”

중등교육과정의 주제는 협력이다.

그렇기에 ‘무리’에서 이탈한 용사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새근새근.”

“그보다 남편님. 아이의 이름이나 얼른 지어줘. 아니면 도련님의 부탁대로 페도나르 2세로 한다?”

쏘시엘이 잠든 아들을 보며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했다.

“나중에 아들에게 무슨 원망을 들으려고 그런 만행을...!”

“조용히 해. 애 깨겠어.”

“......”

“그래서 이름은?”

“원래는 내 고향별 스타일의 이름으로 지어줄 생각이었는데... 내 고향별이 바뀌었으니 이름도 판타지아에 맞춰야겠지.”

“생각해둔 거 있어?”

없다.

하지만 곧 생길 거다.

우주 회장님이 이름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지으시기 때문이다.

하나 뽑아주시죠?

...바로 나왔다.

“씨드.”

“남편의 생각대로라면 우주가 지어준 이름이니 따르긴 하겠는데, 나도 아이의 엄마로서 발언권이 있다고 생각해. 맞지?”

“맞아.”

“씨드엘.”

“...그렇군. 애도 타천사라는 걸 깜빡했네.”

이 조그마한 생명의 몸속에는 두 엄마의 사랑이 깃들어있다.

악마, 천사.

한쪽만 계승하지 않았다.

【척추】

“...아주 튼튼한 아이로 자라나는 건 200% 확실하군.”

신격을 물고 태어났다.

약할 리 없다.

“그리고 알아둘 게 있어. 검희는 파르마몬만이 아니라 강한수도 남편으로 인식해. 외모가 달라서 모를 줄 알았는데, 내가 그녀의 직감을 과소평가한 것 같아.”

“...그런가.”

“정말 미안해.”

“네가 미안할 건 없지. 강한수는 과거의 내 모습이니까.”

“응...”

“역시, 쓸모없을 거라고 짐작되는 성검보다 유용한 동료를 먼저 확보하러 가는군.”

서대륙의 대현자 섹스피어에게 헛된 경쟁심을 불태우는 현자를 동료로 영입한 강한수는, 새로운 동료를 환영하는 오리엔테이션은 생략하고 곧바로 검희가 사는 공작Q의 영지로 향했다.

곧바로 청혼 토너먼트 신청!

파티에서는 정의로운 용사 강한수와 감찰대상 얄라딘이 신청했다.

남은 두 용사는 여성이라서 자격이 안 됐다.

하지만 용사라고 해서 특별히 대단한 건 아니다.

얄라딘을 예로 들자면,

▷종족: 쉐도우 휴먼

▷레벨: 2753

▷직업: 괴도(위기→행운↑)

▷스킬: 민첩ZZZ 회피ZZ 암살ZZ

추적Z 근력Z 감정Z

연애Z 행운Z 사막Z

수영Z 잠행Z 체력Z

기력Z 도굴Z 탐지Z

암흑Z 검술Z 관통Z

보법Z 매력Z 평판Z

갈취MAX…

▷상태: 성검, 가호, 기대

검술 같은 기술이 아닌 기초능력 스킬에 한계돌파를 투자했다.

연애 같은 쓸모없는 스킬도 보였지만,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등급이 오른 ‘업보’의 대항책으로 ‘평판’을 선택한 건 나쁘지 않았다.

망할 지크 새끼...

녀석이 정력 스킬만 포기했어도 진즉 초등교육장을 졸업했을 것이다.

아무튼,

‘이번에는 안 진다, 강한수!’

‘열심히 해봐, 용사A.’

‘내 이름은 얄라딘이다! 얄라딘! 너는 대체 몇 번을 말해줘야 알아들을 거냐!’

‘용사B와 용사C의 이름도 안 외우는데 시커먼 남자의 이름 따위를 내가 신경 쓸 것 같아?’

‘고자 자식...!’

‘마음대로 떠들어라, 용사A.’

‘아, 진짜! 강한수! 토너먼트 결승에서 보자!’

용사A가 바득바득 이를 가는 강한수의 능력치는 어떻게 될까?

▷종족: 카오스 휴먼

▷레벨: 7158

▷직업: 용자(전원=1레벨)

▷스킬: 불사ZZ 몰살ZZ 신성Z

마기Z 혼돈Z 자연Z

행운Z 정령Z 체력Z

재생Z 검술MAX…

▷상태: 신검, 축복, 가호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G등급을 Z등급으로 잘못 표기한 것으로밖에 안 보이는 정령 스킬이다.

땅, 불, 바람, 물, 마음.

내게 그랬듯이 5가지 속성의 정령왕들이 강한수의 겨드랑이와 사타구니에 달라붙어 있었다.

여기서 신성과 마기까지!

모든 속성을 섭렵한 그에게 판타지 마법이나 효과로 피해를 주는 건 불가능하다.

높은 능력치로 압박하려고 하면 직업 ‘용자’로 공평하게 1레벨...

답이 없는 조합이다.

‘잘 부탁해, 로리콘 백작.’

‘나는 로리콘이 아니라 로리쿤 백작이다!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 얄라딘을 본받아라!’

‘등록은 끝난 거지?’

‘...다 됐다, 강한수. 그렇게 네 실력에 자신 있으면 빚을 져서라도 돈을 걸어봐라!’

‘충고 고마워, 로리콘 백작.’

‘로리쿤이다-!’

토너먼트 참가자격 테스트를 마친 강한수가 할 일은 뻔하다.

돈 걸기?

그건 나중에 천천히 해도 된다.

토너먼트가 열리려면 64명을 채워야 하는데, 모일 때까지 기다리는 건 시간이 아깝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직접 모집하러 다니는 것이다.

“재미있겠네.”

“남편?”

“동생아?”

관람석에서 강한수가 있는 경기장으로 내려가려던 나는 멈칫했다.

“마약정령. 내가 왜 유감스러운 네 동생이냐?”

“이제 시작일 뿐이다. 자연이 별빛으로 내게 속삭이셨다. 마약용사가 내 동생이라고 하셨다.”

“킁.”

나는 대꾸해주길 포기하고 지상으로 자연스럽게 내려갔다.

신(神) 디스코에게 들키는 건 걱정하지 않았다.

【원죄】

나는 판타지아의 자연이니까.

나는 판타지아 어디에나 존재하는 신(神)이다.

“실례합니다, 지나가던 몰랑교 광신도인데...”

“...우연인가?”

“어머나! 손이 미끄러졌네!”

“나도 미끄러졌는데.”

“놔.”

“먼저 놔.”

우리는 서로의 경추(頸椎)를 붙잡은 채 난색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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