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관심용사-362화 (362/430)

 362화

[24회차] You are not me!

검희에게 청혼하는 토너먼트는 굉장히 순조롭게 진행됐다.

나, 강한수, 얄라딘.

이렇게 셋이서 어중이떠중이들을 격파하며 빠르게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갔다.

하지만 마냥 편하게 흘러가는 건 아니었다.

▷종족: 블러드 엔젤

▷레벨: 3194

▷직업: 검사(검술=절단↑)

▷스킬: 검술ZZ 신성ZZ 관통Z

오감Z 내성Z…

▷상태: 축복, 오만

참가자 안에 천사가 섞여 있다.

쏘시엘의 설명에 따르면, 파르마엘의 추종자들을 어딘가에 가둬두지 않고 풀어놓은 탓이다.

양식장의 물고기랄까.

바나나엘을 중심으로 뭉친 그들에게 ‘블러드 엔젤’이란 종족특성을 내리고, 판타지아 대륙에서 마음껏 행동하게 놔뒀다.

과거에 파르마엘이 ‘조카 쏘시아’에게 그랬듯이.

제한적인 자율을 주면서 교육장의 교보재로 써먹는 것이다.

이건 그 결과.

“인간들은 정말 약하군.”

“큭...!”

시스템으로도 기억을 잃지 않는 파르마엘과 바나나엘을 제외한 나머지 천사들은 진실을 모른다.

그들은 자신들이 여전히 판타지아 세계를 지배하는 최고의 종족인 줄 안다.

“검희는 내 소유물이 될 것이다.”

“부, 분하다...”

그렇게 착각한 천사들은 대륙 곳곳에서 암약한다.

주로 종교 쪽으로.

차원에서 탈주한 ‘라누벨’을 숭상하는 여신교의 부흥을 위해, 천사들은 끊임없이 몰랑교와 응애교를 방해한다.

몰랑교의 간부인 검희를 빼내려는 수작 또한 그 일환.

하지만 성공한 적은 없다.

▷종족: 어나더 데몬

▷레벨: 3214

▷직업: 검객(체력=검술↑)

▷스킬: 체력ZZ 마기ZZ 검술Z

재생Z 맷집Z…

▷상태: 마검, 오만

대립하는 악마의 훼방 탓이다.

장인어른 페도나르가 시스템을 건드려서 남긴 ‘버그’다.

통제되지 않는 악마.

해충을 박멸하듯 제거할 수도 있지만, 교장 쏘시엘은 그러지 않고 그들의 존재를 눈감아주고 이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결승에서 보자. 소드엘.”

“흥! 건방 떨지 마라, 천박한 악마 놈.”

유력한 우승 후보인 이 둘은 눈치싸움을 벌이느라 토너먼트에 참가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참가하는 계기는 용사의 출현.

눈치싸움만 하다가 용사에게 검희를 빼앗길 순 없기 때문이다.

용사가 아예 안 오면?

그럴 경우, 무럭무럭 성장한 검희의 아들 카리스에게 용사력 7년쯤에 썰려버린다.

아무튼,

“이번에는 박살을 내주마!”

“처음 보는 인간이 이상한 말을 하는군.”

강한수의 강렬한 존재감 때문에 계속 깜빡하는데, 이 교실의 주역은 원래 ‘용사 얄라딘’이다.

그는 ‘괴도’라는 도적의 상위직업으로 분발해보지만, 종족특성이 뛰어난 악마와 천사를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래도 이기긴 이겼다.

16강에서 마주친 악마를 무찌르고 4강까지 쭉쭉 올라왔다.

강해서?

⤷얄라딘: 정말 고맙습니다. 여러분의 조언 덕분에 대악마 바르셀로크를 쓰러트릴 수 있었습니다. 검희랑 잔 후에 인증사진 올리겠습니다. 그러면 제가 최초겠군요.

⤷지크: 님아. 최초는 이미 먼치킨이 먹음요.

⤷루크: 얄라딘 님. 성공하면 검희 공략집 좀 부탁합니다.

⤷이시스: 저질이네. 여자는 너의 트로피가 아니거든? 어차피 성공도 못 하겠지만.

⤷오딘: 최초는 아니지만, 그래도 힘내라. 후배. 고등부 검희는 너무 강해서 포기하는 게 맞지만, 중등부라면 해볼 만할 거다.

⤷사탄: 얄라딘 후배님. 저도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지만, 검희는 포기하세요. 그녀를 쓰러트려도 절대 결혼하지 못합니다.

⤷제우스: 여기까지. 검희를 쓰러트려 본 적 없는 용사의 개소리였습니다. ^^

⤷알라: 사탄의 말은 무시해. 검희가 떠돌이랑 사랑에 빠졌다고 소설을 쓰는 놈임.

⤷먼치킨: 건투를.

“...어떻게 밟아줄까.”

판타지아 세계의 숫자만큼 검희에게 도전하는 녀석도 많다.

동료랑 커플이 된 기념으로 인증사진을 찍겠다는 녀석도 제법 된다.

이미 상당수의 동료 사진이 몰랑폰에 업로드되어있다.

나서스, 실비아, 해적왕, 황녀, 아쿠아, 토마토, 현자, 빙룡왕, 얼음공주, 암흑기사, 기사왕...

그중에는 마음을 얻기 쉽거나 공략집이 풀리면서 모두의 연인으로 전락한 동료도 있었다.

당연히 그 반대도.

“이번 토너먼트 참가자들은 정말 강합니다!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백검사 소드엘을 쓰러트리고 4강까지 올라온 천재 도굴꾼 얄라딘! 이번에는 또 어떤 기예로 우리를 놀라게 해줄지 기대됩니다! 큰 박수로 환영해주시기 바랍니다!”

“우우우!”

“우우-!”

“우우우!”

몰랑폰을 들여다보던 용사 얄라딘이 천천히 대련장에 입장했다.

정의롭지 못한 그에게 사방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나도 슬슬 움직여야겠군.

“몰랑교도 여러분, 하시던 일을 잠시 멈추고 관중석에서 일어서 주시기 바랍니다. 이름과 출신은 업무상 밝힐 수 없지만, 본국에서 태어난 형제님이십니다. 몰랑하지 않은 이교도들을 척결하는 몰랑교 이단심문관께서 입장하십니다. 몰랑한 마음으로 환대해주시기 바랍니다.”

“몰랑...”

“몰랑이 함께하길...”

“몰랑을 위해...”

“몰랑하리라...”

이것이 바로 격의 차이다.

2000년 전, 내가 북대륙에서 수세식 변기와 함께 몰랑교를 전파한다고 애쓴 보람이 있었다.

모두가 위대한 그분을 찬양한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광경이란 말인가?

“이단심문관이라니...”

용사 얄라딘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

나는 살포시 웃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응애교는 이단이 아니니.”

응애교도를 볼 때마다 부끄러운 기분이 든다.

나의 분신 ‘캡틴 판타지’를 숭배하는, 나를 신으로 따르는 종교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닌데?”

“......”

“나는 나밖에 믿지 않아. 내가 쌓아온 능력치. 이것이 진리이자 전부다. 이단심문관 나리. 이런 나는 이단인가?”

“얄라딘이여. 하나만 묻겠다. 네가 믿는 능력치는 어디서 비롯됐다고 생각하지?”

“나의 노력과 시간.”

“...그런가. 그렇다면 너는 무지해서 말랑거리는 존재일 뿐. 처단해야 하는 이단은 아니다.”

“몰랑이나 말랑이나.”

“그 차이를 가르쳐주지.”

“하하! 할 수 있다면 해보라고.”

팟!

얄라딘이 먼저 움직였다.

그의 판단은 굉장히 성급하다고 볼 수 있다.

4강까지 올라오는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전투다운 전투를 치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의 토너먼트 우승을 바라는 형제들이 자발적으로 기권해줬다.

이것이 정의라는 거다.

“어설프군.”

얄라딘의 무기는 쌍수 단검.

필요에 따라선 투검도 하지만, 기척을 죽인 채 가까이 접근해서 목이나 인대를 긋는 방식을 선호한다.

전형적인 암살자의 수법.

그것까진 좋은데, 상대의 전력도 안 알아보고 근접전을 시도하는 태도가 참으로 어설프다.

자만했든가.

뿅!

이에 맞서는 나는 정의로운 철퇴를 소환해서 손에 쥐었다.

어리석은 이교도들의 머리통을 깨주기 위한 철퇴.

가장 신관다운 무기다.

“하! 이 거리에서 철퇴라고? 나의 승리- 커억?!”

“한심하긴.”

나는 철퇴의 몽둥이 부분은 놔두고 묵직한 추를 맨손으로 쥐었다.

반드시 손잡이를 잡으라는 법은 없잖아?

추에 박힌 가시들이 내 손바닥을 파고들었지만, 문제없다.

“미, 미친...”

정의로운 철퇴에 왼쪽 어깨가 찢긴 얄라딘이 물러났다.

어이가 없다.

탁- 착.

철퇴의 추에서 손을 떼고 제대로 손잡이 부분을 쥔 나는, 크게 포물선을 그리면서 힘차게 휘둘렀다.

“몰랑한 철퇴를.”

높은 능력치 덕분에 첫 공격은 버텼지만, 제대로 철퇴의 사정권에 들어온 현재는 다르다.

딱 한 방이면,

검희를 노리는 저 말랑한 종자를 다진 고기로 만들 수 있으리라!

“큭! 오토마니아...!”

왼팔이 너덜너덜해진 시점에 쌍수 단검의 이점을 전혀 못 살린다고 판단한 얄라딘은, 아껴뒀던 성검을 소환했다.

어떤 용사라도 단숨에 초일류 검사로 만들어주는 성검.

초보자에게 안성맞춤이다.

“진짜 한심해.”

부웅-

나는 정의로운 철퇴를 휘둘렀다.

성검1은 나를 공격하려다가 급히 멈추고 방어태세를 갖췄다.

캉-!!

간신히 막는다.

보통 검이었다면 칼날이 부러졌겠지만, 시스템의 보호를 받는 성검은 견뎌냈다.

그러나 성검을 쥔 용사의 손아귀는 어떨까? 팔은? 어깨는? 허리는?

“큭?!”

벌써 후들후들 떨린다.

그리고 성검1에게 전부 맡긴다고 해도, 용사가 어느 정도 호흡은 맞춰줘야 한다.

성검1의 조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완전히 힘을 푸는 건 하수.

성검1의 검술에 동조해서 힘을 더해줄 수 있다면 중수.

성검1에 의존하지 않는 용사가 고수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성검충에게 철퇴를.”

“히익-?!”

1회차 때부터 성검1이 마음에 안 들어서 사용하지 않았던 나는 다양한 무기를 다룰 줄 안다.

대형 몬스터를 상대로는 창.

비행 몬스터라면 활.

말랑한 몬스터는 철퇴.

빠른 몬스터에게는 방패.

...

검은 대다수 상황에 보편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뿐이지 항상 최고인 건 아니다.

나는 성검으로 전부 해결하려고 애쓰는 여타 용사들이랑 다르다.

붕~ 붕~ 붕~

철퇴는 단순히 힘으로 내리치는 단발성 무기가 아니다.

무게중심을 앞으로 쏠리게 하면서 원심력으로 후려치고, 살짝 비스듬히 흘리면서 재차 휘두른다.

북을 두드리듯이.

수직으로 온 힘을 실어서 내리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손목에 부담을 주고, 공격의 흐름이 끊어지면서 빈틈을 만든다.

확실한 일격필살이 아니라면, 사선으로 살짝 어루만지듯 건드리며 리듬을 타는 게 중요하다.

“팡, 팡, 팡~♪”

“큭! 끄윽! 윽~!”

스킬은 사용하지 않는다.

애초에 이 몸은 철퇴랑 관련된 스킬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

순수한 경험.

그리고 얄라딘에게 밀리지 않을 최소한의 근력과 성검의 절삭력에도 견딜 수 있는 무기가 전부다.

이거면 충분하지 않는가?

스킬의 노예를 상대로.

뿌득-

성검1을 쥔 용사 얄라딘의 오른팔이 완전히 부러졌다.

끝났군.

“말랑한 어린 양이여. 자기애도 좋지만, 몰랑을 믿어라.”

“히익?! 항- 꾸에에엑~?!”

항복하게 둘 것 같냐!

정의로운 철퇴로 턱주가리를 후려치면 죽을 것 같아서 선심 썼다.

가볍게 팔꿈치로 후려쳤다.

여기가 판타지 세계인 것을 감사히 여겨라. 지구였다면 임플란트도 어려웠다.

털썩!

얄라딘이 쓰러졌다.

하지만 이대로 끝내면 응원해준 교도들에게 미안하다.

그러니 덕담을 해주자.

“몰랑계시록 6장 6절. 그분께서 몰랑하시니 호색한 용사가 바지 입는 것도 깜빡하고 줄행랑치더라.”

“너, 주겨버리...”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

“아아! 마스터 몰랑이시여. 보이십니까? 몰랑하게 터져버린 이 어린 양을 보살펴주소서. 몰랑.”

“몰랑...”

“몰랑...”

나의 정의로운 기도에 관중석도 숙연해졌다.

*

몰랑폰으로 평행세계의 용사들이랑 정보를 공유하고 있지 않음에도 강한수는 강했다.

그는 무난하게 닭대가리를 물리치고 결승으로 올라왔다.

“히야~ 진짜 오랜만에 보네.”

내가 귀여운 황제일 때,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애용했던 보리스의 광선검이 강한수의 무기였다.

그가 무대로 올라왔다.

“드디어 토너먼트 결승입니다! 이 싸움의 승자가 카이사 큐라레 백작님께 청혼할 기회를 얻습니다. 결승전의 도전자를 소개합니다. 다른 대륙에서 조금 유명한 용병 강한... 음?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헉! 다,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중앙대륙 신성제국 자작, 성왕국 명예기사단장, 남대륙 요정제국 빛의 기사, 거인제국 철인 6관왕, 응애교 1급 성기사, 큐라레 공작령의 아름다운 보석이신 카이사 큐라레 백작님의 약혼자, 강한수 공께서 입장하십니다!”

말하던 도중에 쪽지를 받은 사회자가 말을 바꿨다.

설마...?

“토너먼트는 하나의 수단이자 과정일 뿐이지. 어떻게든 검희의 마음만 얻으면 그만 아닌가?”

강한수가 씩 웃었다.

“비겁한 놈! 네가 그러고도 정의로운 용사냐!”

“은퇴했다만?”

“은퇴하면 정의가 끝나냐!”

“누군가 이어가겠지.”

“허! 아주 뻔뻔한 자식일세!”

저 인간이 ‘과거의 나’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어이, 광신도X. 이미 졌는데도 싸울 거냐?”

“당연하지!”

내가 정의를 가르쳐주마!

“하핫!! 그렇게 나올 줄 알았어. 얼른 올라와. 여기까지 왔는데, 술값이라도 챙겨야지.”

“......”

이 새끼. 진짜 마음에 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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