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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F급 관심용사-372화 (372/430)

 372화

[26회차] 뉴 페스티벌

직접 말은 안 했지만, 용사 사탄에게는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대로 감찰이 부정적으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그가 애써준 덕분에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2번 실패!

1번 대성공!

그래서 몰랑소프트 감찰의 최종결정이 보류됐다.

디스코만 일한 게 아니다.

그녀 외 감찰단 수행원들이 살펴본 교무실과 교직원의 상태도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학생 2명을 추가로 감찰하고, 페스티벌 이벤트를 직접 참가해서 최종평가 하기로 결정됐다.

즉, 이번 페스티벌은 다른 때보다 매우 중요하다.

“페스티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페스티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선남선녀로 이루어진 교생들이 해맑은 미소로 인사했다.

페스티벌에 참가한 졸업생들을 처치하면 푸짐한 보상이 주어지기에 교생들이 열성적으로 행사를 준비한 티가 여기저기서 묻어났다.

이번 페스티벌의 메인이벤트는 마왕 토벌이지만, 약간 특수한 설정이 추가됐다.

▷공지: 환영합니다, 판타지아 졸업생 여러분. 교육과정의 개편에 따라, 축제의 규칙에도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악마들을 이끄는 마왕과 천사들을 이끄는 여신. 양대진영 중 하나를 선택하고 승리의 주역이 되세요. 진영은 한 번 선택하면 바꿀 수 없으니 신중하게 선택하십시오. 용사님들의 무운을 빕니다.

세세한 규칙은 없었다.

페스티벌 대륙의 서쪽과 동쪽에 각각 위치하는 본거지에 침투해서 마왕이나 여신을 쓰러트리면 승리.

팀을 짜도 좋고, 개별로 해서 점수를 독식해도 상관없다.

선택은 자유!

“당연히 여신 진영 아니야?”

“용사라면 여신님 편에 서야지.”

“아름다운 여신님이 진리!”

“여신의 진영으로!”

“마왕 선택하는 흑우 없지?”

“고민할 필요가 있나?”

졸업생들은 별 고민 없이 ‘여신’을 선택했다.

이걸 경마로 착각하고 ‘마왕’을 선택하는 자들이 더러 있었지만, 대다수는 여신을 선택했다.

그리고 후회했다.

“히익?! 뭐야, 이 살덩이는?!”

“마왕을 잘못 고른 건가?!”

“아악! 내 눈...!”

“이, 이게 여신이라고?!”

“내 여신이 이럴 리 없어!”

여신 파르마엘을 본 용사들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혼비백산했다.

원초적인 혐오감을 자극하는 그것을 본 용사 중 일부는 무의식중에 무기를 뽑았을 정도.

여신 주위의 정상적인 체형의 천사들이 만류하지 않았다면, 페스티벌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자멸로 끝났을 것이다.

디스코 또한 대세를 따라서 ‘여신 진영’을 선택했다.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파르마엘. 당신의 독특한 심미안은 여전하군요.”

“서, 설마! 디스토리아 비서관?! 쉬익! 어서 나를 도와다오. 쉬익! 그러면 내가 섭섭하지 않게 보상을 하겠다. 쉬익!”

감찰관 디스코를 단번에 알아본 최초의 천사 파르마엘.

그녀는 살에 파묻힌 두 눈을 크게 뜨며(아마도) 외부세력의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디스코는 고개를 저었다.

“유감스럽게도 당신을 도울 의리는 없는 듯하군요. 아! 그래도 옛정을 생각해서 경고 하나 하죠. 얌전히 지내시는 편이 신상에 좋을 겁니다. 당신의 방만한 운영에 분노한 투자자들이 많아요.”

“내 잘못이 아니야! 쉬익!”

“아아, 어리석고 오만한 파르마엘. 당신 따위가 몰랑소프트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셨나요? 로맨티넘 산출량을 속여서 빼돌린 사실을 우리가 정말 모를 줄 알았나요? 저의 주인님께서는 그런 당신을 용서할 마음이 없으십니다.”

“히익?!”

“충분히 알아들은 것 같군요. 이제 축제를 즐겨볼까요? 후후!”

디스코는 함께 온 수행원들이랑 파티를 맺고 모험을 시작했다.

*

“휑하네.”

편협한 F급 졸업생들로 바글바글한 여신 진영을 훔쳐본 나는 불편한 심기를 지울 수 없었다.

마왕 진영은 사람이 너무 없었다.

그래도 최악은 아니었다.

“저를 기억하십니까? 마왕님.”

“사탄, 너도 왔냐?”

“일단은 저도 졸업생이니까요. 교생심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확정이 아니라서 용사 페스티벌에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군.”

5차 교육과정의 첫 졸업생 사탄!

비열한 우정의 힘으로 졸업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전 교육과정의 하찮은 졸업생들보다는 훨씬 낫다.

조금은 활약을 기대해볼까?

“쑥떡을 사랑합니다.”

“야. 분위기 파악이 안 돼? 그 얘기가 여기서 왜 나오냐?”

“저는 일개 교생후보생인데,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하겠습니까?”

“여신의 목부터 따고 와라. 그러면 네 개소리를 상대해주마.”

“감사합니다!”

“거참...”

마왕의 탑 90층 전까지는 애가 멀쩡해 보였는데, 용사가 망가지는 건 순식간인 것 같다.

이 열세를 사탄이 극복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보면 알 터.

워낙 인원이 적어서 잡것들의 머릿수를 셀 수 있을 정도다.

...186명인가?

앞으로 더 늘어나겠지만, 여신 진영이랑 100배 가까이 차이 났다.

걱정되는군.

“마왕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어? 너는...”

“남자기숙사 S급 하녀 엘리스입니다. 마왕님께 몸을 허락하지 않은 저번 공을 인정받아서 이번에도 보필하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어, 그래.”

그걸 공적이라고 할 수 있나?

비겁한 마누라의 감정적인 운영이 살짝 걱정됐지만, 내 꿈은 기둥서방이기에 따지지 않기로 했다.

엘리스가 말했다.

“두 진영 사이에는 저희들... 교생들이 깔아둔 함정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두 진영 사이에 길이 뚫릴 때쯤이면 생존자가 비슷할 테니,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과연...”

도시A와 도시B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를 깔려면 200명의 목숨이 필요하다고 가정해보자.

상식적으로 보면, 두 도시에서 공평하게 100명씩 투입해야 맞다.

하지만 도시A가 도로를 연결할 마음이 없거나 여력이 없다면?

연결하고 싶은 도시B에서 200명을 몽땅 부담할 것이다.

이 또한 같은 이치.

그러나 이 계산법에는 치명적인 허점이 있다.

“많이 죽을까?”

마왕과 여신 진영은 100배 차이가 난다.

마왕 진영은 다 합쳐서 50명밖에 안 되고, 여신 진영이 5000명이라면 길을 뚫다가 200명이 죽는다고 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

내 질문에 엘리스가 웃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두 진영 사이에 통행로가 안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그만큼 극악의 함정들이 도처에 깔려있습니다.”

“그래?”

정말로 많이 죽는지는 지금부터 지켜보면 알겠지.

그나저나...

너무 심심하다.

나 혼자서 용사 연합군을 상대하는 초특급 대서사시를 기대했는데, 깃발처럼 얌전히 기다리는 역할이다.

“고등교육과정 졸업생들의 소환이 끝나면 곧바로 이어서 중등교육과정, 초등교육과정 순으로 참가가 이루어질 거예요. 전부 소환된 이후가 진짜 페스티벌이라고 할 수 있죠.”

“흠. 나만 안 즐거운 포지션이란 뜻이군.”

“그건...”

“신경 쓰지 마. 심심해서 그냥 해본 말이니. 나에게 허용된 활동 범위를 이야기해봐.”

“이 건물 울타리 밖으로만 안 나가시면 됩니다.”

“아주 좁진 않군.”

앉아있는 화려한 옥좌에서 엉덩이를 절대 떼지 말 것 같은 가혹한 규칙은 아니었다.

마음 같아서는 여신 진영 쪽으로 초장거리 포격을 가하고 싶지만, 그랬다간 페스티벌이 내 독무대로 변하기에 참았다.

게다가,

“마왕님. 어디 가세요?”

“산책. 옥좌에 ‘자리 비움’ 같은 표지판을 달아두면 되나?”

“그건 정확한 사유가 아니기에 ‘식사 중’이나 ‘퇴근’이라고 정확히 기재해두셔야 해요.”

“무척 성가시네. 그러면 퇴근이라고 해줘.”

“네, 마왕님.”

용사에게 토벌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일이다.

내가 자리를 비우고 어딜 가든 신경 쓰는 졸업생은 없었다.

“물가는 적당하군.”

“일거리부터 찾아봐야겠네.”

“내 기분 탓인가? 요정이 은근히 많이 사는 것 같은데.”

“용사가 너무 없어. 내가 잘못 선택한 건가...”

“할 일이 태산이네.”

여신 진영은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파티를 짠다고 어수선한데, 여기는 사람이 적어서 다들 개인플레이 위주로 빠르게 흩어졌다.

페스티벌에 참가한 용사들은 기본적인 속옷과 전투복 외에는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는다.

학창시절에 개성적으로 성장한 능력치 외에는 평등한 시작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만큼 다시 기반을 쌓으려면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돈, 장비, 숙소, 동료, 정보...

준비해야 할 게 많다.

“일거리를 찾는 용사님들은 북쪽 군사지구의 용병길드로 오세요.”

“서쪽 상업지구의 몰랑한 슬라임이 머무는 여관에서 저렴한 숙소와 식사를 제공합니다.”

“쉬운 일을 찾는 용사님들은 남쪽 주거지구의 광장에 설치된 게시판을 살펴보세요.”

“무기와 장비가 필요한 분은 동쪽의 생산지구로 가보세요.”

교생들이 발 빠르게 돌아다니면서 용사들의 안내를 도왔다.

하지만 여신 진영이랑 다르게 마왕 진영에서 일하는 교생들의 표정들은 시무룩했다.

졸업생이 너무 적으니까.

인구가 깡패라고, 많은 부분에서 여신 진영에 밀릴 수밖에 없다.

아무튼,

“아빠!”

“아빠다!”

한산한 정원으로 나오자마자 쌍둥이 자매가 쪼르르 달려왔다.

얼추 30년 만의 재회인데도 며칠 안 만났다는 듯이 반겨주는 건, 시간개념이 인간이랑 다른 요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나.

“흠...”

큰일이다.

애들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좌우에서 내 옆구리에 얼굴을 묻은 채 끌어안은 건 정말 고마운데, 어떻게 답해줘야 좋을지 난감하다.

그때,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셀레니스, 셀비너스. 여긴 중요한 장소니 항상 조용해야 해요.”

“네, 엄마.”

“네에~”

셀레니스, 셀비너스.

머릿속에 입력 완료했다.

쌍둥이 중 누가 언니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건 차차 알아봐도 문제없을 것이다.

“잘 지냈어?”

“네!”

포옥.

두 딸에 이어 요정K까지 안기는 바람에 나는 정원 한복판에 가만히 서서 사소한 담화를 나눴다.

페스티벌 현지민에게 듣는 정치, 경제, 문화, 전쟁 같은 매우 시시콜콜한 이야기.

그리고 내린 결론은?

“히야~ 셀레니스와 셀비너스는 정말 대단하네.”

“헤헤...”

“응. 대단해!”

그냥 하는 입바른 소리가 아니다.

제1 황제: 셀레니스

제2 황제: 셀비너스

섭정: 엘브하임

황태후: 엘카테리나

요정K의 본명이 엘카테리나였군.

아무튼, 이렇게 넷이 페스티벌 행성의 실질적인 지배자다.

섭정인 엘브하임이 인간찬양론자라서 ‘인간’이란 종족이 노예로 떨어지지 않았지만, 이 세계는 이미 요정들이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무력지배는 아니다.

페스티벌 행성에 사는 요정 종족의 전력은 두 황제가 99.98%쯤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얹혀사는 셈.

유감스러운 친할아버지가 정치, 경제, 문화 등을 맡고, 두 황제는 엄마랑 함께 산다.

그래도 반란 한번 없다.

막강하니까.

【응징】

【자매】

【요정】

천사들을 공포에 떨게 한 젊은 뇌비우스를 아무렇지 않게 사냥한 쌍둥이 요정 자매.

대적할 존재가 있을 리 없다.

이렇게 보니, 내가 패배할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나는 정의로운 용사의 미소를 지으며, 두 딸에게 부탁했다.

“이 아빠가 요즘 허리가 안 좋아서 그러는데, 좀 지켜주지 않을래?”

“네에~”

“네! 아빠!”

두 딸이 정의로운 용사의 미소를 지으며 씩씩하게 답했다.

역시, 아들보다는 딸이 좋군?

이것으로 정의로운 MAX급 마왕군의 승리는 확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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