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관심용사-383화 (383/430)

 383화

[28회차] 5배

⤷오딘: 애들아. 간판 내려라. 축제는 끝났다.

⤷제우스: 패배는 개뿔.

⤷알라: 오늘은 모험하기 싫네. 잠이나 자야지.

⤷이시스: 선생님의 큰 그림! 요리하시는 모습도 멋져.

⤷루나: 나의 선생님이 이기실 줄 알았음! ^^

극적인 역전으로 요리 대결에서 이긴 G급 용사님.

정의로운 그는 몰랑교를 널리 퍼트리는 활동을 개시했다!

“몰랑계시록 4장 8절. 고민하지 말고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라.어차피 그분은 네 머리 위에 몰랑하실 것이다.

“몰랑.”

“몰랑.”

나는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인지도를 쌓았다.

토속신앙이 깊게 뿌리 내리고 있어서 쉽지 않았지만, 모든 사람이 종교를 가진 건 아니었다.

대표적인 예가 영웅들.

그리고 영웅의 카테고리에 넣기 부끄러운 용사의 동료 후보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그들은 신(神)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유전자를 믿었다.

인어공주 아쿠아처럼.

“멋진 쑥떡 님이 용사라고 했으니 용사가 맞겠죠. 하지만 그거랑 별개로, 저는 약해 빠진 용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요.”

나는 포교 활동은 설렁설렁하면서 뇌비우스의 둥지 옆에 자리한 큰 호수로 이동했다.

슬픈 노래의 호수.

판타지아 세계에서 민물인어가 가장 많이 사는 곳이다.

그 호수의 선착장에 고급여관을 차린 멍청한 물고기 대가리가 건방진 소리를 했다.

약해 빠진 용사.

틀린 표현은 아니다. 비열한 감찰단에서 제공한 이 몸뚱이는 터무니없이 약했으니까.

“하지만 너보다는 강해.”

“호호호! 용사님은 허풍이 정말 심하시네요. 이번에는 쑥떡 님의 멋진 얼굴을 봐서 그냥 넘어가지만, 또 제 자존심을 건드리면 용서하지 않...”

“아가미가 먹었냐? 너보다는 내가 강하다고.”

“호호호! 이 용사가 쓴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겠군요.”

“너는 짠맛이 강한 인어 젓갈로 만들어주지.”

⤷지크: 저 교사는 가는 곳마다 시비네 ;;;

⤷이시스: 아직도 인증 못 한 지크 따위가 뭐라는 거야?

⤷루나: 저건 딱 봐도 시비가 아니라 사실대로 말해주는 건데요? 지크 씨는 뇌가 없나요?

⤷피코: 몰랑교 만세! 만만세!

나에게 잘못은 없다.

마스터 몰랑의 위대함과 가르침을 공짜로 알려줬는데, 이 물고기가 고마워하긴커녕 ‘약한 용사’라고 도발해왔다.

정의감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군!

“덤벼라, 비린내 나는 물고기.”

“비, 비린내?!”

“레벨로 남자를 평가하는 네 썩은 취향을 뜯어 고쳐주마.”

남자의 매력은 레벨이 아니라 요추(腰椎)를 지탱해주는 척주기립근으로 보아야 한다.

이 근육이 안 좋으면 허리를 쓸 수 없어서 잦은 디스크로 고생하니까.

편협한 아쿠아의 레벨은?

▷종족: 울트라 머메이드

▷레벨: 2059

▷직업: 영웅(경험치 200%)

▷스킬: 창술ZZ 내열Z 질주Z

노래MAX 만능MAX…

▷상태: 도발

고작 2000레벨밖에 안 되는 주제에 정의로운 G급 용사님을 레벨로 평가절하하다니?

5배밖에 차이 안 난다.

⤷알라: 저건 아무리 봐도 이길 수 있는 레벨이 아닌데?

⤷제우스: 놔둬. 좋은 꿈이라도 꾸나 보지.

⤷아몬: 신경 쓰지 마. 우리도 아쿠아쯤은 간단히 이기잖아? 아마추어처럼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 없어.

⤷오딘: 너는 바보냐? 우리는 진즉 2000레벨대를 넘었으니 이기는 게 당연한 거고. 저 교사는 이제 막 400레벨대 초반이잖아.

몰랑폰 커뮤니티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고등학생들은 학습이란 걸 전혀 못 하는 걸까?

나는 G급 용사다.

대다수 영웅과 네임드 몬스터의 신상정보를 꿰차고 있는 판타지아 차원 안이기에 변수가 거의 없다.

질 싸움은 하지 않는다.

“선공은 용사에게 양보하죠. 여기까지 와서 싹싹 빌어도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네 걱정이나 해.”

주위에 피해가 없도록 호숫가로 장소를 옮긴 우리는 대치하고 섰다.

“무기는 없나요?”

“맨손으로 충분해.”

“...그렇다면 저도 맨손으로 상대해드리죠.”

푹.

그렇게 말한 아쿠아는 손에 든 창을 말뚝처럼 땅에 꽂았다.

나는 사양하지 않았다.

의도한 전개니까.

인어들의 미끌미끌한 피부는 물의 저항을 감소시키고 남성을 자극하는 색기를 발산하기도 하지만, 병장기의 물리적인 공격을 빗나가게 하는 천연의 갑옷 역할도 한다.

나는 헐벗은 비키니 갑옷을 혐오하고 비웃는 편이지만, 인어에 한에서는 벗을수록 강해지기에 별말 하지 않는다.

즉, 쉬운 상대는 아니다.

같은 레벨의 인간보다 인어가 2배쯤 강하다고 봐야 한다.

둘 다 알몸이란 가정하에.

“물리기 없다?”

“그건 제가 할 말...”

팟!

나는 아쿠아의 대답을 끝까지 듣지 않고 도약했다.

스스로 가장 자신 있는 창술을 봉인한 물고기랑 달리, 나는 보유한 모든 스킬을 총동원했다.

전부라고 해도 신앙과 신성뿐이지만, 그 둘만으로 충분했다.

레벨은 5배 차이.

하지만 마스터 몰랑의 가르침이 녹아든 육체는 이러한 불리함을 가볍게 상쇄해버렸다.

“몰랑의 이름으로!”

“헛?!”

약한 줄 알았던 내 민첩한 움직임에 놀란 아쿠아였지만, 민물인어 최고의 전사답게 대응이 빨랐다.

창을 가장 잘 다루지만, 그녀는 스킬 ‘만능’을 MAX등급까지 올린 실력파 겸 재능충.

맞상대를 해왔다.

팍, 팍, 팍...!

우리는 손발을 바쁘게 움직이며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최근에 요리 스킬을 한계돌파 하느라 스킬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진 나랑 달리, 아쿠아는 S등급 이상의 전투계열 스킬을 다수 보유했다. 안 그랬다면 진즉 결판이 났을 터.

그래도 괜찮다.

미끌.

“큭!”

그녀의 팔뚝을 노린 내 일격이 꼴사납게 미끄러졌다.

“허술해!”

고의로 내가 남긴 빈틈인 줄 모르고 덥석 물어버린 아쿠아가 우쭐대며 일격을 준비했다.

멍청한 물고기는 어쩔 수 없다.

나는 천사의 불가침영역을 상징하는 스킬 신성의 반사 효과를 슬쩍 활성화했다.

감이 좋아서 뭔가 이상함을 뒤늦게 눈치챘겠지만, 이미 내지른 주먹을 거두기엔 너무 늦었다.

번쩍-!

아쿠아가 힘껏 내지른 주먹이 반사되어 본인에게 돌아갔다.

처음부터 반사 효과를 사용했다면 좀 더 수월했겠지만, 그랬다면 아쿠아도 스킬 구석에 있는 D등급 신성을 사용했을 것이다.

“꺅~?!”

팔의 뼈가 미끌미끌한 피부를 찢고 외부로 돌출된 아쿠아가 짧은 비명을 질렀다.

“한심하긴.”

내가 종교를 권유했을 때부터 ‘신성’을 의심했어야 했다.

SS등급이 흔한 건 아니지만, 용사쯤 되는 자가 종교에 종사하고 있다면 의심해봤어야지.

손에 D등급 신성을 두르는 것만으로도 간단히 예방할 수 있었지만, 아쿠아는 좀 더 공격적인 전투 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 포기했다.

그것이 이 결과고, 나는 후회하고 대책을 마련할 틈을 주지 않았다.

휙.

아쿠아의 목에 왼팔을 목도리처럼 두른 후, 힘껏 조였다.

“아읏-!?”

숨이 막힌 아쿠아는 벗어나려고 버둥거렸지만, 이번에는 미끌미끌한 인어 피부가 역으로 독이 됐다.

나를 향한 공격들이 전부 맞지 않았고, 신을 믿지 않고 편법으로 획득한 그녀의 조잡한 신성은 금방 내게 삼켜졌다.

“죽을래? 몰랑할래?”

“실력을 숨기고 있었나요? 큭!”

“아니. 네가 그냥 남자 보는 눈이 없는 거야.”

창을 포기한 시점에 아쿠아에게 기회는 없었다.

스킬 신성의 SS등급 효과인 반사는 상대하기 매우 까다롭지만, 처음부터 알고 있다면 대응할 수 있다.

신성이나 마기를 품은 무기.

그리고 이처럼 반사하지 못하는 속박 기술을 쓰는 것이다.

이것 외에도 찾아보면 많다.

“용사님께서...”

“몰랑교가...”

“이런 기적이...”

우리의 대결을 권태로운 자세로 호숫가에서 구경하던 인어들이 감탄사를 터트렸다.

이 멍청한 물고기들은 아쿠아의 강함을 잘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인어는 번식을 위한 본능으로 ‘수컷’의 레벨을 어림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이들도 나의 패배와 아쿠아의 승리를 점쳤을 터.

“몰랑의 위대함을 알겠지?”

“흥! 비겁한 수로...”

“뭐래?”

“창이 있었다면 이런 꼼수는 통하지 않- 켁켁?!”

목이 꽉 조여진 아쿠아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

그래도 항복을 하지 않는다.

“이 멍청한 물고기가 인정할 줄 모르네.”

하지 못하도록 내가 끊임없이 아쿠아의 자존심을 긁었으니까.

의도적으로 목을 살짝 풀어준 그녀가 외쳤다.

“용사! 다시 제대로 싸워요!”

“이미 내가 이겼는데 왜? 너는 패배했고, 몰랑교를 믿으면 돼.”

“흥! 이런 불공평한 전투의 결과를 제가 순순히 수긍할 것 같나요?”

“그러면 이대로 죽든가.”

“윽...!”

하지만 이번에도 나는 아쿠아에게 슬쩍 기회를 줬다.

이 멍청한 물고기는 또 낚일 것이고, 1회차 말년의 굴욕적인 운명을 또 반복할 것이다.

우득.

일단은 아쿠아의 경추(頸椎) 6번과 7번 사이에 무리를 줘서 예쁜 목디스크를 선사해줬다.

이걸로 준비 끝.

“그러면 이렇게 하자고.”

“무슨...?”

“다시 싸우자. 네가 이기면 몰랑교 입교 건은 무효. 하지만 내가 이기면 너는 약한 수컷에게 패배한 관상용 물고기로 살아갈 것. 어쩔래?”

“좋아요!”

자신의 패배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인어공주 아쿠아.

약하다고 나를 무시했던 1회차 때의 그녀도 이 같은 위험천만한 거래에 응했다.

그리고 패배했다.

그때는 허리디스크였지만, 이번에는 목디스크.

창을 쥐면 이길 줄 알았던 아쿠아는 목디스크로 전력을 100% 발휘하지 못했고, 동족과 자매들이 보는 앞에서 굴욕적인 패배를 맞이했다.

그 뒤에는?

“아쿠아.”

“네. 용사님.”

약장수가 으레 그러듯 몰랑교 홍보용 물고기로 임명했다.

“너는 진짜 멍청하다. 내가 사람 말을 쓰지 말라고 했지?”

“...몰랑.”

“앞으로 1년 동안 너는 인어가 아니라 몰랑한 올챙이야. 이것도 못 지킬 거면 그냥 자결해.”

“몰랑.”

1회차 때는 영원히 올챙이로 살라고 했다. 그랬더니 얼마 못 버티고 죽음을 선택했다.

인어라는 생물이 그렇다.

강한 수컷에게 복종하는 건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하지만, 약한 수컷의 말은 아가미로 흘려듣는다.

지금의 나는 후자.

이기긴 했지만, 레벨은 여전히 낮기에 인어의 눈에는 여전히 ‘약한 수컷’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굴욕에 찌든 아쿠아의 얼굴.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녀는 자존심 강한 ‘전사’이기에 ‘누가 이기면 이렇게 하자!’ 같은 부류의 약속을 어기진 않는다.

어길 바에 죽음으로.

하지만 평생이 아닌 1년이란 조건을 걸었기에 1회차 때처럼 목숨을 가볍게 여기진 않을 것이다.

“야. 엎드려.”

“몰랑...?”

“네가 상상하는 발칙한 포상을 줄 것 같아? 얼른 엎드려.”

“몰랑.”

나는 사족보행 짐승처럼 엎드린 아쿠아의 등에 앉은 채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건 누구나 따라 할 수 없어서 참고가 안 될 거야. 아쿠아보다 레벨이 한참 낮아야 하거든. 하지만 걱정하지 마. 레벨이 높으면 이 물고기는 자발적으로 따르니까.”

참 쉽지?

MAX급 선배님이 후배들에게 보여주려고 기교는 거의 쓰지 않았다.

이건 운영에 가깝다.

⤷오딘: 야. 저 교사가 대체 뭐라는 거냐?

⤷제우스: 묻지 마. 레벨 5배 격차를 극복한 미친놈이야.

⤷아몬: 흥분하지 마. 레벨이 높은 우리랑 상관없는 얘기잖아. 아쿠아는 그냥 보너스라고.

⤷알라: 바보냐? 너는 알렉스에게 이길 수 있어?

아쿠아는 시작일 뿐이다.

저 멀리, 수많은 인어가 끄는 보트를 타고 오는 사내가 보인다.

성왕국의 전직 성기사단장.

얼굴의 표정을 보니, 언젠가 차지하겠다고 벼르던 아쿠아를 빼앗겨서 흥분한 상태였다.

“토마토, 왔는가.”

“토마스다...!”

그래. 너는 젓갈 대신 주스로 만들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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