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관심용사-385화 (385/430)

 385화

[28회차] 뭘 가르쳐?

“너무 쉬워져 버렸네.”

강한수가 멋대로 나의 모험에 합류했다.

나를 닮아서 오지랖이 넓은 건 좋은데, 모든 용사가 시청하는 생방송이란 게 문제다.

그래서 주도권을 안 빼앗기고자 위대한 마스터 몰랑의 광명(光明)을 이용했다.

“마스터 몰랑의 위대함을 이해하다니... 너 같은 후배는 처음이야. 정말 반가워.”

“하, 하하...”

MAX급 강한수야. 유감스럽게도 여전히 그런 후배는 없어.

과거의 나에게 진심으로 칭찬받는 경험은, 척추를 몰랑거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나쁜 기분은 아니다.

칭찬에 인색한 내게 저런 말을 들었다는 건, 과거보다 잘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알렉스, 알렉스. 다리 아파요~.”

“내 등에 빨리 업히시오.”

“웃차! 고마워요.”

“무슨 말을. 모자란 나와 늘 함께해줘서 고맙소, 설녀.”

“헤헤! 알렉스. 잠이 안 와요~.”

“별을 세보시오.”

“...하암~ 눈이 자꾸 감겨요. 잘 자요, 알렉스...”

“좋은 꿈 꾸시오.”

판타지아 세계관 최강의 검사는 오늘도 마누라를 돌보고 있었다.

설녀의 수면을 방해하는 몬스터는 알렉스의 심검(心劍)에 등장조차 못 하고 원거리에서 썰려버렸다.

덕분에 모험은 쾌적했다.

참 쉽지?

⤷오딘: 아직 3개월도 안 된 교사의 파티가 세기말 수준인데?

⤷제우스: 검성 알렉스를 고용하는 건 반칙이잖아.

⤷루나: 제우스 씨. 당신이 못 한다고 반칙인 건 아니거든요?

⤷지크: 내가 알던 알렉스는 저렇지 않았는데...

착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강한수가 참견하면서 기존의 계획이 틀어졌다. 그래서 알렉스도 그냥 파티에 끌어들였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핵심은 90층이니까.

손이 없는 아내를 남겨두고 죽을 마음이 없는 알렉스는 절대, 90층 강한수에게 덤비지 않을 것이다. 그 강함을 잘 알기에.

그래도 상관없다.

“마스터 몰랑의 몰랑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우민들을 하나하나 솎아내보도록 하죠.”

이 모험의 목적은 내 직업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몰랑한 신앙은 당연히 기본이고,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실적도 쌓아야 한다.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종족: 그랜드 휴먼

▷레벨: 734

▷직업: 추기경(교세→신성↑)

▷스킬: 신앙ZZZ 요리Z 선동MAX 날조MAX 몰살MAX...

▷상태: 신성, 거룩

결론만 말하면, 능력이 살짝 하락했다.

직업 수도사는 신앙과 신성이 비례하는 반면, 교세와 신앙이 비례하는 추기경의 직업특성은 역으로 내게 마이너스 요인이 됐다.

수도사보다 추기경이 직업은 더 좋은데, 신성이 ZZZ등급에서 ZZ등급으로 떨어지는 황당한 상황!

어쩔 수 없다.

“애초에 내게 추기경 같은 하찮은 직급은 안 어울리니...”

잠시 지나가는 관문일 뿐.

신앙 등급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오를 테지만, 직업은 실적이랑 깊은 연관이 있기에 멈추면 안 된다.

아무런 기반이 없는 내가 단시간에 추기경까지 오를 수 있었던 건, 순전히 판타지 유명인들을 몰랑교에 입교시켰기 때문.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났다.

북대륙과 서대륙은 몰랑교를 안 믿는 자가 없고, 남대륙은 응애교가 뿌리 깊게 내리고 있다.

중앙대륙에서는 알렉스를 마지막으로 포교 활동 종료.

이대로 동대륙 원정도 나쁜 선택은 아니지만, 해적왕과 산적왕 같은 유명인들은 쑥떡에 의해 진즉 몰랑교도가 됐다.

“드디어 탑으로 진격하나요?”

“아니.”

디스코의 물음에 나는 별 고민 없이 즉답했다.

추기경으로 뭘 하라고?

이대로 돌격하면 90층에서 썰려버릴 것이다.

그렇기에 오늘부터 각 대륙의 골칫덩어리들을 토벌하고, 최고지도자랑 친분을 쌓을 예정이다.

우선, 판타지아 중앙대륙의 골칫덩어리부터 처리해볼까.

“막아! 막- 커억?!”

“너무 강해!”

“어, 어찌 이런...”

“용사가 왜?!”

나와 잡것들은 요정우월주의에 빠진 요정왕국으로 돌격했다.

유감스러운 요정왕이 다스리는 남대륙의 요정제국이랑 달리, 인간을 적대하는 이 나라의 요정들은 잠정적인 배신의 무리.

아무도 우리를 막지 못했다.

강한수와 알렉스가 앞장서서 왕궁까지 길을 뚫었다.

“보아라. 이게 인간이다.”

인간보다 평균 능력치는 높지만 한계가 뚜렷한 요정이 절대 올려다볼 수 없는 힘.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인간의 영웅이 요정우월주의를 정면에서 깨부수고 주모자의 모가지를 붙잡았다.

“켁켁?!”

“또 너냐.”

족보로 따지면, 엘브하임의 두 번째 아내가 낳은 아들.

나서스와 실비아의 친부란 설정도 그대로인 모양이지만, 조부 엘브하임을 따른다는 점이 달랐다.

음? 마누라도 안 보이네?

4차 교육과정에서는 악마 공작에게 납치되어 장인어른의 곁에 알몸으로 있었다.

지금은 어디 있는지...

“뭐, 아무렴 어때.”

우득.

손아귀의 힘을 줬다.

팔다리를 바둥거리던 악당의 몸이 힘없이 축 늘어졌다.

이대로 휙 떠나면 양아치.

나는 성녀A랑 신혼여행을 만끽 중인 토마토를 돌아봤다.

“몰랑?”

“토마토야.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돼. 너에게 요정왕국을 맡기려고 쳐다본 것뿐이니까.”

“몰랑...!”

“네가 정치를 쥐뿔도 모른다는 건 알고 있어. 그러니 신성제국 황녀에게 협조해서 똑바로 운영해라. 제대로 안 하고 놀다가 걸리면 모든 걸 잃을 거다.”

“몰랑! 몰랑! 몰랑!”

“그래. 그 마음가짐이야.”

붉게 물든 요정왕국에서 토마토 부부랑 작별한 G급 용사 일행.

그들과 헤어진 아쉬움을 뒤로 하고 서대륙으로 향했다!

*

용사력 81일.

원초 계획은 일년대계(一年大計)였지만, 강한수와 알렉스의 합류로 좀 더 앞당겼다.

그렇게 따지면 시간이 그리 여유롭다고 볼 수 없었다.

“서대륙의 흡혈귀 제국은 이미 몰랑교를 믿는 걸로 아는데요. 굳이 올 필요가 있었나요?”

“디스코. 지도자랑 친분을 쌓는다고 말해준 거로 아는데?”

“그건 들어서 압니다.”

“알면서 왜 물어?”

“규칙에 어긋나는 수상한 짓을 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이미 전력이 막강한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

비열한 감찰관 디스코가 굉장히 불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도 봐서 알고 있다.

강한수와 알렉스, 이 둘만으로 마왕의 탑 80층까지 간단히 등반할 수 있음을.

문제는 90층.

지금은 그걸 위한 평판작업이다.

“환영합니다, 용사님. 그리고 일행 여러분. 저는 영원한 밤의 제국 황제이자 대현자 섹스피어의 밤을 책임지고 있는...”

“크흠! 손님들이 오해할 수 있는 발언은 자제해주십시오, 폐하.”

“어머? 섹스피어. 소녀는 사실만을 말했을 뿐인걸요? 오늘밤에도 당신의 피와 살을... 웁웁!”

“환영합니다, 용사와 영웅님들. 저는 영원한 밤의 제국에 사는 인간 종족의 대표를 맡은 대공(大公) 섹스피어입니다.”

판타지아 서대륙 최고의 미녀 겸 황제를 아내로 둔 대현자 섹스피어는 매우 건강했다.

인간과 흡혈귀가 공존하는 제국의 운영은 뒷전으로 미루고 남편의 피와 사랑만을 갈구하는 아름다운 황제도 여전했다.

“환대 감사합니다. 두 분의 몰랑하신 모습을 보니 제 마음도 덩달아 훈훈해지는군요.”

서대륙은 지구의 과학을 뛰어넘은 최첨단기술이 접목된 곳이다.

90층 강한수를 이기려면 마스터 몰랑의 가르침 외의 능력치 외적인 요소가 더 필요하다.

그리고 나는 그 떡밥을 옛날에 풀어놨다.

“허허! 판타지아의 평화를 바라는 저희는 용사님께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우선, 몰랑폰부터 업그레이드해드리지요.”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여기까지는 다른 용사들도 기본적으로 받는 혜택이다.

장비 임대, 숙식 무료, 일거리 제공, 훈련장 개방, 통행증 발급, 영웅 소개, 대중교통 무료...

내가 섹스피어에게 ‘용사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줘.’라고 주문한 내용을 실천하고 있었다.

내가 그 혜택을 누릴 날이 올 줄은 몰랐지만.

“무기를 빌리고 싶습니다.”

“허허! 그러면 무기고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무기 외에도 다양한 최첨단 장비가 F급부터 SSS급까지 있으며, 높은 등급일수록 임대료가 올라갑니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분실하거나 파손했을 때는 재료비를 배상해야 하니, 주의해주십시오.”

대현자 섹스피어의 무기고는 굳이 구경할 필요 없다.

함께 회의하고 개발한 SSS급 무기가 매우 많으니까. 그것들로만 무장해도 마왕의 탑 40층까지 1레벨로도 돌파할 수 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후배들이 생방송으로 보는 앞에서 그 무기들을 살펴보지도 않고 주문하면 의심을 피할 수 없다.

“요거, 요거, 요거, 요거.”

나는 무기고에 들어가자마자 둘러보는 척하면서 원하는 무기들을 빠르게 골랐다.

당연히 전부 SSS등급.

대현자 섹스피어가 난감하다는 어조로 말했다.

“가격표를 보신 것 맞습니까?”

“어. 보증금으로 원가의 2%를 내면 빌릴 수 있다고 쓰여 있네.”

그러다가 하나라도 분실하거나 파손하면 빚쟁이가 되는 구조다.

섹스피어가 고개를 저었다.

“대단히 죄송한 얘기지만, 용사님께 그만한 돈이 없다는 사실은 진즉 파악이 끝났습니다.”

“담보대출 되지?”

“...가능하긴 합니다만, 제가 혹할 만큼 값비싼 물건은 용사님께 없어 보입니-”

“아쿠아.”

“예?”

“공주 출신의 2000레벨 민물인어라면 괜찮은 담보라고 봅니다만? 멍청해서 쓸모없더라도 몰랑한 용사를 위해 받아주십시오.”

“......”

“......”

“좋습니다.”

“대단히 감사!”

아쿠아. 너의 희생을 내일까지 잊지 않을게!

*

정의감으로 충만한 나를 FFF급 불량용사로 몰아가는 후배가 없도록 미리 말해두겠는데, 아쿠아는 이 결정을 환영했다.

“동료를 팔다니...”

“디스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선동하지 말아 줄래? 내가 언제 동료를 팔았어?”

“조금 전에요.”

“아쿠아는 동료였던 적이 없어. 본인에게 직접 물어봐.”

“......”

공명정대한 G급 용사님의 완벽한 논리를 부정하지 못한 디스코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아쿠아를 담보로 빌린 SSS급 무기는 총 4가지다.

1) 용사 안드로이드 Beta

2) 충전식 광선검-S4

3) 초강력 끈끈이 3호

4) 오감 방해 드론 pro

후배들이 조금이나마 나를 몰아붙일 수 있길 바라며 제작했던 최첨단 무기들이다.

쓰인 적은 없었지만!

내가 만들고, 내게 가장 먼저, 내가 쓰게 될 줄은 몰랐다.

나는 이것들은 쑥떡의 4차원 가방 안에 넣었다. 90층 강한수에게 쓰기 전에 망가지면 곤란하니까. 조무래기들은 대충 상대해도 된다.

그럼, 업그레이드된 몰랑폰의 상태 좀 볼까?

⤷루크: 나의 아쿠아가...

⤷레온: 동료로 담보대출! 천잰데?

⤷아크: 아쿠아의 역할은 만능형 전위가 아니라 고급 담보였다!

⤷피코: 나도 해볼까?

⤷케빈: 여러분! 속지 마세요! 제가 우연히 기회가 돼서 저 선생님을 따라 했다가 분노한 아쿠아의 창에 썰렸어요. 흑흑!

쉬운 방법을 가르쳐줘도 못 한다고 칭얼대는 녀석들이 꼭 있다.

나는 업그레이드된 몰랑폰의 GPS 로드맵 기능을 활성화했다.

팟, 팟, 팟, 팟...

“확실히 잘 만들었단 말이야.”

이 근방에 있는 수세식 화장실과 제휴식당 같은 편의시설의 위치가 친절하게 표시됐다.

조작해서 필터를 설정하면...

뿅, 뿅, 뿅, 뿅...

인공위성으로 추적 중인 현상범과 흉악범 등의 현재 위치도 소상하게 알 수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튜토리얼을 진행하시겠습니까?]

판타지아 서대륙에 숨겨진 흡혈귀의 성검 ‘몰랑피스’를 획득하는 튜토리얼을 진행할 수 있다.

제작자는 섹스피어.

후원자는 나.

조언자는 몸도 마음도 아름다운 교생 아가씨!

“하아... 교생 아가씨, 척추 보고 싶다...”

▷당황: 촬영 중에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시면 어떡해요!

...어라?

▷인사: 강한수 생도- 아차차! 고문님! 잘 지내셨... 아앗! 촬영에 집중해주세요!

다시 만나서 정말 기뻐, 교생 아가씨!

내 마누라가 비겁하게 괴롭힌 건 아니지? 다친 척추 없지?

▷버럭: 촬영에 집중해주세요!

지금 촬영이 문제인가!

그래서 교생 아가씨는 무슨 과목을 가르쳐? 생물? 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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