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관심용사-386화 (386/430)

 386화

[28회차] 이게 종교냐!

▷부탁: 강한수 고문님. 가면서 설명해드릴게요. 그러니 생방송에 지장 없도록 모험을 진행해주세요.

잠깐 안 본 사이에 차가운 북풍처럼 쌀쌀맞아진 교생 아가씨의 태도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비겁한 마누라에게 협박받은 게 틀림없다.

⤷오딘: 뭐야? 교사가 갑자기 울먹거리잖아.

⤷제우스: 악! 내 눈!

⤷알라: 저 선생이 운다고? 눈에 먼지가 잔뜩 들어간 모양이지!

⤷루나: 고통받는 인류를 위해 눈물을 흘리고 계시네요.

⤷지크: 윗분. 중증임. 내가 봄.

나는 쌀쌀맞은 교생 아가씨의 부탁대로 모험을 진행했다.

성검 몰랑피스.

업그레이드된 몰랑폰이 내주는 임무들을 수행하면 얻을 수 있는 서대륙의 성검이다.

그 임무는 섹스피어와 내가 기획했기 때문에 어디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부 알고 있다.

[1. 하급 비앙카 5000기 파괴]

[2. 중급 비앙카 500기 파괴]

[3. 상급 비앙카 50기 파괴]

[4. 비앙카 공장 파괴]

[5. 최상급 비앙카 5기 파괴]

[6. ?급 비앙카 파괴]

노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고안된 튜토리얼답게 임무 내용도 굉장히 간단하다.

도덕 선생을 닮은 전투용 안드로이드 비앙카 5556기와 생산공장을 파괴하면 성검을 얻을 수 있다.

참 쉽지?

“최종보스만은 변신합체 슈퍼로봇을 기대했는데 마지막까지...”

“제법 강하군요. 강한수 님이 도와주시지 않았으면, 설녀를 업은 채 싸울 수 없었을 겁니다.”

성검 뉴클리온을 소환한 강한수와 설녀를 업은 알렉스가 모든 비앙카를 쓸어버렸다.

튜토리얼을 따라가면 약 6000기쯤 파괴하고 끝낼 수 있지만, 무시했기에 그 10배쯤 부쉈다.

그리고 뒷수습 담당인 쑥떡이 파괴된 안드로이드의 몸속에 든 금화(학생들은 어째서 이걸 당연하게 생각할까?)를 회수했다.

...나?

경험치도 안 주는 안드로이드를 상대할 만큼 한가한 용사가 아니다.

교생 아가씨! 교생 아가씨!

▷난감: 알겠으니 보채지 마세요! 얼른 설명해드릴게요! 원래는 생방송 끝날 때까지 들키면 안 되는데... 비앙카 선배님의 뒤를 이어서 도덕 선생이 됐어요.

도덕 아가씨...!

몸도 마음도 예쁜 도덕 아가씨가 사회부적응자들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매우 궁금하다.

설명해줘! 얼른!

▷겸손: 별거 아니에요. 무분별한 색욕에 빠져서 모험을 소홀히 하는 벌레 같은 용사들에게 인생의 쓴맛을 가르쳐주고 있어요.

오오! 굉장하잖아!

애완동물을 키워서 사회부적응자들에게 붙여주는 사회 선생이 가장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부터 그 순위를 바꿔야 할 것 같다.

역시, 교생 아가씨! 아니, 도덕 아가씨는 대단해!

▷화끈: 놀리지 마세요. 비앙카 선배님이 짜놓은 수업일지를 제 스타일로 수정하느라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렸어요. 남을 가르친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구나, 라고 깨닫는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힘들긴. 도덕 아가씨는 너무 겸손해서 탈이야.

모든 선생이 쉬쉬한 나를 맡아서 훌륭한 G급 용사로 키워냈다.

자긍심을 가져도 된다.

▷부정: 그렇지 않아요. 교사자격시험의 실습으로 지크 생도를 맡았었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정말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가 자퇴해줬으면 좋겠다고 도중에 생각했어요. 저는 정말 못난 선생이에요...

하필이면 또 지크인가!

내가 도덕 아가씨를 위로해주는 사이, 강한수와 알렉스가 공장을 파괴하고 최종보스까지 쓰러트렸다.

[튜토리얼을 완수하셨습니다.]

[종합점수: GG+]

[전체순위: 1]

[기본보상: 몰랑피스]

[순위보상: 정거장]

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지만, 훌륭한 몰랑교 신도들 덕분에 전체순위 1위를 먹었다.

순위보상은 자동으로 용사의 신상정보랑 연동되어 회귀하더라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놨다.

섹스피어랑 심심풀이로 만들긴 했지만, 그래도 꽤 체계적이다.

[1위: 정거장]

[2위: 항공모함]

[3위: 전함]

[4위: 순양함]

[5위: 구축함]

[6위: 수송선]

[7위: SSS급 장비 중 택1]

[8위: SS급 장비 중 택1]

[9위: S급 장비 중 택1]

...

남자라면 자고로 애마(愛馬)를 빼놓을 수 없는 법!

비겁한 마누라가 섹시하게 우는 가오리를 자랑스럽게 몰고 다니는 걸 보면 남자만 집착하는 건 아닌 모양이지만.

보상이 푸짐하다.

⤷시바: 아아아아! 이 미친 교사 새끼야! 선량한 학생의 순위를 교사가 빼앗으면 어쩌자는 거야! 내 정거장 돌려내!

⤷오피온: 당신이 1위였군요. 종합점수가 어떻게 되세요? 저는 2위로 ZZ등급. 아! 이젠 3위네요.

⤷바알: ZZ등급이 2위? 점수는 똑같은데? 나보다 먼저 찍었나? 하여간 오늘부터 순양함이네. 헐.

⤷제우스: 고인물들이 나왔다!

⤷오딘: 어휴! 냄새.

⤷알라: 고대의 망령들이 아직도...

섹스피어가 나를 위해 제작한 비행정 ‘몰랑포스’가 쓸 일이 사라지면서 활용할 방법을 고안했다.

그것이 이 보상이다.

지나치게 강했던 기존의 성능을 조금 내린 후, 용사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했다.

몰랑폰 계정이랑 연동되며, 예전에 라헬이 그랬던 것처럼 시작하자마자 소환해서 사용할 수 있다.

그나저나...

“성검이나 얻으려고 대충했는데 1위라니. 난감하군.”

정말이다.

기만이 아니다.

나는 튜토리얼 내내 쌀쌀맞은 도덕 아가씨랑 이야기만 했다.

“용사님. 성검이요.”

“아, 고마워.”

“헤헤...”

나는 공장 폐허에서 성검을 주워온 쑥떡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후, 가볍게 쥐어보았다.

성검 몰랑피스.

다른 장비를 흡수해서 그 효과를 빼앗는 성장형 성검이다.

무기가 아닌 갑옷을 먹으면, 그 갑옷을 언제든 소환해서 간편하게 착용할 수 있다.

찰칵, 찰칵.

현재는 섹스피어가 제작한 최첨단 슈트가 흡수되어 있다.

잠수복처럼 맨살에 착 달라붙는 형태로, 온도조절과 보호색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

“다음으로 가볼까.”

쿠구구...

본의 아니게 1등 해서 획득한 정거장이 내 머리 위로 날아왔다.

[함장님. 탑승하시겠습니까?]

축소화한 몰랑포스.

미모의 안드로이드 승무원 5000기가 항시 대기 중이며, 전시에는 추가로 생산할 수 있다.

또한, 함장의 취향에 맞춰서 미소년, 미소녀, 오빠, 누나 등으로 승무원의 외모를 개조할 수 있다.

“당연하지.”

전력이 쓸데없이 상승했지만, 나는 가만히 있었을 뿐이다.

쌀쌀맞아진 도덕 아가씨랑 즐겁게 대화하며 숨만 쉬었는데 강해졌는데 어쩌라고?

▷곤혹: 쌀쌀맞게 대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지크 생도를 맡은 뒤부터 자신감이 떨어져서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겼거든요...

만악의 근원 지크인가!

이럴 줄 알았으면, 지크가 마왕의 탑 1층에서 뒤져버리기 전에 확실하게 교육해놓는 건데.

이번 감찰만 무사히 넘기면 그 녀석부터 확실하게 조져- 차분히 면담 좀 해야겠다.

도덕 아가씨! 조금만 참아!

내 도덕만 봐주는 비서로 승진시켜줄게!

▷거절: 정말 죄송해요. 강한수 고문님의 제안은 정말 감사하지만, 저는 많은 학생이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술이 고픈 날이군. 항로는 남대륙의 거인제국 수도.”

몸도 마음도 예쁜 도덕 아가씨에게 시원하게 차였다.

내 주문을 인식한 몰랑포스가 운항을 시작했다.

[경로설정 완료.]

[도착 예정시간: 94초]

술에 취한 G급 용사님과 잡것들은 남대륙으로 향했다!

*

남대륙의 요정제국에서는 장모님의 명령을 받은 버그가 요정왕 엘브하임 흉내를 냈었다.

그 결과, 요정제국은 필요 이상의 군비와 군대를 확장해서 차근차근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거인제국은 태평했다.

응애교를 국교로 정한 거인제국의 국력은 세계최강!

그뿐만이 아니다.

▷종족: 하이 자이언트

▷레벨: 1281

▷직업: 수도사(신앙→신성↑)

▷스킬: 신앙Z 괴력Z 대형MAX

대검MAX 내성MAX…

▷상태: 기도, 고양

최근에 강림한 아기님이 몰랑한 엉덩이로 거인왕을 참교육해줬다.

거인제국의 수많은 백성이 그 광경을 목격했고, 그 위대함을 기리고자 실물의 절반 크기의 동상을 수도의 황성 옆에 건립 중이다.

당연히 그들의 신앙심은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다.

“무시무시해졌군.”

시야에 닿는 모든 거인의 능력치에 기본으로 ‘신앙Z’가 깔려있다.

다른 대륙에서 준영웅으로 취급받을 능력치가 여기선 흔한 일반병사에 지나지 않았다.

거인의 종족보정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전투력은 아쿠아랑 거의 맞먹지 않을까.

그것이 신앙!

그것이 응애교!

그것이 거인제국!

백성들의 신앙심을 올리는 산제물이 된 거인왕의 기분이 매우 불편한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용사여. 본국에서 보관 중인 성검을 얻으러 왔느냐?”

인간 크기로 덩치를 줄인 거인왕 페닉스가 옥좌에 삐딱한 자세로 앉은 채 질문했다.

내 앞에서 저런 건방진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 신선했지만, 정체를 감추고 있기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꾹 참았다.

“그렇습니다, 폐하.”

“과거의 맹약에 따라, 시험을 통과하면 성검을...”

“하늘에서 내려다본 제국은 실로 아름답더군요. 거리는 깨끗하고 굶주린 백성은 없었으며, 아이들의 표정은 밝았습니다. 그들이 교리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응애교를 마음 편히 믿을 수 있는 것도 페닉스 폐하의 훌륭한 통치와 은혜 덕분으로 보입니다.”

씰룩.

거인왕 폐닉스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하지만 캡틴 판타지에게 받은 교육의 여운이 워낙 강해서 쉽게 넘어오지 않았다.

“제국의 번영은 아기님이 계셨기에 가능했지. 그분보다 왜소한 나는 옆에서 거들었을 뿐이니라.”

“폐하께서는 아기님보다 훨씬 위대한 분이십니다.”

“아첨은 됐다.”

“하하! 저는 몰랑교의 추기경이기에 거리낄 게 없습니다, 폐하. 제삼자의 눈으로 객관적인 사실을 말씀드린 겁니다.”

파앗-!

나는 몰랑교 추기경의 증거로 ZZ등급 신성의 휘광을 내뿜었다.

태생이 천사가 아닌 한, 응애교를 포함한 다른 종교의 교세로는 이만한 신성을 발휘할 수 없다.

“추기경... 과연...”

감투의 힘은 굉장했다.

아첨을 경계하던 거인왕의 예리한 눈빛이 단숨에 허물어졌다.

...나중에 재교육이 필요하겠군.

보완할 사항을 체크한 나는 그의 대답을 촉구했다.

“용사의 시련을 주십시오.”

“하하! 뭘 그렇게 서두르는가, 용사여. 그대의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구나. 파티에 초대할 테니, 반드시 참석하라. 시련의 내용은 그 뒤에 알려주겠다.”

“폐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몰랑의 축복이 함께하시길.”

“그래그래. 그대도 몰랑하여라. 하하하!”

“......”

녀석을 상대하면서 살짝 혈압이 오르긴 했지만, 이건 나중에 복리로 계산하도록 하자.

파티는 무난했다.

내 칭찬에 설탕물처럼 녹아내린 거인왕 페닉스는 약속대로 용사의 시련을 내렸다.

1) 요리대회 입상

2) 낚시대회 입상

예전에 지크가 6가지 종목을 우승해야 했던 거랑 비교하면 너무나 간단한 시련이었다.

참 쉽지?

⤷지크: 말도 안 돼! 이건 명백한 사기가 틀림없어!

⤷오피온: 저건 사기가 아니라 네가 등신인 거다. 저 망할 교사가 고급 정보를 막 뿌리네.

⤷오딘: 쯧쯧. 고인물 인성 보소.

⤷레온: 애들아. 속지 마. 거인왕이 아첨이라고 판단하면 괘씸죄로 진짜 지옥이 펼쳐진다...

⤷바알: 돌았네. 시련 조건이 준우승도 아니고 입상? 심지어 둘? 교사의 혓바닥은 존경할 만하다.

성룡왕 에르단티랑 대결했던 내게 요리대회 입상은 간단했다.

그래도 깔끔히 우승!

낚시대회도 ‘인어왕의 노래’로 바다인어들을 조종해서 미끼 없는 내 낚싯바늘을 물도록 주문했다.

그리하여 인근 바다에서 가장 음란한 인어공주를 낚아서 우승!

시련이 너무 쉬웠다.

“음? 왜?”

“...아니요. 갑자기 의욕이 넘치시는 모습이 수상해서. 어제까지는 억지로 모험한다는 느낌이었는데. 무슨 심경 변화가 있었나요?”

오! 디스코 주제에 제법인걸?

“그럴 일이 있어.”

이것은, 몸도 마음도 예쁜 교생 아가씨를 비서 아가씨로 진화시키는 장대한 서사시.

내 꿈을 위한 여행.

자! 계속 가보실까! 몰랑!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