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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F급 관심용사-389화 (389/430)

 389화

[28회차] 실시간 신탁?

“혼돈으로 파괴된 망각의 별에서 탄생한 마지막 검이여. 공허한 사랑과 우정을 베어버릴 꿈과 희망이여. 그 거룩하고도 거룩한 이름을 기억하는 계승자가 이렇게 찬미하노니, 태초부터 내려온 맹약에 따라 그 전설을 입증하라! 성검 뉴클리온!”

진심.

상대는 경력 20년 시절의 ‘나’다.

고대하던 지구에서 죽고 판타지아에 귀속되었다고 믿는 상태.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황제로 전생한 나랑 달리, 녀석은 지구의 유전자 그대로고, 히프리아를 잃었다.

...라고 생각했는데 재회하면서 눈이 뒤집혔다.

“조건은 비슷하군.”

경력이 200년도 넘어선 나는 아는 게 많지만, 밑바닥부터 시작한 이 몸뚱이는 아직 1년도 채 안 됐으니까.

나도 원래는 분신이랑 이런 무의미한 전투는 할 마음이 없었다.

토너먼트로 검희를 빼앗는 척하면서 성검 뉴클리온을 양도받을 예정이었으니까.

그러나,

“나도 한때는 마왕을 수차례 쓰러트렸던 용사. 후배의 앞길을 가로막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아. 그리 어려운 요구는 아닐 텐데? 200점으로 다른 걸 선택해. 고작 입맞춤이라고.”

강한수의 말은 틀리다.

여신의 입맞춤.

그것은 남녀의 애정행각처럼 평범한 이벤트가 아니다.

겉보기에는 몰랑교의 신이지만, 그 본질은 최초의 천사이며 판타지아 세계의 관리자다.

그런 존재의 입술을 훔친다.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업적은 직업으로 곧잘 반영된다.

“해보자고.”

성검 뉴클리온을 맨손으로 상대하는 건 자살행위.

뿅!

나는 보유한 성검 중에서 가장 친숙한 하이몰랑을 소환했다.

스킬 증폭.

정점을 향해 나아가는 신앙의 효과가 증폭됐다. 그리고 성인이 되며 얻은 ‘기적’도 덩달아 상승했다.

“유감이군.”

“나도 마찬가지야.”

팟!

파앗!

우리는 기습적으로 서로에게 도약해서 성검을 휘둘렀다.

강한수는 혼돈의 힘을 중점으로 신성과 마기를 반발 없이 조화시키며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칼날을 감싸며 휘몰아치는 회색 힘은 과거의 나를 떠오르게 했다.

“너...”

“이것이 몰랑이다.”

여기에 맞서는 내 무기는 200년 동안 개량을 거듭해온 육체.

이 우주에서 가장 완벽하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근육세포 하나까지 공들여서 만들었다.

즉, 배움의 깊이가 다르다.

유감이라면 ‘신앙’이 전혀 힘을 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챙, 챙, 챙-

우리는 히프리아 앞에서 쉴 새 없이 공방을 주고받았다.

팽팽했다.

아직 완벽하게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한 강한수는, 당시의 내 주력이었던 혼돈의 힘을 노골적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반면, 판타지아 능력치 의존도가 매우 낮은 나는, 200년 동안 축적된 경험과 기술로 상대했다.

...말은 쉽다.

“후배. 회귀를 몇 번 했지?”

“비밀인 게 당연하잖아?”

강한수의 다음 수를 읽은 나는 성검 뉴클리온을 물처럼 흘리면서 그의 허리를 노렸다.

“제법...!”

그러나 강한수는 피하지 않고 힘을 더하며 맞불을 놓았다.

공격에 실패한 성검 뉴클리온은 실망하지 않고 U자로 검로(劍路)를 틀면서 회색 검기를 쏘았다.

내가 알렉스에게 배운, 뼈를 주고 뼈를 빼앗는 전략.

“...쯧.”

무시했다간 무사할 수 없다고 판단한 나는 회피에 집중했다.

내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순간, 그대로 베어질 위기.

하지만 이 부담은 강한수도 비슷하게 느끼고 있었다.

기교에서 내게 밀린다고 판단되자마자 힘으로 밀어붙이며 비효율적인 전투를 펼쳤다.

“...인간으로선 내 패배군.”

“설마?”

나는 본능적으로 위기를 느꼈다.

강한수가 쓸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을 떠올렸다.

늙은 왕자 보리스의 하렘을 몰살시켰던 묘수.

스르륵...

“후배. 너는 잘 싸웠어. 그저 상대가 안 좋았을 뿐.”

“정의로운 용사의 날개...”

하지만 나는 강한수의 정의로운 용사의 날개를 보고도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지 않았다.

이게 정의로운가?

나는 정당한 대가를 내고 히프라이의 입술을 훔치는 것이다.

저것은 위대한 존재의 가르침을 악용하는 야만적이고 단순한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파앗-!

지금이야말로 몰랑한 기적이 필요한 순간이다.

“참회하라!”

나는 알고 있다.

G급 용사님이 지하감옥에서 죄인들을 교화시키는 동안, 강한수는 화장실 칸막이 안에서 히프리아랑 얼레리꼴레리를 하고 있었다.

녀석이 무슨 생각 중인지는 훤히 보인다.

내 여자를 지킨다!

잘못된 생각은 아니지만, 이건 ‘히프리아의 입맞춤’이 아니라 ‘여신의 입맞춤’이다.

과민반응하지 말라구?

더구나 ‘내 여자’이기도 하다.

신앙ZZZ→신앙G

성인(신앙→기적↑)

신앙이 G등급으로 오르면서 나에게 기적이 쏟아졌다.

우선은 행운으로.

저 당시의 내가 경계하던 골다공증이 발생하면서 정의로운 용사의 날개가 삐꺽거렸다.

“큭...!”

다음은 발상으로.

정의로운 용사의 날개를 전개한 강한수와의 전투는 높은 피로도를 내게 강요했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 나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에 ‘기술’을 이식, 자동반사로 기술을 발현하는 반사궁(反射弓)을 형성했다.

쉽게 말해, 자동전투.

중앙대륙의 성검 오토마니아랑 같지만, 성능이 월등하고 내 의지가 언제든 개입할 수 있다.

바로 지금처럼.

“참회하라.”

정의롭지 못한 용사의 날개를 베어낸 성검이 강한수의 경추(頸椎) 6번과 7번 사이를 노렸다.

성검 뉴클리온은?

늦었다.

내 정신은 자동전투로 점점 쌩쌩해졌지만, 척추와 날개뼈의 골다공증을 시작으로 피로마저 누적된 강한수는 그렇지 않았다.

대응이 늦었고, 그것은 0.1초도 허투루 낭비할 수 없는 싸움에서 죽음으로 직결된다.

성녀가 있으니 죽더라도 부활할 수 있지만, 나는 강한수의 목을 베지 않고 허공으로 흘렸다.

그러나 그는 눈치챘다.

“...졌다.”

챙-

성검 뉴클리온을 손아귀에서 내려놓으며 패배를 인정했다.

⤷바알: 그 강한수가 일대일로 졌다고? 이거 실화냐?

⤷시바: 강한수가 졌다는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문제 아닐까? 무능력자로 시작해서 1년도 안 걸렸네.

⤷제우스: 오! 시바야! 동영상과 커뮤니티를 보고 있었구나?

⤷오딘: 주제의 본질은 흐리는 제우스는 좀 닥쳐봐. 교사의 육성법이 우리보다 월등히 뛰어나다는 게 방금 증명됐어. 심각한 문제다.

⤷피코: 선배님들. 싸우지 말고 몰랑하세요. 몰랑교가 진리입니다.

......

강한수는 얼굴과 표정이 보이지 않도록 벽을 향해 몸을 돌렸다.

야! 설마, 우냐?

☞주인님은 정말 짓궂으세요. 주인님은 현재 241세입니다. 눈앞의 그는 39살이고요. 사랑에 굶주린 어린애 앞에서 어른스럽지 못한 태도를 보이고 계세요.

히프리아! 비유가 잘못됐잖아!

39살이면 명백한 어른이다.

저열한 유전자를 타고난 요정과 용은 이때도 정신연령이 갓난아기 수준이지만, 인간에게 39살은 가족을 꾸리고 책임감을 가질 나이다.

그러니 이건 정정당당한...

☞벌써 잊으셨나요? 저는 최초의 천사 파르마엘의 분신이었습니다. 저를 사랑하신다면 주인님의 분신도 아껴주세요. 부탁드려요.

...비겁하잖아.

이번에 좋은 경험을 했다.

강한수랑 싸우면서 터득한 반사신경은 본체에 적용해도 될 만큼 완성도가 매우 높았으니까.

그 점은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스르륵...

나는 강한수랑 결속이 해제된 성검 뉴클리온을 내 몸에 수납했다.

그리고 수세식 변기 위에 찰떡처럼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있는 여신 히프리아를 돌아보았다.

“...저 친구의 도움이 필요해서 손등으로 만족하겠습니다.”

히프리아가 살포시 미소 짓는다.

개구쟁이를 칭찬하는 어른 같은 시선이 살짝 불만스럽지만, 나는 군말 없이 진행했다.

쪽.

나는 히프리아의 부드럽고 하얀 손등에 입을 맞췄다.

그러자 변기에서 일어선 그녀가 예고도 없이 내 이마에 가볍게 연분홍색 입술을 댔다가 뗐다.

그리고 노래했다.

“힘에 취하지 않고 이웃을 배려하는 그대에게 무한한 축복을...”

경건했다.

성스러웠다.

페스티벌 차원에서 오랫동안 얼굴마담을 했던 성녀다운 자태.

나는 한쪽 무릎을 꿇고 오른손을 심장 위에 얹으며 여신 히프리아의 축복을 받았다.

“여신님의 미소가 언제까지고 몰랑하시길.”

이건 단순한 축복이 아니다.

성인→사도(총애=능력)

드디어 ‘내 힘’을 합법적으로 끌어다가 쓸 수 있게 되었다.

*

내가 나를 사랑한다.

이걸 나르시시즘(Narcissism)이라고 하던가?

총애란 결국 관심이고, 내가 나를 향한 관심이 GGG등급마저 돌파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이걸 노렸군요.”

“왜? 사기라고 우기게?”

“...아니요.”

디스코가 매우 불편하다는 얼굴로 대답하고는 고개를 휙 돌렸다.

감찰단은 할 말 없다.

내가 ‘지식’을 활용할 수 있다는 걸 들먹이면서 무능력한 몸뚱이로 시작하게 했으니까.

지금도 능력치는 높지 않다.

겉보기에는 말이다.

▷종족: 러블리 휴먼

▷레벨: 845

▷직업: 사도(총애=능력)

▷스킬: 신앙G 요리Z 선동Z

날조Z 몰살MAX…

▷상태: 성검, 열애

종족은 인큐버스와 카사노바에게나 어울릴 법한 비전투계열.

레벨은 높지 않고, 초월영역 스킬 구성도 전투계열하고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그래도 괜찮다.

지구에선 신(神)에게 사랑받은 민중의 딸이 무패의 성녀로 바뀌고, 목수의 아들은 성자가 되었다.

나도 원리는 똑같다.

“잘생긴 신의 말씀이 실시간으로 들리는 기분이군.”

▷당혹: 실시간 신탁이네요...

오! 도덕 아가씨가 뭘 좀 아는군?

실시간 신탁!

아주 멋진 표현이다.

“후배여. 추태를 부린 나는 그대에게 큰 빚을 졌다. 이 은혜를 갚기 위해 마왕의 탑에서 합류하겠다.”

“그러시죠, 선배.”

“고맙다.”

“아, 네.”

도무지 ‘나’ 같지 않았다.

나는 저렇게 간단히 고개를 숙이는 남자가 아니었으니까.

강한수는 ‘여신님의 입술’을 포기한 나를 졸업시킬 각오로 단단히 준비할 게 틀림없다.

▷긍정: 제가 위로해주려고 어젯밤에 말을 걸어봤는데요. 검희랑 결혼하고 성검 다음으로 우수한 3대 보검을 노리겠다는 모양이에요.

내게는 성검이 4자루나 된다.

이 중에 1자루만 빌려달라고 해도 될 텐데, 강한수는 내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심지어 아직 내가 획득하지 않은 성검 2자루도 노리지 않고, 엉뚱한 3대 보검을 구하겠다고 했다.

성마검(聖魔劒) 소드마스타

천마신검(天魔神劍) 룬

정령검(精靈劍) 엔드미온

3대 보검의 성능은 성검이랑 엇비슷하지만, 시스템으로 보호받는 ‘파괴 불가’ 속성이 없다는 결정적인 흠이 있다.

그렇다는 얘기는?

“내 노림수를 눈치챈 모양이네.”

▷반짝: 판타지아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성검을 수집하시는 건가요?

정확히 봤어! 문무겸비의 도덕 아가씨!

직업 ‘사도’를 얻은 이상, 판타지 능력치로는 아쉬울 게 없어졌다.

남은 건 장비뿐.

성검에 걸린 시스템 보호마저 깨부수는 내 총애를 감당할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하다.

우선은 북대륙의 성검부터.

“용사님. 성검 몰랑로드를 가져가고 싶으시면 노래로 저를...”

“나쁘게 말할 때 내놔라. 인어젓갈로 만들기 전에.”

귀여운 척하는 라누벨의 여동생 버전을 만난 안 좋은 추억이 가득한 숲속의 옹달샘.

나는 거기에 사는 민물인어에게 성검을 요구했다.

“으으...”

그런데 이 민물인어가 괘씸하게도 강력하게 저항했다.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설명: 옹달샘에 맹독을 푸는 공략법이 등장하면서 성검의 수호자 능력치를 대폭 올렸어요.

맙소사! 맹독이라니! 어떤 용사가 그런 끔찍한 상상을!

먹거리로 장난치는 거 아니다.

그때, 설녀 왈.

“주인님! 주인님! 제가 도전해볼게요. 손이 없어도 노래는 자신 있답니다! 알렉스?”

“통기타라면 당신을 위해 언제든 준비되었소.”

“헤헤. 부를게요~♪”

설녀가 시끄러운 건 옛날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 알렉스가 통기타를 연주한다고...?

심지어 실력도 상당했다.

호흡이 딱딱 맞는 부부의 노래와 연주에 감격한 민물인어가 내게 성검을 건넸다.

성검 몰랑로드.

과거에는 쓸모없는 선배 용사의 영혼이 깃든 에고소드였지만, 현재는 용사의 검술스승 혹은 동료로 활용이 가능한 영혼으로 교체됐다.

자기소개를 들어보자.

(본좌는 무림이라고 불리는 이세계의 절대자였던 천마 갈호천이다. 내게 구배지례... 아홉 번 절하면 후배에게 무공을 전수해주겠다!)

“요런 거?”

나의 힘을 마음껏 활용했다.

(......)

“내가 너보다 칼질을 더 잘하는 것 같은데?”

판타지 세계의 장르를 바꾸려는 네놈이 나설 차례는 없다구?

▷훈계: 강한수 고문님! 하루에 다 큰 사내를 둘이나 울리면 나쁜 용사랍니다!

아, 네. 죄송합니다...

그런 나를 울린 도덕 아가씨도 나쁘다.

▷당황: 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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