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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F급 관심용사-394화 (394/430)

 394화

[28회차] 최강의 용사

철학적인 의문이 들었다.

나는 왜 나에게 처맞고 있을까?

그 이유는 도덕 아가씨가 친절하게 설명해줬었다.

단지, 이대로 인정하면 최근 내 삶이 나태했다고 인정해버린 꼴이 돼버려서 버티는-

빠각!

...큰일이다.

나에게 너무 많이 처맞아서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기 시작했다.

“실망스러운걸.”

그래? 나는 미치겠는데!

몰랑교 대신전에서 강한수를 이겼었기에 이번에도 어렵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애초에 생각을 잘못했었다.

그 강한수는 경력 20년의 애송이였고, 눈앞의 강한수는 경력 200년의 베테랑이었다.

둘이 같을 리 없잖은가?

심지어 둘 사이의 격차는 내 예상을 한참 넘어서 있었다.

“크악-?!”

⤷오딘: 이게 정의구현이다!

⤷제우스: 건방진 채플 교사에게 정의의 철퇴를!

⤷아몬: 정의는 살아있다!

⤷알라: 축배를 들자!

⤷릴리스: 너희들은 바보니? 90층 보스는 우리 편이 아니거든? 생각 좀 하고 채팅해.

⤷바알: 교사의 처맞는 모습이 우리들의 미래이긴 하지.

무한한 총애가 아니었다면 내 척추는 진즉 바스러졌을 것이다.

그만큼 많이 처맞았다.

“튼튼하네.”

“큭...!”

내가 처음에 그렸던 그럴싸한 큰 그림은 이런 게 아니었다.

기술로 녀석을 압도해서 정의로운 용사의 날개와 뇌비우스의 용린을 꺼내도록 강요한 후, 성검 몰랑스타G로 마무리하는 거였다.

그런데 웬걸?

총애를 받은 내 육체 성능이 녀석을 압도하는데도 일방적으로 얻어맞고 있었다.

기교에서 밀린다는 방증. 완전히 농락당하고 있었다.

“...철판!”

나는 최후의 수단이었던 몰랑스타G를 소환해서 반격했다.

샤샤샥-

쏘아진 6쌍의 칼날이 짝퉁을 사방에서 압박했다.

“멋지네.”

그렇게 한마디 한 짝퉁은 칼날의 공세를 피해내기 시작했다.

(저자는 괴물인가?! 본좌의 머릿속을 들여다본 것처럼 다음 수를 벌써 파악하고 있다. 후배여. 이대로라면 최악의 상황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반성하는 중이다.

도덕 아가씨의 말대로 내가 나태해진 게 맞다.

살짝 변명하자면, 이건 내 몸뚱이가 아니라서 불협화음이 있다.

현재까지는 괜찮았는데, 그 미세한 차이가 달인의 기교싸움에서 명백히 드러나고 말았다.

우득, 우드득.

철판이 시간을 벌어주는 동안, 내 체형을 ‘본체’랑 최대한 비슷하게 조정했다.

“다시 해보자고.”

팟-

과감히 거리를 좁힌 나는 짝퉁을 향해 몰랑스타G를 휘둘렀다.

칼날들을 상대하기 바쁜 녀석은 맞상대를 포기하고 뒤로 멀찍이 물러났다.

나는 시간적 여유를 안 주려고 바짝 따라잡았지만, 짝퉁의 움직임을 봉쇄하진 못했다.

펄럭! 펄럭!

정의로운 용사의 날개가 녀석의 등허리에서 솟아났다.

그리고 재격돌했다.

챙, 챙, 채앵-

사각에서 날카롭게 찌르는 6쌍의 칼날이 정의로운 용사의 날개를 상대하고, 나와 짝퉁이 다시금 기술전에 들어갔다.

“흐음...!”

오른팔 팔뚝을 살짝 베인 짝퉁이 처음으로 신음을 삼켰다.

싸움이 길어질수록 실력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는 증거.

은퇴하며 죽었던 감각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었다.

“정신이 번쩍 드나?”

“...쏘시아는?”

물음에 물음으로 답하는 짝퉁.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대답은 충분했기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녀석이 드디어 눈치챘다.

그럴 수밖에.

얼굴과 피부색은 달라도, 쓰는 기술이나 체형은 거의 완벽하게 똑같았으니까.

“아주 잘 지내.”

오랜만에 재회한 모친께 머리끄덩이를 붙잡힌 채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렇군.”

스륵, 스륵, 사라락~

입가를 씰룩거린 짝퉁은 뇌비우스의 비늘로 온몸을 감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칠흑색 비늘로 피부를 덮으면서 머리카락이 빠지고 생식기도 가려졌다.

드래고니안 모드.

이대로는 불리하다고 판단한 짝퉁이 드디어 진심으로, 전력으로 싸운다는 뜻이다.

“자! 계속해볼까?”

“뭐가 좋다고 실실 쪼개냐. 등신아.”

“...뭐?”

“너의 그 사기적인 성검의 절삭력을 견딜 수 있는 막대기만 있었어도 진즉 이겼어.”

“......”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짝퉁의 폭언은 사실이니까.

정의로운 용사의 날개와 뇌비우스의 용린도 몰랑스타G의 칼날을 막지 못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내 몸에 둘러진 ‘총애’는 짝퉁의 맨손 공격으로는 뚫기 어렵다. 내가 초반에 일방적으로 처맞고도 죽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한 요행이 아니란 뜻.

나는 표정을 거뒀다.

응. 울고 싶다.

▷위로: 강한수 고문님.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1년 만에 90층까지 오신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거예요. 먼지 같은 생도들은 절대 흉내 못 낼 업적이랍니다!

흑흑! 도덕 아가씨! 도덕 아가씨! 고마워! 사랑해! 몰랑해!

짝퉁의 언어폭력으로 너덜너덜해졌던 마음이 조금은 회복됐다.

하지만 반성하자.

마왕이 되고 아들, 딸이 생기면서 해이해진 건 틀림없으니까.

이 싸움은 나의 패배다.

그러나,

“등신이라서 정말 미안한데, 사정이 있어서 져줄 순 없어.”

“오냐. 덤벼라, 등신!”

“너무하네!”

여린 내 가슴에 생긴 상처를 후벼 파는 짝퉁을 향해 도약, 몰랑스타G를 일직선으로 내질렀다.

짝퉁의 표정이 신중해진다.

그리고 미친 움직임을 보였다.

두둑, 둑.

정의로운 용사의 날개를 뽑아서 양손에 쥔 후, 6쌍의 칼날의 옆면을 쳐서 전부 튕겨냈다.

그 틈에 새로운 날개 생성.

뾰족한 날개 첨단을 내게 향하고는 가시를 쏘았다.

슈슈슈-!

기관총의 총알 세례처럼 가시들이 내게 날아왔다.

“미친!”

녀석은 내 움직임을 완벽히 예측하고 이번 작전을 세웠다.

그렇지 않다면, 다양한 방향에서 쏘아진 가시들이 내 복부로 집중될 수 없기 때문이다.

팅, 팅, 팅, 팅-

나는 돌진을 멈추고 몰랑스타G로 가시들을 튕겨냈다.

이 가시들은 소모품이다.

정의로운 용사의 날개도 그렇지만, 자주 생성할수록 짝퉁의 육체에 부담이 커진다.

즉, 뒤가 없다는 뜻.

내가 녀석이라면 지금 결판을 낼 것이다.

“방심했네?”

“......”

대꾸할 여유도 없다.

6쌍의 칼날은 전부 저만치 날아간 상태고, 성검 몰랑스타G는 가시를 막는다고 균형이 흐트러졌다.

완전한 무방비상태.

...당했다.

만약, 짝퉁에게 성검이 있었다면 나는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없으니 아마도...

덥석!

녀석의 손아귀에 경추(頸椎) 6번과 7번 사이를 붙잡혔다.

다음은 안 봐도 뻔하다.

빠각-!

박치기다.

용인과 인간의 머리가 부딪쳤다.

심지어 나는 녀석에게 목이 붙잡힌 불리한 자세였다.

우드득.

당연히 내 연약한 경추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크아아아...”

뇌가 흔들리고 척수에도 무리가 오면서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이마를 바짝 붙인 채, 짝퉁이 내게 속삭였다.

“안심이다.”

“크아-?”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평화롭지 않다면 내가 이렇게 약해졌을 리 없지.”

“......”

말문이 탁 막혔다.

0.1초도 아까운 이 상황에 거기까지 생각했다고?

나랑 싸우면서 녀석이 얼마나 여유를 부렸는지 알 수 있었다.

아예 상대가 안 됐다.

대등한 조건이었다면 어린아이 척추 만지듯 농락당했으리라.

“수고했다.”

“......”

푹, 푹, 푹, 푹, 푹, 푹.

뒤늦게 날아온 6쌍의 칼날이 짝퉁의 몸을 간단히 꿰뚫었다.

방어를 포기해서?

아니다.

애초부터 녀석에게는 몰랑스타G를 방어할 수단이 없었다.

회피만으로 버티면서 이만큼 나를 몰아붙인 거다.

(후배여! 괜찮은가?!)

“...아니. 전혀.”

짝퉁은 내 목을 부러트리지 않았다. 박치기 이후에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음에도 말이다.

승리를 양보한 것이다.

⤷알라: ?

⤷지크: ?????????????

⤷제우스: 어떻게 된 거야?

⤷오딘: 모르겠음. 정의구현 직전에 형세가 역전됨.

⤷바알: 이건 내 추측이지만, 몰랑한 줄 알았던 교사의 머리가 의외로 단단했던 게 아닐까?

⤷아몬: 그럴싸한데?

끼이익-

보스 방의 출입문 잠금장치가 풀리고, 디스코가 들어왔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지만, 감찰단인 그녀는 내부상황을 훤히 보고 있었을 것이다.

“어머! 용사님. 정말 힘들게 이기셨네요? 아니, 이걸 이겼다고 할 수 있으려나~.”

기세등등한 얼굴.

내가 한 번이라도 고생하며 쩔쩔매길 기다렸던 모양이다.

“그래서?”

“교사도 힘든 난이도를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현 교육방침에 문제가 많다고 확신합니다. 그렇기에 지금 같은 주먹구구식이 아닌, 몰랑소프트의 첨단기술을 접목한 관리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어요.”

“그 말을 하고 싶었군? 여태까지 참느라 고생했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몰랑소프트 감찰관 디스코가 능글맞게 웃는다.

한번 물면 절대로 안 놔주는 투견처럼 끝까지 늘어질 기세.

나도 이번에는 예상 밖이었다.

현역 시절의 내가 이토록 강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이 때문에 위기를 초래할 줄도 몰랐다.

그냥 어이가 없다.

“디스코. 너는 1년짜리 용사에게 뭘 기대하는 거야?”

“변명은 듣지 않겠어요. 감식반이 곧 조금 전의 전투가 공정했는지 검사할 겁니다.”

“흐음.”

확실히 나는 방심했다.

과거의 내가 이렇게 강할 줄 알았으면 1년이 아니라 100년을 준비했을 것이다.

그래도 일단은 끝을 내자.

나는 빈정대는 디스코를 무시하면서 100층까지 등반했다.

옥좌에 앉은 내가 보인다.

“......”

저렇게 온종일 앉아만 있으니 약해질 수밖에.

▶종족: 퍼펙트 데몬

▷레벨: 1

▶직업: 탈마(용사=마왕)

▶스킬: 자연GGG 신성G

마기G 시간G 공간G

암흑G 백광 선동MAX…

▶상태: 성골

레벨이나 스킬의 문제가 아니다.

판타지아 시스템의 ‘힘’ 그 자체인 나는 능력치를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으니까.

순수한 기량의 문제다.

▷진정한 용사의 길은 실로 험난합니다. 하지만 꿈과 희망을 잃지 않은 당신을 응원해준 수많은 인연이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우정과 사랑을 배우며 함께 성장한 당신은 마침내 사악한 마왕이랑 마주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지금부터 성적을 알아볼까요?

전투는 없었다.

100층에 도달한 학생에게는 도전할 기회가 주어지지만, 나는 진짜 학생이 아니다.

90층 보스가 쓰러진 시점에 생방송과 함께 끝났다.

▷성적표를 꼼꼼히 확인해주세요!

▷이름: 몰랑소프트K

▷전투력: SS

▷업적: SSS

▷평판: A

▷인성: S

▷비고: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그런데도 내가 멈추지 않고 굳이 100층까지 꾸역꾸역 올라온 이유는 이것 때문이다.

졸업장.

▷합격했습니다.

▷졸업을 축하합니다.

▷상장: 위 학생은 평소 모험을 성실히 하고 바른 선행을 스스로 실천하였습니다. 또한, 항상 동료들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모습으로 판타지아 원주민들의 모범이 되었습니다. 이에 위 학생을 SSS급 특급용사로 임명합니다.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고등교육장을 졸업해야 정식으로 교직에 몸을 담그고, 판타지아 교육장에 간섭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나는 ‘교장의 남편’이란 애매한 위치였으니까.

시험을 보려고 해도 부정행위를 의심받을 수 있기에 어려웠다. 그런데 이번에 몰랑소프트 감찰단이 오면서 뜻하지 않은 기회가 왔다.

고등교육장 졸업장.

이제, 교사가 된 나는 교무실에 들어가서 예쁜 도덕 아가씨를 마음껏 볼 수 있다!

▷당혹: 졸업장을 따는 이유가 너무 사소한데요...

그렇지 않아, 도덕 아가씨!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자, 그러면...”

푸욱-

나는 1년 동안 사용한 육체 ‘몰랑소프트K’를 미련 없이 죽였다.

몰랑스타G가 심장을 꿰뚫는다.

그리고 옥좌에 앉아있는 나의 원래 몸으로 돌아갔다.

【원죄】

【마계】

【모험】

지금이라면 90층 강한수를 0.2초 안에 확실하게 죽일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마왕님. 쏘시엘 교장님이 안 계신 지금, 대리자인 당신께 보고합니다. 판타지아 교육장의 관리를 몰랑소프트에 위임을...”

“대리자라고?”

“...그렇습니다.”

“틀렸어. 그 반대야.”

내가 학력 미달이라서 비겁한 마누라에게 잠시 맡겼던 것뿐이다.

그녀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시스템 프로그래머에 지나지 않는다.

“그게 무슨 뜻이죠?”

나는 느긋한 어조로 답했다.

“내 허가도 없이 독단적으로 운영해온 쏘시아 교장의 책임을 물어서 해임. 승인한 적 없는 감찰 또한 무효로 한다.”

“말도 안 되는...!”

“왜? 내가 틀린 말 했나?”

과거에 쏘시아가 동업자였던 파르마엘에게 판타지아 교육장을 빼앗긴 원인은 ‘힘’이 없었던 탓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원죄】

판타지아는 온전히 나의 ‘힘’으로 유지되고 있다.

내가 학력 미달이라서 마누라에게 교장이란 감투를 씌워줬지만, 회사 주식이라고 할 수 있는 ‘힘’은 온전히 나에게 있다.

“이, 이...”

디스코가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부들부들 떨었다.

【파멸】

“나랑 한 판 붙으려고? 나는 그래도 상관없다만.”

“...윽.”

나는 판타지아 교육장의 ‘총장’으로서 선언했다.

“용사 육성시스템은 현 시간부로 종료. 전교생이 함께 공부하는 모험가 육성시스템으로 전환한다!”

그리고 몸도 마음도 예쁜 도덕 아가씨를 비서로...

▷거절: 제안은 감사하지만, 죄송합니다. 강한수 총장님.

흑! 나는 눈물을 머금고 6차 교육과정을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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