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관심용사-408화 (408/430)

 408화

[30회차] 몰랑한 다큐멘터리

몰랑몰랑!

몰라앙?

몰랑.

몰랑몰라앙~

몰랑~

두 미녀의 품에서 내려온 마스터 몰랑과 몰랑소프트 회장이 부지런히 몰랑거리기 시작했다.

그 몰랑한 대화 내용을 듣고 싶었지만, 너무나 고차원적인 종족의 몰랑한 언어라서 나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물어보기로 했다.

“쏘시아. 알아들을 수 있어?”

“아니. 저기, 남편님? 나는 슬라임이 아니거든?”

“어릴 적에 유학까지 다녀와서 뭐 했냐?”

“전에 말해줬잖아. 우주 굴지의 명문대인 몰랑 아카데미 컴퓨터학과를 졸업한 후, 엘몰랑도 행성에서 주관하는 창조기술사 2급 자격증을 땄다고.”

“그게 언제 얘기야? 흠. 어릴 적이라고 했으니...”

“잠깐! 숙녀의 나이를 유추하는 건 실례잖아! 유학 가서 배운 기술을 판타지아 시스템의 4차 교육과정에 도입했다고만 알아둬.”

“그러면 정말 별로 안 됐네.”

“맞아. 나는 아직 파릇파릇한 청춘이야!”

뭔 청소년기가 수십만 년씩이나 하는지 의문이지만, 본인이 박박 우기니 넘어가기로 하자.

내 마누라는 대학 졸업한 지 수천 년밖에 안 된 젊은 악마다.

...인간 기준으로는 이것도 까마득한 수치지만.

“마스터 몰랑은?”

“이것도 전에 얘기해준 걸로 아는데.”

“진지하게 안 들었지.”

“어, 그래. 몰랑 아카데미 기숙사 동료가 졸업선물로 줬어. 모든 몰랑이는 몰랑함대의 수호를 받기에 수호부적 같은 역할을 해주거든. 전에 봤지? 그 머저리 초대 용사가 공격을 멈춘 거.”

“그래.”

아직도 기억한다.

가출선배의 기습에 죽을 뻔했던 나는 마스터 몰랑의 위엄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몰랑이를 괴롭히면 몰랑함대가 출동해. 남편님이 상대했던 몰랑로이드 군단이 주모자는 물론이고 행성까지 초토화해버려.”

“워~”

갑자기 섬뜩해졌다.

예전에 라누벨이 마스터 몰랑을 괴롭힌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자비로운 마스터 몰랑께서 참지 않으셨다면 내 2회차 때 몰랑로이드 군단이 판타지아 차원을 초토화했을 거란 소리.

쏘시아가 이어서 말했다.

“그래도 엘몰랑도에서는 몰랑이를 키우는 집이 많아. 하지만 나는 촌년이라서 없었지. 몰랑이 판매는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어서 분양 외에는 구할 수 없거든. 하지만 분양도 함부로 하지 못하게 되어있어서...”

“그래서 결론은?”

“어... 내 기숙사 친구가 키우던 몰랑이를 아무렇지 않게 절반을 떼어서 선물로 줬어. 오래된 일이라서 이제야 얘기하지만, 그건 명백한 불법이었어.”

그때, 우리의 대화에 끼어드는 몰랑로이드가 있었다.

“그건 불법이 아닙니다. 레이디 쏘시아.”

“너는?”

“용감한 몰랑이 일병입니다. 인간들의 문화방식으로 설명하면, 엘몰랑도 개성공신(開星功臣)이신 가장 용감한 몰랑이 314호의 57대 직계후손입니다.”

“헤에. 명문가구나.”

쏘시아가 흥미롭다는 듯이 대화를 받아줬다.

흥미롭긴 나도 마찬가지였다.

용감한 몰랑이.

녀석은 나를 어지간히 괴롭혔던 몰랑로이드 조종사였으니까.

“너는 어디 있냐?”

“몰랑함선에서 173사단 보병연대 제47 시골경계초소 1분대를 원격조종 중입니다.”

“이게 고작 1분대라고...?”

내가 현대식 군대용어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판타지 제국의 황제도 했던 몸이다.

분대가 얼마나 작은 규모인지는 잘 알고 있다.

“대대입니다. 당신을 상대하기 위해 여러 몰랑이들이 파병을 왔으니까요. 제가 원격조종으로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 규모는 10만이 한계입니다. 일병에게 허락된 몰랑로이드는 많지 않아서...”

말투가 무미건조해서 겸손인지 기만인지 알 수 없었다.

10만이 아니라 10기만 돼도 지구별은 1시간 안에 초토화될 것 같은데...

아무튼,

“야. 일병. 대화에 끼어든 김에 저쪽에서 무슨 대화 중인지 번역 좀 해봐.”

“말해줘도 모를 겁니다.”

“어쭈? 그걸 왜 네가 판단해.”

“지독한 촌놈이신 당신은 몰랑이의 생태와 항렬을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요.”

“그래도 해봐.”

“...좋습니다. 모든 몰랑이의 뿌리는 크게 둘로 나뉩니다. 황제파와 교황파. 과학과 마법이라고 보셔도 됩니다. 몰랑이의 약 90%를 차지하는 황제파는 다른 종족을 애완동물로 부립니다. 반면에 교황파는 다른 종족의 애완동물로 생활합니다. 대신, 군신의 축복을 받은 교황파 몰랑이는 전반적인 능력이 매우 우수합니다.”

응. 절반도 못 알아듣겠네.

“너는?”

“황제파입니다.”

“그러면 너도 애완동물을 소유하고 있겠네?”

“당연합니다.”

그렇게 대답한 몰랑로이드가 홀로그램을 하나 띄웠다.

팟!

“...이 미모의 처자가?”

“네. 이름은 크레슈아 세레브리스. 올해 65살의 가임기 에로프(erof)입니다. 선대의 애완동물이 낳은 암컷입니다. 살짝 얼빠진 구석이 있긴 해도 하는 짓이 제법 귀엽습니다.”

“그럴 것 같네.”

가슴 큰 요정의 품에 안겨있으면 뭘 해도 귀엽게 보이겠지!

에로프(erof).

쏘시아의 설명에 따르면, 판타지아에 사는 요정(elf)의 사촌 격인 종족이라고 한다.

수명은 요정보다 짧은 1000살 밑으로 내려간 대신, 전반적인 신체 능력이 우수하고 번식력도 제법 우수한 편...

요정왕 엘브하임이 안다면 환영할 법한 종족이다.

“그러면 잠시 멈췄던 설명을 마저 해도 되겠습니까?”

“그래.”

“모든 몰랑이는 평등하지만, 선대와 선조를 공경하는 마음은 어느 종족보다 우수하다고 자부합니다. 그렇게 형성된 항렬로 몰랑이는 위아래를 나눕니다.”

“흐음~”

개체의 능력이 아닌 나이로 서열을 나눈다니?

과학에 기반을 둔 것치고는 의외로 원시적인 발상이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예쁜 에로프의 가슴에 안긴 용감한 몰랑이는 계속 말했다.

“저는 57세대 몰랑이입니다. 시조이신 몰랑한 황제 폐하를 포함해서 선대가 제 위로 쉰일곱 분이나 계시죠.”

“저기의 회장은?”

섭리가 무려 셋이나 되는 괴물이다.

“몰랑군단의 군수물자를 담당하는 몰랑소프트의 회장, 가장 존엄한 몰랑이는 0세대 황제 폐하에게서 태어난 1세대이십니다. 군신의 오른팔인 몰랑한 교황도 이 1세대에 해당한다는 걸 고려하면, 하늘 중의 하늘인 셈입니다.”

“많지 않은 모양이네.”

“일급기밀이라서 정확한 숫자는 저도 모르지만, 수백을 넘지 않을 겁니다.”

“......”

저런 괴물 몰랑이가 이 우주에 수백 마리나 더 산다고?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표정을 보아하니, 촌놈이신 당신이 제 설명을 듣고 몰랑소프트 회장님의 위대함을 조금은 이해한 듯해서 뿌듯합니다.”

“마스터 몰랑은?”

“당신의 반려자가 키우던 몰랑이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대화를 들어보니 저분은 3세대입니다. 참고로, 황제파 몰랑이의 3세대는 최소가 사단장입니다.”

“워~”

“그런데 저분은 황제파가 아닌 교황파입니다. 몰랑이 사회에서는 0세대 황제 몰랑이와 1세대 교황 몰랑이를 동급의 시조로 취급합니다. 즉, 저분은 같은 2세대 황제파와 동급인 군단장입니다.”

“아깝네.”

몰랑이 사회의 항렬에서, 마스터 몰랑이 몰랑소프트 회장에게 살짝 밀리는 듯하다.

그렇게 입맛을 다시는데...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제가 가장 용감한 몰랑이 314호의 후손이란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듯, 몰랑이 사회에서도 선대가 누구냐에 따라 대우가 달라집니다.”

“호오?”

“조금 전에 사령부에서 신상확인이 끝난 모양입니다. 맙소사! 교황 몰랑이의 직계 3세대라는 모양입니다.”

“교황의 손자라는 건가?”

“그, 그렇습니다. 교황 성하의 직계후손이라니... 당신의 아내가 키우는 몰랑이는 전설의 후신 같은 분이십니다...”

“그렇군!”

역시나 마스터 몰랑이다.

처음 만졌을 때부터 비범하다고 느꼈는데 역시나!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고귀한 신분이란 듯하다.

용감한 몰랑이가 말했다.

“...몰랑함대 사령부에서 판결이 나왔습니다. 판타지아 교육장의 교장 파르마엘은 매우 신성한 몰랑이를 주인 쏘시아로부터 떼어놓고 힘겨운 생활을 보내도록 수백 년 동안 핍박했다. 이것은 몰랑이 사회에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만행이며, 이에 따라 파르마엘과 친인을 3급 영구징역에 처하고 행성은 파괴하도록 한다.”

“어? 잠깐.”

“마저 들으십시오. 하지만 매우 신성한 몰랑이의 완고한 뜻에 따라 모든 죄는 교장 파르마엘로 한정하도록 한다. 이에 따라 교장 파르마엘은 2급 영구징역에 처한다.”

“2급과 3급이 다른가?”

“다릅니다. 3급은 몰랑이를 오랫동안 괴롭힌 자에게 내리는 최고형벌이고, 2급은 살해자에게 내리는 형벌입니다.”

“그렇군.”

하지만 교장 파르마엘은 히프리아에게 삼켜져서 소멸했다.

그녀에게는 영원히 고통받는 영구징역보다는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모르겠군.

이러면 흐지부지 끝나는 건가?

“아닙니다. 매우 신성한 몰랑이의 관리를 소홀히 한 주인 쏘시아에게도 형벌이 내려졌습니다.”

“나?!”

얌전히 듣고 있다가 불똥이 튄 비겁한 마누라가 식겁했다.

키우던 애완동물을 버리고 도망쳤다가 경찰에게 붙잡힌 주인의 표정이 딱 이럴까.

용감한 몰랑이가 답했다.

“그렇습니다.”

“혀, 형벌이 그래서 뭔데?”

천하의 쏘시아도 겁먹을 때가 있군?

“매우 신성한 몰랑이와 함께 정기적으로 엘몰랑도를 방문해서 사모임에 참석할 것.”

“응?”

“당신에게 매우 신성한 몰랑이를 분양해준 분의 전언입니다.”

“그렇구나... 그 친구가...”

쏘시아가 얼굴을 붉히면서 훌쩍였다.

『너무 순진한 어떤 여신이 감동했다고 합니다』

『어떤 수신이 공감합니다』

『느긋한 어떤 천신이 판결을 높게 평가합니다』

뭔가...

판타지아의 명운을 건 치열한 싸움이 몰랑한 협상으로 허무하게 막을 내리고 있었다.

*

몰라아앙~

몰라앙~

몰랑소프트 회장은 다시 디스코의 품에 안겨서 떠났다.

그리고 매우 신성한 몰랑이, 마스터 몰랑은 주인 쏘시아의 품으로 돌아왔다.

“몰랑아! 고마워!”

몰랑몰랑~

쏘시아는 마스터 몰랑을 끌어안고 누추한 뺨을 비비적거렸다.

충분히 기분 나쁠 텐데도, 마스터 몰랑은 관대하게 그녀의 어리광을 받아줬다.

“...썰물처럼 쫙 빠지는군”

판타지아의 위기는 마스터 몰랑의 활약으로 끝났다.

중죄인 파르마엘의 소멸을 확인하기 위해, 그녀를 흡수한 히프리아가 ‘영혼 검사’를 살짝 받긴 했지만, 무난하게 통과했다.

그리고 진정한 평화를 만끽...

“친구여.”

“왜?”

나는 용인(龍人) 형태를 한 뇌비우스를 친애와 존경을 담아서 돌아봤다.

이번 싸움의 일등공신은 누가 뭐라 해도 그였으니까.

그런 뇌비우스가 말했다.

“나는 그 초대 용사에게 붙잡혀 있는 에르단티를 구해준다는 약속을 받아서 상관없다만, 애초에 저 몰랑한 슬라임을 꺼내서 보여줬다면 이 싸움은 처음부터 없었을 것 같은데 틀렸는가?”

“...친구여!”

“약속은 약속이다.”

“당연하지.”

“그 말을 듣고 싶었다.”

“약속대로 네 연인을 구하러 가지 않겠는가? 당장!”

“나야 환영할 일이다만, 갑자기 서두르는군.”

“약속은 소중하니까.”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이 스트레스를 풀 곳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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