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관심용사-421화 (421/430)

 421화

[32회차] 해방

“그런데 강한수 총장님. 이 방식으로 정말 신이 될 수 있을까요?”

“도덕 용사님은 어떻게 됐는데?”

확고한 철학을 관철하면 신격을 얻을 수 있다!

...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이룬 후에 어림짐작한 이론일 뿐.

한 번으로 일반화하는 건 무리다.

그래서 좀 궁금했다. 남들은 어떻게 신이 됐는지가.

“음. 저 같은 경우에는 어떤 신에게 친절을 베풀고 신이 됐어요.”

“그 신과 함께 어떤 사악한 마신이라도 무찔렀어?”

『매우 성급한 어떤 마신이 항의합니다』

도덕 용사님이 고개를 저었다.

“대단한 건 아니었어요. 운이 너무 좋아서 괴롭다는 이상한 신에게 힘내라고 응원해줬답니다.”

“헤에~ 정말 이상한 신이네.”

운이 좋아서 괴롭다니?

우주의 총애를 잃고 굉장히 답답했던 경험이 있는 나로선 공감하기 힘들었다.

“내게 행운이 오는 만큼 남이 불행해지니까요. 복권을 내가 뽑아버리면 남은 절대 못 뽑잖아요~”

“아하.”

대충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

하지만 말이다.

그 논리는 너무 강해서 괴롭다는 거나 다름없다.

운은 상대적이고, 강함도 항상 상대적이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는 법.

내가 계속 이긴다면 운명에 감사할 일이지, 패배한 불특정 다수에게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 현재에 안주하면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패배할 날이 올 테니까.

“친절이 과하면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얘기, 들어보셨나요?”

“친절에 익숙해지면 권리로 착각한다는 말은 들어봤지.”

“아...”

“도덕 용사님. 같은 상황이라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봐.”

“그렇네요...”

“내가 도덕 용사님 주위를 얼쩡거리는 것도 그래. 이건 사랑일까? 아니면 집착일까?”

“불륜이요.”

“쿨럭!”

직격타로군!

“주제넘는 참견이지만, 강한수 총장님은 좀 더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실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성공한 남자이기에 달라붙은 거 아닐까?”

나는 숱하게 보아왔다.

용사의 반려자가 되어 한 방에 인생역전하려는 자들을.

1회차 때의 나는 ‘마왕을 쓰러트린 후에 결혼합시다!’ 같은 입바른 거짓말을 일절 하지 않았다.

뻗어오는 공주님들의 손길을 단호하게 잘랐지.

거기까진 좋은데, 그 융통성 없는 처세술 탓에 어떤 왕국에서도 지원다운 지원을 받지 못했다.

지금의 아내들이라고 다를까?

내가 성공한 용사이기에 사랑하는 것이다.

“총장님도 척추 예쁜 여자를 좋아하시잖아요?”

“그렇다고 결혼하진 않아.”

“정말로 그럴까요? 척추가 예쁘지 않은 여성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으시잖아요~ 여기서 문제. 척추가 예쁘지 않은 판타지아 출신의 여성 이름을 하나만 대보세요.”

“그거야 쉽지!”

“쉽죠.”

“이름이 그러니까...”

“네.”

“어... 음...”

“얼른 답해보세요.”

“......”

무관심이라서 전혀 모르겠다.

여기서 융통성을 발휘하여 거짓 이름을 대는 건 쉽다.

하지만 그건, 공명정대한 GGG급 용사님의 양심에 어긋나는 행위!

그렇기에 나는 머릿속의 기억을 쥐어짰다.

“생활기록부는 보지 마시고요.”

“안 봐!”

내가 변변찮다고 놀리는 라누벨조차 평균 이상의 척추를 가졌다.

결국, 나는 백기를 들었다.

“역시 도덕 선생이야.”

“에이. 감투일 뿐이죠. 당당히 선생을 자칭하려면 아직 공부해야 할 게 여전히 많답니다.”

도덕 용사님이 생긋 웃었다.

눈물을 머금고 사랑을 고이 접어둔 나는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도덕 용사님.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어.”

“뭔데요?”

“판타지아 교육장이 앞으로 추구할 것은 신을 키워내는 거야. 하지만 여길 졸업한다고 해서 모두가 신이 되는 건 아니야.”

“예에?!”

“뭘 그렇게 놀라? 신이 안 될 수도 있는 거지.”

애초에 내가 추구했던 방향은 신이 되는 게 아니다.

판타지아 능력치를 빼앗겨도 강함을 유지하는 것.

이게 1회차 때부터 내가 쭉 추구했던 길이다.

“베이커리와 히프리아가 내 생활기록부를 참고해서 교육과정을 짰다면 그건 신이 되는 게 아니라, 자립심을 키워주는 거야.”

“아...”

하지만 신을 키워낸다는 표현도 틀림이 없다.

그렇게 판타지아 능력치 없이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다가 찾아낸 길이 신이 되는 것이었으니까.

신(神)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지만, 판타지아 교육장을 졸업하는 한 가지 방법이란 건 틀림없다.

“도덕 용사님. 능력치 스킬창을 한 번 봐.”

“제 스킬창이요?”

“그냥 말고 자세히 보기.”

“네.”

▶종족: 퍼스트 에로프

▷레벨: 11572

▷직업: 용사(경험치 500%)

▷스킬: 교육GG 검술GG 민첩G 조교G 설교G 매력G 후광ZZZ 매혹ZZZ 사교ZZ 마성ZZ 기품ZZ 면역Z 투시Z 주목SSS 노래SSS 불로SSS 자수SS 선동SS 색적S 내성S 행운S (중략) 체력C 재봉C 목욕C 건강C 체형C 기력C 예절C 신앙C 외교C 모략C 보정C 연금C 지력C 휴식C 지혜C 숙면C 정신C 독서C 원예C 사랑C 우정D 희망D 친절D 작곡D 타락D 허세D 품평D 날조D 암투D 작사D 인내D 연주D단검D 요리D 변비D 음란D 해방D…

▶상태: 양호, 도덕, 친절

오랫동안 애착을 갖고 키운 만큼 굉장히 복잡했다.

도덕 용사님과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타락, 허세, 암투 같은 스킬도 생길 정도니 말 다했다.

“뭘 보면 될까요?”

“해방.”

“...어? 이런 스킬도 있었나요?”

“예전에는 없었지. 비겁한 마누라가 생성한 업보처럼 이번에 새롭게 생긴 거야.”

“잠시만요.”

▶종류: 스킬

▶명칭: 해방

▶등급: D

▶C: 초월 스킬이 약해진다.

▶D: 신격 스킬이 약해진다.

▶E: 레벨이 점점 내려간다.

▶F: 등급이 점점 올라간다.

그 부정적인 효과를 본 도덕 용사님은 할 말을 잃었다.

미리 보고받았다면 좋겠지만, 그녀도 현재는 학생이기에 따로 설명은 없었던 것이다.

1회차의 나는 며칠에 한 번씩 능력치 스킬을 전반적으로 쭉 검토했기에 놓치지 않았지만, 남들도 그러라는 법은 없지.

“언제부터 생겼죠?!”

“여기 올 때부터. 원주민과 몬스터 등의 수준은 7학년과 8학년이 거의 똑같아.”

“바뀌는 건 세상이 아니라 저라는 거군요...”

“그렇지.”

곰곰이 생각에 잠긴 도덕 용사님이 정답에 도달했다.

“신이 될 때까지 세월만 낚고 있다간 큰일나는 구조네요.”

“하하! 제대로 봤어.”

“이러면 8학년까지 도달하지 않고 7학년에서 탈주하는 학생들이 엄청나게 많지 않을까요?”

“상관없어. 이걸 읽어봐.”

☞졸업: 당신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마지막까지 달성하진 못한 점은 안타깝지만, 당신의 지난 노력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이제 세상으로 나가서 정의로운 용사의 날개를 활짝 펼치십시오. 그리고 언젠가 학교에서 당신을 필요로 할 때, 다시 돌아오십시오. 소중한 날개를 꺾이기 싫다면.

“이건 대체...?”

“조기졸업장의 초안이야.”

“여기서 언급한 정의로운 용사의 날개는... 능력치인가요?”

“맞아.”

앞으로는 나처럼 싫다는 학생을 억지로 붙잡아두지 않는다.

그 대신, 빌려준 교보재들도 돌려줘야 하지 않겠어?

말을 안 들으면.

“강한수 총장님이 생도였을 때부터 경계하시던 게 현실이 됐네요.”

“맞아.”

소중한 능력치를 잃기 싫어서 여신 파르마엘의 명령에 절대복종하는 졸업생 군단.

공장에서 찍어내는 몰랑로이드 군단에 비빌 수준은 아니지만, 기나긴 세월 동안 수많은 졸업생을 배출한 판타지아의 저력도 무시 못 한다.

판타지아 졸업생들이 사회 곳곳에 침투해있으니까.

그들을 조종하면 우주를 혼란에 빠트리는 것도 어렵지 않다.

뒷감당할 수 있다면 말이지만.

“학교에 구애받지 않고 살려면 반드시 8학년까지 도달해서 정상적인 졸업을 해야겠네요. 졸업할 방법은 스스로 깨우쳐야겠지만.”

“제대로 봤어, 몸도 마음도 예쁜 도덕 용사님!”

“어휴! 이렇게 직접 얼굴을 봐도 달라진 게 없네요. 자꾸 그렇게 놀리지 마세요.”

“본능이야, 본능.”

이렇게 예쁜 척추와 골반을 보고도 입 다물고 있다면 수컷이 아니다.

“하지만 막막하네요. 저 해방이란 스킬 탓에 언젠가 능력치가 완전히 못 쓰게 될 텐데, 저는 여기서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 전혀 감을 못 잡겠어요...”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 방황하는 어린 몰랑이들을 구원해줄 선생을 초빙해뒀으니까.”

『항상 공정한 어떤 인신이 당근을 부릅니다』

『계속 완벽한 어떤 검신이 강의를 잠시 멈춥니다』

『계속 완벽한 어떤 검신이 곧 가겠다고 합니다』

『친절한 어떤 여신이 경악합니다』

“설마...!”

“표정을 보아하니, 도덕 용사님은 당근 선생을 아는 모양이네.”

“모를 수가 없죠! 여긴 촌동네라서 전혀 알려지지 않았지만, 저분이 오신다는 소문이 퍼진 날에는, 제자로 받아달라고 몰려드는 말랑이들로 어떤 행성이든 북적여요.”

“헤에.”

유학파인 비겁한 마누라의 설명보다 더욱 신뢰가 가는 발언이다.

그렇게 도덕 용사님이 호들갑을 떠는 사이, 당근 선생이 옆집 드나들 듯이 차원을 넘었다.

뿅!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총장님... 음? 당신은...”

“안녕하세요, 검신님!”

“여기서는 당근 선생이라고 불러주십시오. 친절한 선배님?”

“어머! 내가 선배라니... 낯간지럽네요.”

“하하하!”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본론으로 바로 넘어갔다.

절대로 샘나서 그런 게 아니다.

“능력치 없이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는 예쁜 아가씨를 도우려고 불렀습니다.”

“아아, 과연...”

내 간단한 설명만으로 상황을 이해한 당근 선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한 거 맞나요?”

“예쁜 선배님께 검술을 가르쳐주라는 얘기잖은가?”

“그, 그렇죠.”

깊게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다.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628조 검식. 신격이되 신격이 아닌 이 검술을 완벽히 익히면,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극한의 환경도 편안한 마음으로 다닐 수 있지!”

아주 약을 파는군?

하지만 도덕 용사님은 동경했던 슈퍼스타를 목도한 말랑이 같은 표정이 됐다.

“한 번 견식해볼 수 있을까요? 이 몸으로 직접.”

“어렵지 않네. 바로 시작하지.”

“네.”

나와 당근 선생은 마주보고 섰다.

시작은 나의 기습으로!

“기습하는 유부남 용사의 첫 공격은 크게 69가지. 총장님은 하렘이기에 34가지로 줄어들고, 요정형 절세미남이기에 3가지로 또 줄어들지. 그러면 다음 공격은 안 봐도 훤히 알 수 있다네.”

“허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서 내 기습을 막고, 등에서 솟구친 정의로운 용사의 날개란 변수마저도 막아냈다.

그리고 반격까지!

“나의 628조 검술은 끊임없이 연계되네. 총장은 95조 번째 검술을 막았네. 하지만 그러기 위해 오른발을 뒤로 뺐지. 그건 처음부터 예상한 대응. 여기에 맞춰서 나는 오른발을 미리 앞으로 빼면서 174조 검술로 다시 압박.”

“큭...!”

“이런 원리네.”

쉬익-

거기까지 설명한 당근 선생의 당근이 내 어깨를 후려쳤다.

목을 노릴 수도 있었지만, 봐줬다는 뉘앙스.

“그럴 필요 없는데 말이죠.”

“흠?”

당근 선생의 두 눈이 크게 부릅떠졌다.

“제가 좀 단단합니다.”

“그런...?”

내 왼쪽 어깨를 당근으로 후려치며 거리를 좁힌 당근 선생을 향해, 나는 정의로운 주먹을 불끈 말아쥐며 질문했다.

“로맨티넘 통뼈를 상대하는 검술도 있습니까?”

“뷁?!”

“상정 밖인 모양이군요.”

전설의 금속 로맨티넘을 나처럼 많이 보유한 존재가 우주에 흔할 리 없으니까.

파앙-

“커억~?!”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

뼈를 주고 뼈를 받기!

내가 1회차부터 애용했던 단 하나의 검술은 628조 검술을 압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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