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관심용사-423화 (423/430)

 423화

[32회차] 정신 차리세요!

『심심한 어떤 악신이 구신광고에 솔깃합니다』

『어떤 권신이 열정이란 말에 주먹을 불끈 말아쥡니다』

『어떤 신이 연중무휴는 너무하다고 투덜댑니다』

『매우 성급한 어떤 마신이 성급하게 응모합니다』

『따분한 어떤 앙신이 짙은 흥미를 보입니다』

예상보다 호응이 좋았다.

이 광대한 우주에 용사(호구) 같은 어떤 신(神)이 얼마나 많이 사는지 알 수 있는 대목!

물론, 이유는 좀 다르다.

용사가 뜬금없는 사명감이라면, 신들은 단순히 무료한 삶에서 해방되기 위함이다.

돈? 명예? 권력? 지배?

신에게 이것들은 손만 뻗으면 쉽게 얻을 수 있는 잡동사니다.

그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건, 어엿한 ‘신’으로서 무언가를 성취하고 인정받는 것.

생각해보라.

집 마당에 수백만 마리의 개미가 살며, 녀석들은 내가 주는 꿀물에 환장하고 달려든다.

그것들을 보면서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느껴지는가?

신들도 마찬가지다.

“신은 인간이 아닌 신에게 인정받아야 비로소 보람을 느끼지.”

그 외에는 무가치하다.

인간에게 개미의 숫자와 행동이 무의미하듯이.

『항상 공정한 어떤 인신이 훌륭한 선생을 환영합니다』

당근 선생을 보면서 그렇게 느꼈고, 대화해보며 확신했다.

자기 검술을 몰랑로이드에게 뺏겨서 침울해하던 어떤 검신이 도덕 아가씨의 ‘유명인사세요!’라는 한마디에 빵긋하지 않았던가?

분명히 반응이 올 것이다.

『어떤 신이 훌륭한 선생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힙니다』

『어떤 광신이 나를 불렀냐고 당당히 묻습니다』

『뻔뻔한 어떤 토신이 망설임 없이 달려옵니다』

......

반응이 너무 좋아서 문제로군.

견고하다고 자부했던 판타지아 차원이 수많은 어떤 신의 방문으로 흔들렸다.

“...의외로 견딜 만하네?”

본래는 버거워야 하지만, 신들이 판타지아에 방문함으로써 내 신격이 덩달아 올라간 덕분이다.

학교 입장료랄까?

선생이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학교에 돈을 내는 꼴이다.

“이, 이게 대체...!”

가장 먼저 이변을 느낀 베이커리 교장이 내게 달려왔다.

나는 보는 사람들에게 안도감을 주는 정의로운 GGG급 용사의 미소를 지은 후, 안심하라는 어투로 그에게 말했다.

“괜찮아, 베이커리 교장.”

“숨이 막힙니다!”

“익숙해지면 괜찮을 거야. 익숙해지지 않으면 곤란하고.”

“그런...”

내 채용 광고에 반응을 보인 어떤 신들의 모습은, 자주성만큼 개성이 뚜렷한 용사의 동료들 이상으로 제각각이었다.

“학교다...!”

“내가 지옥의 교무실에?!”

“학교에서 정숙...은 개뿔! 나의 밀가루 폭탄 맛을 봐라!”

“꺄앗?! 콜록콜록!”

“큭! 비겁하다!”

누군가에게 통제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신들.

마음 같아서는 면접 때 전부 떨어트리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신들의 분노로 학교가 엉망이 되리라.

“학생은 많지.”

신들에게 적당히 분배해주면 불만은 없으리라.

“선생도 많습니다만...”

베이커리의 지적대로 몰려드는 신들의 숫자가 점차 줄어드는 게 아니라 점점 늘어났다.

『용사』

그리고 내 힘도 강해졌다.

섭리를 깨우친 이후부터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오만해지고 싶은 기분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만큼 대단했고.

그만큼 담대해졌다.

“하하! 베이커리 교장. 새로운 선생들에게 교무실 자리를 하나씩 지정해줘. 그리고 교실은... 1학년과 2학년 때는 부담스러우니 빼고, 3학년부터 적당히 분배해줘.”

“말은 쉽습니다만...”

“베이커리.”

“네. 총장님.”

“교장 되기가 쉽니? 지금이라도 완장 떼줄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훌륭한 자세야.”

나는 맡은 임무와 감투에 충실한 베이커리 교장에게 새로운 교사 문제를 위임했다!

“냐하하하!”

“꺅?! 내 팬티 돌려줘~!”

“냐하하하하!”

“응징!”

“냐하하- 꾸엑?!”

굉장히 정신 사나웠다.

특히, 고위급 신들이 야단법석을 떨 때마다 판타지아 차원이 터질 듯이 비명을 질렀다.

다수의 신이 ‘입장료’를 내줘서 내가 강해지지 않았다면, 엄살이 아니라 진짜로 터졌을 것이다.

“저기, 총장님.”

“열심히 해봐.”

“아내를 닮아서 목소리가 예쁜 딸이 태어났습니다. 그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요...”

“오! 축하해. 그리고 보면 되지 뭘 걱정이야?”

“오래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하하! 아주 좋은 자세야, 베이커리 교장. 진정한 용사라면, 언제나 죽음을 경계하며 살아야지.”

“하아...”

나는 짙은 한숨을 내쉬는 교장에게 넌지시 한마디 해줬다.

“베이커리. 이 기회에 어떤 신들에게 배워서 신이 돼보는 건 어때?”

“그게 가능할지...”

“독학보다는 쉽잖아?”

“......”

나는 힘내라는 의미에서 베이커리 교장의 척추를 두드려준 후, 대폭 확장한 교무실에서 빠져나왔다.

내가 신들을 모집하긴 했지만, 어떻게 하라고 지시할 생각은 없다. 저 자유로운 영혼들이 따를 리도 없고.

학생들을 가르치든 안 가르치든 그건 신들의 마음이다.

나는 그 토대를 깔아줄 뿐.

그것으로 내가 할 일은 다 했다.

“마약용사.”

“왜?”

“조용했던 시골별 판타지아에 도시민들이 붐벼서, 토착민으로서 매우 기분이 좋다!”

“그거 다행이네.”

“그러면 마약용사는 이제 뭘 할 거냐? 예정대로 내 비겁한 조카에게 집안일을 전부 떠넘기고 나태한 백수 생활을 만끽할 거냐?”

“흠. 언젠가는 그럴 예정이지만, 아직은 좀 이르지.”

“언젠가 하긴 하는구나!”

“당연하지.”

내 꿈은 소중하니까.

하지만 당장은 아니다. 준비된 자만이 나태할 자격이 생기는 법.

아니면 폭군에 지나지 않는다.

“마약용사. 뭐하냐?”

“용사가 용사짓 하는데 무슨 문제라도?”

선동과 날조.

나는 부지런히 몰랑폰을 만지작거리는 중이다.

⤷먼치킨: 후배들아. 얼른 위로 올라와라. 꿈과 희망이 넘치는 판타지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오딘: 몇 학년인데, 벌써 선배 타령하는 놈이 나오냐?

⤷바알: 야야. 관심에 굶주린 녀석에게 먹이 주지 마.

⤷시바: 제우스 2호인가...

⤷루크: 여기서 선배 행세하고 싶으면 고학년부터 인증하세요. 할 수 있다면. 풋!

⤷제우스: 시바야. 나 불렀어? ^^

⤷알라: 너희 둘. 그냥 사귀어라.

“흠...”

선배라고 한마디 했다가 본전도 못 건지는 커뮤니티 상황.

여기서 패배한 멍멍이처럼 물러난다면 ‘정의로운 GGG급 용사님’이란 호칭이 울 것이다.

답은 딱 하나.

인증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것이다.

“마약용사. 어딜 가냐?”

“6학년 교실.”

마음 같아서는 8학년으로 하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운영자 혹은 교사로 의심받을 것이다.

현재, 재입학한 교사들을 제외한 최고학년이 4학년.

그러니 6학년이 딱 적당하다.

“얼른 가자!”

“보채지 않아도 갈 거야.”

번쩍-!

그곳은 응애교와 거인들이 지배하는 6번째 판타지 세계.

귀여운 캡틴 판타지가 지내는 요람이기도 하다.

*

“...응애야.”

“응애?”

“너, 인생을 만끽 중이구나?”

“응애♪”

나의 최종병기 캡틴 판타지는 아기답게 생활하고 있었다.

몸을 대폭 축소한 녀석은, 두 번째 천사 우유엘의 품에 안긴 채 풍만한 가슴을 쪽쪽 빨고 있었다.

그런 캡틴 판타지를 안고 있는 천사의 표정은 타락 그 자체!

황홀한 얼굴을 한 우유엘이 입가로 흘러내리는 침을 쓱 훔치며 내게 인사했다.

“총장님께서 이 누추한 신전에는 무슨 일로 오셨나요?”

“교내순방.”

“아하!”

“잠시만. 의부증 MAX등급인 비겁한 마누라가 있어서 인증사진부터 한 장 찍을게.”

“네. 얼마든지요.”

찰칵.

나는 우유엘의 초상권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나란히 붙어서서 몰랑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흠. 잘 나왔군.

“마약용사.”

“눈을 감았으니 다시 찍어야 한다는 얘기면 하지 마.”

“흥! 최초의 정령은 어떤 모습으로 찍더라도 아름다워서 괜찮다. 그보다, 이걸 조카가 본다면 질투심이 폭발할 것 같다.”

“왜?”

잘생긴 남편님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담았는데?

“마치, 부부 같다.”

“...음?”

“저 초대형 아기는 너를 쏙 빼닮았다. 그리고 그런 아기를 안고 있는 여자가 있다. 의심받기 딱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하는데.”

“......”

마약정령에게 어울리지 않는 명탐정 같은 추리력.

내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이미 그 사진은 몰랑폰 커뮤니티에 업로드됐기 때문이다.

⤷먼치킨: 봤냐?

⤷루나: 와! 응애교의 아기님과 성녀님이네요!

⤷이시스: 아기님 귀여워! 나도 오늘부터 응애교로 옮겨타야지.

⤷아몬: 진짜가 나왔다!

⤷제우스: 시바야. 봤냐? 저게 진짜 선배다. 너처럼 주둥이만 선배인 녀석이랑 질적으로 달라.

⤷시바: 이 키보드 용사가 뭐라는 거야? 그만 숨고 당장 엘브하임 제국 수도 광장으로 와라.

⤷지크: 먼치킨 선배님. 이 후배가 인사 오지게 박습니다! (__)

FFF급 용사 지크도 아직 있었군?

진즉 포기하고 지구로 돌아갔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판타지아 세계에 머물고 있었다.

의외로 근성이...

“응애?”

“별거 아니야.”

이미 전송한 인증사진을 어떻게 되돌린단 말인가?

깔끔히 포기한 나는, 삼등신 머리통이랑 비슷한 크기의 몰랑몰랑한 젖가슴을 물고 빠는 아기를 돌아봤다.

...이 녀석이 가장 나태하군.

내 꿈을 캡틴 판타지가 먼저 이루게 될 줄은 몰랐다.

“총장님. 뭐든지 물어보세요. 6번째 차원에 관한 거라면 뭐든지 알고 있습니다.”

“흠...”

인증사진 찍으러 왔다고 말하면 체면이 밑바닥까지 추락하겠지?

나는 우유엘의 제안에 고심하는 척하다가 말했다.

“응애교는 잘나가나?”

몰랑한 저 아기는 나의 화신. 즉, 응애교는 나를 믿는 종교인 셈이다.

이번 기회에 교세가 얼마나 확장됐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몰랑교를 압도하고 있어요! 판타지아 세계에서 가장 강한 거인족과 용족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아기님의 인기는 최고니까요!”

“그렇군.”

위대한 존재, 마스터 몰랑에게는 죄송하지만, 계속 은거한 상태로는 교세 확장에 한계가 있는 듯하다.

“쪽쪽? 응애♬”

이 녀석처럼 친히 존재를 입증하고 왕성하게 활동하지 않는 한, 몰랑교는 응애교에 밀릴 수밖에 없다.

뭔가 아쉽군.

둘 다 내가 관여한 종교니까.

추악한 파르마엘 교장을 추앙하던 여신교를 밀어낼 때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막상 밀어내니 두 종교가 주도권을 놓고 다투는 중이다.

“총장님. 아기님의 하찮은 장난감 주제에 괜한 참견일지 모르지만, 이대로 괜찮지 않을까요?”

“어째서?”

“최근에 판타지아 밖의 문물이 몰랑소프트를 통해 대량으로 유입돼서 안 사실인데요. 몰랑이를 찬양하는 몰랑교는 이미 우주에 존재합니다.”

“그래?”

이미 우주에선 알아줬었군?

판타지아 촌놈과 촌년들만 몰랑한 그분의 위대함을 몰랐던 모양이다.

“그러니 적어도 판타지아에는 판타지아만의 종교가 있어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아기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응애? 응애!”

...그렇군.

몰랑한 스승의 몰랑한 품에서 자립할 때가 온 걸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또 보자.”

“네.”

“응애.”

최초의 정령의 짐작대로 질투심이 폭발한 마누라가 이쪽으로 향하는 중이란, 정령들의 첩보가 들어왔다.

얼른 장소를 옮기자.

“마약용사. 어디에 숨을 계획이냐?”

“내가 숨어? 하! 그건 찔리는 척추가 있는 자들이나 하는 거야. 나는 떳떳하다구?”

눈물을 머금고 도덕 아가씨를 향한 나의 사랑도... 아차!

“왜?”

“...아무것도.”

당근 선생에게서 구출해주는 걸 깜빡한 것 같지만, 기분 탓이다.

그때, 몰랑폰에 특이한 학생이 올린 메시지가 보였다.

⤷아리스: 여러분들은 아무렇지 않나요? 이 수상한 세계에 납치당한 거라고요. 정신 차리세요!

“...흥미로운 학생이네.”

정의로운 선배 용사님은 파릇파릇한 신입생들로 붐비는 1학년 판타지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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