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한 번쯤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재미없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 너무나도 지겹다.
나도 그랬다.
왜 재미없는 학교를 가야 하고, 하기 싫은 공부를 해야 하는 건지.
무료했다.
의미 없는 시간의 연속들.
왜 내 마음대로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고, 학교를 가지 않으면 왜 나쁜 학생이 되는 것인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그런 생각들을 언제나 마음속에 품고만 살았다.
그러다 보니 어릴 적부터 주위엔 친구가 아닌 책들이 자리했고, 스마트폰이 나온 후부터는 웹소설과 웹툰만이 나의 친구가 되어 주었다.
아는 사람은 알 테지만 친구가 없는 학교는 그야말로 지옥이다.
같은 교실에 앉아 있어도 나만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것 같은 그런 기분.
분명 같은 교실에 앉아 있지만, 그 누구도 나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 같은 그런 상태.
그런 학창 시절을 10년 동안이나 보냈다.
새 학기가 되면 몇몇 아이들이 내게 다가왔지만 모두 일주일도 버티지 못하고 떠나갔다.
분명 내 잘못일 것이다.
하지만 친구가 생겨도 학교가 재미있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노력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난 18세가 되었고, 이제 막 고등학교 2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새로운 담임선생.
처음 보는 학생들.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그 어떤 것도 설레지 않았다.
밝게 웃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또 한 번 생각에 잠겼다.
뭐가 그리 행복한 건지, 대체 무엇 때문에 웃을 수 있는 건지, 또 재미없는 일 년이 되겠구나.
짙은 한숨과 함께 어릴 적부터 마음속에 품었던 생각이 또 한 번 피어올랐다.
재미있는 일…… 생겼으면 좋겠다.
내가 S급 능력자가 되어서 아무도 나에게 함부로 하지 못하고,
몬스터들을 죽이고 유명해져서 예쁜 여자와 많은 돈을 갖게 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게 너무 위험하다면, 포XX스터에서처럼 학교에 다니지 않고, 귀여운 몬스터와 친구가 되어 온 세상을 여행한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그런 찐따 같은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한심스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여 허탈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빡-.
“뭘 쪼개 병신아. 올해도 같은 반이네?”
사람의 뒤통수를 후려치고도 웃고 있는 저놈이 사람 새끼인가….
“이 새끼가 안 웃어?”
뒤통수를 처맞고도 웃으라고?
인상을 쓰던 쓰레기 놈의 시선이 내 책상으로 향했다.
“내년부터 능력자들을 조기 교육하기 위해 능력자 고등학교를 특수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틀어놓았던 유O브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너 같은 무능력자 새끼가 이걸 왜 보는 거야. 나 같은 C급 능력자라면 또 모를까.”
주변에 앉아 있던 아이들의 시선이 온통 나를 향했다.
벌써 그들의 눈빛에 많은 감정이 내비치고 있었다.
측은한 눈빛
약자를 보는 눈빛
왜 그럴까.
인간은 왜 무리가 생기면 위에 서고 싶어 하고….
자신의 강함을 인정받고 싶어 할까.
나라면….
나에게 그런 강한 힘이 있다면 그렇게 쓰지 않을 텐데….
대답 없이 휴대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부럽다.
나도 저기에 다닌다면 재미있는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까?
나도 능력이 생긴다면….
힘이 생긴다면….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렸다.
‘그냥 유령처럼 안 보이게 조용히 지낼 테니까. 나 좀 건들지 마.’
터벅터벅.
언제나 이렇게 도망쳤다.
싸워보지도 않고, 맞서 보지도 않고. 내게 손 내미는 호의도 거절한 채.
그냥 혼자 지내왔다.
“저 새끼 어디가? 요새 안 맞으니까 처돌았나. 고아 새끼가!”
자리를 피하려던 내 걸음이 멈췄다.
주먹이 떨려왔다.
비록 화가 났지만.
무언가를 할 자신이 없었다.
그저 시선을 창밖 하늘로 옮겼다.
그때였다.
띠링!
띠링!
[세계수의 기회를 획득했습니다.]
[튜토리얼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눈앞으로 나타난 상태창.
그리고.
“어… 어…… 저게 뭐야!”
나에게 쏠렸던 시선들이 일제히 내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으로 옮겨졌고 교실에는 비명과 울음소리만이 가득 차게 되었다.
하늘에 새빨간 물감이 칠해지기 시작했고, 이윽고 그 물감은 두려움이란 색이 되어 학교로 다가오고 있었다.
“살려주세요!”
“엄마!”
“나 해보고 싶은 게 아직 많단 말이야!”
운석이 떨어지고 있었다.
크기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운석이었다.
하늘의 반을 가릴 만큼 큰 운석이 정확히 학교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
아니!
떨어졌다.
운석을 처음 발견하고 몇 초, 몇십 초.
운석의 속도는 너무도 빨랐고, 머릿속에는 살아생전 못 해 본 일들도, 가족들의 얼굴도 아닌 단 한 가지 생각만이 가득 차 있었다.
“ㅈ됐다.”
쿠와와왕왕!
요란한 폭발음과 함께 학교가 하얀빛에 잡아 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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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S 뉴스특보 전해드리겠습니다.
-BBO뉴스 특보입니다.
-XXX뉴스 특보 방송입니다.
단독 보도입니다. 일산의 OO학교에 운석이 떨어진 지도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가 여전히 대혼란을 겪고 있지만, 기적적으로 실종되었던 OO학교 1,001명의 학생 중 1,000명의 학생들이 다시 학교가 있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1,000명의 학생들은 모두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단기기억상실 증상을 보이고 있지만, 생명에는 모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단 한 명,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최 모 군만이 아직 확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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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여기…… 어디야?”
‘일산 00학교 2학년 최한.’
이세계 생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