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귀환자 학교가다-3화 (4/211)

3화

폐허가 된 가평역을 둘러싼 의문의 남성들.

접근을 막기 위해 쳐진 바리케이드 앞으로 모인 시민들과 기자들 사이로 한 남자의 외침이 들렸다.

“아! 보내달라고! 이 미친놈들아!”

100년 만에 현실 세계로 돌아온 ‘최한’이 미친 듯이 소리쳤다.

“미친 건 너잖아, 이 귀환자야!”

최한의 목소리보다 한층 더 크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대한민국 최고의 길드 ‘브로스 길드’의 간판 스타이자 넘버원 딜러라고 불리는 여성.

마수아의 목소리에 곁에 있던 동료들이 그녀를 제지했다.

“야야 조용히 좀 해라. 기자들도 와있다고.”

“누나 쉿! 쉿!”

A급 힐러 윤강산과 팀의 서번트인 손대영이 다급히 수아의 입을 막았다.

수아가 크라켄을 상대할 동안 강산과 대영은 무너져가는 가평역 안에서 일반인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

사람들을 모두 대피 시켰을 즈음 큰 폭발음이 들렸고, 그들은 당연히 수아가 크라켄을 처치한 줄 알고 밖으로 나와 수아를 찾았다.

그런데.

그때부터 이 상태다.

윤강산이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칼을 한 번 쓸어내리며 상황을 정리했다.

“자자, 정리하자면. 저 A급 던전 보스 몬스터를 처치한 게 수아가 아니라 이 녀석이고, 넌 3년 만에 현실 세계로 돌아온 거라고?”

차분히 말하는 강산을 보며 최한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봐, 3년이 아니라 100년이다. 그리고 반말하지 마라. 너보다 몇 배는 더 오래 살았으니까.”

강산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말이 안 통하는군.”

옆에 있던 팀의 서번트 손대영이 거들었다.

“당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세계에서 지냈는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2018년 당신이 이세계로 소환되고, 2021년 현재 당신이 이곳으로 돌아온 시점까지, 현실 세계에서는 3년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최한이 자신의 허벅지를 내려치며 소리쳤다.

“난 100년이나 고생했는데! 겨우 3년밖에 안 지났다고? 아, 짜증 나!”

수아와 강산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손대영이 최한을 보며 차분히 말했다.

“3년밖에 지나지 않았으면 좋은 거 아닌가요? 만약 100년이 지나 있었으면 당신을 기억하는 이가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았을 테니까요. 가족이나, 친구들도….”

가족과 친구라는 소리에 최한이 대영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이봐 잘 들어. 난 가족도 친구도 없었어!”

대영이 아무 대답 없이 눈만 껌뻑거렸다.

“가족은 그렇다 치더라도 친구 없는 건 자랑이 아닐 텐데?”

수아의 공격적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까부터 왜 자꾸 시비야! 핑크 대가리.”

최한의 목소리에 수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여자한테 핑크 대가리가 뭐야! 그리고 이 분홍색 머리는 엄마가 물려주신 거라고!”

최한과 수아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의 눈을 노려보았다.

“끝이 없겠군…….”

고개를 젓고 있는 대영의 곁으로 검은 선글라스를 쓴 남성이 다가왔다.

“A – 31 서번트, 손대영 님 맞으십니까? 저는 브로스 길드 감식반 팀장 한진태입니다.”

“네, 맞습니다. 그것보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던전 안에 있어야 할 몬스터가 실제로 나타나다니. 지금까지 이런 일은….”

“네, 없었죠. 지금까지는…. 하지만 이곳 말고도 몬스터가 나타났다는 보고가 수없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길드본부의 연락망도 다운될 정도이니….”

대영이 손목에 찬 기계를 보며 말했다.

“그래서 본부와 연락이 안 됐군요. 그것보다 다른 곳에도 몬스터가 나타났다면 정말 큰일이군요. 어? 그런데 다른 곳에도 몬스터가 나타났는데 이렇게 많은 감식반 인원이 왜 이곳에….”

“본부에서 막대한 양의 에너지 반응을 발견했고, 그것이 다른 차원과 연결된 포탈이라는 것을 알아냈죠. 그리고….”

한진태의 손이 최한을 향했다.

“던전의 경계를 깨고 몬스터가 나타난 이유가 바로… 차원을 뚫고 나온 저 귀환자 때문입니다.”

* * *

브로스 길드.

대한민국에 있는 길드 중 가장 규모가 큰 길드이자, 정부가 만든 정식 길드.

돈과 길드의 이익만을 위해 생겨난 다른 길드와 다르게 브로스 길드는 돈뿐 아니라 공익을 위해 정부에서 만든 길드이다.

군대와 비슷한 개념으로 보면 된다.

브로스 길드의 가장 큰 목적은 국가를 수호하고,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니까.

브로스 길드의 길드장은 장군보다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그의 상관은 대통령밖에 없다.

타국의 대통령들을 포함한 전 세계의 명망 있는 강한 길드들조차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최고의 자리.

그런 그의 얼굴이 보랏빛이 되어 있었다.

“아, 시끄럽고! 빨리 보내달라고! 이거 납치 아니야? 내가 아까부터 얼마나 참았는데! 더 화나게 하면 진짜 길드고 머시기고 다 박살 내 버린다!”

브로스 길드장의 면전에 대고 최한이 소리쳤다.

그곳에 함께 있던 인원들 전체가 이 엄청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의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수아가 소리쳤다.

“이 미친 귀환자야! 이분이 누구신지나 알고 하는 소리냐! 이분은 브로스 길드의 길드장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파급력이 센….”

브로스 길드장이 손을 들어 수아를 제지했다.

엔틱한 책상에 앉아 있던 브로스 길드장이 표정을 다잡고 입을 뗐다.

한순간에 방 안의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그래요, 실례를 범했군요. 이세계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설명은 고사하고 이렇게 무작정 끌고 온 것에 대해서는 우선 사과를 표하도록 하지요. 그러니 당신도 예의를 지키시지요.”

푸른색이 감도는 머리칼을 넘기며 담담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그에게서 풍기는 느낌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수아를 포함한 인원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오랜만이었다.

길드장의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은.

- S급 능력자이자 천재 싸움꾼.

살기를 띤 그의 앞에서 입을 뗄 수 있는 자는 지금껏 단 한 명도 없었다.

.

.

.

“내가 너보다 오래 살았거든. 집에 보내달라고, 파랭아! 나 학교 가야 한다고!”

수아를 포함한 인원들의 얼굴에서 영혼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빠직.

표정 변화 없던 길드장의 이마에 시퍼런 핏줄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당신이 이세계에서 100년을 보냈어도, 현실에서는 3년밖에….”

“시끄럽다고! 집에 보내줘, 파랭아!”

무거운 태도를 유지하던 길드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리쳤다.

“파랭이라고 그만 좀 불러! 2년 전만 해도 푸른 화염이라 불리며, 여자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었다고! 여자들이 얼마나 이 머리를 좋아했는데!”

지금껏 보았던 길드장의 모습과 전혀 상반된 모습을 보며 수아를 포함한 인원들이 애써 표정을 숨기며 고개를 숙였다.

부끄러웠는지 살짝 고개를 숙인 채 헛기침을 하던 길드장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차분하게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럼 마지막으로 물어보지. 길드에 들지 않을 건가?”

“어.”

빠직.

길드장이 이마에 핏줄을 누르며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대통령의 표창과 평생의 직업도 포기한다는 건데?”

“어.”

“그런 힘을 가지고도 인류를 위해, 조국을 위해 힘쓰지 않겠다고?”

“어.”

꿈쩍도 하지 않는 최한을 보며 길드장이 말했다.

“그래, 처음 말했던 20억에 열 배를 주지. 지금 가입하면… 200억을 주겠다!”

돈.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200억.

살면서 그 돈을 가질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최한의 고개가 살짝 숙여졌다.

고민하고 있다.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남자가.

그렇게 생각한 길드장이 이제야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야.”

최수혁이 고개를 들어 최한을 쳐다봤다.

처음이었다.

S급 던전의 몬스터와 싸웠을 때도.

1,000마리의 몬스터와 대치하고 있을 때도.

그 어떤 존재와 대치하고 있을 때도.

느껴보지 못했다.

이 감정.

‘고작 이런 어린놈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말했지…. 다 필요 없다고. 그깟 돈, 명예 너나 실컷 가져. 난 그저 학교에 가고 싶을 뿐이야.”

최한의 목소리에 그 누구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 강함의 끝을 알 수 없었다.

그때,

문이 열리며 연구원 한 명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기… 기길드장님! 이것을….”

남자의 손에 있던 종이가 책상 위에 내려졌다.

이름 : 최한

종족 : 인간

나이 : 18+3 (+100)

특성 : 미각성

힘 999

민첩 …….

운 …….

마력 …….

.

.

.

최종 등급 : SSS

최한의 얼굴이 길드장의 바로 앞에 위치했다.

“마지막으로 말할게. 내일 아침부터 내가 미림고에 다닐 수 있게 만들어. 안 그러면….”

.

.

.

파리해진 길드장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너희에게 내일은 없어.”

인류의 구원자인 줄 알았던 SSS급 귀환자의 등장….

이 아닌.

대마왕의 등장이었다.

* * *

능력자 조기 교육 학교.

미림 고등학교.

국가에서 관리하는 학교이다.

몬스터가 나타난 시대에 맞춰 조기부터 능력자들을 길러내고, 능력자가 아니더라도 서번트가 되고 싶은 인원들을 교육하기 위해 만든 학교.

기본적인 국영수 과목 교육은 하나, 대부분이 실기 위주의 교육이다.

학년 당 클래스는 4개.

A반 B반 C반 D반까지.

A반부터 D반까지 철저한 실력과 미래 지향, 성장 가능성을 보고 반을 배정한다.

A반은 소수지만, 바로 실전에 투입될 정도의 능력자 학생들이 있을 정도로 어린 나이지만 강하고 능력 있는 인재들이 속해 있다.

그리고 D반은.

쓰레기라 불린다.

학급의 반 이상이 D급조차 받지 못한 일반인이다.

성인이 되어서 다시 검사하면 등급과 능력을 부여받을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기 때문에 D반은 서번트 반이라 불린다.

잘돼 봐야 서번트라는 뜻이다.

그런 D반에 전학생이 왔다.

교실의 맨 앞.

초록색 칠판에 하얀 글자가 쓰였다.

최 한

18+3 (100) 살

삐뚤삐뚤 모난 글자.

글자 앞에 서 있는 남학생의 얼굴에는 밝은 웃음만이 가득했다.

“안녕! 난 최한이야. 잘 지내보자.”

최한의 밝은 목소리에도 자리에 앉아 있는 학생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어디인가 그를 경계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세계로 가기 전, 10년이 넘는 학창 시절을 보낼 동안 최한은 항상 이런 분위기에서 살아왔으니까.

친구가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

괴롭힘을 받아도 항상 도망치기만 했던 그때와 달리, 이번엔 도망치지 않고, 똑바로 마주하고 싶었다.

이세계에서 지낸 100년 동안 그토록 바랐다. 돌아가면 꼭 제대로 된 학창 시절을 보내기를.

그렇기에 달라지려 하고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교실 창밖으로 떠다니는 구름을 멍하니 바라보고, 지루한 수업 시간을 즐기며, 친구들과 평화로운 학창 시절을 보내고 싶다.

그렇기에 최한은 학생들의 무반응에도 더욱더 목소리를 끌어 올려 크게 소리쳤다.

“전학생에 복학생이지만, 존댓말은 필요 없을 것 같아. 모두와 편하게 지내고 싶다.”

최한의 눈이 밝게 빛났다.

이세계에서 목숨을 걸고 싸워왔던 100년 동안 그토록 갖은 고생을 다 해오면서도 살아남았던 이유였다.

이번엔 꼭 친구를 만들기 위해.

게다가 개인적인 바람 때문이 아니더라도 이곳에 와야 하는 이유는 한 가지가 더 있었다.

「튜토리얼 퀘스트 NO. 666

Last

미림고에서 삶과 죽음을 동시에 선물해 줄 검집을 찾아내어 죽여라.

(Time out – 160일)

보상

경험치 + 1,187,263,337

검집의 심장 (EX)

획득 칭호

####(EX)」

현세로 돌아오고 보이기 시작한 제한 시간.

그것이 매일 하루씩 줄어들고 있었다.

[실패 시 페널티 부과]

- 이세계 강제 전송.

- 멸망.

최한의 노력에도 반 학생들이 아무 반응 없자 교탁에 서 있던 담임선생이 입을 뗐다.

“그래, 환영한다. 우리 학교 특성상 전학생은 처음이라…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그런 듯하니, 네가 이해하길 바란다.”

아이들을 향한 담임선생의 눈빛은 강직했다.

최한은 그의 눈빛을 보자마자 이세계에서 만났던 한 종족이 떠올랐다.

‘켄타우로스.’

최한이 이세계로 떨어지고 일 년도 지나지 않아 만난 켄타우로스.

그는 늑대들에게 공격받던 최한을 구해주고, 자신의 제자로 받아들였다.

기본적인 이세계의 정보와 사회 흐름, 종족 간의 관계를 알려준 장본인이기도 했다.

최한이 처음으로 생명을 죽이기 위한 훈련을 받은 것도 ‘켄타우로스’에게서였다.

상체는 인간, 하체는 말의 모습을 하고 있는 켄타우로스의 모습이 떠올랐다.

최한이 입가에 작은 미소를 보였다.

“좋은 눈을 하고 있군. 아직도 당신 같은 선생이 남아 있다니….”

아무 반응도 없던 학생들의 얼굴이 파리해졌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것보다 더욱 짙게 드리운 감정은 두려움.

D반의 담임 선생.

그의 이름은 조일환.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지만, 그의 별명은 ‘메두사’였다.

그의 앞에만 서면 돌이 된 것처럼 모든 사람이 굳어 버리기 때문이었다.

보통은 그에게서 풍기는 아우라에 그에게 말을 거는 것조차 쉽지 않다.

포스가 철철 넘치다 못해 화산 폭발이라고까지 불리며 까칠한 그의 모습에 매료된 학생들이 팬클럽을 만들 정도로 인기쟁이 선생이지만….

그가 D반을 맡게 된 진짜 이유는.

그가 이 학교에서 가장 강하고, 무서운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조일환 선생이 이마 정중앙에 양손을 얹어 오 대 오로 갈라진 머리칼을 쓸어내렸다.

“좋은 말이긴 하나… 학생이 선생님한테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좀… 지나치군.”

조일환 선생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교실 전체에 강한 중력이 가해졌다.

책상과 의자에서는 나무가 뜯기는 소리가 이어졌고, 자리에 앉아 있던 학생들의 상체가 모두 책상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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