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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4화 (5/211)

4화

작은 신음도 내지 못한 채 학생들이 벌을 받고 있었다.

조일환은 A급을 받을 정도로 강하지만, 후배들의 양성을 위해 선생으로 지원한 이였다. 최고의 선생. 과목은 체력 단련과 실전 훈련이다.

그는 그에게만 허락된 한 가지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학생들에 대한 체벌권이었다.

손찌검은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자신의 능력으로 학생들에게 벌을 주고, 그들을 계도시켰다.

“잘 기억해라 전학생. 우리 반의 급훈은 ‘살아도 함께, 죽어도 함께’다. 학생이 선생님한테 복종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런 언행은 훗날 파티와 레이드에서 동료들에게 폐를 끼칠 수 있다는 점 기억하도록 알겠나?”

대답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세 배가 넘는 중력을 받고서도 멀쩡히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알겠습니다, 쌤!”

최한의 목소리에 조일환 선생의 얼굴에 놀란 표정이 지어졌다.

처음이었다. 세 배의 중력을 이겨내고 목소리를 내는 학생은.

“저보다 살아온 시간은 적으시지만, 그래도 선생님은 선생님.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 것이 제자라 배웠습니다. 쌤의 말씀 잘 새겨듣도록 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중력의 무게에 짓눌린 것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놀라움은 곧 경악스러움으로 바뀌었고, 조일환 선생이 마지막으로 느낀 감정은 기쁨이었다.

브로스 길드에서 은밀하게 입학시킨 학생이라 듣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일부분이긴 하지만 마력을 사용한 A급 능력자의 능력을 이겨내다니.

“재미있군. 너 왜 D반으로 왔지?”

최한이 고개를 들었다.

“D반이 제일 평범할 것 같아서요.”

오랜만이었다. 조일환 선생이 진심으로 웃음을 보인 것은.

딱-.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가 들리고, 교실을 누르던 중력이 사라졌다.

조일환 선생이 교실의 가장 뒷자리를 보며 말했다.

“장부기. 전학생에게 학교에 대해 잘 알려 주거라.”

가장 뒷자리에 앉아 있던 학생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했다.

“네!”

장부기.

D반의 반장이자, 유일하게 D반에서 기대받는 인재.

남학생이었지만, 여학생들보다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뒤로 묶은 머리는 말의 꼬리를 연상하게 했다.

“최한, 너는 부기 옆자리에 앉아라. 그럼 조회는 마치도록 하지. 수업 잘 들어라.”

조일환 선생이 교실 문을 나섰다.

학생들의 묘한 시선이 느껴졌다.

최한이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이봐, 전학생.”

최한의 곁으로 장부기가 다가왔다.

부기의 발이 최한의 책상 위로 올려졌다.

“너 때문에 아침부터 벌 받았잖아, 인마.”

최한이 자신에게 다가온 남학생의 모습을 훑었다.

긴 머리.

잔뜩 성나 있는 눈빛.

공격적인 말투.

자신의 책상 위로 올려진 삼선 슬리퍼….

최한의 입술 사이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뭘 쪼개, 인마. 전학 왔으면 사리고 있어야지. 첫날부터 깝치고 지랄이야.”

일진.

인간이란 왜 그럴까.

작은 무리 안에서도.

위에 서고 싶어 하고.

지배하고 싶어 하고.

“왜 꼭 나쁜 놈들은 한결같을까. 겉으로는 이미지 좋은, 착한 사람 흉내를 내면서… 실상은 꼭 제일 쓰레기지.”

최한의 작은 목소리에 장부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우당탕탕.

의자 넘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학생들의 시선이 모두 한곳을 향했다.

부기가 최한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

“이 미친놈이 전학 첫날부터 뒈지고 싶나!”

금방이라도 주먹을 날릴 것 같은 부기와 다르게 최한의 표정은 담담하고 또 차분했다.

“아…. 교복 오늘 처음 입는 건데. 구겨지면 안 되는…….”

“이 새끼가 장난하나!”

부기의 주먹이 높이 들렸다.

여학생들이 눈을 감았다.

모두 알고 있었다.

부기는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니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주먹이 얼굴을 강타하는 소리도, 전학생의 비명도 들리지 않았다.

“약자의 위에 서는 것이 즐겁냐….”

전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돌처럼 굳어진 부기의 모습이 보였다.

움직일 수 없었다.

인간의 눈이 아니었다.

악마….

“당장 놔. 교복 구겨지면…. 너 죽어.”

장난 같은 말이 아니었다.

부기는 난생 처음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 * *

D반 학생들의 시선이 전부 부기에게 쏠려 있었다.

분명 자신이 멱살을 잡고 있고, 기세도 자신의 것이었다.

하지만.

난생 처음으로 자신의 행동이 후회스러웠다.

인간의 눈이 아니었다.

이 녀석, 정말 사람 하나 죽이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대로 물러선다면 지금까지 쌓아왔던 자신의 위치가, 반 아이들에게 심어뒀던 공포가 무너져 내리기에 쉽사리 전학생의 뜻대로 할 수는 없었다.

“됐다. 첫날부터 전학생을 패면 나만 피해 보니까. 오늘만 봐줄 테니 앞으로 깝치지 마라.”

교복을 잡고 있던 부기의 손이 떨어졌다.

최한이 시선을 내려 자신의 교복을 툭툭 털었다.

“휴… 다행히 안 구겨졌네.”

고개를 저으며 부기가 돌아섰다.

“또라이 새끼. 아 아침부터 똥 밟았네! 야 김민섭!”

부기의 목소리에 구석에 있던 남학생이 황급히 부기에게 달려갔다.

“어… 어!”

바가지 머리를 한 학생. 한눈에 보아도 왜소해 보일 정도로 작은 키와 마른 몸을 가진 김민섭이었다.

“아침부터 전학생 때문에 기분 잡치니까, 매점 가서 콜라 하나 사와.”

민섭이 우물쭈물하자 부기가 다시 한번 소리쳤다.

“왜 X발아! 이 상황에 돈 달라고?”

“아니, 그게 아니라…. 수업 시작 십 분도 안 남았는데….”

날카로운 부기의 시선이 민섭에게 내리꽂혔다.

“이 X발 새끼가, 죽고 싶어?”

축 늘어진 어깨, 기운 없는 발걸음으로 민섭이 문을 향해 걸어 나갔다.

“병신 새끼가.”

부기가 문으로 향했다. 그의 뒤로 두 명의 남학생이 따라붙었다.

“전학생 왜 살려줬냐?”

“역시 대장.”

키득대는 그들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최한은 이제는 사라져 버린 한 남학생의 뒷모습을 떠올리고 있을 뿐이었다.

“아직도 빵셔틀이 있다니….”

툭툭.

누군가 최한의 어깨를 두드렸다.

최한이 몸을 돌리자 그 앞에 여학생이 서 있었다.

명찰이 보였다.

‘전지현’

연예인과 같은 이름

외모까지 닮았다.

한 마디로 엄청 예뻤다.

“뭐야, 넌.”

시큰둥한 반응에 지현이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의 외모를 보고 이런 반응을 보이는 남자는 처음이었다.

“뭐긴 뭐야! 너 전학 첫날부터 사고 치면 어떡해!”

최한이 턱을 긁으며 대답했다.

“내가 뭐?”

“반 애들 표정 안 보여?”

지현의 말에 고개를 돌려 반 학생들의 얼굴을 훑어보았다.

떨리는 눈동자, 시선이 마주치자 고개를 숙이는 학생들도 여럿 보였다.

아이들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아… 망할…. 친해지려 했는데,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최한이 양 볼을 움켜쥐며 절망하고 있었다.

지현이 최한을 한심스럽게 쳐다보았다.

‘뭐지? 진짜 또라이인가.’

“정신 차려! 애들이 두려워하고 있는 건 너 때문이 아니라, 부기 때문이야.”

“아, 그래? 다행이네.”

순식간에 표정이 밝아진 최한을 보며 지현이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숙였다.

‘진짜 또라이가 전학 왔구나.’

“암튼! 다시는 부기를 화나게 하지 마. 오늘은 민섭이 하나로 끝났지만 네가 자극하면 할수록 더 많은 애들을 괴롭힐 거라고.”

“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 오히려 화나게 한 건 내가 아니라 저 녀석인데?”

“정신 차려! 너 같은 일반인은 모르겠지만, 장부기는 D급이라고! 마력까지 사용할 수 있어! 너 같은 평범한 사람은 잘못하다가 죽을 수도….”

최한이 손가락으로 지현의 이마를 ‘톡톡’ 쳤다.

“걱정은 고마운데 말이야…. D급이건 일반인이건 나한테는 상관없어. 그런데 말이야….”

최한의 시선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지현에게서 반 학생들에게로 옮겨졌다.

“우리 반 급훈은 ‘살아도 함께, 죽어도 함께’ 아니었어? 그런데 왜 다들 안도한 표정이지? 너희가 아니라 민섭이라는 놈만 당해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거야?”

최한의 목소리에 학생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시선을 피했다.

지현이 소리쳤다.

“네가 뭘 안다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네가 겪어 봤어?”

지현이 말을 잇지 못하고, 분에 못 이겨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그럼 너희는 너희보다 강한 이에게 억압당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시선을 피하던 D반 아이들의 눈이 모두 최한에게 향했다.

“그깟 영어 등급 하나 받았다고! 저항도 해보지 않고, 친구가 맞고 있는데! 닥치고 있어? 너희가 그러고도 친구냐! 이 나약한 새끼들아!”

띠리리리 띠리리똥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최한의 외침 뒤로 그 어떤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최한의 D반 생활이 시작됐다.

* * *

점심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월요일.

1교시부터 4교시까지 진행된 수업은 일반 학교와 같은 교과 수업이었다. 아무리 능력자 특별 학교라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기본적인 수업을 받아야 한다는 게 정부의 지침이었다.

그렇게 지루한 수업이 지나고, 학생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점심 시간이 찾아왔다.

아무리 능력자들로 이루어진 학교라도, 애들은 애들이다.

한창 먹고 자라날 나이. 수업보다 점심시간을 더 기다리는 것은 여느 또래의 아이들과 다르지 않다.

미림 고등학교의 점심은 급식실에서 모두 함께 먹는다.

1시간 남짓한 시간.

전교생의 점심시간은 똑같지만, 학생들이 느끼는 여유는 달랐다.

빠르게 급식실에 도착한 최한이 머리를 긁적였다.

“진짜 반 순서대로 먹어야 한다고?”

지현이 대답했다.

“응. 3학년 A반부터 차례대로 2학년, 1학년 A반이 다 받으면, 3학년 B반부터 똑같이 1학년까지…… 그렇게 C반이 모두 받으면 이제 D반 받으면 돼. 하지만 여기서도 하나 규칙이 있어. A반이 모두 다 먹어야 D반이 입장할 수 있어.”

“왜?”

“뭐…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A반 녀석들은 D반을 쓰레기로 보거든. 쓰레기와 같이 밥을 먹을 수 없다나 뭐라나….”

“진짜 별것도 아닌 거로 역겹게 만드는 학교구나, 참……. 어! 근데 너 왜 자꾸 따라다니냐?”

지현이 얼굴이 붉히며 소리쳤다.

“내… 내가 언제 따라다녔다 그래! 그냥 어쩌다 보니 옆… 옆에 있던 거야!”

적잖이 당황한 듯 지현이 앞머리를 내려 얼굴을 모두 가렸다.

그런 지현이 귀여운 듯 최한이 작게 미소 지었다.

“뭐… 그렇다 치자.”

시간이 흐르고 2학년 D반이 급식실에 들어섰다.

차례로 배식을 받고 빈자리를 찾아가는 아이들.

최한이 배식을 받고 빈자리를 찾기 위해 시선을 이리저리 옮겼다.

D반 학생들이 자리에 앉으려 하자, 먼저 앉아 있던 다른 반 학생들의 시선이 온통 D반 학생들을 향했다.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그 시선의 의미는 명확했다.

자리에 앉지 마라.

그들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경멸감은 그 누가 보아도 티가 날 정도였다.

몇몇 학생은 D반 학생들이 앉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다 먹지도 않은 식판을 들고 사라졌다.

‘썩었구나.’

최한의 머릿속으로 예전에 만난 엘프 하나가 떠올랐다.

자신의 종족이 최고의 종족이라고 생각한 엘프.

인간을 그토록 경멸하고, 한없이 낮은 종족으로 치부하던 ‘드라셀’이라는 이름의 엘프.

몇백 번을 설명해도, 인간을 쓰레기라 치부했던 그 엘프.

인간을 죽이고도 작은 양심의 가책이 없던 그 엘프.

1년의 노력에도 인간을 쓰레기라고 생각한 그 사상을 바꿀 수는 없었다.

그래서.

“저 녀석들도… 팔다리 다 잘라 버릴까?”

최한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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