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귀환자 학교가다-6화 (7/211)

6화

공격당한 순간 마력을 사용해 몸에 보호막을 치긴 했지만, B급 보스 몬스터의 강한 공격을 정통으로 받아낼 수는 없었다.

김일주 선생은 오른쪽 어깨와 왼쪽 손바닥이 깊은 상처를 입고 말았다. 붉게 드러난 속살 사이로 하얀 뼈가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김일주 선생은 자신의 상태보다 뒤쪽에 있던 학생들이 걱정되었다.

“모두…… 어디 다친 곳은 없습니까?”

학생들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벌벌 떨고 있었다.

그때.

단 두 명의 학생만이 중상을 입은 김일주 선생에게 달려갔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전지현이 주저앉아 있는 김일주 선생을 부축했다.

최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런, 상처가 너무 깊어. 양손이 다쳐서 자가 치료도 어렵겠어.”

김일주 선생의 시선이 최한에게 향했다.

‘D반 학생이 그걸 어떻게….’

“자네가 그 전학생인가. 손이 다치지 않았더라도, 힐러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긴 하죠.”

지현이 소리쳤다.

“그럼 어서 다른 선생님들께 도움을….”

“소용없을 겁니다. 이 정도 큰 소동이 벌어졌는데 창밖을 내다보는 사람 하나 없습니다.”

김일주 선생의 목소리에 지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결계.

그것도 아주 강한 결계가 쳐져 있을 것이다.

B급 보스 몬스터와 B급 능력자의 전투에도 작은 소리 하나 새어나가지 않을 정도로 강한 결계가.

최한이 미노타우로스에게 시선을 옮겼다.

‘딱 보아도 무식하게 힘만 강한 몬스터인 것 같고…. 그럼 대체 누가 이 정도의 결계를….’

그때, 학생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들렸다.

“대장, 네가 나서야 할 때야!”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 부기야!”

“맞아, 부기는 딜러니까. 어쩌면….”

아이들의 시선이 부기에게 쏠렸지만, 부기는 시선을 피했다.

‘어리군. 아니, 힘의 차이를 너무도 모르고 있어’

“괜한 소리 마! 너희의 능력으로는 절대 저 녀석을… 쿨럭!”

소리치던 김일주 선생의 입에서 피가 토해져 나왔다.

지현의 표정이 변했다. 무언가 결심을 한 듯, 양손을 모으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녀의 곱게 모아진 손에서 마력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그녀의 손이 김일주 선생의 손바닥을 향해 펴지자, 김일주 선생의 상처가 아주 천천히 아물기 시작했다.

“약하긴 하지만… 저도 D급을 받은 힐러입니다. 사람을 고치는 것은 처음이지만… 그래도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겠습니다!”

“고맙구나….”

최한이 지현을 바라보며 작게 미소 지었다.

강한 능력, 강한 힘, 그리고 누군가를 굴복시키는 힘.

그런 강한 능력을 가진 자들에게는 별것도 아닌 능력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한의 시선에 보이는 지현의 모습은 또 한 번 자신이 D반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해주었다.

“그럼… 수업을 끝내 볼까?”

최한이 몸을 돌렸다.

그때.

미노타우로스가 학생들의 앞으로 이동했다.

“여기군. 느껴진다. 나를 이곳으로 이끈 강한 힘이…. 어떤 놈이냐? 너희 같은 쓰레기가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될 물건이다! 내놓아라!”

가장 앞에 있던 부기가 미노타우로스의 고함에 바닥으로 자지러졌다.

“으아악! 살려줘! 난 아직 죽을 수 없어!”

머리를 감싼 채 두려움에 떨고 있는 부기였다.

D반 학생들의 얼굴에 분노가 들끓기 시작했다.

언제나 강한 척했었다.

자신이 D반의 대장이라 했다.

가장 강한 힘으로 D반을 지배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가장 먼저 목숨을 구걸하고 있었다.

이렇게 무기력한 존재에게 지배를 당했었다니….

최한이 고개를 저었다.

‘에라이 못난 놈. 그래도 같은 반 학생을 죽게 할 순 없으니 빨리 해치워야겠다.’

잠깐!

‘조금만 있으면 바지에 오줌 쌀 것 같은데. 그때까지만 더 지켜볼….’

주저앉아 떨고 있는, 부기의 앞으로 한 학생이 걸어 나왔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떨리는 다리를 자신의 큰 목소리로 숨긴 용감한 남자.

최한의 얼굴에 큰 미소가 지어졌다.

“꺼져 이 괴물아! 우… 우리 반 친구들을 공격하지 마!”

민섭이었다.

반에서 가장 약하다고 치부됐던 김민섭.

최한의 말을 기억해냈다.

지긋지긋했다. 더 이상 이렇게 지내고 싶지 않았다.

두려웠지만 주먹을 쥐었다.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전학생의 말을 믿어보고 싶었다.

그의 행동에 부기는 물론 뒤에서 지켜보던 D반 학생들의 얼굴에 묘한 표정이 지어졌다.

기대는 하지 않았다.

민섭의 능력은 모두 알고 있었으니까.

그는 D급조차 받지 못한 일반인.

그리고 천성이 착한 그는 절대 누군가를 상처 입힐 수 없을 테니까.

겁에 질린 부기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뭐 하는 거야, 이 미친놈아! 그러다 죽을 수도….”

“난… 도망치지 않아! 뒤에 있는 친구들조차 내가 이길 리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도 알아.”

부기의 시선으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진짜 남자의 표정을 짓고 있는 민섭의 얼굴이 보였다.

민섭이 미노타우로스의 눈을 똑바로 보며 크게 소리쳤다.

“난… 절대 우리 반 친구들이 다치게 놔두지는 않을 거야.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 괴물을 이길 수 없을지 몰라. 하지만!”

미노타우로스 앞에서 당당하게 맞서고 있는 민섭이는 어느 때보다 있는 힘껏 크게 소리쳤다.

“난 더 이상 나약한 겁쟁이 따위가 아니야!”

민섭의 강한 외침이 부기와 D반 아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어떤 몬스터가 나타나도 쫄지 않아! 난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서번트가 될 거야!”

민섭의 목소리가 운동장 전체를 울렸다.

미노타우로스의 거대한 주먹이 하늘 높이 들려졌다.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벌레 놈이. 아까도 말했지만 너희 같은 쓰레기들과 장단 맞춰줄 시간이 없다고!”

미노타우로스의 주먹이 민섭의 목숨을 빼앗으려 허공을 갈랐다.

D반 아이들의 눈이 질끈 감겼다.

펑!

큰 소리가 들렸다.

둔탁한 그 소리는 분명 작은 생명을 가루로 만들고도 남을 크기였다.

.

.

.

“뭐냐… 대체….”

소름이 돋았던 미노타우로스의 목소리가 지금은 왠지 두려움에 짓눌려 흔들리고 있었다.

D반 아이들의 눈이 떠졌다.

“이거 봐. 충분히 할 수 있잖아?”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그 누구도 자신의 눈앞에 벌어진 일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일이….

자신의 몸보다 두 배는 큰 미노타우로스의 주먹을 한 손으로 막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최한의 시선이 부기에게 향했다.

“너, 그 같잖은 힘으로 친구들 괴롭히지 마. 네 눈으로 확인했지? 이 반에서 제일 강한 건…… 민섭이야.”

언제나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던 부기의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부기의 고개가 힘없이 떨어졌다.

“네놈이구나. 그 강한 기운…. 허리춤에 숨기고 있는 강한 무기….”

미노타우로스가 주먹을 빼내기 위해 이리저리 몸을 움직였지만, 잡혀 있는 주먹을 뺄 수는 없었다.

“이거 놔라…. 인간이 어떻게… 이런 힘을….”

미노타우로스의 목소리가 두려움으로 물들어 있었다.

민섭의 목소리가 최한에게 닿았다.

“넌… 대체 뭐야…? 어떻게 D반 학생이… 그런 강한 힘을….”

“나?”

민섭의 시선으로 최한의 밝은 표정이 보였다.

“악마.”

최한의 손가락이 미노타우로스의 주먹에 닿았다.

콰과과광!

미노타우로스의 온몸이 폭발하듯 공중으로 잘게 찢겨 나갔다.

* * *

최한이 미노타우로스를 물리친 다음 날.

미림 고등학교 교장실에서 긴급 교사 회의가 열렸다. 몬스터에 관련된 사안인 만큼, 기본적인 교과목 교사를 제외한 능력자로 구성된 교사들만이 자리를 채웠다.

미림 고등학교의 최원석 교장이 가장 먼저 말문을 열었다.

“모두 김일주 선생에게 전달받아 어느 정도 알고 있겠지만, 어제 2학년 D반의 수업 중에 B급 던전 보스 몬스터인 미노타우로스가 나타나, 김일주 선생과 2학년 D반 학생들이 목숨을 위협받는 큰 사건이 있었습니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최원석 교장의 벗겨진 머리 위로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보였다.

“브로스 길드의 도움을 받아 이번 일이 기사화되는 일을 막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정부 쪽과 대통령께는 모두 보고가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학교가 폐교되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만, 모두 알다시피 이런 일이 또 한 번 발생 하게 된다면… 그때는 학교의 존속 여부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김일주 선생이 적막을 깨뜨렸다.

“교장 선생님을 포함한 여기 계신 다른 선생님들에게 드려야 할 말씀이 있습니다. 대한민국뿐 아니라 세계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던전에서만 존재하던 몬스터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새로운 수업을 건의한 것은 알고 계실 테죠. 수업 자체에 대한 문제는 없습니다. 사고 안에서도 저는 학생들에게 작은 희망을 보았고요. 그저 이번 사태는 제 불찰로 일어난 것입니다. 이번 일은 제가 책임을 지고….”

김일주 선생의 말을 자르고 조일환 선생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일주 선생이 책임질 필요 없습니다. 저도 이 수업이 필요하다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김일주 선생에게 들었을 뿐이지만, 사고 안에서도 D반 아이들 중 몇몇의 학생들이 발전을 하고, 경험할 수 없던 큰 시련을 이겨내는 모습까지 보였다고 합니다.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모릅니다. 지금까지는 자신의 등급과 파티에 맞춰 던전을 선택해 들어갔지만, 앞으로는 언제 강한 등급의 적이 나타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수업이 더더욱 필요할 것입니다. 다만….”

잠시 뜸을 들이던 조일환 선생이 말을 이어갔다.

“이번 사고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B급 몬스터의 공격이 아니라 누가 결계를 쳤나… 입니다.”

교장을 포함한 모든 선생들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렇다.

그런 큰 사고가 벌어졌는데, 바로 옆에서 수업을 받고 있던 학생들과 다른 선생들, 교장실에 앉아 있던 교장까지.

아무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이런 결계를 칠 수 있는 능력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미노타우로스가 결계를 쳤다고 볼 수도 없다. 미노타우로스의 주 능력은 근력이고, 결계를 칠 수 있는 스킬도 보유하지 않았으니까.

풀리지 않는 매듭처럼, 결계에 대한 생각이 모두의 머릿속에서 꼬여갔다.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고, 그 누구도 입 밖으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이가 없었다.

“저… 그런데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D반에 온 전학생, 대체 그 학생의 정체가 무엇이기에… B급 보스 몬스터인 미노타우로스를 한방에 해치울 수 있었던 겁니까?”

띵동댕동 띠리리똥-.

아침 조회를 알리는 종이 울렸고, 모든 선생들의 표정이 같아졌다.

* * *

학교에 소문이 하나 퍼졌다.

2학년 D반 전학생이 B급 던전 보스 몬스터인 미노타우로스를 한방에 해치웠다는 이야기.

“웃기지 마! D반 새끼가 어떻게 B급 보스 몬스터를 죽이냐!”

까무잡잡한 피부와 190cm가 넘는 거구의 몸을 가진 남성이 걸걸한 목소리로 소리치고 있었다.

‘이춘식.’

강원도 인제에서 올라왔다.

체격에서도 느껴지듯이 근력이 극도로 발달된 능력자이다. 아직 마력을 사용하지 못하지만, C+를 받은 근력과 내구성만으로 C반 전체를 무릎 꿇리고 그들의 왕이 되었다.

“그런데 D반 짱은 장부기 아니었나?”

“그럼 이제 D반 짱 바뀌는 건가?”

춘식의 곁에 붙어 있던 C반 학생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쾅-.

춘식의 앞에 있던 책상이 박살 났다.

“D반 따위에 짱이 어디 있어! 쓰레기들이 퍼트린 소문 따위가 진짜일 리 없잖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