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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8화 (9/211)

8화

한바탕 소동이 있고 난 뒤.

운동장 중앙.

“그래서 부기 때문에 춘식이를 저렇게 만든 거라고?”

조일환 선생이, 입에 거품을 문 채 구급차에 옮겨지고 있는 춘식을 보며 말했다.

“아니, 선생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아침부터 같은 반 친구가, 피가 터지도록 맞고 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습니까?”

최한이 열변을 토해내자, 조일환 선생의 시선이 옆에 있는 부기에게 향했다.

코에서 난 피가 말라붙어 얼굴 이곳저곳에 붉은 얼룩이 져 있었다.

조일환 선생과 눈이 마주친 부기가 아무 말 못 하고 고개만 떨구었다.

최한이 답답한지 자신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때렸다.

“아니, 넌 남자 새끼가 왜 말을 못 하냐? 저놈 저거 돈 어쩌고도 하던데! 선생님 저 춘식인가 뭔가 하는 애가 부기한테 삥도 뜯었다니까요?”

조일환 선생이 차분히 부기에게 말했다.

“네가 똑바로 말해줘야, 선생님도 학교에 얘기를 할 수 있단다. 네가 이렇게 입 다물고 있으면, 최한이 모든 걸 뒤집어쓰고 징계를 받게 될 거다. 널 도와준 같은 반 친구를 모른 척할 셈이냐?”

떨리던 부기의 동공이 멈췄다.

친구.

단 한 번도 친구라 생각해 본 적 없었다.

D반 아이들은 모두 자신의 발아래 있는 쓰레기라 생각했으니까.

“춘식이는… 잘못 없습니다….”

부기의 입에서 뱉어진 한 마디에 최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조일환 선생이 깊은 날숨을 내쉬며 부기에게 물었다.

“네 입에서 춘식이가 잘못한 게 없다고 한다면… 최한은 징계를 피할 수 없어. 춘식이의 부상 정도에 따라 퇴학도….”

퇴학이란 단어에 최한이 얼굴을 부여잡고 소리 질렀다.

“안 돼! 이제야 학교 다닐 수 있게 됐는데! 퇴학당하면 다 저주할 거야! 으아악!”

부기의 입에서 작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최한도 잘못 없습니다. 진짜… 진짜로 잘못한 사람은 바로 접니다, 선생님.”

부기의 얼굴이 들려졌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제가 우리 반 아이들에게 돈을 뜯어 매달 조금씩 춘식이에게 돈을 주었습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 춘식이도 최한도 잘못 없습니다….”

흐르는 눈물 때문에 굳어졌던 피가 물감처럼 얼굴에 또다시 번져 갔다.

“최한은 저를 구하기 위해 춘식이에게 해를 가한 것입니다. 아니, 해를 가한 것도 없습니다. 모두 저로 인해 벌어진 일입니다. 그러니 징계는 저만 받을 수 있게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장부기가 조일환 선생에게 고개를 숙였다.

조일환 선생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분명 어떠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장부기가 홀로 덮어쓰려는 것이 너무나도 뻔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학교 측과 얘기를 해보겠다. 우선 넌 양호실이나 가봐.”

조일환 선생이 몸을 돌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최한. D반을 잘 부탁한다.”

자신을 향한 목소리임은 알아챘지만, 그의 말뜻은 이해할 수 없었다.

최한이 볼을 긁적였다.

조일환 선생이 C반 담임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최한이 울고 있는 부기를 보며 말했다.

“가자.”

걸음을 옮기는 최한의 어깨너머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넌 왜… 그런 강한 힘이 있으면서 D반에 있는 거야. 왜… 민섭이를… 나를 도와주는 거야….”

최한이 부기를 향해 몸을 돌렸다.

“도와준 적 없는데? 난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뿐이야. D반에 있는 건…. D반에 있으면 조용히 학교 다닐 수 있을 줄 알았거든…. 근데 너희들 때문에 자꾸 관심받게 되는 거 같은데… 젠장….”

부기가 멍하니 최한을 바라보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태연하다.

D반 주제에 C반 대장을 쓰러뜨려 놓고도.

학교 전체의 관심을 한 방에 받아 놓고도.

A반에게 선전 포고를 해 놓고도.

“나도 너와 같은 힘이 있었더라면….”

부기가 혼잣말을 내뱉었다.

“뭐래. 빨리 양호실이나 가자. 너 데려다주고 빨리 교실 가서 수업 들어야 한다고!”

최한이 몸을 돌렸다.

최한의 눈앞에 검은 물체가 나타났다.

“넌 뭔데 사람의 앞길을 막고 서있냐?”

최한의 앞을 막고 있던 남자가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소문대로 싸가지가 없는 것 같군.”

오 대 오 가르마의 단발머리를 가진 남학생이 서 있었다. 일명 예수 머리라 불리는 머리 스타일을 한 남성의 등장에 장부기가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학생회장님….”

미림 고등학교.

학생회장 강진철.

3학년 A반에 재학 중인 S등급 능력자이다.

아직 졸업도 하지 않았음에도 대한민국 최고의 길드 ‘브로스 길드’에 이미 가입되어 있을 정도로 최고의 인재였다.

3학년 A급 학생들이 던전에 들어가고, 텔레비전에 나올 정도로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강진철은 던전에 잘 나가지 않는다.

던전에 있는 몬스터들이 너무도 약하기에.

S급 던전이나, 정보가 뜨지 않는 새로운 던전이 발견되면 그제야 나서서 던전에 들어가곤 한다.

전투적으로도 최고로 강하지만, 전략을 잘 짜는, 머리도 좋은 천재이다.

약한 인간을 철저히 무시하며, 일반인과 자신은 급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모든 기본능력이 모두 S급일 정도로 촉망받는 인재.

인터넷에서 이미 팬클럽이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최한의 시선이 학생회장의 옆에 있던 남학생에게 옮겨졌다.

알이 없는 안경을 끼고 있는 작은 키의 남학생. 혼자서 학생회장의 설명을 끝냈다.

최한이 작은 키의 남학생에게 말했다.

“그걸 왜 설명하고 있는 거야. 너 학생회장 따까리냐?”

작은 키의 남성이 알이 없는 안경을 고쳐 쓰며 비웃었다.

“전학생이라 봐주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다. 내 이름은 한민우. 미림 고등학교 학생회, 서기를 맡고 있다.”

“뭐, 암튼. 만나서 반가웠고, 나 얼른 수업 들어가야 하거든? 잘 있어라. 가자, 부기야.”

최한이 부기의 팔목을 잡고 자리를 떠나려 했다.

“잠깐.”

학생회장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최한의 얼굴에 짜증이 서렸다.

“오호…. 그 얼굴 맘에 드는군. D반 주제에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다니.”

최한의 얼굴이 학생회장의 얼굴 바로 앞으로 옮겨졌다.

“학생회장인지 뭔지 모르겠는데. 그냥 가라. 오늘은 내가 좀 조용히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학생회장의 몸이 흠칫했다.

처음이었다.

이런 느낌.

현직에서 뛰고 있는 강한 A급의 능력자들을 만나도, S급 던전의 몬스터를 봐도 느끼지 못했던 감각이었다.

‘이것이 공포인가.’

“하하하하하하.”

학생회장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학생회장의 입에서 한마디 말이 나왔다.

“마음에 들었다. 너 학생회에 들어와라.”

D반은 쓰레기라 생각했다.

D급 능력자와 일반인은 선택받지 못한 패배자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D반에 온 전학생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뒷목이 시리는 기분이 들게 하는 놈이었다.

어째서 이런 놈이 D반에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어떤 것도 상관없었다.

그저.

눈앞에 있는 이 남자를 가지고 싶었다.

“싫은데?”

하지만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목소리와 표정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진심으로 거절하는 것인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학생회장의 시선에 코를 파고 있는 최한의 얼굴이 보였다. 작은 고민조차 없었다.

“전학생이라 잘 모르나 본데, 학생회의 입회 조건은 무척 까다롭다고! 아무리 A반이라 해도 들어오기 힘든 곳이 학생회다. 학생회 활동을 하고 졸업하면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브로스 길드에서도 두 팔 벌려 받아줄 정도라고.”

이번에도 학생회장 옆에 있던, 학생회 서기 한민우가 끼어들었다.

최한이 한심한 눈빛을 보냈다.

“아까부터 왜 자꾸 설명 질이야…. 진짜 따까리 기질이 너무 다분한 거 아니냐….”

나지막이 중얼거리던 최한이 한민우의 입에서 나온 한 단어를 곱씹었다.

“잠깐, 브로스 길드. 어디서 들어봤는데…. 아! 파랭이가 길드장으로 있던 곳 말하는 거구나. 학생회에 입회하면 두 팔 벌려 받아 준다라…. 그럼 더 입회하기 싫어지는데? 난 브로스 길드 까고 이 학교에 온 거거든.”

최한의 목소리에 주위에 있던 학생들의 표정이 잠시 굳어졌다.

약간의 정적이 흐른 뒤.

학생회장과 서기 한민우의 입에서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하하하.”

한민우가 흘러내리는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허세도 정도껏 부려야지, 전학생. 전에 있던 학교에서 그런 잔재주들이 통했었나 본데, 여기 미림 고등학교야. 더군다나 여기 있는 학생회장 강진철은 이미 미성년자 신분으로 브로스 길드에 가입되어 있는 유일한 헌터라고, 계약금만 해도 자그마치 20억이나….”

최한이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하, 진짜 설명 좀 그만해라. 토 나올라 그래. 그리고 20억? 얼마 안 받았네. 나는 200억 준다고 했는데.”

너무도 태연하게 행동하며 말하는 최한이 거슬렸는지 한민우가 버럭 소리 질렀다.

“내가 분명 말했을 텐데! 봐주는 건 한 번뿐이라고. 더 이상 함부로 주둥이 놀리며 우리의 학생회장을 모욕한다면….”

최한의 주위로 보라색 빛이 일렁이더니, 그것은 곧 형태를 갖추어 사각형의 감옥으로 변했다.

최한이 손을 들어 자신을 가둔 보라색 빛의 벽을 만지려 했다.

“이건 또 뭐야.”

한민우가 끌끌거리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만지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내 마력으로 만들어 낸 그 감옥은 최고의 방어수단이자, 동시에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거든. 너 같은 애송이는 만지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재가 되어 사라질 거야. 그러니 빨리 무릎 꿇고 사과해라. 학생회장을 모욕한 네놈의 죄를….”

“아, X발. 진짜 수업 들어가야 한다니까, 짜증 나게!”

콰지직-.

깡!

한민우가 만들어낸 최고의 방어술이 깨졌다.

보라색 감옥이 작은 조각이 되어 힘을 잃고 땅으로 떨어져 갔다.

최한이 한민우와 학생회장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잘 들어. 두 번 말하지 않을 테니까. 학생회에 들어가지 않을 거야, 난 조용히 학교만 다니고 싶어. 그러니까….”

치켜뜬 최한의 눈빛은 더 이상 인간의 눈빛이 아니었다.

“제발 학생회건 A반이건 내 눈에 거슬리지 마. 학생회면 나 같은 놈한테 관심 갖지 말고 이 학교에 잘못된 것들이나 바로잡아. 예를 들어 급식실 이용 같은 것들. A반이 다 먹어야 D반 학생이 밥 먹는 게 말이 되냐? 암튼… 난 조용히 학교만 다니면 되니까, 제발 나 좀 건들지 마라.”

한민우는 아직도 자신의 능력이 깨진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학생회장 강진철은 표정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무표정으로 최한을 바라보았다.

최한이 혼이 빠진 듯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부기의 팔을 잡고 자리를 벗어났다.

최한과 부기가 운동장을 거의 벗어났을 때쯤.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강한 힘을 가지고, D반에서 조용히 지낼 수 있을 것 같나?”

몸을 돌리지 않았지만, 최한은 그것이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 수 있었다.

최한이 대답 없이 걸음을 멈췄다.

학생회장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소문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춘식을 쓰러뜨린 일만으로도 넌 이미 이 학교 강자들의 사냥감이 되었다. 거기다 D반 주제에 전교생 앞에서 선전포고를 하는 것도 모자라, 방금 미림고 최강의 탱커인 한민우의 능력까지 박살 내놓고… 네가 조용히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나?”

최한이 고개만 살짝 돌려 학생회장과 눈을 마주쳤다.

“할 수 있어. 아니, 해야만 해. 내가 무사히 학교 생활을 하는 게 너희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최강이라 생각했던 학생회장의 눈에

도전자의 눈빛이 깃들었다.

* * *

“그래서 이춘식은 한 달 정도 입원해 있어야 한다고?”

금발의 긴 머리가 찰랑였다.

2학년 A반의 한재석의 주위로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그 딴딴한 몸이 전부였던 놈인데… 갈비뼈가 4대나 나갔다더군. 이러면 여름까지 준비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거 아닐까?”

2학년 B반의 리더인 이한나가 재석을 보며 말했다.

한나의 목소리에 주위에 모여 있던 학생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조용.”

한재석의 목소리에 침묵이 찾아왔다.

“걱정 마라. 그깟 C급 쓰레기 하나 없어졌다고 내 계획에 차질이 생기진 않아. 너희들도 알고 있잖아, 나의 계획에 너희들의 힘 따위는 필요 없다는 것을. 너희는 그저 내 계획을 실행할 수 있도록 움직여주기만 하면 돼.”

재석의 무례한 말에도 그 자리에 있던 누구조차 토를 달지 못했다.

B반의 이한나뿐 아니라, 2학년 A반 학생들 몇몇이 함께 자리했었지만, 한재석에게 자신의 감정을 내보일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재석이 운동장 중앙에 서 있는 학생회장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너희는 그저 나만 믿고 따라오면 돼. 그럼… 내가 저 녀석을 죽여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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