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히든 몬스터의 목소리에 최한과 아이들의 시선이 그제야 주위를 향했다.
하늘 높이 솟구쳤던 물이 땅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공중에 떠서 작은 강을 만들고 있는 물을 보며 최한의 눈매가 일그러졌다.
늪지대 위로 공중에 떠 있는 연못이 생겨났고, 바위 뒤로 펼쳐졌던 숲이 사라져 있었다. 숲이 있던 자리에는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막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위 위에 있던 아이들이 모두 최한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아이들이 모두 최한의 뒤쪽에 모여 숨어 있는 형태가 되었다.
“휴…… D급 도마뱀들이랑 훈련할 때만 해도 좋았는데… 저런 강한 놈들이랑 싸우라 하는 건 무리겠지….”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 최한의 곁으로 조일환 선생이 다가왔다.
그로서도 거대한 매머드 몬스터를 자신의 마력인 중력의 힘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어이 최한. 눈앞에 있는 몬스터들은 적어도 A급 보스 몬스터와 비슷하거나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것뿐 아니라 저 매머드 몬스터는 내 마력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강한 마력 방어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다른 A급 보스 몬스터였다면 산산조각이 났을 테지만…. 저 녀석은 백 배의 중력으로 공격해도 멈춰 세우는 게 고작이야…….”
맘모스를 향해 팔을 뻗고 있는 조일환 선생의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100배의 중력.
조일환 선생이 가진 가장 강한 기술이다.
A급 몬스터들도 100배의 중력을 맞으면 몸이 터져 버리거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바로 죽어 버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것을 웃도는 방어력을 가진 몬스터였기에 조일환 선생의 체력이 이제 한계까지 오게 되었다.
“선생으로서 이렇게 말하는 것도 웃기다만.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면, 네가 정말 미노타우로스를 해치웠다면…… 저 매머드 녀석 해치우는 것 좀 도와줘라.”
혼이 빠져 있는 표정을 짓고 있던 지현의 눈에 색이 칠해졌다.
“잠깐만요, 선생님! 최한이 아무리 강해도 미노타우로스는 B급 보스몬스터였다고요. 저기 있는 저 녀석들은 S급 던전에 살고 있는 몬스터라고요. 절대 이길 수 있을 리가…….”
히든 몬스터 라리아가 끼어들었다.
“그래, 그 말대로야! 너희 같은 녀석들로는 우리를 이길 수 없어, 조금만 있으면 이 던전은 모습을 갖추게 될 거다. 강한 몬스터들이 우글대기 시작하고, 흩어져 있던 우리의 동료들이 이곳으로 건너올 수 있게 되겠지…. 너희의 힘으로는 절대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어! 모두 죽는 거다! 하하하하!”
떨지도 못하고 있었다.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뒤쪽에 있던 아이들의 얼굴에 맺힌 눈물에 최한이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하아…. 내가 기획했으니까, 마무리도 내가 해야겠지. 이건 쓰기 싫었는데…….”
최한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의 능력창이 나타났다.
기본적인 능력들이 전부 SSS급인 능력창이….
그의 시선이 가장 아래 스킬창으로 향했다.
???
???
???
“이름이 또 기억 안 나네. 암튼…… 기술은 기억하니까…. 신의권능 복제.”
아이들과 조일환 선생이 있는 공간에 사각의 보호막이 형성되었다.
최한이 얼마 전 만났던 미림 고등학교 학생회의 서기, 최강의 방어 스킬을 가진 한민우의 능력을 사용했다.
“하찮은 짓을 하는구나. 그깟 방어막으로 보호한들 구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어차피 조금 있으면 우리의 동료들이 이곳으로…….”
“올 필요 없어. 이곳은 D급 던전이어야 하니까. 그러니까… 그냥 던전과 함께 사라져.”
“허세도 정도껏 떨어야지. 안 되겠다. 넌 그 주둥이부터 찢어야겠어.”
히든 몬스터 라리아가 꼬리에 달린 바늘을 날카롭게 세우며 최한에게 날아들었다.
최한이 고개를 돌려 뒤쪽에 있는 방어막으로 시선을 옮겼다. 떨고 있는 아이들의 모든 시선이 최한을 향했다.
그리고.
한 사람.
조일환 선생의 눈동자가 최한과 마주쳤다.
최한의 손이 하늘 높이 들어 올려졌다.
“쌤, 빌릴게요. 중력…….”
조일환 선생의 표정이 사라졌다.
“만 배.”
콰과과광!!!!!!!!!!!!!!!!!!!!!!!!!!!!
최한의 목소리를 끝으로 S급 던전이 소멸되었다.
최한.
신의 권능(복제) - 스킬 빼앗기 LV 100
[ 신의 권능 ]
모든 만물의 제약을 없애고, 시전자가 눈으로 본 모든 능력을 자신이 사용할 수 있다.
100배의 힘까지.
[능력당 1회만 사용 가능.]
???
???
* * *
뉴스를 통해 서울에 S급 던전이 나타났다는 보도가 줄을 지었다.
제일 먼저 던전을 발견한 브로스 길드가 S급 던전이 나타난 장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던전이 클리어 되고, 파괴된 후였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브로스 길드 측에서는 누가 S급 던전을 클리어했고, 던전이 어떤 이유에서 파괴되었는지는 함구했다.
하지만.
길드와 언론에서 은폐하고, 입을 다물수록 대중들의 관심은 더더욱 커져만 갔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수많은 커뮤니티에서 사실 무근의 댓글들과 수많은 억측, 소문들이 홍수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S급 던전 아이템 누가 먹었을라나. 무조건 전설 아이템만 나오겠지 ㅅㅂ
- S급 던전 생긴 곳이 미림 고등학교래. 내 친구 거기 다님.
ㅇㅇ 윗분 말 팩트임. 나 그 근처 사는데 검은 차들 ㅈㄴ 많이 옴.
그럼 미림 고등학교 학생이 S급 던전 클리어한 거임? 대박 브로스 길드장 보다 쎈 거 아님?
ㅂㅅ들아 저거 구라야. 저거 ㅅㅂ 세금 더 뜯어내려고 브로스 길드랑 정부랑 짝짝꿍하는 거임.
- 근데 미림 고등학교 어떻게 가요? 내년에 고1 되는 학생인데
└ 걸어가
└ ㅂㅅ ㅋㅋㅋㅋㅋㅋ
ㅂㅅ들아 아무리 능력자라도 학생이 어떻게 S급 던전을 클리어하냐? 최강 딜러 마수아, 세 명 가도 못 이기는 게 S급 던전이다. ㅂㅅ들아
근데 다 떠나서 던전 파괴되는 건 머임? 처음 보는데.
“네가 강하다는 것은 짐작했지만,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좁은 공간, 작은 소리 하나 새어나가지 못할 정도로 그 어떤 틈새 하나 보이지 않았다.
창문마저 어두운 커튼으로 가려 버린 밀실의 공간.
그곳에 조일환 선생과 최한이 앉아 있었다.
조일환 선생이 말을 이어갔다.
“브로스 길드에서 언론까지 막아준 것을 보면, 이미 브로스 길드에 가입되어 있는 거냐? 그렇다면 능력 검사를 했을 텐데…… 너 S급인 거냐?”
무거운 분위기를 이어가며 묻는 조일환 선생의 모습에 최한이 숨이 막힌 듯 억지웃음을 보였다.
“하하…. 쌤 누가 보면 저 취조 받는 줄 알겠어요…….”
“아… 나도 모르게 너무 진지했구나. 미안하다.”
애써 태연한 척하며 말을 했지만, 조일환 선생의 표정은 여전히 무거웠다.
조일환 선생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한 최한이 차분하지만, 무겁지 않을 정도로 톤을 높여 조일환 선생에게 말했다.
“쌤. 그렇게 진지하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S급이건 아니건, 전… 선생님의 제자이니까요.”
최한의 목소리에 조일환 선생의 눈빛이 흔들렸다. 살짝 고개를 숙였던 조일환 선생이 작은 콧바람을 내뱉으며 미소를 보였다.
“이거 한 방 먹었구나. 선생으로서의 체면이 말이 아니군. 그래, 그럼 브로스 길드와는 어떤 사이인 것이냐?”
이제야 표정에서 긴장감을 지운 조일환 선생을 보며 최한이 웃으며 대답했다.
“제가 이세계 생활을 끝내고 100년 만에 돌아왔는데, 다짜고짜 저를 납치한 길드라고나 할까요? 뭐… 브로스 길드 때문에 이 학교로 오게 되긴 했지만….”
조일환 선생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애벌레가 기어가는 것처럼 꿈틀대던 눈썹이 파르르 떨리기까지 했다.
“아니… 잠깐……. 100년 만에 돌아왔다니…. 내가 잘못들은 게 아니지?”
“음…… 우선 다른 것들을 설명하려면 이렇게 강해지게 된 원인부터 얘기해 드리는 게 나을 것 같네요.”
최한이 조일환 선생에게 지금까지 있던 일들을 설명했다.
학교에 운석이 떨어져 이세계에 떨어진 것부터, 그곳에서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매일매일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살아남기 위해 했던 모든 일을.
그리고.
악마라 불리던 드래곤을 물리치고, 현실 세계로 돌아오게 된 일까지….
“뭐… 그렇게 돼서 마수아인지 뭔지 하는 딜러 만나고, 검은 양복 아저씨들한테 끌려가서 브로스 길드장 만나게 된 거예요.”
조일환 선생이 턱을 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최한이 인간의 몸으로 이런 강한 힘을 가진 이유를.
그토록 학교에 집착한 이유를.
그리고.
D반으로 온 이유를….
“힘들었겠구나.”
날숨과 함께 날아온 그 한마디에 최한의 시선이 허공으로 향했다.
눈을 마주할 수 없었다.
얼굴을 마주 볼 수 없었다.
이세계에서 보냈던 100년의 시간이 스쳐 지나갔다.
늑대 한 마리 죽이지 못하던 자신이 드레이크를 한 방에 잡게 되고, 늑대가 무서워 3일 밤을 지새우던 그가 고래의 배 속에서도 태연히 낮잠을 자게 되었다.
왜 자신이냐고, 왜 나만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냐고.
그렇게 신을 원망했는데….
“아니요. 그때가 있어서… 지금이…. 이 학교생활이 소중한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웃고 있는 최한의 눈이 반짝이는 것을 발견한 조일환 선생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다음 목소리를 기다려 주었다.
잠깐의 침묵이 지나가고
최한이 입을 뗐다.
“아 참, 그러고 보니 제일 중요한 상담을 빠뜨릴 뻔했네요.”
최한이 허리춤을 뒤적이더니, 단검 하나를 테이블 위쪽에 올려놓았다.
“이게 무엇이냐….”
“이세계에 있을 때, 드워프들이 만들어준 무기에요. 용의 발톱으로 만든….”
“뭐라고! 드워프? 그리고… 용의 발톱?”
조일환 선생이 이토록 놀라는 이유는.
A급 던전 아니, S급 던전의 부산물도 드워프들의 축복이 깃든 아이템에는 못 미친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드워프가 만든 아이템은 초레어급 전설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재료가 무려 용의 발톱이라면…….
1,000억.
아니, 지금까지 던전에서 나온 모든 아이템을 다 줘도 바꾸지 못할 정도의 아이템이었다.
“좋은 건가요?”
“좋은 정도가 아니다. 너의 말이 사실이라면, 1,000억을 줘도 못 살 정도로 엄청난 아이템이다.”
기뻐할 줄 알았다.
하지만.
최한의 표정은 기뻐하기는커녕 더욱 어두워져 갔다.
“쌤…… 어제도 그렇고, 저번에 미노타우로스도 그렇고…… 몬스터들이 쳐들어오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에요.”
조일환 선생의 미간이 구겨졌다.
“그게 사실이냐…….”
“네, 분명 들었어요. 몬스터들이 이 무기의 강한 힘에 이끌려 나타났다고, 저를 보며 이 무기를 내놓으라고 했어요.”
“그런가……. 마냥 좋은 일은 아니구나. 정부나 브로스 길드에 도움을 요청해 보지 그러냐?”
“정부에는 아는 사람이 없고, 저 브로스 길드원 아니에요, 쌤.”
“브로스 길드원이 아니라고? 길드장까지 만났는데?”
“브로스 길드의 가입 오퍼는 거절했어요. 돈보다… 학교에 다니고 싶었거든요.”
“그렇군. 브로스 길드라면 엄청난 액수의 계약금을 불렀을 텐데, 거절하다니 너도 참 대단하구나. 나도 한 10억 불렀었는데….”
“저는 200억 부르던데요?”
“아… 그러냐…. 200어…… 억…. 뭐!”
조일환 선생이 최한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쌤…. 눈에서 레이저 나오겠어요.”
조일환 선생이 표정을 감추려 이마를 쓸어 넘겼다.
“흠… 흠…. 계약금이 200억이라면 모든 것이 이해가 가는구나. 브로스 길드가 왜 너의 뒤를 봐주고 있고, 너를 이곳에 보냈는지를…….”
“뭐… 일반 학교에 갈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도 안 했어요. 그래도 이런 학교라도 생겨서 다행이긴 하네요.”
“그럼 하나만 묻자, 최한. 브로스 길드에서 측정한 너의 등급은 어느 정도냐…….”
이제는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몬스터들마저 원하는 초레어 아이템에, 브로스 길드에서 계약금을 200억이나 부를 정도의 인재.
그런 인재가 과연 D반에 있어도 되는 것인지….
“저…… S…….”
“그렇구나…… 이제 너만의 문제가 아니다. S등급은 자신이 아닌 인류를 위해 받은 힘…….”
“SSS등급이요.”
* * *
최한과 조일환 선생이 교실로 돌아왔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앉아 있던 학생들의 시선이 최한에게 향했다.
무거웠다.
최한의 분위기도 그리고 표정도.
마찬가지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던 조일환 선생이 교탁에 서자마자 입을 뗐다.
“몬스터의 습격이 두 번이나 있었다. 그리고 그게 왜 우리 반이었을까……. 답은…… 최한이 알려 줄 것이다.”
최한이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몬스터들이 노리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무기야. 그리고 몬스터들은 앞으로도 계속 나와 내 무기를 노리고 언제든 쳐들어올 거야. 그러니까…… 내가 D반에 있으면 너희들은…… 올해 안에 모두 죽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