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능력자 육성 고등학교.
미림 고등학교의 신체검사는.
다른 평범한 고등학교의 신체검사와는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기본 적인 신체검사라 함은.
신체의 질병이나 결함을 발견하여 예방을 하고.
건강을 증진하며 체력 향상을 위해 실시하는 건강 평가이며.
신체 검사는 체격 검사와 체질 검사 그리고 체력 검사로 나누어 실시하고.
여기에는 교원(교사)의 검사도 포함한다.
5월과 9월에 시행되는 것이 기본이며.
키, 몸무게, 영양 상태, 달리기, 턱걸이 등등을 측정한다…….
가 기본적인 신체검사이지만, 미림 고등학교의 신체검사는…….
그야말로 전쟁이다.
미림 고등학교 주변으로는 주황색의 방어막이 처져 있었다.
그 어떤 것도 나갈 수도, 들어올 수도 없는 미림고 최강의 방어 수단. 그것은 바로 한민우의 능력이었다.
오늘은 살상 능력은 빼고 방어용으로만 보호막을 사용했다.
왜냐하면…….
펑!
펑!
펑!
대포라도 발사된 듯, 큰 폭발음이 연이어 퍼져 갔다.
“500kg 덤벨 높이 던지기. 재천이 5m, 지은이 3m, 형식이 7m. 다음!”
여성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2학년 B반의 담임 조아영 선생이 B반 아이들의 검사를 하고 있었다.
키, 몸무게, 가슴둘레, 앉은키, 시력, 청력 검사 등 기본적인 검사도 받긴 하지만, 미림 고등학교의 신체검사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일반적인 학교라면 달리기나, 윗몸일으키기, 턱걸이 등으로 체력 검정을 하겠지만, 이곳은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 어리지만 최고의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모인 학교답게…….
체력 검정을 하는 클라스가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학생들이 이토록 눈에 독기를 품고 열심히 하는 이유는 바로.
이들에게는 체력 검정이 곧 내신이었기 때문이다.
능력자들이 대학에 갈 필요는 없다.
그러나 미림 고등학교의 내신은 몸값을 높이고 좋은 길드를 가기 위한 하나의 성적표이다.
벤치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던 2학년 D반 아이들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맙소사. 500kg를 어떻게 한 손으로 들 수가 있지?”
지현이 자신의 팔뚝을 만지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 지현을 보며 장부기가 암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뭘 저 정도가지고 그러냐? A반 녀석들은 손가락으로도 들 텐데.”
“뭐… 그렇긴 하지……. 근데 너 왜 갑자기 친한 척이냐? 민섭이랑 화해한 건 한 거고. 나한텐 사과 안 했잖아?”
퉁명스럽게 쏘아붙이는 지현의 목소리에 부기가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아… 아니…. 친한 척한 건 아니고…. 야! 최한! 코 좀 그만 파라니까!”
부끄러운지 최한을 걸고넘어지며 딴청을 부리는 부기의 모습을 보고 지현의 얼굴에 보조개가 들어갔다.
“네가 친해지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 이렇게 예쁘게 태어난 걸 탓해야지. 다시는… 친구들 괴롭히지 마.”
부기가 고개를 숙였다.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고마워….”
고개 숙인 부기의 얼굴에 슬프기도, 기쁘기도, 행복하기도 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제 A반 차례야.”
민섭의 목소리에 D반 전체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콰과광!
쾅쾅!
콰과과광!
대포 아니…….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보자…… 중훈이 30m, 동인이 35m, 진수 28m. 다음!”
2학년 A반 담임 김기덕 선생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볼록 튀어나온 배를 벅벅 긁으며 다음 학생을 호명했다.
쾅 콰지직!
쿠과광!
콰과과광!
쾅!
500kg의 덤벨이 하늘 높이 올랐다 떨어지는 것이 몇 번이나 반복되었다.
한민우의 능력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운동장 바닥에 싱크홀이라고 할 만한 구멍이 나 있었을 것이다.
벤치에 앉아 있는 D반 아이들뿐 아니라, 주위에서 지켜보던 다른 학년 학생들까지, 모두 표정이 어두워졌다.
현저한 차이.
그것을 또 한 번 실감했으니까.
나이 따위 상관없었다.
1학년이건, 2학년이건, 3학년이건…….
미림 고등학교는.
A반만이 월등했다.
“다음, 한재석!”
모든 학생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호명된 단 한 명의 학생 때문에.
“쟤가 한재석이야?”
“역대 A반 중에서 가장 성적이 우수하다며?”
“다음 학생회장은 아마 한재석이겠지.”
“멋있다. 쟤 저번에 텔레비전에도 나왔던데.”
“어릴 적부터 유소년 양궁 대표였다며.”
학생들의 모든 시선이 한재석에게 쏠렸다.
금발의 긴 머리를 휘날리며 전교생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한재석의 표정은 담담했다.
당연하다 생각했다.
자신에게 쏠린 부러움과 관심, 그들의 질투마저도
A반은 선택받은 인간.
그중에서도 자신은 그 정점에 서 있는 특별한 사람이었으니까.
한재석이 덤벨에 손을 얹으며 시선을 옮겼다.
모든 이의 시선이 재석의 시선을 따라 움직였고, 그곳에는 최한이 있었다.
분명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한재석과 눈이 마주친 최한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그를 응시했다.
최한의 시선에 한재석의 입술이 비틀리는 것이 보였다. 한쪽 끝만 말려 올라가는 웃음.
비웃음이었다.
최한의 시선으로 한재석의 입술 모양이 변하는 것이 보였다.
‘쓰 . 레 . 기.’
그와 동시에 덤벨이 하늘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콰과과광광!!!!
아이들이 귀를 막을 정도로 큰 소리가 울렸다.
김기덕 선생의 목소리와 함께 전교생의 입에서 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한재석 100m!!!”
“우와아아아아아아!”
아이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소리치고 있었다.
500kg이나 나가는 덤벨을 마력도 쓰지 않고, 그것도 한 손으로 100m나 되는 높이까지 날려 보냈다.
마력을 사용하지 않고 신체의 능력만으로 이 정도의 성적을 내는 이는 대한민국 아니, 세계를 뒤져도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의 많은 감정이 뒤섞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100m면 작년 학생회장이랑 같은 기록 아니야?”
“대박! 역시 얼굴도 잘생겼는데 능력도 좋아….”
“쟤는 내신 따위 걱정 없겠지? 졸업하면 무조건 브로스 길드 갈 거 아니야?”
“A반인데도 저렇게 차이가 나네….”
시기 질투 부러움 경외
모든 감정들이 소용돌이쳤다.
누구나 우러러보는 주인공의 삶.
한재석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항상 그래왔다.
양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어머니와 변호사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언제나 모든 이의 관심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단 한 번도 돈 걱정과 미래의 걱정 따위 해본 적 없었다.
빡빡한 어린 시절을 보냈을 것 같다고?
답은…….
전혀.
사람이 물질적으로 풍족하면 정신과 마음까지 여유로워진다.
거기다 최고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면….
게임은 끝이지.
단 한 번도 공부와 성적, 장래에 대해 구속받지 않았다.
8살 때 어머니를 따라간 체육관에서 처음 활을 잡았다.
그리고 조작 방법도 몰랐던 재석은 활을 잡은 지 삼십 분도 되지 않아, 쏘는 족족 10점을 맞혔다.
천재.
영재.
신이 내린 재능.
그것이 한재석이 이름보다 많이 불린 수식어다.
그때, 깨달았다.
자신은 평범한 인간들과 다르다고, 선택받은 자라고.
유소년 대회에서 한 번도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었다.
그렇게 우월감이 최고에 달해 있을 때 몬스터와 능력자라는 것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고민했다.
‘나는 선택 받은 인간인데, 만약 능력자가 아니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하지만.
올 A+.
최고의 능력자였다.
이 정도면 세계적으로 봐도 TOP 급의…….
‘역시 나는 선택받은 인간이었다. 어쩌면 신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약한 자들은 철저히 밟고 올라가.
모든 인간들의 정점의 설 것이다.
‘앞을 가로 막는 지렁이들은 언제나 밟아 죽인다.’
검사를 마친 한재석이 최한의 앞으로 걸어왔다.
벤치 앞에서 멈춰선 재석의 눈동자가 최한을 한없이 내려다보았다.
“지렁이들은 날 수 없어. 언제나 땅을 기어 다녀야 하지. D반이 그래. 언제나 바닥에 있어야 한다고. 선택받은 것은 A반이야. 그러니까…… D반 주제에 깝치고 다니지 마라, 전학생. D반이면 D반답게 바닥이나 기어 다녀.”
아침에 본 학생들의 눈빛보다 더욱 경멸감이 짙었다.
최한의 시선에 보이는 이 남학생은, D반을 인간으로도 보고 있지 않았다.
금발의 머리칼을 휘날리며 돌아서는 한재석의 모습은 그야말로 이세계에서 만났던 엘프를 연상케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간을 혐오하고 증오했던 엘프를.
“어이.”
멀어져가던 한재석의 다리가 멈췄다.
“잘 들어, D반은 지렁이가 아니야, 애벌레다.”
재석이 몸을 반쯤 돌렸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
“똑똑히 기억해. 네가 무시하던 D반이 단단한 고치를 깨고 날개를 펼치는 순간이 오면…… 자신들이 최고라고 생각하던 너희 A반을 바닥으로 끌어내려 줄 테니까.”
한재석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최한의 얼굴에 자신감이 가득했다.
힘껏 쥔 주먹이 떨려왔다. D반은 하찮은 쓰레기, 그런 쓰레기가 있을 수 없는 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너희는 쓰레기 D반일 뿐이야.”
한재석이 다시 몸을 돌려 멀어져 갔다.
최한이 멀어지는 한재석의 뒷모습을 보며 작게 미소 지었다.
‘기다려라. D반의 힘으로 널 이겨 줄 테니….’
“저 녀석이 미림고 2학년 중에 제일 강한 한재석이야. 우리 학교에서 유일하게 학생회장과 붙어 볼 만할걸? 뭐… 너도 봐서 알겠지만, 저 녀석은 성격이 완전 거지 같아. D반을 벌레라고 하지 않나….”
장부기가 멀어져가는 한재석을 노려보며 말했다.
“저 녀석 엄청 강해. O튜브에서 싸우는 영상 봤는데, A급 던전 몬스터도 막 혼자 잡아. 분명 언젠가는 우리나라 최고의 딜러가….”
민섭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최한이 고개를 돌려 민섭에게 시선을 옮겼을 때.
민섭의 얼굴에 작은 웃음이 지어져 있었다.
“내가 말을 잘못했네. 우리나라 최고의 딜러가 될 사람이 앞에 있는데.”
웃고 있는 민섭을 보며 최한이 코로 날숨을 내뱉었다.
“자, 그럼, 이제 D반 차례다.”
조일환 선생의 목소리가 울렸다.
벤치에 앉아 있던 2학년 D반 학생들이 모두 일어나, 덤벨이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다른 검사를 하고 있는 학생들과 주위에 있던 학생들의 시선이 온통 그곳으로 쏠렸다.
다른 학생들의 눈빛이 아까 와는 정반대의 눈빛으로 변했다.
시기, 질투.
그런 감정 따윈 보이지 않았다.
하이에나.
목표물을 물어뜯으려는 하이에나의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검사가 될 것이다.
D반의 인원 중 반 이상이 일반인이다.
아무리 단련을 열심히 한다 해도, 고등학생의 몸으로 500kg 덤벨을 던지는 것은커녕 들어 올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D급을 받은 능력자도 마찬가지다.
D급 능력자라 해도 마력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500kg의 덤벨을 던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조일환 선생이 아이들을 호명하기 시작했다.
“1번 김민섭, 2번 김아진, 3번 김형식.”
호명된 아이들이 덤벨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끄응!”
“으!”
표정을 구겨가며, 온 힘을 다해 덤벨을 붙잡고 있는 아이들이 보였다.
민섭과 형식은 일반인이라 치더라도, 아진은 D급 능력자다. 하지만 D급인 아진, 조차도 덤벨을 들어 올리는 것조차 못하고 있었다.
“하하하하하하하.”
주위에 있던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널리 퍼져 갔다.
D반의 검사.
D반은 다른 반과 달리 덤벨을 던져 높이를 재는 것이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단 한 명도 덤벨을 들어 올리지 못했기에….
“다음! 미진, 병현, 석민.”
민섭과 아이들이 풀이 죽은 얼굴로 자리를 벗어났다.
그 뒤로도 같은 모습이 반복되었다.
호명된 아이들이 나와 기를 쓰고 노력해도 덤벨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구경하고 있는 다른 학생들의 입에선 비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15번 장부기, 16번 전지현, 17번 조미연.”
D반 학생들의 눈에 조금 전과는 다른 눈빛이 깃들었다.
작은 기대감이 있었다.
장부기와 전지현.
그들은 마력을 개화한 D급 능력자니까.
기본적인 능력도 아마 다른 D급 학생들보다도 강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미안하다. 안 돼, 안 돼. 도저히 못 들겠어. 나도 모르게 마력 사용할 뻔했다니까. 후…….”
부기가 고개를 저으며 최한에게 다가왔다.
“하하하하하!”
“그럼 그렇지 역시 D반. 한 명도 들지도 못하다니. 하하하.”
아이들의 비웃음이 점점 더 커져 갔다.
“마지막… 최한!”
호명된 최한이 천천히 덤벨 앞으로 걸어갔다.
“드디어 전학생이냐?”
“허세 떨더니 큰일이네?”
“도망가지 마라. B급 보스 몬스터 잡았으면 당연히 들어야겠지?”
야유 섞인 목소리가 운동장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달랐다.
D반 아이들의 표정이.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이 야유가.
이 비웃음이.
곧 사라지게 될 것임을…….
최한이 덤벨 앞에 섰다.
“얼마나 던질 거냐….”
조일환 선생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최한에게 물었다.
최한이 고개를 돌려 누군가를 바라보았다.
“100m요.”
“그래? 그럼…… 최대한 살살 던져라.”
최한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만이 가득했다.
살살…….
살살…….
100m만 하면 된다.
살살…….
한재석의 시선이 최한과 마주쳤다.
“웃, 짜!”
피슝!!!!!!
.
.
.
“어라라…….”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늘 높이 올라간 500kg의 덤벨이….
10초가 지나도록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