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귀환자 학교가다-16화 (17/211)

16화

재능.

천재.

선택받은 인간.

그 모든 수식어들은 언제나 자신의 것이었다.

재능 있는 자들은 많았지만, 언제나 그 재능들을 밟고 올라섰다.

최고의 재능, 최고의 천재.

그것이 한재석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아니, 아무리 보고 있어도, 믿어지지 않았다.

500kg의 덤벨이 보이지 않았다.

지신의 기록인 100m 높이까지 올라갔을 때도 작긴 했지만, 점의 형태로 눈에 확인이 됐었다.

기록을 잴 수 없었다.

경악스러웠다.

그 단어로밖에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 마력을 썼을 것이다.

근력을 왕창 올려주는 마력을 썼을 것이다.

그래서 저렇게 높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이 던질 수 있었던 것이다…….

D반 주제에?

D반이 마력을 사용한다고?

아무리 근력을 올려주는 마력이라도…….

500kg의 덤벨을 눈으로 확인조차 할 수 없는 저 높은 하늘까지 날려 보낸다고?

복잡했다.

아니,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D반은 쓰레기니까.

그런데.

저 녀석은.

A+급인 자신보다, 학생회장보다, 다른 선생들보다…….

높은 기록을 세웠다고?

그것도 비교조차 불가능할 정도의 차이로?

잘못된 것이다.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저런 쓰레기가 이런 힘을 가질 리 없었다.

떨리는 한재석의 어깨 뒤로, 조금 전까지 비웃던 학생들의 얼굴이 보였다.

평소보다 두 배나 눈이 커진 학생.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는 학생.

실소를 터트린 학생.

많은 종류의 표정들이 있었지만, 그들이 느끼는 감정은 모두 한 가지였다.

전율을 느꼈다.

정도란 것이 있다.

아무리 강해도, A급 능력자라도 인간이 해낼 수 있는 범위가 있었다.

학교에서 제일 강한 두 명의 남자.

그들의 기록이 100m였다.

그들의 기록에 가깝기만 했어도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단순히 그들의 기록을 넘기만 했어도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비교가 불가능했다.

넘어섰다는 정도가 아니었다.

두 배, 세 배, 아니, 측정조차 불가능했다.

자신들의 모든 사고방식이 산산이 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천재.

강함.

최고의 능력자.

그런 단어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것은 인간의 범주 안에 있는 것이다.

달랐다.

얼마만큼의 힘의 차이가 나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그는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운동장 전체를 울리던 비웃음과 경멸의 시선이 한순간에 사라지자,

2학년 D반 아이들의 얼굴에 벅찬 웃음이 드러났다.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

그들의 비웃음이 완전히 지워지고, 운동장에 침묵이 찾아올 것임을.

최한은 S급 던전 조차 한 방에 해치웠으니까.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는 D반 아이들의 시선이 최한에게 향했다.

“으아악! 살살 던졌는데! 왜 이렇게 멀리 날아가!”

자신의 얼굴을 쥐어뜯으며 자책하고 있는 최한이었다.

기록을 재려던 조일환 선생이 깊은 한숨과 함께 이마를 짚었다.

“덤벨이 애매하게 무거우니까! 힘 조절을 못 했잖아! 100m 딱 맞추려고 했는데! 으아아아!”

발을 동동 구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최한을 보며 D반 아이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어떻게 할 거야? 덤벨 우주로 날아간 거 아니야?”

“빨리 날아가서 찾아와, 최한.”

“저렇게 높이 날아갔으면…… 떨어질 때 폭발이 일어날지도…….”

“하하하하하하!”

웃고 있었다.

학교에서 쓰레기라 무시 받던 D반이…….

어깨 한 번 제대로 피고 다닌 적 없던 D반이….

다른 반의 멸시에 입도 열지 못했던 D반이…….

전교생이 모여 있는 가운데서 웃고 있었다.

너무도 즐겁게.

너무도 행복하게.

학교에서 무시 받던 D반이 아니었다.

약하다고 고개 숙이는 D반이 아니었다.

그저 미림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평범한 반의 모습을….

처음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최한이 자신을 보고 있는 D반 아이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최한의 얼굴에서 미소가 번졌다.

‘밝아졌구나….’

“무슨 짓을 한 거야! 어떤 속임수를 썼길래, 너 따위가 D반 따위가…….”

한재석이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최한에게 다가갔다.

표정이 멈춰 있던 주위의 학생들이 정신을 차리며, 재석의 말에 동요하기 시작했다.

“속임수를 썼겠지. D반이 어떻게 저런 힘을 가질 수 있겠어.”

“맞아. 한재석도 100m 던졌는데, D반 전학생이 어떻게 저렇게 던지겠어.”

“저번부터 어떤 속임수를 쓰는 걸 거야. 사기꾼 자식….”

“아! 설마…… D반 조일환 선생님은 중력을 다루잖아? 중력을 아예 없애 버린 거 아니야?”

군중 속에서 나온 그 한마디에 아이들의 수군거림이 더욱 짙어졌다.

“맞네! 그런 거였어! 쓰레기 같은 D반이 그런 힘을 가질 리 없지! 선생님과 짜고 이런 일을 벌인 거구나? 왜지? 왤까…. 아! 유명해지고 싶었어? 전학생이란 타이틀로 짱이 되고 싶었던 거야?”

시선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분노의 휩싸인 한재석을 보고 조일환 선생과 최한이 서로를 바라보며 할 말을 잃었다.

한재석이 최한의 멱살을 잡았다.

“이 새끼가! 전학생이 학교 짱이 되는 그런 삼류 전개는 이곳에 없어! 이곳은 미림 고등학교다. 선택받은 A반이 학교를 지배하고, 쓰레기처럼 버림받은 D반은 입 닥치고 지배를 받아야 하는…….”

“야.”

짧은 한마디가 들렸다.

그리고 그 한마디는 운동장에 모인 전교생의 온몸에 소름을 돋게 했다.

움직일 수 없었다.

마치 공기가 사라진 것 같았다.

숨을 쉴 수도 없었고, 눈동자를 움직일 수도, 손가락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전교생의 몸에 명령을 내리는 주체가 단 한 사람으로 바뀐 것 같았다.

“잘 들어. 난 학교 짱이 되려고 전학 온 게 아니야. 우리 D반 친구들과 재미있는 학창 시절을 보내려고 전학 온 거야. 그리고 아까도 말했지만… D반 아이들은 쓰레기가 아니야.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말할게.”

최한의 오른손이 높이 들려졌다.

그리고.

쉬이이이잉!!!!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공기를 가르는 그 소리는, 제트기가 하늘을 찢는 소리와 비슷했다.

전교생의 시선으로도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는 덤벨이 보였다. 아니, 그들이 하늘에서 덤벨을 발견했다 인지했을 때 벌써 그 덤벨은….

펑!!!!!

큰 마찰음과 함께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운동장 중앙에서 시작된 바람이 전교생의 머리칼을 흔들었다.

그리고 운동장 중앙, 엉덩방아를 찧고서 주저앉아 있는 한재석의 모습이 보였다.

재석의 시선으로 하늘에서 떨어지던 덤벨을 잡고 있는 최한의 손이 보였다.

그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친 번개를 손으로 잡은 신의…….

모습 같았다.

“한 번만 더 내 친구들 벌레라고 그러면…… 더 이상 미림 고등학교에 A반은 없을 줄 알아.”

한재석의 온몸에 한기가 스며들었다.

처음 느껴보는 살기에 한재석의 고개가 땅으로 떨어졌다.

이날.

전교생의 뇌리에 박힌 단 한 장면은 최고 기록을 경신한 최한의 덤벨 던지기도 아니었고, 떨어지는 번개를 손으로 잡은 것 같은 신의 모습을 한 최한의 그 장면도 아니었다.

이날.

전교생의 뇌리에 박힌 한 장면은 최한의 앞에 주저앉아 고개를 떨구고 있는 한재석의 모습이었다.

천재라 불리던 한재석의.

첫 패배였다.

그렇게.

신체검사가 끝이 났다.

* * *

신체검사가 끝난 다음 날.

흩날리는 벚꽃 잎들이 만들어 낸 그림 같은 풍경을 지나가는 최한의 모습이 보였다.

얼굴로 느껴지는 산듯한 바람의 향을 맡으며 미소 짓고 있는 그의 곁으로 누군가 다가왔다.

“어이.”

짧은 인사말과 함께 다가온 학생의 얼굴로 최한이 시선을 옮겼다.

흩날리는 벚꽃 잎들 아래, 긴 머리가 찰랑거렸다.

마치 샴푸 광고에 나오는 한 장면처럼 햇살을 짙게 받은 그 모습이 화사하기까지 했다.

정말 광고의 한 장면이었다.

그의 얼굴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풉! 켁켁!!!”

최한이 사레가 들린 듯 기침을 쏟아냈다.

“야, 왜 그래. 괜찮냐?”

마르지 않은 긴 머리가 또다시 바람에 휘날렸다.

휘날리는 검은 머리칼 아래로 남학생의 얼굴이 보였다.

장부기였다.

최한이 기침 사이에 절망의 한마디를 끼워 넣었다.

“아이씨…… 아침부터 눈 버렸어.”

부기의 눈매가 일자가 됐다.

“아침부터 상당히 기분 나쁜데?”

“머리는 왜 풀고 와서 그래!”

최한의 반응에 부기의 한쪽 눈썹이 씰룩였다.

“야, 인마! 왜 네가 큰 소리 치고 있어! 내 머리 내가 풀고 왔는데!”

“그니까 아침부터 왜 머리 풀고 왔냐고!”

“안 말라서 그랬다, 안 말라서! 드라이기 고장 나서!”

최한과 부기가 잡아먹을 듯 서로를 노려보았다.

“아침부터 또 싸우는 거야?”

뒤쪽에서 날아온 목소리에 최한과 부기가 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싸우는 거 아니거든!”

최한과 부기의 시선으로 민섭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하하하하하하!”

민섭의 웃음소리가 크게 울렸다.

“장부기 머리 왜 이래? 뒤쪽에서 보고 여자인 줄 알았어.”

“나야말로 샴푸 광고 상상했다가 부기 얼굴 보고 뿜었어.”

“하하하하하!”

장부기가 주먹을 꽉 쥐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것들이…… 풉! 흐하하!”

분노를 표출하던 장부기의 입 사이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 안 웃으려고 그랬는데! 최한 지 혼자 내 머리 보고 샴푸 광고 떠올렸다니까 존나 웃기네!”

“하하하하!”

아이들이 한바탕 미친 듯이 웃어댔다.

교문 앞에서 미친 듯이 웃고 있자, 주위를 지나던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최한과 아이들에게 향했다.

경멸 어린 시선과 짜증 그리고 D반을 향한 이유 없는 차가운 시선이 날아올 줄 알았다.

하지만.

주위를 지나던 아이들은 최한과 부기, 그리고 민섭의 눈과 시선이 마주치자, 빠르게 시선을 피하며 그들을 지나쳐갔다.

다른 아이들 모두 마찬가지였다.

원래는 혀를 차며 무시를 하거나, D반을 들먹거리며 욕을 했을 텐데….

단 하루 만에 아이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지금까지와 반대로 호의적이게 바뀌었단 건 아니었지만

아이들의 눈에서 경멸감이 사라졌다.

부기와 민섭이 다른 아이들의 반응에 얼떨떨해하며 고개를 기울였다.

“뭐지, 저놈들?”

“그러니까. 원래 같았으면 멈춰 서서 욕하거나, 이상한 말 하면서 시비 걸었을 텐데…….”

아이들의 반응에 시큰둥해 하고 있는 민섭과 부기의 어깨로 최한의 팔이 올려졌다.

최한이 부기와 민섭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작게 말했다.

“이게 내가 하고 싶던 거야. D반을 보는 이유 없는 적의와 경멸을 없애고 싶었어. 뭐… 두려움을 주고 싶었던 건 아니야. 그저 똑같은 학생으로 대하고, 친하지 않으면 그냥 서로 지나치는 그런 학교생활……. 어느 반도 평등한 이런 학교를 다니고 싶었어.”

부기와 민섭의 시선이 가운데로 모였다.

웃고 있는 최한의 얼굴이 보였다.

입꼬리를 살짝만 올려 보이는 따뜻한 웃음.

최한은 진심으로 행복해하고 있었다.

그 웃음이 부기와 민섭에게도 번져 갔다.

“최한.”

행복을 만끽하고 있는 아이들의 귀로 차가운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최한이 어깨동무를 풀고 고개를 돌렸다.

노란 긴 생머리 아래 사선으로 잔뜩 성나 보이는 눈썹이 보였다.

최한의 시선으로 A반 한재석의 얼굴이 들어왔다.

“안녕?”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태연하게 인사하는 최한이었다.

그 모습에 한재석의 미간에 나타난 주름이 두 배로 늘었다.

“우리가 인사를 나눌 사이는 아니지.”

“그래? 그럼, 뭐….”

최한이 무심히 다시 고개를 돌렸다.

한재석의 얼굴에 분노가 들끓었다.

“겨우 어제의 일로 이겼다고 생각하지 마라. 네가 D반에 있는 다른 녀석들보다는 월등히 강하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어제는 내가 너무 방심해서 그런 사태가 벌어진 것일 뿐이다. 그러니… 어제의 수모는 체육대회 때 제대로 갚아주마. D반 기대해라. 제대로 복수해 줄 테니. 전교생의 앞에서 너희 D반을 제대로 망신시켜 주….”

“어이, 노랭이.”

최한의 음성이 한재석의 목소리를 잘랐다.

“뭐… 뭐…. 노랭이?”

“수모든 복수든 상관없으니까, 잘 준비해서 와라. 안 그러면… 체육 대회 때 너희 A반, 전교생 앞에서 우리 D반한테 깨질 테니까.”

최한의 얼굴에 자신감 가득한 미소가 지어졌다.

또 한 방 먹은 한재석의 온몸이 떨렸다.

“각오해라. D반…….”

한재석이 최한을 지나쳐 빠르게 교문을 지났다.

멀어져 가는 한재석을 보며 최한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벌레라고 안 부르니까 얼마나 좋아. 쉐애끼.”

민섭이 최한에게 물었다.

“왜 도발한 거야? A반이 D반한테 깨진다니 말이 안 되잖아.”

“왜?”

“왜라니? 아니, 내 말은 왜 한재석을 더 자극했냐고.”

“뭐가?”

“뭐가라니! 체육대회 때 진짜 복수하면 어쩌려고. 그럼 우리 D반이….”

찰싹.

찰기 어린 소리가 들렸다.

민섭이 상체를 숙여 등을 팍팍 문질렀다.

“으아악! 따가워! 뭐 하는 거야, 최한!”

“등짝 스매쉬! 야, 민섭아. 뭐가 그리 걱정이야. A반이 복수를 하건 말건. 그리고 말이야…… 어차피 저 녀석들과는 제대로 한판 붙어야 해.”

“뭐? A반이랑 붙는다고!”

“당연하지. 전교생 앞에서 A반을 꺾어야 진짜 평등한 학교가 된다고.”

최한의 진지한 모습에 부기와 민섭의 입이 똑같이 움직였다.

“너 그 말 진심으로……. D반이 어떻게…….”

최한의 얼굴에 악마의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래서 말인데.”

.

.

.

칠판에 써진 글자.

‘전지훈련’

교탁에 서 있는 조일환 선생의 입이 떨어졌다.

“우리 반은 다음 주, 일주일 동안 ‘전지훈련’ 가기로 한다.”

D반 아이들의 표정이

처음엔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멍하다가.

차츰차츰 어두워져 가더니….

“에!!!!!!!!!!”

귀신을 본 것보다도 더 크게 놀란 표정으로 변했다.

“아니, 왜!”

“갑자기요?”

“우리가 운동부였습니까?”

아이들의 질문 세례가 이어지자, 조일환 선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뭐, 다들 놀란 것은 알겠지만, 이것은 너희들을 위한 훈련이다. 알다시피 3주 후에 미림 고등학교 체육 대회가 있다. 많은 종목들이 있고 순위권에 들면 엄청난 상품이 있는 학교행사이지. 뭐… D반이 상품을 탄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그래서 최한이 학교에 건의했다.”

아이들의 모든 시선이 최한에게 쏠렸다.

“어이 친구들. 3주만 믿고 따라와. 내가 체육대회 우승시켜 줄 테니.”

“흐흐흐흐흐흐흐하하하하하!”

최한의 웃음소리만이 교실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최한이 정말…….

악마였단 사실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