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귀환자 학교가다-17화 (18/211)

17화

시간은 흘러 전지훈련 당일.

뿌연 새벽안개가 학교 운동장에 가득했다.

2학년 D반 학생들이 평소 학교에 등교하는 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일찍 학교에 도착해 있었다.

체육복을 입은 아이들이 연신 하품을 내뱉었다. 반쯤 감겨 있는 눈도 여럿 보였다.

“그런데 진짜 우리 반만 가는 거야?”

하품과 함께 지현이 졸린 눈을 비비며 말했다.

“진짜 이래도 돼? 무슨 수업을 빼고 훈련을 가냐. 우리가 무슨 국가 대표도 아니고. 참나….”

장부기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옆에 있던 민섭이 손가락으로 안경을 올리며 말했다.

“짜증 내는 거랑 다르게 완전 제대로 준비해 왔는데?”

민섭의 시선이 부기의 가방으로 향했다. 운동 선수들이나 가지고 다니는, 엄청 큰 크로스백을 빵빵할 정도로 채워 온 부기였다.

“아… 아니, 이건. 그 일주일이나 있어야 하니까! 양말이랑 옷이랑, 체육복도 하나 더 가지고 오고 어…. 또…….”

얼굴까지 붉어지며 변명을 하는 부기 때문에 주위에 있던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찾아왔다.

“하하하하!”

어느새 부기도 D반에 녹아들고 있었다.

“다 모였나? 제군들?”

아이들의 웃음을 지우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체육복을 입고, 운동장을 가로지르고 있는 최한의 모습이 보였다.

“어…….”

“최한…. 너….”

최한을 향한 아이들의 얼굴에 경악스러움이 묻어났다.

떨리는 동공과, 떨리는 시선, 최한을 향해 뻗은 손가락마저 떨리고 있었다.

“전지훈련 갈 준비는 됐지? 우리 놀러 가는 거 아니니까. 마음 단단히 먹어!”

안개를 뚫고 다가온 최한의 모습이 보였다.

양어깨에 교차하듯 메고 있는 큰 가방이 첫 번째로 눈에 들어왔고, 그다음으로 양손 가득 들고 있는 검은 봉지에 눈이 갔다.

민섭이 최한을 보며 말했다.

“장부기는 신난 것도 아니었구만.”

부기가 멍한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전지현이 한숨을 쉬며 최한에게 물었다.

“그게 다 뭐야?”

“이거?”

최한이 양손 가득 들고 있는 검은 봉지를 높게 들어 보이며 말했다.

“놀러 갈 때는 간식이지!”

검은 봉지 사이로 수많은 과자들과 음료수가 보였다.

“마음 단단히 먹기는 무슨…….”

“자기 입으로 놀러 간다고 인정했어.”

민섭과 부기가 고개를 저었다.

그때, 교문으로 버스 한 대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작은 먼지를 일으키며 들어온 버스가 아이들의 앞에서 멈춰 섰다.

창문까지 까맣게 선팅이 된 검은 버스였다. 일반 버스보다 1.5배 정도 더 크기가 큰 버스였다. 버스의 한쪽 면에는 ‘브로스 길드’의 마크와 브로스 길드의 영어 이름이 적혀 있었다.

버스의 문이 열림과 동시에 조일환 선생이 문으로 내렸다.

“우와! 쌤, 우리 이거 타고 가요?”

“쌤 학교 오기 전에 엄청 유명한 헌터였다더니 진짜 인가 봐.”

“브로스 길드에 있었던 거야? 우와아아.”

“역시 A급 능력자. 브로스 길드의 버스를 타 볼 줄이야…….”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빛이 모두 조일환 선생에게 쏠렸다.

조일환 선생이 아이들의 눈빛에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으며 출석을 불렀다.

“조용. 우선 출석을 부르겠다. 1번 김민섭, 2번…….”

.

.

.

조일환 선생이 마지막 번호를 호명했다.

“20번 최한.”

“예썰!!!”

평소와는 다른 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껏 들뜬 최한의 모습에 조일환 선생의 입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짜식. 훈련하러 가자더니 들뜨기는.”

결석자가 없는 걸 확인한 조일환 선생이 아이들을 버스에 태웠다.

마지막으로 최한이 버스에 오르고 있었다.

“어이 최한, 들뜬 것도 이해한다만 이렇게까지 판을 크게 벌인 건 너야. 명심해 이건 훈련…….”

최한은 자신만 믿으라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쌤, 걱정 마세요. 훈련은 제대로 할 겁니다. 그러니 훈련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즐기시죠. 학창 시절에 또다시 없을 이 순간을…….”

문이 닫히며 버스가 출발했다.

버스 안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넓은 좌석과 신식장비, 의자마다 달려 있는 작은 화면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일등석이 따로 없었다.

“우우우우와!”

아이들이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의자를 뒤로 젖혀 보기도 하고 화면을 눌러 자신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찾기도 하였다.

“도착까지 서너 시간 정도는 가야 하니까, 편하게들 쉬어라. 너무 시끄럽게 떠들지 말고. 절대 안전 벨트 풀지 말고, 돌아다니면 안 된다.”

조일환 선생의 목소리 뒤로 아이들의 신난 음성이 크게 울렸다.

“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들의 신이 난 목소리가 버스 안을 가득 채웠다.

최한이 가지고 온 음료수와 과자를 아이들에게 나눠주었다.

“이야호! 같은 반 친구들과 버스를 타고 여행 가다니. 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

정말 평소와 달리 열 배는 들뜨고, 감정을 크게 표현하는 최한의 모습에 아이들이 살짝 당황했지만, 자신들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웃음 때문에, 최한의 텐션에 맞춰 아이들도 모두 여행에 들뜬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몇 번이나 말했지만, 최한에게는 학교에서 보내는 사소한 것들도 행복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친구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무엇으로 표현하랴.

너무도 행복했다.

너무도 버스 안은 웃음으로 가득했다.

비록.

도착지가…….

지옥이긴 했지만.

* * *

쉬지 않고 달리던 버스가 멈췄다.

그리고.

기지개를 켜며 D반 아이들이 버스에서 하나둘씩 내렸다.

“이게 뭐야….”

“여기 설마…….”

아이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신들의 눈앞에 있는 것이.

자신들의 발이 붙어 있는 이곳이 믿기지 않았기에.

조일환 선생이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바로 이곳이 일주일 동안 훈련하면서 지내게 될, 우리의 전지훈련 장소이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브로스 길드 연구센터’라는 문구가 적힌 명패가 보였다.

그 뒤로.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돔 형식의 건물이 보였다.

학교 아니, 아파트 단지 전체를 하나의 건물로 만든 것 같은 큰 크기였다.

“우와!!!!!!”

아이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그렇다.

이곳은 능력자들의 성지이자, 대한민국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브로스 길드의 연구 센터였다.

던전에서 나오는 최고급 아이템과 현실 세계로 나타나게 된 몬스터의 사체들을 가지고 실험을 하고.

이곳은 브로스 길드에 가입된 능력자들이 기본적인 교육을 받는 곳이기도 하며, 언제든지 와서 훈련을 할 수 있는 장소이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대한민국에 있는 능력자 중 상위 10퍼센트 안에 드는 소수의 선택받은 자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능력자들에게는 꿈의 장소 같은 곳이다.

“역시 선생님! 짱이에요!”

“선생님처럼 대단한 사람이 우리 담임이라 행복해요!”

아이들이 조일환 선생을 보며 환호를 보냈다.

“뭔가 오해하고 있는 거 같은데. 우리 D반이 이곳에서 훈련받을 수 있게 된 건…… 최한 때문이다.”

아이들의 모든 시선이 최한에게 쏠렸다.

동시에.

연구 센터 정문에서 하얀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최한 님.”

하얀 가운을 입은 연구원 한 명이 D반의 앞에 멈춰 섰다.

최한이 덤덤하게 인사를 했다.

“기다릴 것까지야…. 안녕하세요.”

이세계에서 막 돌아왔을 때만 해도, 이세계에서 보냈던 100년이란 세월을 자신의 나이와 더해 스스로를 연장자라 여겼고, 반말을 서슴지 않았던 최한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시 이곳 현실 세계에서 살아가야 하는 법.

자신의 외형에 맞는 나이로 살아가기로 다짐한 최한이었다.

연구원이 조일환 선생을 발견하고 다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조일환 능력자님도 계셨군요. 헌터를 그만두시고 교사가 되셨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제가 예전부터 능력자님 팬이었습니다. 아! 내 정신 좀 봐. 저는 이곳 브로스 길드 연구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는 오지훈이라고 합니다.”

조일환 선생이 턱을 긁으며 무언가 골똘히 생각했다.

‘오지훈? 어디선가…….’

그때.

“와!!!! 오지훈이요? 아저씨가 오지훈이에요! 진짜요!”

장미가 앞으로 치고 나와 센터장의 바로 앞까지 다가갔다.

당황한 기색은 보였지만, 사람이 좋아 보이는 웃음인지, 아니면 약간 모자란 듯 실실거리는 웃음인지 모를 표정을 한 센터장이 대답했다.

“어…. 내가 오지훈 맞는데?”

장미의 영혼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입을 벌린 채 그대로 굳어져 버린 장미를 보며 장부기가 물었다.

“뭐야, 이 아저씨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야?”

“이렇게 큰 연구 센터의 센터장이니, 뭐 엄청 대단한 사람인 것 같긴 한데…… 장미야 왜 그래?”

정신이 돌아온 장미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 반짝였다.

“너희 오지훈을 모른다고? 한국의 천재 아니, 전 세계를 통틀어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똑똑한 이 사람을 모른다고?”

장미가 부기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윽…… 몰라! 그것보다 너 원래 이런 캐릭터였냐…….”

옆에 있던 민섭이 입술을 매만졌다.

“음…. 장미가 이렇게 흥분하는 것을 보니까… 단지 똑똑하기만 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빙고! 너희 잘 들어, 이 아저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냐면….”

장미가 두 사람 사이를 비집고 나왔다. 마치 한편의 뮤지컬처럼 장미가 발을 움직여 온몸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골똘히 집중하던 조일환 선생이 무언가 생각난 듯 손뼉을 쳤다.

“생각났다. 당신이로군요. 던전과 능력자의 등급을 만든 사람이.”

“뭐라고요!!!!!!!”

아이들이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센터장 오지훈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실실거리는 웃음을 보이고 있는 오지훈이었다.

“이 아저씨 모자라 보이는데.”

“정말 이 아저씨 맞아?”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천재라고?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

당사자가 앞에 있어도 아이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져만 갔다.

센터장이 애써 웃으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그… 아저씨라는 말은 빼줄래? 이래 보여도 아직 31살에… 미혼인데……”

그의 목소리는 아이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난잡함을 뚫고 최한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것보다 그 녀석은 이미 와있겠죠?”

한순간에 표정이 달라진 센터장이 최한을 보며 대답했다.

“네.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래요. 우선 그 녀석부터 좀 만나야겠어요. 할 말도 있고. 음… 우리 반 아이들은 우선 지낼 방으로 좀 안내해주세요.”

“직원을 시켜 바로 안내 하도록 하죠.”

최한이 센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전지현이 최한을 보며 소리쳤다.

“야! 어디가 최한!”

최한이 고개만 살짝 돌렸다.

“길드장 만나러.”

* * *

“오랜만이군요?”

원래는 센터장 오지훈의 개인 사무실이지만, 의자에는 브로스 길드의 길드장 최수혁이 앉아 있었다.

트레이드마크인 파란 머리칼을 손으로 넘기며 최한에게 인사하고 있었다.

최한의 곁으로 조일환 선생과 센터장 오지훈이 자리했다.

최한이 손을 들어 보이며 길드장 최수혁에게 인사했다.

“그래. 오랜만이네, 파랭이.”

빠직.

“경고 하나 하죠. 한 번만 더 파랭이라 부르시면 가만 안 둘 겁니다. 아무리 당신이 SSS급 능력자라 해도….”

오지훈과 조일환 선생의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한 명은 대한민국 최고의 길드를 이끌고 있는, 최강의 S급 능력자.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지금껏 그 어디서도 나오지 않았던 SSS급을 가진, 강함의 끝을 알 수 없는… 현시점 지구에서 가장 강한 인간.

“싫은데? 파랭아?”

빠직.

“파랭이라고 좀 부르지 마! 내가 2년 전만 해도 여자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 푸른 화염이라 불리는 인기쟁이였는….”

자신도 모르게 흥분한 길드장이 조일환 선생과 오지훈 센터장의 눈빛을 보고 헛기침을 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잡담은 그만하고. 그렇게 매몰차게 길드 가입 권유를 차버리고 가더니…. 이렇게 찾아온 이유가 뭐죠? 혹시 다시 가입하고 싶다거나 그런 마음이….”

“없어.”

최한이 코를 파면서 빠르게 대답했다.

“아니, 좀 생각이란 걸 하고 대답을….”

“없다고. 길드 같은 거 가입 안 해. 여기 온 이유는 선생님이 이곳을 추천해줘서야.”

“추천이요? 이곳을 왜죠?”

“3주 뒤에 우리 학교 체육 대회가 있거든. 뭐, 사정이 생겨서 우리 반 아이들이랑 함께 A반 녀석들 좀 이겨 보려고.”

“크하하하하하.”

길드장의 진심 어린 웃음이 새어나왔다.

“미안하군요. 반을 착각한 게 아닌가요? 당신들은 D반입니다. D반이 어떻게 A반을…….”

살기.

순식간에 방안을 가득 채운 살기 때문에.

S급 능력자인 브로스 길드장뿐 아니라 조일환 선생과 오지훈 센터장의 온몸에 한기가 느껴졌다.

“어이, 파랭이. 나도 마지막으로 경고할게. 학교 밖에서까지 D반의 평가를 듣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네가 판단하지 마. D반의 가능성을.”

여전했다.

정말 끝을 알 수 없었다.

단순히 무섭다거나, 분위기를 압도한다거나 하는 차원이 아니었다.

온몸의 피가 꽁꽁 얼어붙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살점 하나, 하나에 소름이 돋아 올라오고, 공기가 사라져 버린 것처럼 숨을 쉬지 못하는 그런…… 느낌을 들게 했다.

이 남자는.

정말…….

인간이 아닌 것 같았다.

“뭐…… 너랑 실랑이하러 온 게 아니니까. 가서 아이들 빨리 훈련 시켜줘야 하거든. 그래서 말이야…….”

최한이 메고 있던 가방을 주섬주섬 뒤지더니 무언가를 길드장이 있는 책상에 올려놓았다.

단검이었다.

색색의 작은 보석들이 박혀 있는 단검.

“이거 때문에 몬스터들이 자꾸 찾아오는 거 같아.”

길드장의 눈에는 그저 C급 던전에서 나오는 그저 그런 부산물처럼 보였다.

“이게 뭔데요? C급 던전에서 나오는 카이네이스의 단검과 비슷하군요. 이런 싸구려 아이템 때문에 몬스터들이 당신을 찾아온다는 겁니….”

“이거 싸구려 아니야. 드워프가 만들어 줬는데?”

최한의 한마디에 길드장의 엉덩이가 의자에서 떼어졌다.

“뭐? 그럼 이게 전설급 아이템….”

“용의 발톱으로.”

길드장의 얼굴 전체가 경악에 물들어 갔다.

처음이었다.

S급의 던전을 클리어해도 볼 수 없었던…….

신화급 아이템의 첫 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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