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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18화 (19/211)

18화

신화급 아이템.

일반, 레어, 유니크, 전설

많은 아이템이 있지만, 신화급 아이템이란.

실제로 등장한 적은 없지만 명칭만은 존재했다.

전설 속에서나 나오는 용의 비늘이나, 발톱, 이빨 등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아이템을 가정하여.

오지훈 센터장이.

아이템의 가장 윗줄에 명칭만 만들어 놓았는데…….

그것이 떡하니 현실로 나타났다.

“뭐라고요! 신의 축복을 받은 드워프가 만들었다고요? 거기다 용의 발톱?”

센터장 오지훈이 헐레벌떡 책상으로 달려왔다.

오지훈이 이렇게 크게 반응한 걸 본 적 없었다.

아이들이 놀릴 때도, A급의 능력자가 나왔을 때도 이런 반응을 보이진 않았었다.

“오오오! 대단해요. 이 작은 몸집에 응축된 막강한 힘. 온전히 자신의 본성에 충실한 칼끝. 박혀 있는 보석은 뭐죠? 본 적 없던 광물 같은데?”

혼자 신나서 떠들어 대는 오지훈이었다.

브로스 길드장이 목기침을 했다.

그것의 의미를 파악한 오지훈 센터장이 다시 본연의 얼굴로 돌아오며 자리로 되돌아갔다.

“죄송합니다. 하하…. 하….”

최한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이게 용의 발톱을 가지고 드워프들이 만들어 준 무기다…. 이 강한 힘에 이끌려 몬스터들이 찾아온다 이거냐?”

“그래. 단번에 잘 알아듣네, 파랭이.”

“파랭이라고 하지 좀 말라고! 됐고! 잘 들어라, 최한. 지금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문제가 생겼다. 바로 몬스터들이 던전이 아닌 현실 세계 즉, 우리가 사는 이곳에 나타나게 된 거지. 그리고 그 이유는 너도 알다시피 너 때문이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겠나?”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말하는 길드장의 모습에 최한의 얼굴에서도 장난기가 사라졌다.

“100년 동안 고생한 것 이해한다. 매일이 전쟁 같았겠지. 죽고 죽이는…… 그래서 학교에 집착한다는 것도. 편하게 생활하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너로 인해 벌어진 일은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네가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말이다.”

말없이 책상을 내려다보는 최한의 표정 속엔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아마…. 이 무기가 우리가 사는 세계로 건너옴으로 인해 차원의 균열이 발생하게 된 것이겠지. 그 때문에 몬스터들이 제멋대로 드나들 수 있게 된 것이고. 물론, 이 모든 것은 내 가설이다. 하지만… 아마 그것이 진실이겠지. 그러니까…… 내 말의 요지는… 너는 학교에 있으면 안 되는 인간이다. 너는 네가 만들어 낸 상황에 책임을 져야 한다. 너 때문에 전 세계는 혼란에 빠졌다.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일반인이 몬스터에게 공격당해 죽었을 수도 있다.”

정적만이 흘렀다.

맞는 얘기였다.

확실치는 않지만, 가설과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본다면 분명 최한과 저 무기 때문에 세상이 이렇게 변해 버린 것이다.

“너만이 할 수 있다. SSS급.”

그의 마지막 한마디에 최한이 입을 열었다.

“알고 있다. 나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도. 이 힘으로 세계를 구해야 한다는 것도. 하지만…… 아직 세상이 망하지 않았잖아? 이기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몬스터가 현실에 나타나도 너희들 길드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어. 그러니까…… 나중에 뭐 너희의 힘으로 해결이 안 되거나, 정말… 인류가 멸망할 정도의 일이 생긴다면…… 그때 도와줄게. 인류가 망하면 학교에 못 다니니까.”

곁에서 듣고 있던 조일환 선생의 입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브로스 길드장의 얼굴에 짜증이 솟구치며, 입에서는 한숨이 쉬지 않고 나왔다.

최한이 몸을 돌려 센터장을 바라보았다.

“파랭이랑 말이 안 통하네. 아저씨 똑똑하다 했죠? 이 무기에서 나오는 힘에 이끌려 몬스터들이 찾아오는 거니까, 이 무기의 힘을 몬스터들이 못 느끼게 할 수 없을까요? 이거 뭐 봉인이나, 막 몬스터 볼에 넣는다거나 그런 거 없을까요? 선물 받은 거라 버리기도 그렇고…….”

센터장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연구해 보죠. 꼭 도움이 되겠습니다!”

“고마워요, 아저씨.”

그때, 그들의 웃음을 지우는 목소리가 들렸다.

“잠깐! 누구의 허락을 맡고 연구한다는 거냐? 이 길드의 길드장은 나다. 아무리 연구 센터의 센터장이라도, 내가 명령한다면 연구를 진행 못 하지. 어떡할 거냐, 최한. 내가 그 연구를 진행하지 못하게 한다면….”

최한이 머리를 긁적였다.

“뭘 물어…. 브로스 길드 없어지는 거지.”

툭 내던진 말이었지만

그 장소에 있는 모든 이들은 알 수 있었다.

진심.

그리고 말을 뱉어낸 남자는 그것을 진실로 만들 수 있는 남자였으니까.

“…지구보다 빨리 멸망하긴 싫으니까. 하지만 명심해라, 최한. 넌 분명 우리에게 오게 될 것이다.”

최한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밖으로 나갔다.

* * *

방을 구경하는 아이들의 신난 목소리가 복도까지 들릴 정도였다.

“와! 대박! 엄청 좋아!”

“우와! 침대 진짜 편해!”

감탄사가 연신 뿜어져 나왔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브로스 길드, 그중에서도 능력자들과 몬스터를 연구를 하는 이곳 연구 센터에는 상상도 못 할 어마어마한 자금이 들어갔다.

모든 것이 최고의 품질과 최고급의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하지만.

아까워하지 않았다.

이곳에 들어간 돈이 수백 수천억이라도.

그 누구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이 센터로 인해, 센터장인 오지훈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도 가장 안전하며, 몬스터와 능력자 사업으로 돈을 가장 많이 버는 나라가 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으니까.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아아! 들리냐?]

최한의 목소리가 방송을 타고 흘러 나왔다.

아이들이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자 이제 훈련 시작하자!]

.

.

.

.

“최한, 이 나쁜 새끼!”

“최한, 만나면 죽여 버리겠어!”

“으아아아! 최한!”

풀숲을 가로지르는 아이들의 표정에 짜증이 서려 있었다. 꼬질꼬질해진 얼굴과 푸석푸석해진 피부가 그들의 고단함을 나타내 주었다.

“진짜 죽여 버릴 거야!”

아이들의 외침이 섬을 채웠다.

* * *

조금 전.

브로스 길드 연구 센터 내부.

A – 375번 방.

차가운 기계들이 즐비한 넓은 방에 D반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무엇에 사용하는지도 모를, 처음 보는 기계 장치들이 방 한쪽에 가득했다.

“이번 전지훈련의 요지는 체력과 근력을 기르고 전투의 기본 감각을 키우는 거야. 체육대회 경기 준비는 돌아가서 하는 걸로 하자.”

최한의 목소리가 아이들에게 향했다.

D반 아이들의 표정이 아직 들떠 있었다. 몇몇은 시선을 아예 최한이 아닌 기계 쪽으로 향해 있기도 했다.

최한이 아이들의 표정을 확인한 뒤 이어 말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실전 감각이야. A반 녀석들은 자신의 마력만 믿고 있어. 그 점을 노리는 거야. 솔직히 너희는 너무 감각이 없어. 몬스터와 싸우건, 사람과 싸우건……. 아무튼 그럼 훈련에 대해 설명해 줄게. 우선 D급 능력을 받은 사람은 나를 기준으로 왼쪽에, 능력이 없는 사람은 오른쪽으로 나눠 서 줄래?”

아이들이 능력자와 일반인으로 나눠 섰다.

“훈련은 두 팀으로 나눠서 진행할 거야. 1팀은 능력자, 2팀은 비능력자 팀으로 부를게. 1팀 능력자 팀은 마력 개방 훈련을 받을 거야. 내가 알기로는 부기와 지현이 빼고는 아직 마력 개방한 사람이 없는 걸로 알고 있어. 내 목표는 이번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갈 때 1팀에 있는 너희 모두 마력을 개방하는 거야.”

1팀에 서 있던, D급을 받은 능력자들의 얼굴에 방금과는 다른 진지한 표정에 새겨졌다.

마력 개방.

쉬운 일이 아니다.

분명 남들 모르게 훈련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D급의 마력 개방은 더욱 어렵다.

그러나 최한의 목소리 속에는 그 어떤 긴장이나, 거짓도 없었다.

분명 무언가 생각이 있는 것이다. 목소리에 자신감이 붙어 있었으니까. D급 능력자 학생들은 그를 믿어 보려 했다.

그때, 부기의 손이 들렸다.

“나랑 지현이는 마력 개방했는데, 우린 뭐 하냐?”

최한이 대답했다.

“너희도 똑같이 훈련받을 거야. 단지…… 너희 둘은 역할이 좀 있지…. 그건 이따가 알려줄게.”

최한이 고개를 돌려 2팀을 바라보았다.

“자, 2팀. 비능력자 팀은 실전 감각을 키울 거야. 전투, 몬스터의 약점 및 합동 공격. 몇 배나 강한 상대를 상대하려면 혼자 힘으론 안 돼, 팀을 이루어야 하지. 너희는 혼자가 아닌 팀으로 강해지는 거야. 그리고 기본적으로 너희는 무기를 다룰 줄 알아야 해. 인간의 몸으로 아무리 강해진다 해도 능력자들을 이길 수 없어.”

2팀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맞는 말이었다.

아무리 인간의 몸으로 근력을 키우고 강해진다 해도, 능력자들의 그 비상식적인 힘에는 당해내지 못한다.

“뭐… 우리 반 전체가 해당되는 사항이긴 하지만 너희는 너무 실전 감각이 없어, 동물 같은 감각. 피하지 않으면 죽는다. 지금 공격하면 죽는다. 막 촉이란 게 있거든? 뭐, 말해도 모를 것 같긴 한데. 아무튼 실전 감각 키우는 게 2팀의 제일 큰 목표야. 아마 목숨을 걸고 전투를 해 보지 않아서 그런 걸 거야. 그러니까…….”

최한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 기분 나쁜 미소와 웃음소리가 퍼짐과 동시에, 뒤쪽에 있던 기계 장치가 작동되기 시작했다.

기계음이 울려 퍼지며, 기계 장치에서 불빛이 번쩍였다.

지진이 난 듯 땅이 울렸다.

“꺄아악!”

아이들의 비명이 이어졌다.

그리고.

아이들이 딛고 있던 바닥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D반 아이들이 끝이 보이지 않은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최한의 곁으로 센터장이 다가왔다.

“정말 괜찮겠어? 지하는 능력자들을 훈련시키려고 만든 인공 섬인데……. 늑대나 야생동물은 기본이고 몬스터들도 많이 풀어놨는데….”

최한이 아이들이 떨어진 어둠뿐인 그곳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목숨이 위험하면 위험할수록……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 * *

“아야….”

“깜짝이야…. 죽는 줄 알았어….”

“놀이기구 탄 기분인데….”

D반 아이들의 안도한 목소리가 들렸다.

친구들의 상태를 살피며 자신의 몸들을 만져 보았다.

“살아 있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조금 전, 기계들이 가득했던 방에서 최한에게 훈련에 관해 듣고 있었다.

그러다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갑자기 발밑에 감각이 없어지더니 그대로 떨어지듯 몸이 아래로 향했다.

너무도 빠르게 일이 일어났다.

주위에는 어둠밖에 보이지 않았다.

놀란 가슴을 차분히 진정시켰다.

아이들이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금 있던 방과는 전혀 다른 공간이었다.

공간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했다.

높은 하늘이 보였고, 높은 산이 보였다. 푸른 나무들이 가득한 산이 있었고, 머리가 벗겨진 벌거숭이, 산도 보였다.

아이들이 시선으로 보이는 것들을 차근차근 담았지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절을 한 것도 아니었고,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전혀 다른 장소에 와있었다.

그때.

아이들의 귀를 세우게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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