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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21화 (22/211)

21화

“으아악!”

고통스러운 비명이 울렸다.

폭군 도마뱀의 입속에 갇힌 홍철과 아이들이, 죽을힘을 다해 폭군 도마뱀이 입을 다물지 못하게 버티고 있었다.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아이들이 살아 있다는 생각에 민섭은 조금 안도했다.

원래라면 몇 초도 버티지 못하고 몸이 찢겨 나갔을 것이다.

민섭이 뒤쪽, 작은 산 능선에 몸을 숨기고 있는 아이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겁에 질려 몸을 웅크린 다른 아이들과 달리, 혼자 이 상황에 맞서고 있는 한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전지현.

그녀는 자신이 가진 마력을 모두 쏟아내 아이들에게 전하고 있었다.

전지현의 표정이 고통으로 물들어갔다.

“꾸에에엑!”

폭군 도마뱀이 울음소리를 내며 크게 머리를 흔들었다.

입속에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점점 더 위태로워져 갔다.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다.’

폭군 도마뱀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민섭이었다.

민섭이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구할 수 있지.

최한….

그래 최한…….

“최한! 살려줘! 아이들이 위험해!”

민섭이 미친 듯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떤 반응도 돌아오지 않았다.

“훈련이란 거 알아! 우리끼리 살아남아야 하는 것도 알아! 하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어! 최한! 듣고 있어? 제발!”

정적.

작은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젠장…… 보고 있지 않는 건가……. 아니면 이것도 스스로 해결하라는 건가……?”

민섭의 주먹이 떨렸다.

언제나 최한에게 기대기만 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우리도 우리의 힘으로 해결하려 했다.

그런데 자신의 실수 때문에…….

작전이 실패했다.

민섭의 시선이 폭군 도마뱀의 입속으로 향했다.

“으아악!”

“더… 더 이상은….”

“김아진! 포기하지 마! 우리 다 죽어!”

크게 흔들리는 폭군 도마뱀의 입속에서 죽을힘을 다해 버티고 있는 아이들이 보였다.

‘침착하자…. 우리가… 아니, 내가 해결해야 해. 방법이 있을 거야. 제발….’

입술을 질끈 깨물며 어떻게 해서든 대책을 생각해내려는 민섭이었다.

그때.

띠리리링!

주머니 속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장미의 전화였다.

“여보…세….”

[ 야! 이 미친놈아!!! ]

“윽…….”

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날아온 장미의 고성에 민섭이 귀를 움켜쥐었다.

[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기에 폭군 도마뱀이 깬 거야! ]

“미안…. 다 나 때문에….”

[ 하…. 뭐 일이 벌어진 건 어쩔 수 없으니, 잘 들어. 이대로 가다간 배 속에 있는 부기뿐 아니라 홍철이랑 다른 애들까지 다 죽게 될 거야. ]

아이들의 죽음.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떨려왔다.

장미의 떨리는 목소리처럼 민섭의 손도 떨려 왔다.

“다 나 때문이야…. 차라리 내가 입속에 있었어야….”

[ 그만! 너까지 그러면 안 돼! 실수는 실수고, 지금은 아이들을 구하는 게 먼저야. ]

“방법이 없어. 최한에게 구해달라고 소리쳤지만, 어떤 반응도 오지 않아…. 내가 조금만 더 강했어도….”

민섭의 얼굴이 구겨졌다.

[ 걱정 마. 내가 작전을 하나만 계획해 둔 줄 알아? 혹시나 이런 일이 있을까 대비해서 플랜B를 준비해 놨어. ]

민섭의 표정에 희망이 깃들었다.

“장미야…….”

[ 암튼! 진짜 시간이 없으니 잘 들어. 기회는 한 번뿐이야. 이번에도 실패하면 모두 다 죽을 거야. ]

“…….”

민섭이 마른침을 삼켰다.

[ 폭군 도마뱀의 다리 사이, 그러니까 꼬리가 시작되는 부분에 보면 그… 동그란 그…. 암튼 그게 보일 거야. 그걸 있는 힘껏 때려. 그럼 일 분 정도는 움직임을 멈출 수 있을 거야. ]

“동그란 거? 그게 뭔데? 좀 더 자세히 말해줘야지.”

[ ……. ]

민섭은 대답을 기다렸지만 묵묵부답일 뿐이었다.

“장미야. 듣고 있어? 동그란 게 뭔데? 야! 장미!”

[ 아이! 넌 왜 그렇게 애가 눈치가 없냐! 그러니까 여자 친구가 없지! 그냥 하라면 해. ]

민섭이 볼을 긁적였다.

“아니…. 내가 뭘 잘못했나……. 몰라서 물어보는 건데…….”

[ 암튼 시끄럽고! 한 방에 성공해야 한다. 온 힘을 다해 때려야 해. 성공하면 원래 하려던 작전대로 목젖 치고. 빨리 움직여! ]

“아니…. 왜 갑자기 큰 소리지…….”

뚝-.

휴대폰을 집어넣은 민섭이 폭군 도마뱀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입속에 있는 아이들 때문에 온통 신경이 그쪽으로 쏠려 있어, 빠르게 움직이면 몸 아래로 들어가기는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단지.

머리를 흔들며, 함께 다리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기에, 자칫 잘못하다간 저 큰 발에 깔려 즉사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가야 한다.

자신의 실수는 스스로 해결하고 싶었다.

그리고 최한에게 배웠다.

당당해지는 법을

괴롭힘을 당하지 않는 법을….

자신은 약하지만, 단 하나 최한이 칭찬해준 것이 있다.

용기.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자신을 믿는 것.

민섭이 강하게 땅을 찼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폭군 도마뱀을 향해 달려갔다.

떨어지는 발 구름을 피해 폭군 도마뱀의 양다리 사이에 들어왔다.

고개를 들었다.

확연히 어두워진 시야였지만, 장미가 말한 그것을 단번에 찾을 수 있었다.

“아…. 그래서….”

이제나마 장미의 반응이 왜 그랬는지 깨달았지만, 그리 오래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민섭이 오른손의 주먹을 꽉 쥐었다.

기회는 한번.

다시 도전할 시간 따위 없다.

힘이 모자라면 끝이다.

“할 수 있다. 터져라!”

민섭이 온 힘을 다해 뛰어올라 주먹을 날렸다.

방울을 향해서.

퍽!!!!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꿱!!!!!”

터져 버린 몬스터의 단말마와 함께 그 거대한 몸이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민섭이 두 손을 모았다.

“같은 남자로서 미안하다….”

폭군 도마뱀이 쓰러지자 입속에 있던 홍철과 아이들이 소리쳤다.

“김민섭!”

“손 후들거려….”

“빨리!!!”

아이들의 외침에 민섭이 폭군 도마뱀의 입을 향해 달렸다.

“이번엔 실패하지 않아!”

민섭이 활시위를 당기듯 주먹을 뒤로 당겼다.

온몸의 근육을 긴장시켰다.

작은 흐트러짐도 있어선 안 된다.

‘한 방에…….’

총알이 날아가는 것처럼

민섭의 몸이 단번에 튀어 나갔다.

온 힘을 다해 입을 벌리고 있는 아이들을 지나 폭군 도마뱀의 입속에 순식간에 도달했다.

비릿한 피 냄새와 찐득한 침을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꿈틀거리는 혀를 지나쳤다.

입천장에 매달린 작은 방울 주머니가 보였다.

펀치 기계가 떠올랐다.

민섭이 지금까지의 추진력을 담아 주먹을 날렸다.

폭군 도마뱀의 목젖을 정확히 강타한 주먹이 멈추지 않고, 목의 가장 안쪽 부분까지 때렸다.

“후…… 후…….”

그 한 방에 온몸의 힘을 모두 소진한 민섭의 입에서 거친 날숨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꾸르르륵-.

기분 나쁜 소리가 들리자마자, 민섭의 온몸이 토사물에 휩싸였다.

힘겹게 폭군 도마뱀의 입을 벌리고 있던 홍철과 아이들까지 토사물에 쓸려 입 밖으로 멀리 날아갔다.

“꾸에에엑! 꾸에엑!!!”

비명 섞인 울음소리가 대지를 갈랐다.

고통에 신음하는 폭군 도마뱀이 바닥을 뒹굴었다.

노란 액체를 뒤집어쓴 민섭이 몸을 세워 얼굴을 닦으며 소리쳤다.

“됐어! 성공했어!”

주위에 함께 떨어져 있던 홍철과 아이들도 온몸을 뒤덮은 토사물을 손으로 닦아내며 말했다.

“그래…. 고생했다….”

“아…. 냄새…. 그냥 죽는 게 나았으려나….”

“그런 말 마라, 아진아. 살아 있다는 거에 감사하자. 장미한테 복수해야지…….”

민섭이 아이들이 무사한 것을 보고 이제야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쿨럭!! 쿨럭!!! 켁!! 아…… 살아 있는 건가…….”

노란 토사물이 잔뜩 달라붙어 있는 한 남성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장부기!!!”

민섭이 부기에게 달려가 와락 안겼다.

“냄새나…… 민섭아……. 그런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장미의 작전이 있었어. 여기 있는 홍철이랑 아진이, 종훈이뿐 아니라 저 멀리서 지현이가 도와준 덕분에 널 구할 수 있었어!”

상황을 이해했는지, 살았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장부기가 깊은 날숨을 내쉬며 미소 지었다.

“진짜 소화되기 전에 구하러 왔잖아. 전지현한테 고맙다고 해야겠군. 아니… 우리 반 모두에게 고맙다고 해야겠어.”

민섭과 아이들이 눈을 맞추며 함박웃음을 보였다.

아진이 말했다.

“기분들은 이해한다만 우리 빨리 도망쳐야 해. 폭군 도마뱀이 다시 일어나면 또 위험해질 거라고.”

아이들이 단번에 웃음을 지우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빨리 벗어나자.”

몸을 돌리려던 민섭의 움직임이 멈췄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아이들의 시선이 민섭이 바라보고 있는 방향으로 모이려던 순간.

“피해!!!!!!”

전지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째서…….

능선에 있어야 할 전지현의 목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리는 것인지…….

왜…….

부기가 마력을 쓴 채, 민섭이를 향해 뛰어가고 있는 것인지…….

세상이 느리게 보이는 것처럼….

모든 아이들의 시선이 민섭에게로 모였다.

그리고.

치지지지직!!!!!

물줄기가 터져 뿜어져 나오는 것처럼.

민섭의 몸 위로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아올랐다.

순식간이었다.

아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가늠조차 안 되었다.

분명 작전은 성공했고, 이제 도망치기만 하면 됐는데….

그랬으면 모두가 최한 욕을 하며…. 남아 있는 시간 동안 훈련을 했을 텐데….

턱-.

민섭의 몸이 휘청거리며 무릎을 꿇었다.

자신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파악하지 못했다.

그저.

뜨거웠다.

오른팔이 너무 뜨거웠다.

이런 고통은 느껴본 적이 없었기에….

뜨겁다는 생각 말고는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안 돼!!!!! 으아악!!!!”

부기가 민섭의 곁에 도달했다.

그런데 어째선지 그의 얼굴에는 민섭보다 더욱 고통스러운 표정이 지어져 있었다.

“안 돼!!! 안 돼!!! 안 돼!!!!”

민섭을 껴안은 부기가 울부짖었다.

“민섭아!!!!”

“어떻게 이런 일이…….”

“안 돼!!!! 아직… 아직…… 서번트가 되지도 못했는데…. 아직…… 아직… 민섭이 꿈이…… 남아 있는데….”

주위에 있던 아이들의 목소리마저 슬픔이 가득했다.

슬픔 아니, 그 속에 분노도 있었고, 연민도 있었다.

‘무슨 일일까….’

민섭은 자신을 껴안고 있는 부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왜 부기가 이토록 울고 있는지….

왜 아이들이 자신을 보며 이렇게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지….

자신을 끌어안은 부기의 옷이 온통 붉게 물들어 갔다.

“아…… 완전히 죽여 버리려고 했는데…… 하필 공룡 새끼가 딱 일어나서 빗나갔네. 칫!”

남자의 목소리.

처음 들어보는 야비한 목소리였다.

목이 잘린 폭군 도마뱀의 머리 위에 서 있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인간…… 인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허나 피부색이 보라색이었다.

진한 보라색…….

피부색에 여러 가지가 있다고는 하지만, 지구상에 저런 피부색을 가진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인간이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었다.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그 모습은 분명 인간의 눈을 하고 있었고, 아이들을 향해 내뱉은 그 얄팍한 목소리는 인간과 같은 입술을 지나쳐 나왔으니까….

단지.

그가 인간이건 아니건….

이미 아이들에게 그는…….

친구의 꿈을 짓밟은…….

친구의 미래를 빼앗아 간….

분명한.

적이었다.

“왜…… 왜!”

장부기가 적을 향해 소리쳤다.

“민섭이 팔을 자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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