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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25화 (26/211)

25화

“뭐…… 뭐라고요!!!!”

아이들의 목소리가 식당을 가득 채웠다.

아이들의 시선이 민섭에게 향했다.

“다시 한번 이야기해 드리지요. 예언에 나온 신을 끌어내릴 인간……. 예언의 반역자가 바로 여기 있는 민섭 군입니다.”

정작 당사자인 민섭은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인지 눈만 껌뻑이고 있었다.

“와…….”

“맙소사…….”

“식스센스는 아무것도 아닌데…….”

“인류 최약 병기인 민섭이가 신을 끌어내릴 존재라니…….”

아이들의 벌어진 입이 한참이 지나도록 다물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제가…… 예언의 존재…….”

민섭이 얼떨떨해하며 허공만 바라보았다.

“지금 현 시간부로 정부를 포함한 브로스 길드가 민섭 군의 안전을 위해 24시간 쉬지 않고 보호할 것입니다. 당신은 어쩌면…… 인류의 마지막 희망일 테니까요.”

가만히 듣고 있던 최한이 입을 뗐다.

“24시간이면 보호가 아니라 감시 아니야?”

날카로운 질문에도 오지훈 센터장의 표정은 담담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하지만 저도 민섭 군을 구속하거나 하기는 싫습니다. 학교 생활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두 명의 인원만 교대로 붙여 놓을 생각입니다. 강압적으로 하면 브로스 길드가 먼저 없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최한과 아이들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배려.

기본적인 학교 생활만 보장해 준다면, 보호를 받는 것도 나쁜 것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언제 어디서 또 천사가 나타날지 모르니까.

확실히 언제까지고 최한이 옆에 붙어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오지훈 센터장이 말을 이어갔다.

“그럼… 두 번째 예언…… ‘28번째 인간의 왕이 나타나면, 세계를 끝낼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는 인간의 왕과 세계를 끝낼 전쟁입니다.”

화면이 넘어가며 오래돼 보이는 그림이 나타났다.

“세계를 끝낼 전쟁…… 유다가 쓴 예언의 첫 줄을 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신과 악마 그리고 인간의 전쟁….”

“라그나로크.”

작게 튀어나온 목소리에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곳엔 장미가 있었다.

오지훈 센터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라그나뢰크라고도 불리는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신과 인간 세계의 종말……. 특히 신의 멸망을 나타나는 말이기도 하죠.”

오지훈 센터장이 화면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신과 악마 그리고 인간의 전쟁……. 세계의 종말은 예전부터 예견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다가 정확한 그 시간을 우리에게 알려주었죠…. ‘28번째 인간의 왕이 나타나면’ 이라고….”

오지훈 센터장의 눈이 감겼다.

“인간의 왕은 예로부터 그 신을 칭하고 있었죠…… ####.”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빨려 들어갔던 날숨이 뱉어지지 못하고 그대로 멈춰 버렸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아니, 숨을 쉬는 법조차 까먹은 것 같았다.

침묵이 이어졌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여기서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누구도 알지 못했다.

“바뀌는 건 없어. 예언에 나오는 신을 끌어내릴 인간이 민섭이라도 변하는 건 없어. 우린 그저 인류 최약 병기 김민섭과 어떤 몬스터도 한 방에 해치우는 최한이 있는 D반일 뿐이야.”

최한의 밝은 목소리가 침묵을 깨트렸다.

“풉!”

“하하하.”

“하하하하하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퍼져 갔다.

“인류 최약 병기래.”

“자기 입으로 어떤 몬스터도 한방에 해치운대.”

민섭과 최한의 얼굴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단 한 사람, 오지훈 센터장의 얼굴에만 그늘이 져 있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절대 변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걸…….

저렇게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엄청난 중압감을 느끼고 있으리라는 것을.

최한이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에…… D반 아이들은…… 그가 지키려는 민섭은…….

최한의 발목을 잡는 유일한 약점이 될 것임을.

오지훈 센터장이 표정을 숨긴 채 밝은 목소리를 내었다.

“우선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지요. 여러분이 지금까지와 같은 학교 생활을 할 수 있게, 브로스 길드의 수석 과학자인 이 오지훈의 이름을 걸고 브로스 길드와 정부가 도울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짝짝짝짝.

“오! 멋있어요. 이제 아저씨라 안 부를게요!”

“아, 진짜 천재 맞구나!”

“브로스 길드의 보호라니!!!”

“D반이라 행복해.”

아이들의 밝은 목소리가 오지훈 센터장의 마음속을 찔러댔다.

“그럼 이렇게 하지요. 최한 군과 민섭 군은 바티칸에 다녀오시지요. 저희 브로스 길드의 전용기를 빌려 드리겠습니다. 길드장님께도 지금 바로 전화드려 바티칸에 가지고 갈 서신을 준비해 놓겠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분들은…….”

오지훈 센터장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제가 훈련시켜 드리죠. 새로운 전지 훈련의 시작입니다. 신들의 적인 민섭 군과 함께하려면 분명 여러분도 강해져야 할 것입니다. 차근차근 강해지면 됩니다. 작은 목표부터 하나씩……. 그 첫 번째로…… 3주 뒤에 있을 체육대회… 1등이 목표입니다.”

“엥?”

“목표가 너무 높잖아요! 아저씨!”

최한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아저씨라 안 부른다매.”

오지훈 센터장의 얼굴에 자신감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D반 아이들에게 전체적으로 부족한 실전 감각을 키울 것. D급 인원들은 마력을 개방할 것. 비능력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무기를 찾을 것. 그리고 친구들을 믿고 팀으로 싸우는 법을 배울 것. 마력 개방을 한 지현과 부기는… 자신의 한계를 넘을 것…. 이것이 지하에서 있었던 사고의… 첫 번째 보상입니다. 그러니… 잘 다녀오시죠, 바티칸에.”

* * *

바로 다음 날.

“다녀올게요.”

최소한의 짐만 챙긴 최한과 민섭이 브로스 길드의 전용기에 올라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꼭 제가 한 말 명심해야 합니다. 절대 기사단과 싸우지 않을 것…… 절대… 소란을 피우지 않을 것. 대통령님과 길드장님의 날인이 있는 편지가 있으니 소란 피우지 말고 바로 교황청에 가서 치료만 하고 오십시오.”

최한이 잔소리에 얼굴을 찡그렸다.

“와…. 진짜 투머치토커네. 뭐 이리 걱정이 많아요?”

오지훈 센터장이 사람 좋아 보이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야 이렇게 말해도 가서 최한 군이 사고 칠 게 뻔히 보이니까요.”

“풉!”

민섭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최한의 눈초리가 화살촉 모양으로 변했다.

“김민섭 너…….”

“아, 미안, 미안. 나도 모르게…….”

최한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뭐…… 알겠어요. 소란 피우지 않게 노력은 해볼게요.”

“근데… 이분은 누구시죠?”

민섭의 시선으로 한 남성이 보였다.

“아! 소개를 깜빡했군요. 이분은 브로스 길드의 간판….”

오 대 오로 가르마를 탄 머리를 어깨까지 늘어트린 남성이 말을 잘랐다.

“스타인 마수아의 팀에서 힐러를 맡고 있는 A급 힐러 윤강산이다. 잘 부탁한다.”

“말투를 보아하니 이 사람도 아재 개그 좋아하는 사람인가 보네. 브로스 길드는 뭔 다 아재밖에 없냐….”

최한의 목소리에 윤강산과 오지훈 센터장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오지훈 센터장이 목기침을 하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분명 브로스길드의 간판 스타는 마수아 헌터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능력이 좋은 A급 힐러 윤강산 님도 브로스 길드의 간판 스타 중 한 명입니다. 그리고 이분이 동행하는 이유는 이분만 유일하게 이탈리아어를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머리를 긁적이는 윤강산이 최한을 보며 말했다.

“아무튼 통역 역할로 함께하게 되었으니 부탁인데… 사고 치지 마라, SSS급. 그리고 우리 저번에 한 번 본 사이인데….”

최한이 윤강산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다 박수를 쳤다.

“아… 나 처음 왔을 때 봤던…… 핑크 대가리 팀원이었군요. 오랜만이네요.”

“그래도… 좀 적응했나 보네. 처음 볼 때는 지가 더 나이 많다고 반말하더니.”

최한이 어색한 웃음을 보였다.

“하…하…. 뭐, 그때는 진짜 이쪽 세계로 넘어 온 지 얼마 안 돼서…….”

흑역사.

최한의 머릿속에 그 단어만이 맴돌았다.

“아무튼 윤강산 님에게도 민섭 군에 대한 얘기는 어느 정도 해놨습니다. 그래야 함께할 때 편하고, 도움이 돼주실 테니까요.”

윤강산이 민섭의 팔로 시선을 옮겼다.

“S급 성녀 마리아는 정말 고칠 수 있는 건가? A급인 나와도 하늘만큼 능력 차이가 나는군…….”

말을 마친 윤강산의 시선이 최한에게 향했다.

“S급이 이 정도인데 SSS급이면…. 최한이라고 했나? 차라리 바티칸 쓸어버리고 성녀를 구출해서 데리고 오면 어때? 그게 더 빠를 거 같은데?”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예요, 윤강산 님!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사고 치지 말라고 얘기했는데!”

오지훈 센터장이 노발대발 화를 냈다.

무언가 궁금해진 민섭이 윤강산에게 물었다.

“성녀를 구출하자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윤강산과 오지훈 센터장의 눈이 마주쳤다. 어둡게 변한 그들의 표정 뒤로 오지훈 센터장이 결심한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윤강산의 입이 열렸다.

“바티칸의 성녀, 통칭 마리아……. 그녀는 바티칸에 있고 싶어서 그곳에 있는 게 아니야. 억지로 있는 거지……. 능력자 검사에서… S급의 힐러 그리고… 성녀의 특성을 받은 바람에…….”

오지훈 센터장이 말을 덧붙였다.

“이것은 조금 높은 지위나 탑클래스 헌터들이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죠. 그녀는 던전에 들어가지도 않고, 힐러인데 헌터들을 고치지도 않고 있죠. 그녀가 하는 일은 두 가지. 바티칸시국을 지키는 결계를 치는 것, 그리고… 성역에 갇혀 자신의 힘을 원로들에게 바치는 것. 여기서 성역은 말이 성역이지 그냥… 바티칸 지하에 갇혀 있는 것입니다.”

최한의 미간이 구겨졌다.

“하…… 어째 인간들이 더 몬스터보다 나쁜 것 같다니까… 난.”

오지훈 센터장이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바꿨다.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고. 잘 다녀오시죠, 모두…….”

최한이 먼저 몸을 돌렸다.

“그럼 다녀올게요.”

민섭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 뒤 최한을 뒤따랐다.

“다녀오겠습니다. 센터장님.”

윤강산이 고개를 저으며 오지훈 센터장과 악수했다.

“S급인 마수아도 내가 어떻게 못 하는데, SSS급 저거를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최대한 사고 안 치게 해볼게. 뭐, 사고 쳐 봐야 바티칸밖에 더 사라지겠냐?”

오지훈 센터장이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그렇게 되지 말라고 힐러님 보내는 거라니까요.”

“휴… 최대한 막아볼게…. 간다.”

오지훈이 전용기 안으로 들어서는 인원들을 보며 소리쳤다.

“절대 사고 치지 말아요! D반 아이들은 내가 잘 훈련시키고 있을게요! 오면 깜짝 놀랄 정도로 강해지게 할 테니까… 제발… 제발…… 최한 군! 사고 치지 말아요!!!”

그렇게 바티칸으로 향하는 비행기가 출발했다.

* * *

12시간을 넘게 날아간 비행기.

그리고.

정확히 비행기에서 내린 지 12분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다….

“야 이 X새끼들아! 애가 죽을 뻔했는데 기도만 하고 있어! 너희들이 그러고도 인간이냐! 기도하면 신이 구하러 와주기라도 하냐! 내가 열 받아서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윤강산과 김민섭의 고개가 떨궈졌다.

“내가 화병 나서 죽는 게 빠를지, 지도에서 바티칸이 지워지는 게 빠를지 한 번 해보자!”

오지훈 센터장의 걱정보다도 더 빨리 최한이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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