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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26화 (27/211)

26화

* 본 소설 속에 나오는 지명과 역사, 명칭들은 모두 소설적 허구입니다. 도시명과 지명을 썼을 뿐이지 전혀 실제와 다른 만들어 낸 이야기입니다.

* * *

브로스 길드의 전용기가 12시간이 넘는 긴 비행을 마치고 착륙했다.

8시간의 시차.

이곳의 시간은 정오쯤 된 것 같았다.

바티칸 시국.

정확히는 이탈리아의 로마시, 안에 있는 도시 국가이다.

가톨릭교의 총본산이자…….

교황을 원수로 하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독립 국가인 셈이다.

성청이라 불리는 로마교황청에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내린 최한과 일행들이었다.

한국과는 다른 건물들의 생김새가 눈에 들어왔다.

원형의 기둥들이 훤히 드러난 건물들이 대부분이었고, 색을 칠하지 않은 본연의 색을 간직하고 있었다.

오랜 비행으로 뻐근해진 어깨를 움직이며 윤강산이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할 거지? 바로 교황청으로 갈 건가?”

“뭐, 놀러 온 것도 아니니 시간 끌 필요 없겠죠.”

최한이 지친 기색 하나 없이 걸음을 옮겼다.

민섭과 시선을 마주친 강산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최한을 앞질러 앞장을 섰다.

“그래, 괜히 돌아다니다 이상한 일에 휘말리는 것보다는 바로 원로들을 만나는 게 더 낫겠지.”

민섭이 걸음을 서둘러 최한과 속도를 맞췄다.

“맞아요. 오지훈 센터장님도 그렇게 소란 피우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바로 교황청으로 간다면, 브로스 길드장님과 대통령님이 써준 편지가 있으니, 어쩌면 굉장히 간단하게 일을 마무리하고 돌아갈 수도 있을 거예요.”

최한이 먼 풍경을 바라보며, 딴청을 부렸다.

“뭐… 누가 들으면 내가 맨날 사고만 치는 줄 알겠다. 나도 부탁하러 온 입장인 것쯤은 알고 있다고….”

민섭과 윤강산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그래. 빨리 친구 팔 치료하고,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가자고.”

그렇게.

말 한 지 오 분도 되지 않았다.

“끼야약!”

눈앞에서 불을 뿜고 있는 살라만더를 보며 윤강산과 민섭의 표정이 굳어졌다.

“평화롭게 흘러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는데…… 어떻게 5분도 되지 않아서 이렇게 무참히 깨질 수가 있지?”

“이게 그 사망 플러그라는 거예요…… 하…….”

살라만더(salamander)

작은 도마뱀의 형태를 하고 있는 몬스터.

화염 속에 살고 있으며, 몸은 어떠한 고열에도 버틸 수 있다고 일컬어진다.

# # #

이름 : 살라만더(salamander)

나이 : ???

성별 : 남

종족 : 불도마뱀

능력치

근력 : C

민첩 : B

내구 : B

체력 : C

마력 : B

SKILL

[화염의 가호]

불에 대한 내성을 가지고 있다.

상위의 화염 계열 스킬로 공격당해도 피해 입지 않는다.

[파이어 월]

자신이 지나간 땅에 꺼지지 않는 화염 길을 만든다.

EPIC

살라만더의 부산물은 전부 상급 화염 방어구를 만드는 재료이다.

최종 등급 : B

# # #

그저 몬스터가 나타나기만 했다면, 이렇게 단전부터 끓어오르는 한숨 따윈 쉬지 않았을 것이다.

“이 정도라고? 이건 이미 정도가 지나치잖아.”

최한의 탄식 섞인 목소리가 울렸다.

기도하고 있었다.

도망가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고 그 자리에 서서….

동요하지 않고, 차분해 보이기까지 한 그 모습을 유지한 채…….

상인들과 행인들 할 것 없이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었다.

남녀노소

무너져 버린 건물과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타고 있는 나무들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최한과 민섭은 알아듣지 못할 언어로 계속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최한이 윤강산을 보며 물었다.

“사람들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예요?”

윤강산의 시선이 과일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남성에게 향했다.

“악마가 나타났습니다. 두렵지만 도망치지 않겠습니다. 분명 주님이 저 악마를 물리칠 기사를 보내 주시겠지요.”

말을 마친 윤강산이 고개를 돌려 벤치에 앉아 있는 노부부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주님을 시기한 악마가 또다시 나타났습니다. 성령의 힘으로 저희들을 지켜주시옵소서. 악을 용서치 마시옵소서.”

“악마를 처단할 기사들을 보내주시옵소서. 정십자 기사단이시여 빨리 이곳으로 와서 저희를 지켜주세요. 아직 다음 주에 태어날 손녀의 얼굴을 보지 못했습니다.”

최한의 얼굴이 구겨졌다.

“눈앞에 몬스터가 나타났는데 도망치지 않고 뭐 하는 거야! 빨리 도망치라고!”

최한의 고성에도, 기도는 멈추지 않았다.

최한의 목소리가 들렸는지, 잠시 눈을 떠 흘겨보는 이도 있었고, 입으로는 기도를 멈추지 않은 채 지금도 최한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소용없을 거야. 한국말도 못 알아들을 테고, 설령 알아들었더라도 저들은…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신이 보낸 기사들을 기다릴 테지.”

윤강산의 목소리에 민섭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체 왜죠? 기도한다고 몬스터가 죽는 것도 아니고. 우선 목숨을 지키고 나서 기도를 해도 될 텐데….”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들의 얘기지. 저들은 다른 거야. 신에 대한 집착이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거지. 자신들의 기도를 들어주셨다는 그 만족감. 신과 통했다는 그 희열……. 자신은 사랑받고 있다는 걸…… 신의 자식이란 것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어 하지.”

최한의 주먹이 떨렸다.

“이런 건…… 믿음이 아니야…….”

“이미 신앙심이 자신의 모든 것들보다 소중해져 있을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지금 상황을 보아하니…… 이렇게 길들인 거겠지요. 적당한 때 기사단이 나타나 사람들을 구해줬겠지요. 그럼 신도들의 신앙심은 더더욱 깊어질 테니까…… 아마 이제 슬슬 나타날 때가….”

화르륵-.

건물 한 채가 불에 휩싸여 검은 연기를 자욱하게 뿜어냈다.

그때, 최한의 시선으로 작은 그림자가 거리의 중앙으로 튀어나왔다.

떨어져 있던 사과를 주워 웃음을 짓는 아이의 주위로 검은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안 돼! 제시!”

작은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던 여성이 가지런히 모았던 두 손을 풀며 소리쳤다.

“돌아와! 제시! 제발 도와주세요! 제시를…….”

아이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의 목소리에 바로 옆에 있던 금발의 남성과 가게 주인이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안 돼! 살려 주세요! 누가 제 딸을! 제발… 제발….”

알아듣지 못했다.

처절하게 울리는 여성의 목소리.

분명 이탈리아어를 들어보기는커녕 이탈리아조차 태어나서 처음 와보는 최한이었다.

하지만.

윤강산의 통역 없이도, 지금 최한의 눈에 보이는 저 여자가 하는 말을… 목이 찢어져라 소리치는 저 말을… 모두 알아들을 수 있었다.

저 멀리서 일정한 간격으로 쇳소리가 들렸다.

칭칭칭칭-.

갑옷끼리 부딪치는 소리인지, 철제 신발이 땅을 딛는 소리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소리가 조금씩 다가오는 것을 확인한 사람들의 눈이 떠지고, 그 갈색과 파란색의 눈동자에 희망이란 이름의 감정이 피어올랐다.

그렇다 해도.

아이가 죽는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죽지 않았지만, 어쩌면 죽은 것이다.

주위에 있는 어른들은 아이를 외면했고, 저 멀리서 달려오고 있을 그 기사들은 아이가 살아 있을 때까지 도착하지 못할 것이다.

아이는 분명 죽을 것이다.

그곳에 최한이 없었다면….

“아…. 짜증 나.”

펑!!!!!!!

큰 폭발음이 울렸다. 거리에 있던 모든 눈동자가 최한에게 모였다.

“야 이 X새끼들아! 애가 죽을 뻔했는데 기도만 하고 있어! 네놈들이 그러고도 인간이냐! 기도하면 신이 구하러 와주기라도 하냐! 내가 열 받아서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최한의 분노가 목소리를 타고 흘러나오듯, 아이의 모습을 지우던 살라만더의 몸이 갈기갈기 찢겨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기도만 하던 이탈리아인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내가 화병 나서 죽는 게 빠를지, 지도에서 바티칸이 지워지는 게 빠를지 한번 해보자!”

정적.

그 누구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

최한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사람 모두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압도적인 분위기.

한 방에 몬스터를 해치운 뒤.

자신들에게 소리치고 있는 저 젊은이의 표정을 보니…….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최한이 아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는 살짝 등을 밀었다.

아이는 개구쟁이 같은 표정으로 웃음을 보이고는 엄마를 향해 달려갔다.

아이는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처했던 것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

모르는 게 낫다.

이기적인 신앙심으로 자신의 죽음을 거들떠도 보지 않았던 어른들의 마음을…… 아직은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최한이 윤강산을 보며 말했다.

“지금 하는 말 좀 사람들에게 통역해주세요.”

윤강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도만 한다고 신이 손을 뻗어 주지 않아. 신은 그런 편리한 도구가 아니야. 그리고 눈앞에 죽음을 보고도 신만 찾는 너희들도 살인자야.”

그때.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도착했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대형을 이루고 있었다.

은색의 로브는 뛰어난 광채를 띠고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비싸 보이는 아이템이었다.

몬스터를 처리하기 위해 결성된, 높은 직위를 가진 토벌대 같았다.

그중 금발의 긴 머리를 가진 남성이 앞으로 나와 말했다.

“쥐 엠 페-.”

윤강산과 김민섭이 최한의 곁으로 다가왔다.

윤강산의 통역으로 대화가 이어졌다.

“내가 이들의 통역을 맡고 있소. 난 한국에서 온 브로스 길드의 A급 힐러 윤강산입니다.”

“한국이라…. 그건 됐고.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말이 들렸다. 네놈이 뭔데 우리 신도들에게 살인자라 말하는 것이냐? 그들은 신도의 역할을 아주 잘해 주었다. 바로 우리가 나타날 때까지 기도하는 것. 그것이 신을 모시는 사도들이 해야 할 유일한 한 가지다.”

칼날이 어느새 최한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윤강산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 그것은…… 엑스칼리버.”

전설급 아이템.

엑스칼리버.

금색의 칼날을 가진 전설의 검.

신이 악을 징치하기 위해 인간에게 내려준 가장 강한 무기.

바티칸에 전해지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며, 그 검을 가진 자는 신의 가호를 받는 세계 제일의 강함을 얻는다.

그리고.

그 검을 쓸 수 있는 이는.

신이 선택한 단 한 명의 인간.

바티칸의 수호자이자 신을 위해 싸우는 최고의 전사.

단 한 명이자, 최강의 존재에게 붙는 이름.

팔라딘.

“정십자 길드의 마스터이자, 신의 검 팔라딘으로서 묻겠다. 네놈이 뭔데 그 입에서 신을 논하는 것이냐. 인간 주제에 신의 입장을 논하는 것부터가 이미…… 이단이다.”

팔라딘의 입에서 이단이란 소리가 나오자마자, 뒤쪽에 있던 기사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원형으로 포위했다.

수많은 검이 최한의 목을 노렸다.

“이단이라…… 참으로 편리해…. 너희들은 언제나 자기들 마음대로 안 되면, 이단이라 말하고 죽이네?”

검이 자신의 목 앞에 있었지만, 최한은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비꼬는 듯한 말투로 팔라딘을 자극하고 있었다.

“뭔가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군…… 하지만 이제 필요 없다. 정십자 기사단의 앞에서 신앙을 모독한 넌…… 바티칸 제1의 기사이자 팔라딘 토티의 이름으로 사형이다.”

엑스칼리버에서 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바람을 가르며 팔라딘의 모습이 최한을 지나쳤다.

팔라딘의 검이 검집으로 돌아갔다.

“성부와 성좌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붉은 피가 하늘로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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