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귀환자 학교가다-30화 (31/211)

30화

* * *

바티칸의 수호자 팔라딘.

그 자리는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무거운 것이었다.

“S급이다!”

“드디어 S급 기사를 보내주셨어!”

S급 능력자.

그리고.

각성을 하자마자 부여된 팔라딘의 칭호와 전설의 아이템 엑스칼리버.

“신이 보내주신 무기다. 악을 멸할 신의 선물이야.”

“너는 신께서 이 땅에 보내주신 사자다. 바티칸을 위해 목숨을 바쳐…….”

처음에는 좋았다.

신이 나를 선택했다는 것만 해도 큰 기쁨이었으니까.

하지만.

큰 힘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

신성한 힘을 가지고 있는 그 검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검게 물들였다.

“살려주십시오! 팔라딘이시여! 죽어가는 이 아이도 바티칸의 생명입니다!”

내 앞에 무릎 꿇은 말단 병사의 처절한 외침에도… 나는 다른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팔라딘이여. 그자를 죽이세요. 교회에 나오지도 않는 저 거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초병의 임무를 뒤로하다니요.”

“원로회의가 있었다는 것도 알았을 텐데, 그깟 아이들의 목숨이 더 소중하다는 건가요?”

썩었다.

미쳤다.

속으로는 그렇게 외치고 있었지만, 허리에 차고 있는 엑스칼리버의 무게에… 바티칸을 수호하는 팔라딘이라는 이름의 무게에…….

내 입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태어나고 있었다.

“사형.”

끌려가는 말단 병사의 울음 섞인 비명이 지금까지도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한다.

정의란 무엇일까?

종교란 무엇일까?

많은 물음들이 태어났지만, 나의 선택은 변하지 않았다.

내가 약해지면 안 된다.

흔들리면 안 된다.

이 검을 받은 그 순간부터, 바티칸을 지키고, 교황과 원로회를 지키는 것이 나의 사명이니까.

나는 가장 강한 존재로 있어야 한다.

닿지 않는 강함으로 신을 경배해야 한다.

그래야…… 바티칸이 흔들리지 않는다.

난 홀로.

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

* * *

바티칸의 총 본산이라 일컬어지던 법정의 천장이 사라졌다.

밝은 빛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저 멀리 보이는 하늘은…… 마치 반으로 갈라진 것처럼…….

가운데를 기준으로 끝도 없이 많은 구름들이 갈라져 있었다.

어두웠던 공간에 신이 손을 뻗은 듯 따스한 빛이 가득해졌다.

그리고.

그 빛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고 있는 작은 결정들이 보였다.

금색의 작은 빛들이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팔라딘 토티의 손에 있던 엑스칼리버가 사라지고 있었다.

아무도 입을 뗄 수 없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그 광경을 인간의 머리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으니까.

작은 연기처럼 피어올라 하늘로 사라져가는 검을 보는 토티의 표정이 어째선지 편안해 보였다.

“성녀의 보호막도…… 법정의 천장도… 엑스칼리버도 모두 날려 버리다니….”

토티의 시선이 최한의 검으로 향했다.

짧은 단검.

이름 모를 보석이 박혀 있는 검에서는 묘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 검의 힘인가…. 그 검에… 바티칸이 무너진 건가…….”

“아니.”

그 짧은 음성에 토티의 시선이 최한의 얼굴로 옮겨졌다.

“검의 힘이 아니야. 내 힘이지. 검은 그저 무기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토티의 눈이 감기며 쓴웃음이 올라왔다.

“그런가……. 검의 탓으로 돌리고 있던 건가…. 내가 모든 것을 짊어질 용기가 없어서…….”

최한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턱-.

토티의 무릎이 꿇려졌다.

“목숨을 앗아가려 했던 너에게 부탁해서는 안 되지만, 내 목숨 하나로 끝내주길 바란다. 성녀도 원로회도… 기사들도… 잘못이 없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 아무리 썩었다 해도 바티칸은 사라지면 안 된다. 주님을 믿고 있는 일반 신도들은 죄가 없으니….”

눈을 감고 있는 토티의 얼굴에서 지난날의 표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독단적이고 힘에 취해 있던 표정이 사라져 있었다.

“이럴 순 없다! 이단 놈이 이렇게 강한 힘을 가지다니! 악마다! 저 녀석은 악마야! 팔라딘! 다시 일어나 싸워라! 성녀! 너도 어서 팔라딘을 도와 나를 지켜…….”

붉어진 얼굴로 소리치고 있는 교황의 표정이 사라졌다.

그의 앞을 가로막은 이는 다름 아닌 성녀 헤네시 그로리아였다.

“더 이상 말하지 마십시오, 교황님. 토티의 마음을… 그의 기사도를…… 더럽히지 마십시오….”

울먹이며 말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얼굴에 지어진 표정은 용맹스럽기까지 했다.

터벅터벅-.

걸음 소리가 울렸다.

천장이 사라진 법정을 울리는 무거운 소리.

최한의 발걸음이었다.

“종교에는 그 어떤 무력보다도 강한 힘이 있어. 모든 인간들이 마지막 순간 종교에 매달리게 되는 이유가 그 때문이지. 그렇기에 모든 것을 초월한 종교 앞에 서 있는…… 진짜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희생이야.”

무릎 꿇고 있던 팔라딘의 눈이 떠졌다.

최한이 교황과 원로회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신도들의 마음을… 개인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해 짓밟은 너희들은…… 더 이상 신도들의 앞에 설 자격이 없어. 바티칸은 새로 태어날 거야. 저기 무릎 꿇고 있는 새로운 리더의 손에서…….”

교황과 원로회의 늙은이들이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신의 권능…… 나락.”

최한의 손바닥에 검은 점이 나타났다.

SKILL

신의 권능(나락) - 풍혈 LV 100

신의 권능

우주의 있는 모든 공간과 단절된 어둠뿐인 공간에 가둬 영원히, 끝나지 않는 시간 동안 벌을 받게 된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한다.

[Cool. 재사용 대기시간 24H]

교황과 원로회 인원들의 몸이 최한의 손바닥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럴 순… 이럴 순 없어!”

교황의 처절한 비명만이 남게 되었다.

썩어 있던 바티칸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법정 중앙에 무릎 꿇고 있던 토티의 어깨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성녀의 걸음이 옮겨졌다.

“그동안 고생 많았어요…. 바티칸을 지켜줘서 고마워요…… 토티….”

한 남자의 울음소리가 새로운 바티칸의 탄생을 알렸다.

* * *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성녀 마리아.’

헤네시 그로리아의 목소리가 작게 울렸다.

곁에 있던 최한과 윤강산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드러났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 누구보다 긴장하고 있는 사람은 마리아의 앞에 마른침을 삼키며 서 있는 민섭이었다.

성녀의 두 손이 모였다.

“신의 축복.”

최한의 시선으로 성녀의 상태창이 보였다.

성녀.

신의 은총을 받아 모든 이를 구원하라는 사명을 받은 존재.

# # #

이름 : 헤네시 그로리아

나이 : 20세

성별 : 여

종족 : 인간

능력치

근력 : A

민첩 : S

내구 : S

체력 : S

마력 : S

특성 : 마리아

SKILL

[ 교감 ]

모든 생명체와 대화가 가능하게 한다.

[ 신의 축복 ]

어떠한 상처도 고칠 수 있는 궁극의 치료술.

[ ???? ]

스킬이 개방되지 않았습니다.

힌트 : L

최종 등급 : S

# # #

성녀의 마주 잡은 두 손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하얗게 피어난 작은 빛이 성녀의 온몸을 뒤덮어 갔다.

온몸을 뒤덮은 빛 위로 붉은빛이 일렁거렸다.

춤을 추듯 일렁거리던 붉은빛이 하늘로 치솟더니 그대로 성녀와 민섭을 집어삼켰다.

“민섭아!”

당황한 최한이 다가가려 하자, 누군가의 손이 최한의 어깨를 잡아끌었다.

“걱정 마라. 저것이 마리아의 최고 스킬 ‘신의 축복’이다. 기본적인 힐과 달리 사라진 몸을 재생시키거나, 죽은 자를 살려낼 때 쓰는 고위 마법 스킬이지. 마리아의 생명을 깎아 내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최한의 시선으로 팔라딘 토티의 모습이 보였다.

표정 속에 묻어 있는 안타까움을 발견한 최한이 표정을 풀고 차분히 다시 시선을 옮겼다.

“너희의 힘은 모두 희생이 동반되는구나….”

토티가 지그시 미소를 지었다.

“희생이야말로 가장 고귀한 사랑이니까.”

토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민섭과 성녀를 감싸던 붉은빛이 사라져갔다.

“고마워요, 성녀님. 그리고…… 고마워, 최한.”

미소가 보였다.

그 어떤 말로도 설명 못 할 기쁨의 미소.

반달 모양이 된 눈 속에는 복받치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지 기쁨의 눈물이 고여 있었다.

최한의 시선으로 두 팔을 움켜잡고 있는 민섭의 모습이 보였다.

잘렸던 민섭의 팔이 다시 재생되었다.

터벅터벅-.

최한의 다리가 저절로 움직였다.

턱, 하는 소리와 함께 최한이 민섭을 와락 껴안았다.

“다행이야…….”

자신의 어깨에 파묻혀 있는 최한의 얼굴을 확인한 민섭이 참고 있던 눈물을 쏟아내었다.

“고마워, 약속 지켜줘서…….”

민섭은 울고 있었지만, 그 누구보다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최한이 얼굴을 흔들며 뒤로 물러났다.

“그럼! 나 최한이야. 친구와의 약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킨다고!”

최한의 손이 민섭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래! 역시 최한에게 불가능이란 없어!”

하하하하하-.

최한과 민섭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웃고 있는 그들과 달리 성녀 마리아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토티가 마리아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지? 표정이 좋지 않은데…. 힘을 너무 많이 쓴 건가?”

“아니요. 그런 건 아니에요. 그저….”

마리아의 시선이 웃고 있던 민섭에게 향했다.

“뭐지…… 이런 느낌은 처음인데…… 마치 인간이…… 꺄악!”

최한이 마리아를 강하게 껴안았다.

“고마워! 헤네시! 내 친구 고쳐줘서 고마워!”

“아… 아… 아니에요. 해…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요.”

“넌 천사야! 고마워! 하하하하하!”

최한에게 안겨 있는 마리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처… 천사라니요. 저… 저는… 서… 성녀인데…….”

최한이 마리아를 껴안고 춤을 추듯 덩실거렸다.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토티가 마리아를 보며 말했다.

“역시 힘을 많이 써서 그런 것이냐? 얼굴까지 붉어질 정도로….”

윤강산의 한숨이 토티에게 향했다.

“하아…… 진짜 어느 정도로 꽉 막혀 있는 거냐, 넌…….”

민섭의 큰 웃음을 끝으로 바티칸의 여정이 마무리되고 있었다.

.

.

.

“그럼… 돌아가 볼게!”

최한의 밝은 목소리 뒤로 전세기에 몸을 싣고 있는 민섭과 강산의 모습이 보였다.

최한과 일행을 배웅하기 위해 성녀와 팔라딘이 나와 있었다.

“이렇게 빨리 돌아가시다니…. 아직… 제대로 된 감사 인사도 못 했고…. 또… 또….”

아쉬움이 묻어나는 성녀의 목소리 뒤로 남자의 담담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조심히 가라. 나에게 첫 패배를 선물해준 이단이여.”

최한을 바라보고 있는 팔라딘 토티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이것이 꽉 막힌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농담이었다.

토티의 얼굴을 보고 있던 최한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친구를 고쳐준 은혜는 꼭 갚을게. 그러니 나중에 한국 한번 놀러 와.”

“우린 바티칸을 지키기도 바쁜 몸이시….”

성녀가 팔라딘의 말을 잘랐다.

“네! 꼭 갈게요! 꼭!”

무안한지 팔라딘이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뒤쪽에 전세기를 보며 말을 이어갔다.

“한국이라……. 너처럼 강한 각성자를 가진 길드가 있는지 몰랐군.”

최한이 전세기로 올라가는 계단에 멈춰 선 채 턱을 긁어댔다.

“뭔가 오해를 한 거 같은데, 나 브로스 길드 아닌데? 길드 가입 안 했어. 그리고…….”

최한이 마지막 말을 남기고 몸을 돌려 계단을 올랐다.

최한의 모습이 비행기 안으로 사라지고, 비행기의 문이 닫힐 때까지…… 팔라딘과 성녀가 혼이 빠진 사람처럼 멍하게 서 있었다.

비행기가 출발하고 나서야 최한의 마지막 말에 대한 반응을 보일 수 있게 된 팔라딘과 성녀였다.

최강의 딜러라 여겨지던 S급 팔라딘 토티의 표정이 처음으로 경악으로 물들어갔다.

“나 아직 각성자 아니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