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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33화 (34/211)

33화

“에…… 오늘은 모두 알다시피 체육 대회가 있는 날입니다. 올해로 3회째를 맞게 되는…….”

미림고 운동장에 학생들이 열 맞춰 서 있었다.

평소와 다르게 전교생이 모두 학년에 맞는 체육복을 입고 있었다.

그늘 하나 없어 내리쬐는 햇빛을 온몸으로 맞고 있는 아이들이었지만, 그 누구도 눈살 찌푸리는 이 하나 없었다.

하늘하늘한 바람이 불어왔고, 따스하게 온몸을 감싸는 햇빛의 농도는 그야말로 가슴속 뜨거운 기운을 내뿜게 하기 충분했다.

“날씨 진짜 좋다.”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며 민섭이 작게 중얼거렸다.

“그렇네. A반 이기기 딱 좋은 날씨네.”

최한이 바람을 만끽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순식간에 운동장에 있는 모든 눈들이 최한에게 향했다.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는 교장의 목소리는 묻힌 지 오래였다.

따가운 시선을 알아챈 민섭이 최한의 옆구리를 툭툭 쳤다.

“시작도 안 했는데, 왜 자극하고 그래!”

최한이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대답했다.

“누가?”

그 태연한 표정에 말문이 막혀 버린 민섭을 대신해 뒤에 있던 장부기가 최한의 어깨를 두 번 내리쳤다.

“고맙다. 시작하기도 전에 전교생을 적으로 만들어 줬구나…….”

장부기가 민섭의 눈을 바라보며 체념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걱정 마. 난 거짓말 같은 거 안 해. 체육 대회의 주인공은 우리 2학년 D반이 될 거야.”

자신 있게 엄지를 치켜올리는 최한이었다.

장부기와 민섭의 시선으로, 저 멀리서 이를 갈고 있는 한재석의 얼굴이 보였다.

장부기와 민섭이 짜기라도 한 듯 똑같이 머리를 움켜쥐며 고개를 저었다.

최한이 뜨거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한재석에게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친 최한이 한쪽 입꼬리를 올려 자신감을 내비치고는 구령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한재석의 주먹이 떨리고 있었다.

“모두 알다시피 미림고 체육대회는 학교만의 행사가 아닙니다. 전국으로 생중계되는 이유는….”

사회에 퍼진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조기 교육이라는 명목 아래 특출난 인재들을 교육하고 있는 미림 고등학교.

정치적 활용도를 발견한 정부가 시도한 하나의 이벤트.

일반 시민들에게 강한 인재를 보여주어 미래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심리를 심어주기 위해…….

대형 방송국과 신문사 등…… 선별된 취재진과 기자들이 곳곳에서 체육 대회를 촬영하고 있었다.

교내로 입장하지 못한 소형 신문사와 인터넷 방송국의 취재진도 학교 주위를 가득 둘러싸고 있었다.

취재진뿐 아니라 일반인의 모습도 많이 보였다.

담장 틈으로나마 미림고의 체육 대회를 직접 눈에 담고 싶어 하는 일반인들이 미림고 주변을 가득 채웠다.

“그럼 이어서…… 이번 체육 대회 행사를 빛내주실 내빈분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정말 모시기 어려운 분들이지만, 모두 여러분들을 위해…….”

구령대 가장 앞에서 말하고 있는 미림고 교장의 모습 뒤로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그중 한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운동장에 있던 학생들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와!!”

“길드장님!”

“푸른 화염! 사랑해요!”

파란색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올리는 특유의 제스처를 보여주며 온몸으로 환호를 받아들이는 남자.

브로스 길드의 길드장 최수혁이었다.

환호성 사이로 아이들의 수군거림이 들렸다.

“진짜 올해 학교에 인재가 많긴 많나 보다.”

“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브로스 길드장이 이렇게 얼굴을 자주 비치다니.”

“역시 학생회장 때문인가? 아니면 최고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 한재석 때문에? 그것도 아니라면…… 설마…….”

구령대에 서 있는 최수혁의 시선이 한곳에 멈춰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최수혁의 시선은 수많은 학생들 중 단 한 명의 학생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모든 학생들이 받고 싶어 하는 눈길.

그의 눈에 들어 브로스 길드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는 어쩌면 소망이기까지 한 그 눈빛…….

하지만.

최수혁의 시선과 마주치고 있는 한 명의 학생의 입에서는 전혀 다른 감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자주 보니까, 더 재수 없게 생겼네. 파랭이 자식….”

빠직.

인사를 마친 최수혁이 이마의 핏줄을 드러내며 자리에 앉았다.

“입 모양 읽었나 보네.”

최한이 코를 파며 제 일이 아닌 양 말했다.

방송을 타고 교장의 목소리가 울렸다.

“다음으로…… 어쩌면 길드장님보다 더욱 모시기 힘들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이런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최수혁의 옆에 앉아 있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가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지만, 교장의 거창한 소개와 다르게 학생들의 입에서는 그 어떤 환호성도 터져 나오지 않았다.

머리를 긁는 아이들도 있었고, 옆자리에 있는 친구에게 귓속말을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아이들의 반응에 구령대에 서 있던 남자가 풀 죽은 듯 고개를 떨궜다.

그때.

“사랑해요! 오지훈! 슈퍼 천재 오지훈! 이런 곳에서 볼 수 있어서 영광이에요!”

운동장 전체를 가득 채운 목소리.

방송 장비를 타고 흘러나온 교장의 목소리보다도 몇 배는 더 크게 울렸다.

애처롭게 서 있던 오지훈 센터장의 흔들리는 시선으로 목소리의 주인공이 보였다.

장미.

D반에 가장 뒷열에 있던 장미의 얼굴을 발견한 오지훈 센터장의 얼굴에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는 표정이 지어졌다.

장미가 엄지를 치켜세웠다.

오지훈이 작은 소리로 울먹였다.

“자… 장미… 학생…… 고마워요. 장미 학생 졸업하면 내가 꼭 우리 센터에 취직시켜 줄게요…….”

옆자리에 앉아 있던 최수혁이 한숨을 내쉬었다.

“야… 누구 마음대로 취직을 시켜….”

장미의 목소리에 운동장에 있던 학생들의 반응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잠깐, 오지훈이라고?”

“그 천재 오지훈? 아이템의 등급을 만들고, 마력의 개념을 이해해 능력자들의 각성을 이끌어낸 천재 과학자?”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천재가… 그 천재가…… 저… 아저씨라고?”

‘옆집 아저씨가 알고 보니 대통령이었다’보다도 훨씬 큰 충격이 아이들의 뇌리에 꽂혔다.

바보처럼 실실 웃고 있는 저 아저씨가 S급 능력자보다도 전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존재라 불리는 그 오지훈이라니…….

짝짝짝-.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철없는 어린아이들이라도, 강함밖에 추구하지 못하는, 아직은 부족한 인격체라도 알고 있었다.

눈앞에 서 있는 저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길드장을 대할 때의 환호성과는 다른 느낌이었지만, 운동장에 울려 퍼진 박수 소리 속에는 분명 그에 필적하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존경. 감사.

오지훈 센터장이 작은 미소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

뒤이어 교장이 내빈을 차례로 소개했다.

브로스 길드의 간판 스타팀인 A-31번팀.

마수아와 윤강산, 그리고 손대영 서번트의 소개가 이어졌고, 뒤이어 시의원과 구의원 등 굵직한 정치인들의 인사가 이어졌다.

모두 미림고를 후원하고, 미림고가 존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인물들이었다.

“이것으로 개회식과 내빈 소개를 마칩니다. 이제 각 반별로 배치된 운동장 스탠드로 이동해 주십시오.”

각 학년과 반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운동장에서 구령대를 바라보고 오른쪽에 있는 자리가 D반의 자리였다.

조일환 선생의 지도 아래 아이들이 모두 스탠드에 자리해 앉았다.

방송이 이어졌다.

“안녕하십니까. 미림고 학생회장 강진철입니다. 이번에도 저희 학생부가 체육 대회 행사 전체 진행을 맡기로 했습니다. 이에 저를 포함한 학생부에 등록된 인원들은 이번 체육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마이크를 잡고 구령대에 서서 말하고 있는 학생회장 강진철에게 모든 시선이 쏠렸다.

알고 있다.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돈을 지불하고 전문 행사팀을 부르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곳은 대한민국 최고의 능력자 조기교육학교인 미림 고등학교다.

수많은 돈을 써서 그 어떤 전문 인력들을 데려와도 학생회에 등록된 최고의 인재들보다 더 유능하고 대처를 잘하는 인원을 찾지는 못할 것이다.

“그럼 이어서 체육대회 프로그램 소개가 있겠습니다. 첫 번째로…….”

[미림고 체육대회]

- 1부 개인 종목, 구기 종목

피구 (남자)

배구 (여자)

펀치 머신

점심시간.

- 2부 단체종목

장애물 계주

“순으로 진행됩니다. 종목은 학년에 상관없이 전체 토너먼트로 진행되고, 1등을 차지한 반에는 브로스 길드에서 준비한 유니크 아이템을 수여해 드립니다.”

짝짝짝-.

박수 소리가 운동장을 집어삼켰다.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유니크 아이템.

무기나, 장비, 장신구에 따라서 가격이 조금씩 차이 나긴 하지만, 유니크 아이템 정도면 적어도 천만 원 상당의 가격이 붙은 아이템일 것이다.

집이 부자이거나, A급을 받은 능력자들에게는 그리 혹할 상품은 아니지만, 그들을 제외한 이 학교에 있는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눈빛이 바뀔 정도의 의지를 불어넣어 주는 상품이었다.

중계를 맡은 방송부 학생의 목소리가 방송을 통해 흘러나왔다.

[첫 번째 종목! 피구가 있겠습니다. 첫 경기는 2학년 A반 대 3학년 A반!]

우와와와와!!!!

학생들의 함성이 운동장을 가득 채웠다.

아이들의 함성과 달리 구령대에 있는 내빈석에서는 짙은 한숨이 울려 퍼졌다.

“하아… 뭐야…. 그냥 꼬맹이들 운동회잖아. 대체 왜 구경 오자고 한 거예요, 길드장님?”

마수아가 흥미가 없는 듯 의자에 늘어져 있었다.

“꼬맹이들 운동회라…….”

알 수 없는 미소를 보이는 최수혁이었다.

그때, 옆자리에 있던 서번트 손대영이 수아에게 말했다.

“아! 딜러는 처음 와보는 거죠?”

“처음인데, 뭐! 코찔찔이 고딩 운동회인 줄 알았으면 집에서 영화나 보는 건데!”

“TV 잘 안 보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모를 줄이야…….”

툴툴대는 마수아를 보며 윤강산이 고개를 저었다.

앞자리에 앉아 있던 오지훈이 고개만 살짝 돌려 마수아에게 시선을 보냈다.

“마수아 헌터가 깜빡하고 있는 게 있나 본데…… 여기는 그냥 고등학교가 아니라 미림 고등학교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능력자 양성 학교이자…… 당신의 자리를 유일하게 빼앗을 수 있는 어린 인재들이 모인 곳이죠.”

펑!!!!

“으아악!!”

오지훈의 말이 끝나자마자, 마수아의 시선으로 큰 폭발이 일어났다. 뒤이어 울리는 비명으로 인해 마수아의 허리가 꼿꼿하게 세워졌다.

“이게 대체…….”

마수아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성인이 아니라는 이유. 기본교육과정을 받아야 하는 억압 때문에 이들이 여기 있는 것뿐이지…… 이 학교에 있는 학생들은 현재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각성자들보다도 아마…… 클래스가 더 높을 겁니다.”

오지훈이 담담히 내뱉었다.

마수아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운동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첫 경기는 피구라 들었다.

공놀이. 스포츠. 게임.

허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절대 자신이 생각한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공에 맞은 학생이 날아가고 있었다. 멀리, 적어도 오십 미터 정도.

학생의 손을 떠난 공에 불이 붙기 시작하더니 공에 맞은 학생을 전부 태워 버렸다.

운동장 바닥에 붉은 피가 칠해지고 있었다.

미림고 체육 대회를 처음 본 인원은 마수아만이 아니었다.

“와…… 이건 이제 스포츠가 아닌데?”

윤강산이 입을 다물지 못하며 운동장에 있는 학생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때, 밝은 빛이 번쩍거렸다.

운동장에 시선을 두었던 모든 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콰과과광!!!!!!

공기를 찢는 소리.

폭발음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큰 굉음이 학교 전체를 울렸다.

천둥소리와 흡사한 그 소리가 들리고 난 뒤.

통통통-.

힘없이 튕기는 공 소리가 들리고…….

운동장에는 단 한 명의 사내만이 자리에 서 있었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학생들을 보며 우월감에 젖어 있는 표정을 보였다.

흰자위를 보이고 기절해 버린 3학년 A반 학생들을 보며, 한재석이 비릿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윤강산이 홀로 서 있는 한재석을 보며 말했다.

“저 녀석…… A급 아닌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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