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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34화 (35/211)

34화

“잘했다. 학생회장이 없는 게 좀 아쉽긴 하지만, 혼자서 3학년 A반을 이긴 건 너니까 가능한 거야.”

2학년 A반 담임인 김기덕이 한재석의 어깨를 두드리며 큰 소리로 웃었다.

한재석이 대답 없이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자신의 반이 있는 스탠드로 걸음을 옮겼다.

중계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다음은 2학년 D반 대 1학년 C반 경기가 있겠습니다. 선수들은 앞으로…….]

스탠드에 앉아 있던 최한이 엉덩이를 털며 일어났다.

“자! 가자 얘들아!”

최한의 목소리 뒤로 D반의 남자아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난 아이들이 최한의 뒤를 따라 운동장 중앙으로 나아갔다.

장부기와 민섭의 얼굴이 먼저 보였고, 그 뒤로 D급 능력자인 박종훈과 여홍철의 비장한 얼굴이 보였다.

조일환 선생의 인솔을 받으며 운동장 중앙으로 나아가고 있는 최한과 아이들의 앞으로, 경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한재석과 김기덕 선생의 모습이 보였다.

“어차피 질 걸 뭐하러 경기에 나가? 그냥 기권이나 하지.”

예의도 배려도 없는 김기덕 선생의 목소리는 분명 조일환 선생을 향하고 있었다.

조일환 선생의 눈동자가 김기덕 선생의 얼굴에 잠깐 머물다 그냥 돌아섰다.

서로를 지나치도록 반응이 없자 김기덕 선생이 걸음까지 멈추고 조일환 선생에게 소리쳤다.

“아! 상대가 1학년 C반이라 설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해서 나가는 건가? 참나…. 그 선생에 그 제자네. 주제도 모르고. D반 주제에….”

잘 참아왔던 조일환 선생의 미간에 작은 주름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잠시 눈을 감고 크게 심호흡을 한 조일환 선생이 작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라. 저 녀석은 밖에서부터 원래 저런 녀석이었다. 너희들에게 시비 거는 게 아니라, 아마 나를 자극하려 하는 것일 테니. 너희는 너무 기분 나빠할 필요 없다.”

어른스럽게 마음을 다잡으며 뒤에 있는 아이들을 먼저 생각했다.

“저… 저! 쌤!”

앞만 보며 나아가고 있는 조일환 선생이 대답했다.

“뭐지?”

민섭이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렸다.

“뒤에! 최한이!”

뒤통수를 스쳐 가는 찌릿한 느낌과 함께 조일환 선생의 몸이 빠르게 돌아섰다.

“어이, 돼지 쌤! 잘 들으세요!”

김기덕 선생과 한재석의 앞에서 소리치고 있는 최한을 발견한 조일환 선생이 그대로 굳어졌다.

원래는 달려가려 했었다.

무엇을 어떻게 누구를…… 말려야 하는 건지는 몰랐지만, 그래도 가려 했었다.

하지만 조일환 선생이 돌아서는 순간, 모든 상황은 종료되어 있었다.

“오늘 있을 체육대회 두 종목 이상 우리 2학년 D반이 일등 할 거니까! 제대로 덤벼!”

선전포고.

최한의 목소리가 김기덕 선생의 귀를 지나 운동장 전체로 퍼져 나갔다.

스탠드에 앉아 있는 학생들부터, 구령대에 앉아 있던 내빈들에게까지….

비웃음이 여기저기서 들렸어야 했다.

체육 대회가 진행된 2년 동안 D반이 한 종목에서도 1등을 한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정적이 흘렀다.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저 녀석은.

운동장 중앙에서 소리치고 있는 최한이라는 저 남자는…….

지금껏 미림고에 있던 모든 상식을 깨부순 학생이니까.

체력 검사 때가 떠오른 한재석의 얼굴이 구겨졌다.

“이 녀석…….”

최한이 김기덕 선생과 한재석을 보며 자신 있게 웃어 보였다.

“다시는 D반 무시 못 하게 해줄게.”

최한이 몸을 돌려 조일환 선생과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조일환 선생이 자신 있게 걸어오는 최한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책임질 수 있겠어?”

최한이 주먹으로 가슴을 두 번 쳤다.

“그럼요, 쌤. 전 거짓말 안 해요.”

조일환 선생이 얼굴에서 웃음을 지우지 못했다.

운동장 중앙에 도착했다.

피구 경기를 위해 운동장 바닥에 그려진 하얀 라인 위로 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장부기가 마른침을 삼켰다.

최한이 부기의 엉덩이를 살짝 툭 쳤다.

“쫄았냐?”

“누… 누가 쫄았다 그래! 나 공룡 몬스터한테도 잡아 먹혔다 살아난 사람이야!”

당황해 소리치는 장부기의 모습에 민섭과 아이들의 입에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때, 건너편으로 1학년 C반 학생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경기의 심판을 맡은 서기 한민우가 라인 중앙에 서서 소리쳤다.

“기본적인 룰 설명을 시작하겠습니다. 남학생만 참가할 수 있고, 팀당 5명의 선수가 출전할 수 있습니다. 공은 브로스 길드에서 특제 제작한 이 피구 공 두 개를 사용하며, 공에 맞고 아웃 되면 라인 밖에서 공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에 맞고 기절하거나 경기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의 부상을 입으면 그대로 빠지시면 됩니다. 힐은 경기가 끝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5명의 인원을 모두 아웃시키거나, 경기에 나설 팀원이 없게 되면 그대로 경기는 종료됩니다.”

최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민우가 라인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최한과 아이들이 한쪽 라인 안으로 들어왔다.

반대편으로 1학년 C반의 남학생들이 들어왔다.

한민우가 손에 들고 있던 밝은 회색빛을 띠고 있는 피구 공을 각 팀당 하나씩 던져 주었다.

최한이 공을 받아 들었다.

“무거운데?”

최한의 곁으로 모이는 아이들.

장부기가 먼저 최한의 손에 들려진 피구 공을 집어 들었다.

“뭐야! 이거 왜 이렇게 무거워! 무슨… 볼링공 들고 있는 거 같은데?”

장부기가 양손을 사용해 공을 튕겨 보았다.

“이렇게 무거운데 또 공은 잘 튀네. 이러니까… 다들 맞고 날아가지….”

민섭이 부기에게 손을 뻗었다.

부기가 들고 있던 피구 공을 민섭에게 건넸다.

툭-.

묵직한 소리와 함께 공이 바닥에 박혀 버렸다.

당황한 민섭이 떨어진 공을 집어 들었다.

“으쌰!”

양손으로 겨우 들고 있는 모양새.

민섭의 얼굴에서 웃음이 지워졌다.

“20KG은 될 거 같은데? 내가 던질 수 있을까?”

턱을 만지던 최한이 공을 뺏어 들어 옆에 있는 홍철에게 건넸다.

“어때? 홍철이는 들 수 있겠어?”

통통-.

한 손으로 공을 튕기는 홍철의 얼굴에 안도의 표정이 드러났다.

“다행히 괜찮은 거 같네.”

옆에 있던 종훈이도 공을 들어 튕겨 보았다.

“나도…. 못 던질 정도는 아니야. 거기다… 던지는 것보다는 방어와 회피가 우리한테는 더 중요할 것 같아. 어차피 던지는 건…… 최한이나 부기가 던지면 되니까.”

최한과 부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홍철이 민섭의 어깨를 감쌌다.

“걱정 마. 너와 최한이 바티칸에 가 있는 동안 열심히 훈련했다고. 그 성과를 보여줄게. 이번엔 꼭 우리가 널 지켜줄게.”

민섭이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민우가 호루라기를 물었다.

삑-.

호루라기 소리가 운동장에 울려 퍼졌다.

[2학년 D반과 1학년 C반의 피구 경기 지금 시작합니다!]

시작과 동시에 부기의 오른손이 부풀어 올랐다. 단단한 바위 손으로 변한 부기의 손에서 피구 공이 날아갔다.

슈우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르기로 날아간 공이 구석에 있던 1학년 학생의 배에 정통으로 꽂혔다.

A반의 경기처럼 사람이 멀리 날아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부기의 공을 맞은 C반 학생이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뒤로 두 바퀴 굴렀다.

라인을 벗어난 대자로 뻗어 버린 그를 보며 장부기가 미소 지었다.

“선빵 필승!”

부기의 모습에 민섭이 박수를 치며 소리쳤다.

“이야! C급을 한 방에 보내 버렸어! 대단한데 장부기!”

“이 미친놈아!”

부기에게서 돌아온 건 밝은 웃음이 아니라 다급함과 절실함이 실린 목소리였다.

민섭의 안경테 사이로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는 작은 구체가 보였다.

반응할 수 없었다.

발견했을 때는 이미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의 거리 안에 들어와 있었다.

턱-.

짧은 마찰음과 함께 민섭의 눈이 감겼다.

어?

아프지 않았다.

분명 아팠어야 하는데…… 안경이 깨졌어야 하는데…….

민섭이 천천히 눈을 떴다.

“이… 이게 뭐야?”

눈앞에 공이 있었다.

하지만 그 공은 이미 운동에너지를 잃고 두둥실 떠 있었다.

두둥실 떠 있는 것부터가 이해가 안 갔지만, 그 공은 마치 어항에 갇힌 것처럼 파란 무언가 안에서 힘을 잃고 있었다.

“내가 그랬잖아. 이번에는 꼭 지켜준다고.”

홍철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민섭의 시야 그 어디에서도 홍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목소리는 들리는데…. 대체….”

“아! 내 모습 찾고 있는 거야?”

민섭의 눈앞에 있던 파란색의 그 물컹물컹한 액체에서 홍철의 얼굴이 튀어나왔다.

민섭뿐 아니라 최한까지 놀라 눈이 두 배로 커졌다.

“우와!!!!”

“우와!!!!!!!!”

최한과 민섭에 반응에 홍철이 크게 웃었다.

“그렇게 신기해? 이게 내 특성이야. 너희가 바티칸에 있는 동안 열심히 훈련해서 각성했지. 특성은 슬라임. 방어형 탱커야.”

슬라임으로 변한 홍철이 몸 안에 있던 공을 종훈이에게 던져 주었다.

“이제 네 차례야. 종훈아!”

날아오는 공을 잡은 종훈이 그대로 사라졌다.

최한과 민섭의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맙소사….”

“대박….”

공을 가지고 있는 종훈의 모습이 사라지자 적팀인 1학년 C반의 학생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젠장! 나도 아직 각성을 못 했는데! 어떻게 D급이…….”

얼굴을 구기고 있는 날카로운 인상의 학생이 그대로 쓰러졌다.

코피를 흘리며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종훈의 모습이 다시 나타났다.

“어이…… C급 후배님. 벌써부터 D급을 무시하지 마. 선배들한테 좋은 것만 배워야지.”

종훈이 쓰러진 학생을 보며 미소 지었다.

최한이 박수를 쳤다.

“뭐야…. 너희들 진짜 강해졌구나. 오지훈 센터장한테 감사하다고 꼭 인사해야겠는데?”

스탠드에 앉아 있는 2학년 D반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야야!!!”

“역시! 특훈의 성과!”

“좋아! 이 기세로 올라가자!”

바로 옆 구령대에 있던 최수혁이 오지훈을 보며 말했다.

“A급을 각성시키는 것보다, D급을 각성시키는 게 더 어렵다 들었는데…. 대체 일주일 만에 어떻게….”

오지훈이 운동장 중앙에 있는 D반 아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대답했다.

“그저 동기 부여를 좀 해줬을 뿐입니다. 몬스터를 죽이기 위해 강해지는 게 아니라…… 친구를…… 지킬 수 있게 힘을 길러야 한다고요.”

오지훈의 시선으로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종훈과 홍철의 모습이 보였다.

‘D급이라도 분명 할 수 있는 게 있습니다. A급보다도 많은 사람을 지킬 수도…….’

짝짝짝-.

최한이 주체 못 할 감정을 손뼉을 치며 표현했다.

“너무 기뻐! 너희들이 어떤 마음으로, 어떤 의지를 품고 강해지기 위해 훈련을 받았을지…… 이제 너희들의 힘을 봤으니, 나도 약속은 지켜야겠지?”

최한이 종훈과 홍철보다도 앞으로 나아가 중앙 라인에 딱 붙어 서 있었다.

최한의 도발에 C반의 남은 학생들의 얼굴에 분노가 들끓었다.

세 명의 학생이 서로 눈을 맞췄다.

두 개의 공 모두 팀에 있는 상황.

두 명의 학생이 최한을 향해 공을 던졌다.

뒤에 있던 한 학생이 소리쳤다.

“스킬! 드래곤 토네이도!”

양손에서 뿜어져 나온 바람이 회오리를 일으켰다.

최한을 향해 날아가던 공에 돌풍이 더해졌다.

갑자기 등장한 C급 각성자.

거기에 자연계…… 특성…….

하지만.

흙먼지를 일으키며 날아온 두 개의 공이 힘을 잃고 공중에 멈췄다.

길게 뻗은 손에 잡혀 있는 두 개의 공.

최한의 손에 공이 들려져 있었다.

“그럼… 1등을 향해 가보자!”

최한이 오른손에 든 공을 힘껏 던졌다.

펑!!!!!

펑!!!!!

펑!!!!

추진력을 받아 공기를 찢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최한의 손을 떠난 공이 어느샌가 운동장 상공에 떠 있었다.

적팀이었던 세 명의 학생들과 함께….

아이들이 점으로 보일 정도로 먼 곳에 있었다.

“어라라…. 너무 세게 던졌나……?”

광경을 보고 있던 모든 인간들의 얼굴에 표정이 사라졌다.

“찌…… 찍었어?”

구령대 아래 있던 공영 방송사 직원이 카메라맨들에게 속삭였다.

“아니요…… 전 브로스 길드장 찍고 있었습니다….”

“전 A반 찍고…. 테이프 좀 갈고 있었는데….”

“D반 예선은 안 찍어도 될 것 같아서…….”

공영 방송사 직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게…… 피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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