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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35화 (36/211)

35화

남학생들의 피구 경기와 함께 진행된 여학생들의 배구 경기.

체육관에서 예선을 치르고 나온 D반 여학생들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하…. 한 세트도 못 따는 게 말이 되나…….”

“진짜 A반 애들 스매시 할 때마다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네.”

“전국으로 생중계됐을 텐데…….”

맨 뒤에서 아이들의 어깨를 다독이고 있는 전지현의 모습이 보였다.

“주눅들 필요 없어. 우리는 할 만큼 했어. 3학년 A반을 상대로 이 정도면 진짜 잘한 거라고!”

D반 대표로 배구 경기에 나섰던 여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었다. 처음부터 이길 수 있는 경기가 아니란 걸 알았기에 편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지현과 여학생들이 2학년 D반이 앉아 있는 스탠드에 도착했다.

장부기가 지현을 발견하고 다가갔다.

“어, 왔어? 표정을 보니…….”

지현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밝게 웃어 보였다.

“웅! 제대로 깨지고 왔지!”

장부기가 이제야 밝은 표정을 보였다.

“고생했다.”

“그런데 너희들은? 어떻게 됐어? 2학년 B반이랑 준결승 한다고 듣고 경기하러 갔는데…….”

“우리? 우리는…….”

그때, 방송이 흘러나왔다.

“이어서 피구 결승이 있겠습니다. 2학년 A반 학생들과 D반 학생들, 운동장 중앙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전지현이 두 손을 맞잡으며 제자리에서 점프했다.

“와! 진짜야? 진짜 결승 올라간 거야? 우리 반이?”

장부기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배구에 참가했던 여학생들이 결승 소식을 듣고 들뜬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진짜? 결승이라고?”

“꿈만 같아. 우리 반이 결승에 올라가다니.”

“개교 이래 처음 있는 일 아니야? D반이 한 종목 결승에 오르다니!”

박수까지 치며 좋아하는 그들의 앞에 한 남자가 모습을 보였다.

“겨우 결승 정도로 웬 호들갑이야? 1분만 기다려. 우승하고 올 테니까. 가자, 얘들아.”

허세가 아니었다.

남자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고, 아이들이 바라보는 그의 표정에서는 거짓 따위 보이지 않았으니까.

돌아서는 남성을 보며 D반 여학생들의 응원 소리가 울려 퍼졌다.

“최한 파이팅!”

“너만 믿어, 최한!”

“D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

“넌 우리 반의 자랑이야!”

기분 좋은 응원을 받으며 최한과 남학생들이 운동장 중앙으로 나아갔다.

장부기가 최한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장난쳤다.

“오오… 최한. 인기 많은데?”

최한이 지그시 웃으며 장부기를 바라보았다.

“뭐… 뭐야, 그 눈빛은…. 징그럽게.”

최한이 부기의 등을 툭 쳤다.

“우승하러 가자.”

최한과 아이들이 피구 경기장에 도착했다.

“용케도 여기까지 왔구나. 하지만 여기까지 올라온 걸 후회하게 될 거다. D반이면 D반답게 예선에서 탈락할 것이지.”

A반 담임 김기덕 선생의 목소리가 가장 먼저 날아왔다.

짜증이 치밀었지만, 선생은 선생. 학생의 신분으로 선생에게까지 큰 소리를 칠 순 없었다.

최한이 머리를 긁적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최한의 앞에 그림자가 나타났다.

“김기덕 선생님. 내 학생들이 당신에게 그런 소리를 들을 이유는 없습니다.”

거칠지만 따뜻한 목소리.

D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단 하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최한의 시선으로 조일환 선생의 모습이 보였다.

김기덕 선생의 눈매가 일그러졌다.

“내가 무슨 틀린 말이라도 했나? D반이 있으면 안 될 자리에 있으니까, 그러는 거지.”

끝까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김기덕 선생이었다.

최한의 시선으로 조일환 선생의 주먹이 보였다.

크게 떨리고 있는 그 주먹에선 많은 감정이 뒤틀리고 있었다.

“휴…. 그만하죠. 체육대회는 아이들의 축제니까요.”

김기덕 선생이 돌아서는 조일환 선생을 보며 비웃음을 보였다.

“그럼 양 팀 선수 앞으로…….”

심판의 목소리가 울리고…….

그 모습을 담으려는 수많은 취재진과 방송국 직원들의 카메라가 운동장 중앙으로 향했다.

최한이 경기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

최한의 귓가에 아주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돼지 선생, 놀라서 얼빠진 얼굴이 보고 싶구나. 한 방에 끝내주라.”

스쳐 지나가는 그 짧은 순간에 최한의 귀로 들어온 조일환 선생의 진심.

최한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 고지식하고.

감정 표현 안 하기로 소문난…….

담임의 입에서 저런 소리가 나오다니…….

민섭과 장부기 그리고 홍철과 종훈이 수비를 위해 라인 끝 쪽에 서서 대기했다.

최한이 그들의 앞에 멈춰 섰다.

건너편에 A반 한재석과 4명의 남학생들이 보였다.

한재석 빼고는 이름도 알지 못하는 학생들이었다.

최한과 한재석에게 공이 전달되었다.

“최한, 각오해라.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체력 검사 때의 복수를….”

“이봐, 노랭이.”

최한의 목소리가 한재석의 말을 잘랐다.

“뭐… 뭐! 노… 노랭이?”

“원래는 너의 각성 기술도 보고, 1분 정도 놀아주면서…… A반을 꺾으려 했거든? 그런데… 안 될 것 같다.”

최한의 고개가 들렸다.

“그럼!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삑-.

호루라기 소리가 운동장을 가득 채웠다.

동시에 최한의 손에 들려 있던 공이 최한의 손을 떠났다.

“우리 담임 쌤이 한 방에 끝내래.”

콰과과쾅!!!!!!!!!

대기의 마찰음이 들렸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었다.

한재석의 마지막 시선에는 분명 최한의 오물거리는 입과 그의 손을 떠나는 공이 보였었는데…….

거기서부터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기절을 했다거나, 기억이 잘린 것이 아니다.

그저…….

이것이 바로 다음 장면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A급인 자신이 인지할 수도 없을 정도의 빠르기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눈 한 번 깜빡할 시간에 이미 자신의 몸이 운동장 끝에 널브러져 있었다.

공에 맞거나, 몸에 가격을 당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 이해할 수 없었다.

A급 골렘의 힘마저도 버텨 냈던 자신이 어째서 반응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날아가 대자로…… 뻗어 있는 것인지.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강자의 본능은…… 남자의 자존심은…….

그의 패배를 인정했다.

고요했다.

박수 소리도 함성도 들리지 않았다.

터벅터벅-.

들리는 것은 한 남자의 발소리뿐.

어딘가에 멈춰선 남자의 입이 떨어졌다.

“쌤. 선물이에요.”

최한의 손가락이 향한 곳에 김기덕 선생의 얼굴이 있었다.

로봇처럼 굳어진 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표정.

조일환 선생의 시선에 웃고 있는 최한과 파리해진 표정의 김기덕 선생의 얼굴이 들어왔다.

조일환 선생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조일환 선생의 입가에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큰 미소가 지어졌다.

“고맙다.”

찰칵!

방송이 흘러나왔다.

[피구 우승은 2학년 D반입니다.]

최한이 양손을 높게 치켜올렸다.

우와아아아아!

함성이 울려 퍼졌다.

그곳에는 A반 B반 C반 D반….

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대박!”

“전학생 또 사고 쳤네!”

“전학생 등급이 뭘까?”

“공에 닿지도 않았는데 A급 능력자들이 다 날아가 버렸어!”

“한재석이 또 진 거야?”

“나 이제 최한 팬 할래!”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울렸다.

함성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감정을 주체 못 해 발을 굴렀다.

백 명이 넘는 학생들의 목소리와 환호성이 쉬지 않고 울렸다.

미림 고등학교가 생긴 이래 D반의 첫 우승이었다.

취재진의 목소리가 울렸다.

“특종이야!”

“D반이 우승하다니……. 이게 대체….”

“카메라 빨리! 클로즈 업!”

“당장 본사에 연락해서, 유O브랑 웹 쪽에 편집해서 뿌리라고 해! 인터넷 기사도 빨리!”

구령대에서 지켜보고 있던 브로스 길드 관계자들의 얼굴에도 어이없는 웃음이 지어졌다.

“풍압만으로 A급 꼬맹이들을 날려 버리다니…. 이제 저 녀석을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윤강산이 허탈한 웃음을 내뱉으며 말했다.

“A급이라…. 저 금발 학생은 A급 아닌 것 같은데?”

오지훈의 목소리에 최수혁 길드장이 이어 말했다.

“어이, 어이. 등급을 만든 네가 그런 말을 하면 어째? 한재석 검사 때 A급 나왔다며?”

“그렇긴 한데…… 뭐…… 제 착각이겠지요. 등급이 변할 리도 없고…….”

어두워진 오지훈 센터장의 표정이 풀리지 않았다.

“그런데…… 최한이라는 학생, 저렇게 강한데 왜 D반에…… 아니…… 학교에 있는 겁니까?”

손대영 서번트의 목소리가 구령대를 가득 채웠다.

누구도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확실한 이유를 아는 이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뭐……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아직 미각성자이기 때문이겠지.”

최수혁 길드장의 목소리를 끝으로 더 이상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방송이 흘러나왔다.

“그럼 바로 다음 경기 이어가겠습니다. 다음 경기는…… 펀치 머신입니다. 반별로 두 명의 대표를 뽑아 구령대 앞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스탠드에 앉아 있는 학생들을 보며 조일환 선생이 입을 열었다.

“그럼…… 다음 경기에 우리 반 대표로 참여하고 싶은 사람 있나?”

아이들의 모든 시선이 최한에게 쏠렸다.

“어? 또 나야? 하고 싶은 사람 없어?”

최한이 두리번거리며 아이들과 눈을 맞췄다.

그때.

조일환 선생의 뒤쪽에서 날카로운 목소리 하나가 날아왔다.

“괴물 자식 하나 있다고 쓰레기 D반이 아주 신났구만?”

눈매가 일그러지며 최한의 시선이 운동장을 향했다.

건장한 체격의 남학생이 서 있었다.

우락부락한 생김새와 검게 그을린 피부.

D반 아이들 모두 남학생을 발견하고는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장부기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춘식…….”

이춘식.

2학년 C반의 짱이자, 장부기를 괴롭혔던 장본인.

“장부기 좋아 보이네? 난 너 때문에 한 달 넘게 병원 생활 했는데. 병문안도 오지 않고, 고향 친구 섭섭하게 말이야.”

장부기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재미없는 새끼. 이번 종목도 저 괴물 새끼 나오면 또 시시하게 끝나겠네. 좋으시겠어요? D반은 아무것도 안 해도 저 녀석이 우승시켜주니까.”

이춘식이 바닥에 침을 뱉으며 구령대로 이동했다.

순식간에 D반의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알고 있다.

우승은 D반이 아니라 최한이 한 것임을…….

“어이, 어이. 왜 이래? 우리 반답지 않게? 나도 D반이야. 그리고 내가 그랬잖아. 내 힘만이 아니라 우리 반의 힘으로 A반을, 다른 반들을 꺾어 준다고.”

아이들의 시선이 최한의 얼굴로 옮겨졌다.

웃고 있는 최한의 얼굴이 보였다. 하지만 그 미소는 즐거움이라기보다는 꼭…… 누군가를 골탕 먹일 때 짓는…….

몇 번 본 적 있는…….

장난을 치기 전 악마의 얼굴이었다.

“가자, 최한. 내가 해볼게. 춘식이한테 갚아야 할 빚도 좀 있고.”

장부기가 운동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많은 것을 짊어진 그의 등이 D반 아이들을 향했다.

민섭이 부기를 향해 소리쳤다.

“잘 다녀와, 부기야! 넌 할 수 있을 거야!”

부기가 손을 들어 보였다.

D반 아이들이 부기에게 응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기고 와!”

“춘식이 코를 납작하게 해버려!”

“걱정 마. 어차피 뒤에는 최한이 있으니까!”

“장부기 파이팅! 선빵 필승!”

아이들의 응원을 뒤로한 채 부기와 최한이 구령대에 도착했다.

[그럼…. 룰을 설명하겠습니다. 기본적인 펀치 머신과 사용법은 똑같습니다. 다만 능력을 사용해도 괜찮을 정도로 튼튼하다는 차이점뿐. 게임은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되고, 한 명씩 차례로 치시면, 두 선수의 합이 높은 팀이 올라가게 됩니다. 그럼….]

장부기와 최한의 앞에 이춘식이 다가왔다.

“첫 경기부터 만나네? 비겁한 새끼들. D반에 있어선 안 될 놈이….”

최한이 이춘식의 말을 잘랐다.

“시끄럽고. 네가 그랬지? D반 애들이 아무것도 안 해도 내가 우승시켜준다고…….”

최한이 펀치 머신 앞으로 다가갔다.

[그럼 첫 번째 경기 시작합니다. 2학년 D반 대 2학년 C반!]

펀치 기계 앞에 도착한 최한이 고개를 돌려 이춘식을 바라보았다.

입가에 나타난 미소-.

최한이 펀치를 맞혀야 할 미트에 손가락을 살짝 대 그대로 밀었다.

띠링띠링띠링.

펀치 머신 화면에 점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0001

[최한…. 일 점!]

누구도 예상 못 한 결과가 나왔다.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던 부기마저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

“어이 이춘식. 나랑 내기 하나 하지? 너희 팀 두 명의 점수를 합쳐도 부기에게 이기지 못할 거야.”

“하하하하! 미친놈 그래 하지! 무슨 꿍꿍인지는 모르겠지만 겨우 1점 더해서 장부기 저 쓰레기 새끼가 우리를 이긴다고? 무조건 이기는 내기인데 큰 거 걸어야겠네. 한 1억…….”

“아니! 돈 말고 지는 팀이 이 학교를 떠나는 거야. 자퇴 빵,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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