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귀환자 학교가다-39화 (40/211)

39화

“으악!!!!”

민섭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운동장 바닥에 박혀 버렸다.

[마지막 장애물! 그것은 바로 100배의 중력입니다!]

2학년 D반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마지막 구간을 향했다.

“선생님…….”

“어쩐지 아까부터 안 보이더라니….”

“맙소사! 3배 중력으로 벌 받을 때도 온몸이 부서지는 줄 알았는데…….”

조일환 선생이 팔짱을 낀 채 결승선 앞에 서 있었다.

‘학생회장 녀석이 간곡히 부탁해서 들어주긴 했지만…… 100배의 중력을 이겨 낼 수 있는 학생이라……. 중력을 없앨 수 있는 특성이라면 모를까…….’

“다 죽을지도…….”

[남아 있는 5개 팀, 마지막 주자 모두 마지막 구간에 들어왔습니다!]

선두 따위 의미 없었다.

5번째 구간에 첫 번째로 발을 들여놓은 2학년 D반 주자 민섭도….

두 번째로 들어온 2학년 A반 주자도….

비슷하게 들어온 나머지 주자들도…….

한 걸음도 떼지 못하고 모두 바닥에 박혀 버렸으니까.

[자! 결승선까지 단 50미터 남아 있는 상황이지만 단 한 선수도 서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어나! 정찬성!”

“3학년 망신시키지 말고 일어나! 너 A급이야!”

“우병철! 일어나라고!”

“힘내!”

“B반 화이팅!”

스탠드에 있던 학생들이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각자의 반을 응원하기도 했지만, 이미 떨어진 반의 학생들도 자신이 응원하고픈 반과 선수들을 향해 응원의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체육 대회의 이변이자

이번 대회의 돌풍의 핵.

유일하게 남아 있는 D반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2학년 D반이 모여 있는 스탠드에서는 다소 무거운 분위기가 흘렀다.

그 누구도 힘내라는 말을, 응원을 보내지 않았다.

운동장에 처박힌 채 강한 중력을 온몸으로 버티고 있을 민섭의 고통을 잘 알기에…….

그때.

마지막 구간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포… 포기!”

“사… 살려줘요! 그만! 포기! 포기!”

[마지막 구간 두 명의 탈락자가 발생합니다. 2학년 B반 주자와 1학년 A반 주자가 100배의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기권했습니다.]

결승선에 서 있던 조일환 선생의 손이 대기하던 응급 팀을 가리켰다.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을 테니, 경기장 밖으로 탈락자를 데리고 나가세요.”

응급 팀이 빠르게 탈락자를 데리고 경기장을 벗어났다.

고통의 비명을 지르던 학생들이 평소와 같은 중력을 느끼고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보건 교사와 응급팀이 다가와 힐을 쓰기 시작했다.

[이것으로 최후의 3팀이 결정되었습니다. 이제는 결승선을 통과만 해도 순위권에 들 수 있는 상황!]

구령대에 있던 최수혁이 실소를 터트렸다.

“결승선을 통과한다면 말이지…. 그런데 참으로 아까운 인재야. 자연계 중에서도 최상위의 특성을 가졌는데 고작 선생을 하고 있다니.”

최수혁의 목소리에도 오지훈 센터장은 바닥에 박혀 버린 아이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그때.

2학년 D반이 있는 스탠드 쪽에서 소란이 일었다.

앞에 있는 아이들을 마구잡이로 밀치며 나오는 한 학생.

스탠드에서 내려와 경기장을 막고 있는 진행팀과 몸싸움까지 하며 앞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었다.

“그만 버텨! 이 바보야!”

남학생의 목소리에 운동장에 있던 모든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그곳엔 이미 울음을 터트려 버린 장부기가 서 있었다.

선수를 빼앗긴 최한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참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 쟤네 둘이 저렇게 친해질 줄 누가 알았겠어.’

최한이 앞으로 반쯤 쏠려 있던 몸을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들어가면 안 돼!”

“A급들도 버티지 못하는 중력이 있는 곳이야!”

“더 이상 난동을 부리면 힘으로 제압하는 수가…….”

진행팀의 만류에도 남학생은 멈추지 않았다.

“그만 버티라고! 일반인의 몸으로는 진짜 죽을 수도 있다고! 이 바보야!”

바닥에 쓰러져 있는 민섭의 흐릿한 시야에 한 남학생의 얼굴이 보였다.

“장……부기…….”

진행팀의 팔을 뿌리치며 장부기가 더욱더 크게 소리 질렀다.

“넌 절대 포기라고 외치지 않을 테니까……. 눈에 초점이 없어도… 숨이 안 쉬어져도… 너는…… 너는…… 친구를 위해…… 거기서 기절할 놈이니까….”

부기의 난동이 멈췄다.

한없이 떨리는 어깨 아래로 머리가 숙여졌다.

“못 봐주겠군……. 징징거리지 마, 이 쓰레기들아.”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쓰러져 있던 주자 중 한 명이 100배의 중력을 이겨내고 지금 일어났습니다!]

“한재석!”

“한재석!”

“역시 A반!”

“대한민국 최고의 특성!”

살짝 무릎이 구부러지긴 했지만,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은 분명 100배의 중력을 이겨낸 모습이었다.

정갈했던 노란 머리가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었지만, 눈빛만은 죽지 않고 강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한재석이 소리쳤다.

“내가 최강이다. 내가 미림고의 톱이 되겠어. 난 아직…… 지지 않았어!”

한재석의 시선이 한곳을 향했다.

그와 눈이 마주친 최한의 얼굴에 어두운 표정이 지어졌다.

‘설마 저 녀석…….’

한재석이 한 발 한 발 내딛기 시작했다.

달리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곳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빨랐다.

조일환 선생의 목소리가 응급팀에게 닿았다.

“어이, 응급팀! 한 명 기절했다. 데리고 나가.”

동시에 부기의 고개가 들렸다.

“안 돼! 민섭아!”

응급팀이 빠르게 기절한 선수를 경기장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여기서 탈락자 발생! 응급 팀이 기절한 D…… 어! 또다시 이변 발생! 탈락한 주자는 2학년 D반이 아니라 3학년 A반 주자입니다!]

학생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A급이 기절했다.

그것도 3학년 A반 학생이…….

A급 중에서도 마력의 양이 적은 것일지도,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이유이건 간에.

A반 학생이 두 명이나 탈락한 마지막 구간에 아직까지 살아남아 있는 D반의 존재는…….

도저히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포기하지 않아……. 약속했으니까……. 최한 없이도 일등 하자고…… D반의 힘으로 최한에게 도움이 되자고…….”

스으윽-.

바닥이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장부기의 시선으로 손을 뻗어 앞으로 기어가고 있는 민섭의 모습이 보였다.

“대체 어떻게…….”

스탠드에 있던 2학년 D반 아이들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기어라도 가!”

“어차피 넌 포기 안 할 테니까!”

“기절하기 전에 끝까지 가!”

“할 수 있어!”

힘 넘치는 목소리였지만, D반 아이들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반쯤 풀려 버린 눈이었지만, 민섭의 시선으로 똑똑히 보였다.

조일환 선생 뒤에 있는 결승점이.

“죽어도 포기 안 해. 이까짓 것에 목숨을 건다고 손가락질받아도 상관없어. D반이 이렇게 바뀔 수 있던 건 최한 덕분이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운동장 바닥을 짚은 손가락에 피가 나기 시작했다.

팔뚝은 이미 바닥에 쓸려 길게 생채기가 나 있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다.

느리지만.

조금씩, 조금씩.

민섭은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최한에게 보여주는 거야. 너를 만나서…… 너와 친구가 돼서 이렇게…… 이렇게… 강해졌다고!”

민섭이 빠르게 몸을 끌며 나아갔다.

그가 지나온 운동장 바닥에 핏자국이 꼬리처럼 생겨났다.

중력을 이겨내며 걸어가고 있는 한재석의 시선으로 바로 옆까지 따라온 민섭의 모습이 보였다.

“D반 쓰레기 새끼가…….”

고통스러운 표정 사이로 분노가 치밀었다.

한재석이 입술을 짓이기며 발을 더 강하게 뻗었다.

민섭의 피로 범벅 된 손이 앞으로 나아갔다.

“지고 싶지 않아…… 절대 지고 싶지 않아…….”

손톱이 빠져 버릴 정도로 손이 피범벅 되었지만, 민섭은 포기하지 않았다.

손톱 사이를 찌르는 고통을 참은 채 손가락을 땅속으로 박아 넣으며 몸을 끌어당겼다.

한재석의 입술에서도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저벅저벅-.

스으윽-.

저벅저벅-.

스으윽-.

발을 내딛는 소리와 몸을 끄는 소리가 번갈아 가며 울려 댔다.

“한재석!”

“김민섭!”

“한재석!”

“김민섭!”

스탠드에서 뻗어 나온 목소리는 이미 절정에 달해 있었다.

광분의 휩싸인 아이들의 응원 소리가 미림고 전체를 가득 채웠다.

A반, B반, C반, D반.

상관없었다.

100배의 중력이 만들어 낸 최고의 위기.

위기를 이겨내는 것이 헌터였고.

영웅이었다.

남아 있는 두 명의 사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검투사의 마지막 대결보다.

더욱.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최고의 재능과 꼴찌의 싸움.

A반 대 D반.

최고의 특성을 받은 A급 대 D급도 받지 못한 일반인.

그 격차가 주는 희열도 있었지만.

이토록 그들을 열광시키는 단 하나의 이름은…….

승리에 대한 집착.

언제나 화려하기만 했던 A급 최고의 재능이 입술이 터져 버릴 정도로 고통을 참고, 산발이 된 머리를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반면 각성조차 하지 못한 D급은 A급도 기절한 100배의 중력을 버티며, 남들의 시선 따윈 신경 쓰지 않고, 바닥을 기어가고 있었다. 손 전체가 피에 물들고, 손톱이 전부 빠져 버릴 정도로 고통스럽지만,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앞서다.

뒤처지다.

또다시.

앞서다.

뒤처지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드디어…….

한재석과 민섭이 조일환 선생이 서 있는 곳에 도달했다.

가운데 서 있는 조일환 선생을 양쪽에서 지나치고 있는 민섭과 한재석이었다.

한 명은 비틀거리지만 허리만은 꼿꼿이 피고…….

다른 한 명은 땅바닥에 붙어 기어가지만, 누구보다 용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조일환 선생의 시선으로 두 학생이 지나쳐갔다.

‘한 놈은 쥐뿔도 없는 놈이 손가락 전부가 찢어져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자신을 깎아가며 오르지 못할 산을 올라왔고, 반대로 자기 잘난 맛에 살던 놈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내려놓고 오로지 자신의 몸뚱이 하나만으로 자신을 시험하고 있다라…….’

“뭐…… 그래도 둘 다…… 꽤 멋졌다.”

동시에 조일환 선생을 지나친 두 명의 학생.

“내가 일등이다!!!”

“지지 않아!!”

마지막 남은 온 힘을 쏟아내며 한재석과 김민섭이 결승선을 통과했다.

[주자 동시에 결승선을 넘습니다!]

우오오아아아아아!!!!!!!

함성이 쏟아졌다.

자신의 일도 아닌데, 기뻐서 소리쳤고, 슬퍼서 눈물을 흘렸다.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한재석이 앞으로 쓰러졌다.

붉은 피로 물들어진 민섭의 팔이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최고야!”

“대단해!”

“최고의 승부였어!”

수많은 감정들이 박수와 함성을 타고 결승선에 쓰러져 있는 두 학생에게로 전달되었다.

[미림고 체육 대회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였습니다! 2학년 A반과 D반 공동 우승!]

“와아아아아아아!”

구령대 아래 있던 KoS 방송국 취재진의 대화가 이어졌다.

“제대로 찍었지?”

“네…….”

“공동이긴 하지만 D반이…… 또 우승을 하다니…. 아까 피구 종목 그 녀석이랑 저 녀석…… 끝나고 인터뷰할 수 있게 바로 얘기…….”

대화를 이어가던 취재진의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어이고야, 그거는 좀 힘들겠는데요?”

구령대 난간에 매달려 취재진을 내려다보고 있는 한 남자.

브로스 길드장 최수혁이었다.

“아니… 길드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위태롭게 난간에 매달린 채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가는 최수혁이었다.

“말 그대로입니다. 방송에 나간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저기 쓰러져 있는 저 학생과 피구 하던 S… 아니, 그 학생의 인터뷰는 저희 브로스 길드에서 거절합니다.”

“아니, 그래도…….”

최수혁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KoS 방송…… 유영진 기자 맞으시죠?”

유영진 기자의 얼굴이 파리해졌다.

“그걸… 어떻게…….”

최수혁이 자신의 가슴을 툭툭 쳤다.

유영진 기자가 자신의 목에 걸고 있던 사원증을 발견했다.

“말로 하는 건 여기까집니다. 아이들의 개인 인터뷰는 거절하겠습니다. 너무나 많은 관심이 쏟아지면 아이들이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

돌아서는 최수혁을 바라보며 유영진 기자가 입술을 깨물었다.

오지훈이 최수혁에게 물었다.

“어차피 생방송으로 전국에 나갔을 텐데, 왜 개인 인터뷰를 거절하셨습니까?”

최수혁이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았다.

“숨기는 것까지는 아닌데, 그냥 너무 포커스가 집중되면 곤란해지니까.”

“아…….”

대화를 마친 최수혁과 오지훈의 시선이 운동장으로 향했다.

앉아 있던 오지훈 센터장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신을 끌어내릴 열쇠인.

김민섭.

A급 최고의 재능, 대한민국 최강의 특성이라 불리는.

한재석.

A급과 등급도 받지 못했던 일반인…….

“첫 ‘리미트 해제자’인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