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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41화 (42/211)

41화

아침 기온도 제법 올라 아침부터 선풍기를 켜지 않으면 땀이 쏟아지는 날씨가 되었다.

오늘도 가장 먼저 등교한 최한이 창문 난간에 걸터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날씨 좋다.”

그때, 빠른 발소리가 들렸다.

최한의 시선이 발소리를 따라갔다.

자리에 앉아 있는 민섭에게 홍철이 달려왔다.

“야야야! 민섭아, 대박. 이거 봐.”

“웅?”

홍철이 민섭의 책상 위로 스마트폰을 올려놓았다.

작은 화면 속.

거리를 지나는 많은 사람들 속에 서로 삿대질을 하며 싸우는 여자들이 보였다.

신고할 거라며 목청껏 소리 지르는 여자와 신고해 보라며 그녀를 감싸는 세 명의 여자.

양쪽에서 팔을 잡아끌며 어딘가로 끌고 가고 있었다.

그때, 영상을 찍고 있던 학생으로 보이는 남성들이 달려가 여자를 구해주었다.

“뭐야? 요즘도 납치가 있어?”

민섭이 놀란 표정을 짓자, 홍철이 스마트폰을 가리키며 말했다.

“대박이지? 그것보다 여기 어디인지 모르겠어?”

홍철의 물음에 민섭이 안경을 한번 올리며 스마트폰에 가까이 다가갔다.

“작은 골목인 거 같은데…. 어! 뭐야!”

“대박이지? 우리 동네야. 그것도 학교에서 가까운 데. 저번에 너랑 나랑 갔던 분식집 앞.”

“대박…… 우리 동네에 이런 일이…….”

“이거 오래되지도 않았어. 바로 어제인가 그럴걸? 무슨 사이비 종교 그 뭐더라…….”

그때.

이제 막 등교한 전지현이 민섭의 옆을 지나갔다.

민섭이 지현에게 인사했다.

“안녕, 지현아.”

“어, 안녕…….”

인사를 하던 지현이 민섭의 책상 위에 놓인 스마트폰에 시선을 빼앗겼다.

한참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지현.

금세 표정이 어두워졌다.

민섭과 홍철이 눈을 마주치더니, 번갈아 가며 지현을 올려다보았다.

“미… 미안…….”

자신이 넋 놓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지현이 작은 목소리를 남긴 채 자신의 자리로 걸어갔다.

탁-.

앞문이 열리며 조일환 선생이 들어왔다.

흩어져 있던 아이들이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조일환 선생이 교탁에 서서 말했다.

“어제 체육 대회 고생 많았다. 방송 나갔다고 인터넷이나 유X브 이런데 찾아보지 말고, 학생의 본분을 잘 생각하며 열심히 학교생활 하기 바란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하나가 되어 울렸다.

“네!”

“그럼… 오늘 특별한 전달사항은 없고…… 전학생이 왔다.”

.

.

.

“네?”

“그게 제일 특별하지 않습니까?”

“미림고가 막 전학 오고 그럴 수 있는 데였나?”

“왜 D반에만 전학생이 오나요?”

아이들의 목소리가 잔뜩 흥분되어 있었다.

“조용, 조용. 자, 들어와라.”

조일환 선생의 목소리가 울리고, 앞문에서 작은 여자아이가 걸어 들어왔다.

아장.

아장.

아장.

“그럼 소개하겠다. 이번에 전학 온….”

자리에 앉아 있던 최한과 민섭이 책상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쾅! 쾅!

“뭐냐? 최한, 김민섭.”

조일환 선생의 물음에 최한과 김민섭이 팔을 저으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죄… 죄송합니다. 너무… 당황해서….”

“나도 모르게 너무 놀랐네….”

어느새 조일환 선생 옆에 도착한 전학생이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바티칸에서 온 헤네시 그로리아입니다.”

보라색 머리칼.

초등학생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어린 외모.

순박한 웃음…….

“외국인?”

“외국인이 한국말을 하는데?”

“그것보다… 바티칸?”

“바티칸이라면…….”

아이들의 시선이 최한과 민섭에게 향했다.

마치 귀신을 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최한과 민섭이었다.

민섭의 입이 떨어졌다.

“대체 왜 성녀가 여기에…….”

그 목소리는 교실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뭐! 성녀!”

“전 세계에 한 명 있다는 S급 힐러?”

“저 꼬맹이가?”

아이들의 표정이 최한, 민섭의 것과 같아졌다.

학생들의 반응에 조일환 선생이 헛기침을 했다.

“흠! 뭐…… 지금 들었다시피 이쪽은 성녀 통칭 마리아라 불리는 S급 힐러다. 고등 교육을 받지 않아 우리와 함께 공부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모두 손을 들며 질문을 쏟아냈다.

“너무 설명이 짧잖아요, 쌤!”

“우리 반에만 전학생이 오는 이유는 뭔가요?”

“S급이 왜 D반에 오게 됐나요?”

조일환 선생이 손가락을 한 번 튕겼다.

“쉿!”

교실에 침묵이 찾아왔다.

“뭐… 학교에도 여러 사정이란 게 있으니까…. 나도 오늘 알았으니, 너희가 얼마나 놀랐을지는 짐작은 가는데, 그래도… 별거 없다. 그저… 우리 반에 친구 한 명 더 늘어난 것뿐이다.”

아이들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일환 선생이 성녀를 보며 말했다.

“그럼 성…….”

“편하게 부르셔도 됩니다. 헤네시나 성녀 어떤 것도 괜찮습니다.”

“그럼 헤네시, 어디에 앉는 게….”

성녀가 가져온 책상과 의자를 들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럼 전 여기로……”

성녀가 최한의 옆자리에 책상을 붙였다.

자리를 잡자마자 성녀가 최한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뭐지…… 이 시선은…….’

따가운 시선에 최한이 마지못해 손을 들어 인사했다.

“아…… 안녕. 오랜만이네…….”

성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 보였다.

“오랜만이야. 한국에 놀러 오라 해서 왔어.”

“설마… 내 말 때문에…. 근데 너 학교 다니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알지?”

“웅! 여기 있으면 돌아가지 않고 오래 놀 수 있어.”

“그것보다…… 바티칸은 어쩌고…….”

“괜찮아. 팔라딘이 나 없어도 괜찮다 했어.”

“그…… 그래?”

최한이 손을 내릴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 거기 앉도록 하고, 다들 성녀 잘 챙겨주도록. 마지막으로 김민섭. 브로스 길드에서 공문이 왔다. 오지훈 센터장이 보고 싶어 한다는군. 학교로 차가 온다니까 방송 나오면 내려오도록. 이상.”

조일환 선생이 앞문으로 걸어 나갔다.

동시에 교실이 소란스러워졌다.

아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성녀의 자리로 몰려들었다.

“와! S급이 우리 반이라니….”

“진짜 성녀야?”

“그럼 너 팔라딘 봤어?”

“몇 살이야?”

몰려든 아이들에 당황할 법도 한데 성녀는 한 명, 한 명 모두의 질문에 차분히 대답을 했다.

옆에 있던 최한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는 알고 있으니까.

3년 동안 지하에 갇혀 지낸 성녀가 지금 얼마나 행복감을 느낄는지…….

자리에 앉아 있는 장부기가 성녀에게 향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전지현의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웃고 있는 성녀와 아이들.

구석에서 홀로 앉아 있는 어두운 표정의 전지현.

누군가 자신처럼 지현을 바라보고 있는 눈길을 느꼈다.

부기의 시선이 겹쳐진 곳.

부기와 민섭이 눈을 마주쳤다.

민섭도 지현을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방송이 흘러나왔다.

[2학년 A반 한재석 학생. 그리고 2학년 D반 김민섭 학생. 교무실로 내려와 주시기 바랍니다.]

민섭이 가방을 챙겨 나갈 준비를 했다.

“잘 다녀와.”

최한의 목소리였다.

민섭이 대답 없이 웃음으로 인사했다.

‘민섭이와 한재석이면…… 오지훈 센터장도 뭔가 느꼈나 보군….’

민섭이 교실 문을 나가기 전 부기와 마주쳤다.

“잘 다녀와.”

“웅. 지현이 좀 챙겨줘.”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부기가 민섭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나만 믿어. 걱정 마.”

민섭이 아이들과 인사하며 문을 나섰다.

손을 흔들고 있는 최한의 곁으로 부기가 다가왔다.

“최한, 얘기 좀 하자.”

“뭔 얘기? 여기서….”

최한이 고개를 돌렸다. 옆자리에 앉은 성녀와 그녀에게 몰린 아이들.

시끄러운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최한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기가 뒷문 쪽에서 걸음을 멈췄다.

“할 얘기가 뭔데? 왜 이리 똥폼을 잡아? 안 어울리게.”

“너 나한테… 아니, 우리한테 숨기는 거 없냐?”

“뭔 소리야, 갑자기……. 아침부터 무슨 뚱딴지…….”

최한의 시선으로 들어온 부기의 얼굴.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

그 속으로 보이는 무거운 감정.

진지하게 물어보고 있는 것이다.

최한이 표정을 다잡았다.

“없어.”

“진짜 없어?”

재차 확인하는 부기의 목소리.

최한이 말없이 부기의 눈만 바라보았다.

부기가 표정을 풀며 최한의 어깨를 툭 쳤다.

“그래. 네가 없다 하면 없는 거겠지.”

“근데 갑자기 그런 건 왜 물어봤냐?”

“그냥. 너무 생각하지 마. 그리고……. 아니다.”

부기가 몸을 돌려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뭐야. 짜식, 오늘 왜 그래….”

최한이 부기가 돌아서기 전 시선이 향했던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전지현의 축 처진 뒷모습이 보였다.

이 얽히고설킨 작은 감정이 훗날 엄청난 소용돌이가 되어 아이들을 갈라놓으리란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 * *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온 전지현.

방문을 모두 열어봐도 엄마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갈 시간이 아닌데….”

지현의 엄마는 가정주부였다.

일주일에 세 번씩 외출을 하긴 하지만, 그것은 항상 오전이었다.

거실 한쪽에 자리한 사진 앞에 지현이 멈춰 섰다.

양팔을 벌린 채 웃고 있는 남자.

A급 능력자로 이름이 알려진 최만식이었다.

가끔 헌터 생활을 하는 장면이 포착되긴 하나, 그의 또 다른 직업은…….

교주.

그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였다.

지현의 주먹이 강하게 쥐어졌다.

“이 남자만 만나지 않았어도 엄마는…….”

그때.

띠띠띠띠.

띠링띠리리링!

현관문이 열렸다.

“엄마?”

지현의 시선이 현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꺄아! 압!”

지현의 짧은 비명만을 남긴 채 문이 닫혔다.

* * *

브로스 길드에서 보내준 버스를 타고 브로스 길드 서울 지부 연구소로 이동한 민섭.

철저한 보안 속에 몇 개의 문을 지나 드디어 만나게 된 오지훈 센터장.

“어서 와요, 민섭 군.”

“안녕하세요.”

“또 보니 반갑군요.”

“네. 그런데…… 대체 무슨 일로…….”

“그건…….”

그때.

뒤처져 있던 한재석이 걸어왔다.

귀찮은 티를 내며 천천히 다가오는 그의 얼굴엔 한눈에 봐도 짜증이 가득했다.

“재석 군도 어서 와요.”

웃으며 반기는 오지훈 센터장의 모습에도 한재석의 짜증은 풀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재석의 날카로운 시선이 민섭에게 향했다.

“불러낸 것도 짜증 나는데. 왜 하필 이 녀석이랑 둘만 부른 거예요?”

아직도 장애물 계주 때의 공동 우승을 납득하기 어려운 한재석이었다.

민섭은 괜한 싸움을 하기 싫어 한재석에게 시선도 주지 않았다.

“둘만 부른 이유는 100배의 중력을 버틴 것 때문이지요.”

한재석의 미간이 더욱 구겨졌다.

민섭이 이마를 짚었다.

‘불난 집에…….’

오지훈 센터장의 표정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실실 웃던 남자는 사라지고

차가운 표정으로 말하는 과학자의 얼굴이 되었다.

“일반인의 몸으로 100배의 중력을 버틴 민섭 군. A급 능력자지만, 마력도 특성도 전혀 사용하지 않고 100배의 중력을 이겨내 걷기까지 한재석 군….”

한재석이 고개를 돌렸다.

민섭의 시선이 처음으로 한재석에게 닿았다.

모르고 있었다.

몽롱한 정신으로 버티고 있었긴 했지만, 한재석이 마력과 특성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은 지금 처음 알게 되었다.

‘더 위를 보고 싸우고 있었구나.’

“두 학생 모두 원래는 다른 학생들처럼 기절했어야 하는 게 정상입니다.”

민섭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도 잘 생각나지 않는다.

피가 철철 흐르던 손을…….

찢어진 손가락 사이로 파고드는 고통을…….

어떻게 이겨내고 나아갔는지.

최한을 생각하며 도움이 되고 싶어 노력하긴 했지만…….

자신도 느끼고 있었다.

지금까지와 달랐다.

D급도 받지 못한 일반인인 자신의 몸이 100배의 중력을 버틴 것부터가…….

자신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한재석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그놈을 이기기 위해.

지기 싫어서.

또다시 지고 싶지 않아서…….

마력과 특성을 쓰지 않고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

그래야.

그 정도의 차이로 이겨야.

최한에게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길 것 같았기에…….

민섭과 한재석의 얼굴에 심각한 표정이 지어졌다.

“알고 계시겠지만 한번 정해진 등급은 바뀌지 않습니다. 마력의 고유 양과 신체 능력의 밸런스로 등급을 정하는 것이니까요. 그 마력의 양과 밸런스에 따라 특성이 부여되고 항상 몸이 이겨낼 수 있을 정도의 특성이 나타나게 되니 강한 몸에 강한 특성이 부여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죠.”

민섭과 한재석의 시선이 오지훈에게 향했다.

“하지만 두 분은 다릅니다. ‘리미트 해제자’. 우선 그렇게 이름 붙였습니다. 등급을… 초월할 수 있는 자…….”

민섭과 한재석의 얼굴에 많은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두 분 다 다시 검사해 보시죠. 정말 등급이 올라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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