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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43화 (44/211)

43화

* * *

최한이 조일환 선생을 따라 교무실에 도착했다.

“쌤. 민섭이랑 애들은 어쩌고…….”

자리에 앉은 조일환 선생의 얼굴이 사뭇 진지해졌다.

“그것도 큰일이지만, 지금은 지현이 쪽 일이 더 중요하단다. 이것 좀 봐라.”

조일환 선생이 스마트폰을 들어 최한에게 건넸다.

지현이 아버님.

010-xxxx-xxxx

제가 출장 중이어서 지현이 소식을 몰랐습니다. 새벽에 연락받고 급히 서울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지현이가 있는 곳이 짐작은 갑니다만, 강한 능력자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바로 좀 만나 뵐 수 있을까요?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이… 이건…….”

조일환 선생이 스마트폰을 책상에 내려놓았다.

“비상 연락망에 아버지 번호가 있어 어제 지현이 아버님에게 연락을 남겨 놓았지. 뭐, 통화가 안 돼서 문자를 남겨둔 거지만.”

“그런데 왜 저한테 이런 얘기를….”

“네가 같이 가줬으면 한다. 선생으로서 내가 가서 해결해야 하는 일이 맞지만… 뭔가 네 도움이 필요할 것 같구나.”

조일환 선생의 진지한 표정에 최한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저도 함께 가겠어요!”

교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남학생.

부기였다.

“장부기…….”

“분명 제 잘못도 있어요. 지현이가 힘든 걸 가장 먼저 알아챘는데 제대로 마음 써주지 못했어요. 제대로 말도 못 걸고…….”

부기의 어깨로 최한의 손이 얹어졌다.

“그래. 같이 가자.”

조일환 선생이 고개를 저었다.

‘못 말리는군.’

그때.

또다시 교무실 문을 지나는 그림자.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 * *

한 시간 후.

학교 앞 카페에서 전지현의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지현이 담임 조일환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지현이 아버지 되는 사람입니다.”

한눈에 봐도 급히 이곳으로 온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흐트러진 넥타이와 땀에 젖은 앞머리.

살짝 가빠 보이는 숨결.

지현을 향한 걱정이 온몸에 묻어 있었다.

“그런데… 이 학생들은….”

조일환 선생이 난처한 표정으로 입술을 매만졌다.

“이쪽은… 하아….”

조일환 선생이 대답을 끝맺지 못하고 한숨을 터트렸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현이 같은 반 친구 장부기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최한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헤네시 그로리아입니다.”

지끈지끈.

조일환 선생이 이마를 부여잡았다.

자꾸만 달라붙는 성녀를 최한이 악을 쓰고 밀어내었다.

“그만 붙어! 내 의자에 앉지 마! 쫍아!”

“너희 그만 좀 해! 어른 계신데 뭐 하는 거야! 아! 최한, 그만 밀어!”

최한과 부기뿐 아니라 성녀 헤네시 그로리아도 함께 자리에 있었다.

자신의 잘못이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한 성녀가 마지막으로 교무실에 찾아와 이곳까지 따라오게 되었다.

조일환 선생이 다시 한번 지현의 아버지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이렇게까지 많이 나오려던 건 아니었는데…. 그래도 지현이를 생각하는 친구들의 마음이라 생각해 주시고 너그러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네…….”

지현의 아버지가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아! 그만 밀라고!”

“붙지 좀 마!”

콱! 콱! 콱!

카페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아이들이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그럼 말씀해 주시지요.”

조일환 선생의 목소리 뒤로 지현 아버지의 떨리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현이는 아마 저희 집사람 때문에 납치당했을 겁니다.”

머리를 부여잡고 있던 아이들의 눈빛이 변했다.

“그런 표정 지을 만하죠…. 하지만 분명 맞을 겁니다. 저희 집사람은 딸도 팔아넘길 만큼…… 사이비 종교에 미쳐 있거든요.”

담담하게 내뱉고 있었지만, 그 어떤 말보다 무겁게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조일환 선생이 차분하게 물었다.

“그렇다면 지현이가 사이비 종교에 붙잡혀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그럴 겁니다. 요즘 우리 동네에서 여성들이 납치되는 사건들이 많았죠?”

“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렇게 걸리지 않는 것이 수상할 정도로요….”

“그럴 수밖에 없죠. 누구보다 이 동네를 잘 알고 있는 주민들을 이용했으니까요.”

조일환 선생의 미간이 구겨졌다.

“저희 집사람이 빠진 종교의 이름은 만식교. 아시다시피 A급 헌터로 알려진 최만식이 교주로 있는 사이비 종교입니다.”

이제야 조금씩 퍼즐이 맞춰지고 있었다. 조일환 선생의 긴 날숨이 흘러나왔다.

“이번 달에 만식교 내부에 큰 행사가 있습니다. 바로 교주의 결혼. 그래서 교주인 최만식의 신부를 찾기 위해 여성들을 납치하고 있는 겁니다. 그 인원 중에 고르려고…….”

“아무리 사이비 종교라 해도…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이는군요. 그런데 신도가 아닌 사람과 결혼하게 되면 당사자가 신고를 할 수도….”

“최만식의 능력이 뭔지 아십니까?”

입술을 매만지며 기억을 떠올리는 조일환 선생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져 갔다.

“헌터로서 크게 활약하지도 않았고, 적게나마 남아 있는 자료들과 영상들도 대부분……. 주먹으로 싸웠던 것 같은데…….”

“맞습니다. 그는 공적으로 자신의 특성을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그의 특성은…… 너무도 위험한 것이니까요. 그의 특성은 세뇌. 인간을 조종할 수 있는 아주 사악한 능력을 가졌습니다.”

조일환 선생의 주먹이 테이블을 내려쳤다.

쾅!

주먹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그에게 세뇌된 사람들이 가족과 친구를 끌어들이고 행인들까지 납치해 최만식에게 끌고 갑니다. 헌금이랍시고 큰돈을 뜯는 것은 물론이고…… 그… 여자들은…… 여자들은…….”

지현의 아버지도 더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걱정 마세요. 용식인지 만식인지 걔는 사람 잘못 건드린 거예요…. 지현이가 누구의 친구인지도 모르고…….”

부기의 목소리가 흐르고.

조일환 선생과 전지현 아버지의 고개가 들렸다.

“그런 나쁜 놈은…… 죽여도 무죄죠?”

표정이 사라진 최한의 얼굴이 보였다.

* * *

지현이 좁은 방안에 홀로 앉아 있었다.

화장실 하나 달린 작은 원룸.

그 흔한 TV도 소파도 창문도 없는 음침한 방이었다.

땅바닥에 내팽개쳐진 식판에 식어 버린 음식이 그대로 보였다.

그때.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뭐야? 또 밥 안 먹었어? 얘가 왜 이럴까 정말!”

바닥에 있는 식판에 시선을 둔 채 전지현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지현의 눈매가 사나워졌다.

“엄마 제발 좀 정신 좀 차려!”

연한 화장 위로 보이는 갈색 단발머리.

코에 난 점마저 닮은 지현의 엄마였다.

“너나 정신 차려 이년아! 언제까지 버틸 건데. 교주님이 결혼해 주신다면 감사하게 받아드려야지.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지현이 자신의 머리채를 잡아 뜯었다.

“제발 그만 좀 해! 고등학생 딸을 늙은 아저씨한테 시집보내는 엄마가 어디 있어!”

똑똑-.

이미 열린 문을 손으로 두드렸다.

노크 소리와 함께 거구의 남성이 들어왔다.

그의 뒤로 보이는 세 명의 보디가드.

가장 앞서 들어온 남자가 지현에게 말했다.

“늙은 아저씨라니. 섭섭하게 말이야. 아직 39살이라고.”

지현의 엄마가 고개를 숙였다.

“교주님. 이런 누추한 곳까지……. 제 딸이 아직 어려서 뭘 모르는 겁니다. 이렇게 멋지시고 대단하신 교주님의 아내가 되는 게 얼마나 은혜롭고 영광스러운 일인지…….”

“엄마!”

지현이 목청껏 소리쳤지만, 지현의 엄마는 전혀 듣고 있지 않았다.

최만식이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역시 넌 뭘 좀 아는구나. 넌 영생을 살 것이다.”

지현의 엄마가 떨리는 두 손을 모아 외쳤다.

“가… 감사합니다! 은혜와 영광이 언제나 교주님께 가득하길…….”

싫었다.

저런 엄마도 싫었고

저런 엄마가 찬양하는 최만식도 싫었다.

지현의 시선이 최만식에게로 옮겨졌다.

우락부락한 얼굴.

붉게 물들인 머리.

어디에서나 물고 있는 담배.

티도 입지 않고 걸친 재킷.

모든 것이 싫었다.

그리고 가장 싫었던 건…….

“이렇게 사람들을 속이면서 사는 게 재미있냐! 꼭두각시처럼 조종하고 다니면 재미있어! 여기서 진정으로 너를 생각해 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 이게 사람 눈이야? 저렇게 뜨는 게 사람 눈이냐고!”

마치 방금 잠에서 깬 사람들처럼, 눈꺼풀이 내려앉아 있는 사람들이었다.

지현의 엄마부터 최만식의 뒤에 서 있던 보디가드들까지.

전부.

실눈을 뜬 것처럼 눈꺼풀이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최만식이 웃었다.

섬뜩하기까지 한 그 표정에 지현의 몸이 굳어갔다.

“재미있냐고? 당연한 걸 왜 묻는 거야? 폭력, 괴롭힘, 갈취, 강도, 살인…. 이것들을 왜 법으로 막고 있는지 알아?”

지현의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밀었다.

“재미있으니까. 미친 듯이 재미있으니까. 모든 사람들이 이 재미에 빠져 전부 폭력과 살인을 하면 어떻게 되겠어? 전부 죽게 되겠지. 그러니까 이것들을 법으로 금지시켜 놓은 거야.”

지현의 볼에 최만식의 뜨거운 숨결이 느껴졌다.

“미친놈. 넌 진짜 미친놈이야! 분리수거도 안 되는 개 또라이라고!”

최만식의 눈이 커지더니 이내 크게 소리 내 웃었다.

“하하하하! 역시 대단해. 예쁜데 성깔까지 있어서 좋다니까, 너는.”

지현이 분이 풀리지 않아 입술을 깨물었다.

성격 같아서는 주먹으로 얼굴을 날려 버리고 싶었지만.

최만식은 A급 능력자.

D급인 자신이 상대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엄마.

싫어도 엄마다.

자신을 팔아넘겼어도 엄마다.

아무리 싫어도 자식이.

낳아준 엄마를 바꿀 수는 없지 않은가.

지현이 소리 없이 울기 시작했다.

최만식이 흥이 식어 버렸는지 혀를 한 번 차고는 몸을 돌렸다.

“밥은 먹고 있어라. 예쁜 얼굴 상할라. 넌 내가 특별히 능력 쓰지 않고 결혼식 올릴 거니까…… 그때까지 많이 울어둬.”

최만식이 웃음소리를 남긴 채 문을 나섰다.

지현의 시선으로 무릎 꿇고 기도하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감사합니다, 교주님. 이제 저도 영생을 살게 된 신도로서 언제까지고 교주님을 모시겠습니다.”

지현이 손으로 귀를 막았다.

“살려줘…… 최한…….”

.

.

.

쾅!

문이 닫혔다.

최만식이 지현의 방에서 나오자마자 고개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이번엔 어디를 가볼까나…….”

조금 전 최만식이 나온 지현의 방문과 똑같이 생긴 문이 10개가 넘게 있었다.

딱. 딱. 딱.

구두 소리가 울리고 최만식이 다른 문 앞에 멈춰 섰다.

자연스럽게 문을 열었다.

지현의 방과 똑같은 구조….

하지만.

그곳에는 지현이 아닌 다른 여성이 잡혀 있었다.

아름다운 외모의 여성.

반쯤 풀려 버린 눈으로 최만식을 반겼다.

바닥에 그대로 절을 했다.

“오셨습니까, 교주님…….”

최만식의 얼굴에 광기 어린 웃음이 지어졌다.

“안녕. 두 번째 부인. 크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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