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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45화 (46/211)

45화

서울 변두리.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되어 낮에도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동네.

“뭐야, 여기? 서울 맞아?”

부기의 어깨가 잔뜩 웅크려졌다.

대낮인데도 귀신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들어가지 마시오.’

출입을 금지하는 간판이 여기저기 보였다.

“정말 여기가 맞습니까? 으스스합니다.”

성녀의 시선으로 깨진 창문들이 들어왔다.

최한이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목소리를 내었다.

“오지훈 센터장님한테 온 문자로 봤을 때 여기가 확실해.”

최한이 낡은 건물들을 눈에 하나, 하나 담으며 주위를 살폈다.

그때.

무언가 발견한 최한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출입금지 간판을 지나 낡은 건물로 다가가는 최한.

한 건물 앞에서 걸음을 멈춘 최한이 고개를 들어 뚫어지게 한곳을 응시했다.

성녀와 장부기가 최한의 곁으로 다가왔다.

“뭐 보는 거야?”

“여기 뭐가 있는 겁니까?”

최한이 손을 들어 한곳을 가리켰다.

자연스레 성녀와 장부기의 시선이 손끝으로 향했다.

낡은 빌라 벽면에 달려 있는 CCTV.

“철거가 예정된 낡은 건물에 저렇게 새것 같은 CCTV가 있는 게 좀 이상하지 않냐?”

최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

“지현이는 여기에 있어.”

최한이 붉은빛이 깜빡이고 있는 CCTV를 끝까지 노려보았다.

“근데… CCTV라면 우리 들킨 거 아니야?”

낮게 울린 부기의 목소리에 성녀가 안절부절못하고 팔을 휘저었다.

“어… 어… 어떡합니까! 적한테 이미 들켰으면 갑자기 공격해 오거나 할 수도…….”

터벅터벅.

발걸음 소리가 울리고.

최한과 아이들의 시선이 한곳을 향했다.

“너희는 뭐야! 여기 출입금지 구역인 거 안 보여?”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 세 명이 재개발 구역 안쪽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잔뜩 내려앉은 눈꺼풀.

최한이 어이없는 웃음을 내뱉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잔뜩 인상을 쓰며 다가오는 남자들이 다시 한번 소리쳤다.

“나가란 말 안 들려? 학생 놈들이 학교는 안 가고.”

동네 불량 학생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납치된 학생을 찾으러 온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겠지.

“어른들이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나가라. 꼬맹이들아.”

최한이 CCTV를 바라보며 한쪽 입꼬리만 들어 올렸다.

부기와 성녀의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악마의 웃음.

웃고 있는 표정만으로 온몸이 세포들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럼…… 제대로 각인시켜 줘야지. 누구를… 건드렸는지.”

최한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펑!!!!!

펑!!!!!

펑!!!!!

큰 폭발음이 연속해서 들리고.

낡은 건물이 비명을 지르며 무너져 갔다.

와르르.

뿌연 흙먼지가 안개처럼 피어났다.

붉은빛을 깜빡이던 CCTV 앞에 어두운 그림자가 나타났다.

끼익…… 끼익…….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일정하게 움직이는 그림자…….

생기를 잃은 몸뚱이가 보였고.

정장을 입은 남성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피떡이 된 얼굴 세 개가 CCTV 앞에서 좌우로 움직이고 있었다.

흙먼지를 뚫고 최한이 걸음을 옮겼다.

“기대해. 만식아….”

납치.

감금.

세뇌.

약탈.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신도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죽여 달라고 빌게 될 거야.”

* * *

같은 시각.

지하 벙커에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최만식의 얼굴에 짜증이 서렸다.

“뭐야, 저놈들은! 동네 양아치 놈들인 줄 알았더니!”

화면을 보던 최만식이 발로 책상을 걷어찼다.

쾅!

CCTV를 조작하던 부하들의 얼굴에 두려움이 나타났다.

한쪽 화면으로 웃고 있는 최한의 얼굴이 보였다.

일시 정지된 화면.

최만식의 얼굴이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내가 여기 있는 걸 알고 온 놈이다. 그런데 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화면을 뚫어지게 보던 최만식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랬군……. 그런 거였어….”

광기 어린 미소.

순식간에 감정이 뒤바뀐 최만식이 어깨를 들썩였다.

최만식이 소리쳤다.

“구 장로!”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끼이익-.

낡은 철제문이 열리는 소리가 이어지고.

문으로 들어오는 검은 그림자.

“부르셨습니까. 교주님.”

백발의 노인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파리가 꼬였다. 이제 곧 지하 벙커로 들어오게 될 거야.”

여유로운 웃음을 보이는 노인.

“헌터 협회와 경찰도 만식교를 건드리지 못하는데…… 목숨이 아깝지도 않은 녀석들인가 보네요.”

웃고 있던 노인의 눈이 화살촉 모양으로 변하며 화면을 가득 채운 최한의 얼굴을 눈에 담았다.

최만식의 시선도 화면으로 향했다.

“저 교복을 보니…… 누구 때문에 이곳에 온 건지 알겠어.”

“오호라…… 미림고 교복이군요.”

“신부가 될 녀석들 중에 미림고 학생이 한 명 있다. D급 힐러였나? 아마 그 녀석 친구겠지.”

“그렇군요. 걱정 마십시오. 지하로 들어오는 입구에는 B급 능력자로 구성된 집사들이 있습니다. 어차피 그곳에서 붙잡으면…….”

“아니. 못 잡을 거야.”

노인의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C급 녀석들이 당했다. 그것도 한 놈에게.”

노인의 얼굴에서 여유가 지워졌다.

“그럼 못해도 B급은 되겠군요. 아니면…….”

“A급이겠지. 내 눈으로 봐도 압도적인 차이였으니까.”

“어리더라도 A급은 A급이라 이건가요?”

“다른 장로들과 함께 저 녀석들을 잡아 와라.”

“걱정 마십시오. 저를 포함한 5 장로의 힘이라면…… 저런 녀석쯤은 아무것도 아니죠. 설령 저 녀석이 장로들보다 더 강한 힘을 가졌다 해도…….”

노인의 눈이 반달 모양으로 변했다.

“인질로 쓸 신도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 * *

최한이 지하 벙커로 연결된 문을 발견했다.

부기와 성녀가 바닥에 쓰러진 남자들을 가볍게 점프해 넘어왔다.

“어째 지키는 사람이 많더라니…. 여기가 입구인가?”

“이런 곳에 지하로 연결된 문이 있다니 신기합니다.”

최한이 철제문을 뜯어 던져 버렸다.

깡!!!!

“머리도 좋네. 어차피 재개발 구역이라 밀어 버리고 건물을 세울 테니까. 여기서 저지른 범죄들도 자연스레 묻히겠다고 생각한 건가…….”

최한이 단전에서 시작된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계단을 내려갔다.

부기와 성녀가 뒤를 따랐다.

작은 불빛이 비치던 계단을 지나니 긴 통로가 나타났다.

축축하고 습한 동굴이 나올 줄 알았는데 밖에서는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좋은 시설로 이어져 있었다.

장부기가 깨끗한 실내를 보며 말했다.

“이거 완전 영화에 나오는 비밀 기지 급인데?”

성녀도 감탄하며 덧붙였다.

“진짜입니다. 제가 있던 바티칸 지하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깨끗합니다.”

긴 통로 중간중간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 새끼들은 지들이 범죄를 저질러 놓고 뭔 CCTV를 이렇게 설치해 놨어? 정말 이해 안 가는 놈들이네.”

최한이 짜증을 내며 통로를 따라 나아가기 시작했다.

부기와 성녀가 최한의 등을 따라 걸었다.

긴 통로를 지나 첫 번째 코너 지점.

몸을 돌린 최한과 아이들의 걸음이 멈췄다.

아이들의 앞을 막아서는 그림자.

“요새 고딩들은 정말 겁도 없나 봐? 여기가 어디인 줄 알고 이렇게 당당히 들어오는 거지?”

금색의 테가 눈길을 사로잡는 동그란 안경.

왼손에 고이 들고 있는 성경.

한눈에 봐도 부드러워 보이는 재질의 사제복을 입고 있는 남자가 앞을 막아섰다.

멈춰 있던 최한이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통로를 울리는 발소리.

턱.

턱.

턱.

“겁만 없는 줄 알았는데 예의도 없나 봐? 어른이 말하고 있는데. 나 아직 소개도 안 했거든?”

가운뎃손가락으로 안경을 고쳐 쓰는 남자의 눈빛에 살의가 깃들었다.

“필요 없어…. 너의 자기소개 따위…….”

앞만 보며 걷는 최한의 목소리가 울렸다.

최한의 태도가 어이없는지 남자가 고개를 저으며 손에 든 성경을 앞으로 들어 보였다.

“역시 명문이라 불리는 미림고 학생. 허나 꼬맹아…… 자신의 분수를 알지 못하면 오래 못 산단다. 이 만식교 최정호 장로의 말씀이니 새겨들으렴.”

성경책이 빛나기 시작했다.

뿜어져 나오는 빛이 커지더니 십자가 모양으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내 특성. 신의 심판이다! A급 중에서도 축복을 받은 최상위 자연계! 이 빛 속으로 들어오는 모든 것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 버려야 하는데….”

웃고 있던 표정이.

금세.

절망으로 물들어갔다.

십자가 모양으로 비추는 빛을 통과한 최한이 주먹을 들었다.

“분수를 알지 못하면 오래 못 산다. 좋은 말이네.”

두근두근.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심장의 박동.

죽음의 문턱 앞에 가서야.

비로소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꼈던….

최정호 장로였다.

콰과과쾅!!!!

벽에 큰 구멍이 뚫렸다.

최정호 장로의 모습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최한이 걸음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나아갔다.

굳어 버린 부기와 성녀가 미처 걸음을 떼지 못했다.

“방금 저거…… 엄청 강한 특성이었지?”

“빛…… 자연계 중에서도 희귀하고 아주 강한 특성이라 알고 있었습니다.”

한 방.

언제나 가까이서 봐왔었다.

그러나 언제나 한 방에 모든 것을 끝냈기에 부기는 최한이 얼마나 강한지 가늠하지 못했었다.

학생이 아닌

성인 A급 능력자.

몬스터가 아닌.

높은 지능을 가진 인간.

그중에서도 빛이라는 아주 희귀한 자연계 특성을 가진…….

능력자가 주먹 한 방에…….

패배했다.

부기가 최한을 보며 생각했다.

‘저게 최한의 가장 화난 표정이구나.’

무표정.

학교에서는 언제나 웃고 있어서 잘 보지 못했지만 몇 번 본 적 있다.

민섭의 팔이 잘렸을 때에도….

저 표정이었다.

최한의 뒷모습을 보던 부기의 몸이 흠칫했다.

“안 돼! 최한!”

최한의 그림자에서 남성의 머리가 올라오고 있었다.

아니, 부기의 외침이 울려 퍼지던 그 순간에도 빠르게 튀어 올라오던 그 남자가 어느새 최한의 뒤에서 검을 겨누고 있었다.

“죽어라!”

날이 선 검이 최한의 목덜미를 향해 나아갔다.

펑!!!!!!

또다시 통로를 가득 채우는 폭발음.

온몸이 굳어 버린 부기와 성녀가 흔들리는 눈동자로 최한을 보고 있었다.

몸을 반쯤 돌려 뒤로 팔을 뻗고 있는 최한의 모습.

그리고.

벽에 나타난 큰 구멍.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어둠이 깊은 구멍이 생겨났다.

블랙홀 같은 구덩이 속으로 빨려간 남자의 모습은…….

육안으로는 찾을 수 없었다.

“대체…… 주먹 한 방에 어디까지 날아간 거야…….”

최한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최한의 뒷모습을 보며 부기가 또 한 번 생각했다.

오늘의 최한은…….

이렇게 화난 최한은…….

어쩌면 정말……..

악마가 온다 해도 지지 않을 것 같다고.

* * *

지하 벙커 깊은 곳.

큰 광장에 신도들이 모여 있었다.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모여 한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충 봐도 백 명이 넘는 인원.

2층에서 신도들을 내려다보고 있던 남자가 소리쳤다.

“신도들이여. 이제 곧 만식교의 교리를 흔드는 침입자가 이곳으로 올 것이다. 만식교의 존재 이유는 첫째도 교주, 둘째도 교주님이다.”

“아멘!”

신도들이 소리 높여 외쳤다.

“그러니! 교주님을 지키는 것이 곧 우리가 영생을 살 수 있는 방법이다!”

“아멘!”

“모두 영생을 살 수 있도록 교주님의 은혜에 보답하도록!”

“아멘!”

펑!!!!!

끼익…….

끼익…….

광장으로 통하는 문이 부서졌다.

문을 통해 나오는 그림자.

최한이 광장으로 들어왔다.

뒤따라오던 부기와 성녀가 사람들을 발견했다.

“뭐야…….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거지?”

“눈이 풀려 있는 거로 봐서 그냥 신도들인 거 같은데…….”

구 장로가 소리쳤다.

“신도들이여 준비해라!”

광장에 모여 있는 신도들이 모두 손에 칼을 쥐었다.

자신의 목 가까이 칼을 대는 신도들.

최한의 시선이 구 장로에게 향했다.

구 장로가 웃으며 말했다.

“아무리 강하다 해도…… 넌 교주님을 이길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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