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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46화 (47/211)

46화

“더러운 자식들…….”

부기가 욕설을 내뱉었다.

시퍼런 칼날이 목을 향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대체 무엇을 들고 자신의 목에 가져다 대고 있는지 알고나 있을까.

눈꺼풀이 내려앉은 신도들의 얼굴.

모두 같은 표정을 지으며 그대로 멈춰 있었다.

2층에 있던 구 장로의 비웃음이 들렸다.

“나쁜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여기 있는 신도들 모두 자발적으로 만식교에 발을 들여놓았어. 세뇌를 받은 것도 모두 그들의 의지였다. 죽음으로 교주님께 은혜를 갚을 수 있다면 이 얼마나 아름다운 죽음인 것이냐!”

“미친놈…….”

구 장로의 인상이 구겨졌다.

보라색 머리칼과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작은 키의 여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세상에 아름다운 죽음 같은 건 없어. 종교에서 은혜는 갚는 게 아니야. 베풀어주신 사랑을 다른 이를 위해 또 희생하는 거지. 이 이단 놈들…….”

작은 체구의 여학생이었지만, 눈빛만은 열 명의 남자 부럽지 않았다.

구 장로가 실소를 터트렸다.

“희생이라…… 뭐가 다르지요? 이들도 교주를 위해서 희생을 하려는 건데? 왜 우리들을 이단이라 칭하는지 모르겠군요.”

성녀의 주먹이 떨렸다.

신도들의 목숨을 가지고.

협박하고 있는 와중에도.

웃고 있었다.

“이제 저항할 생각은 마십시오. 조금이라도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가는…… 신도들의 목숨은 없습니다.”

구 장로의 얼굴에 나타난 광기가 악취를 풍겼다.

쯧.

“어디 있는 거지…….”

최한이 작은 움직임으로 시선만 돌려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2층.

신도들이 모여 있는 광장.

큰 홀을 연상시키는 이 장소 전체를 구석구석 훑어보아도 최만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최만식을 찾아 세뇌를 풀게 할 생각이었다.

최한의 시선으로 백여 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부기가 작은 목소리로 성녀에게 말했다.

“움직임을 멈추는 그 스킬을 신도들에게 쓸 수는 없는 거야?”

성녀의 고개가 작게 흔들렸다.

“저렇게 많은 인원은 어렵습니다.”

“젠장….”

이미 알고 있었는지 최한은 구 장로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저 녀석을 처리한다 해도.

누군가 나타나 명령을 내리면 신도들을 구할 수 없다.

고유 스킬이 아닌 성녀의 기술을 복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마력의 각성으로 개화하게 된 특성에 부여되는 스킬들만 복제할 수 있으니까.

이 장소에 최만식만 있었더라도…….

최한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럼 움직이지 못하게 포박을 해야겠군요.”

구 장로가 양손을 높게 들어 올렸다.

“걱정 마십시오. 당신들도 이제 만식교의 식구가 되는 겁니다.”

구장로의 손가락이 피아노를 치는 것처럼 가볍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가락 끝에서 실이 뿜어져 나오더니 최한 일행에게 뿜어졌다.

그때.

쾅!!!!!

순식간에 울려 퍼진 굉음과.

천장에 나타난 큰 구멍.

천장이 무너진 잔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툭 투두둑!

“이게 대체…….”

구 장로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간 실이 최한 일행에게 닿지 못하고 힘을 잃었다.

“으아아아아!”

천장에서 들리는 비명.

최한의 시선이 천장으로 향했다.

사람이 떨어지고 있었다.

“잠깐 어서 많이 본…….”

어?

민섭이었다.

“대체 왜…….”

아이들의 얼굴에 의구심이 생겨날 때쯤.

날이 선 목소리가 광장을 가득 채웠다.

“최한!”

노란 머리를 흩날리며 내려오고 있는 한재석의 모습이었다.

한재석이 활을 쏘는 것처럼 자세를 잡자.

콰과과광!!!!

번개로 된 화살이 나타났다.

“네가 그러니까, 최강이 되지 못하는 거야!”

슈우웅!

화살이 한재석의 손을 떠났다.

“이…… 이건…….”

구 장로의 얼굴이 파리해졌다.

발사된 하나의 화살이 순식간에 분열하더니.

백 개가 넘는 작은 화살이 되어 공중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으아!”

“으악!”

“윽!”

단말마의 비명이 울렸다.

광장에 모여 있던 신도들이 화살에 맞고 차례로 쓰러져 갔다.

“뭐 하는 짓이야! 저 사람들은 적이 아니라고!”

장부기의 목소리가 아직 땅에 도착하지 않은 한재석에게 향했다.

순식간에 광장에 모여 있던 모든 신도들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쾅!!!!

땅을 울리는 소리.

민섭이 땅에 박히듯 먼저 떨어지고….

뒤이어 한재석이 가볍게 착지했다.

“민섭아!”

최한과 성녀가 민섭을 향해 다가갔다.

부기가 한재석의 멱살을 잡았다.

“이 미친놈아! 상황 파악도 안 하고 능력을 쓰면 어떻게 해! 저 사람들은…… 저 사람들은…….”

한재석이 귀찮다는 듯 부기의 손을 쳤다.

“나약한 새끼. 인질이 잡혀 있다고 아무것도 못 한 녀석들이 뭘 잘했다고.”

부기가 아무 말 못 하고 고개를 떨궜다.

“뭐… 나약한 네 녀석들과 다르게 난 모두 구할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걸리적거리는 건 빨리 치우고 싸워야지.”

부기의 고개가 들려졌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신도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편안해 보이는 얼굴.

새근새근.

자고 있는 것이라 해도 믿을 정도의 모습이었다.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기절했을 거야. 최강이 되려면 자신의 특성 정도는 조절할 줄 알아야지. 나를 너희 같은 약한 놈들과 같다고 생각하지 마.”

여전히

밥맛없는 말투에.

깔보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고마워.”

부기가 한재석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한재석이 대답 없이 몸을 돌렸다.

한편.

바닥에 떨어진 민섭을 향해 다가간 성녀와 최한.

바닥에서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능력자가 아닌 민섭이 걱정되었다.

어디서부터 떨어진 건지 모르겠지만, 천장에서 바닥까지만 해도 족히 10미터는 되어 보였는데…….

“아야…… 엉덩이 아파 죽겠네.”

큰 부상 없이 멀쩡해 보이는 민섭의 모습이었다.

힐을 준비하려던 성녀의 얼굴에 놀라움이 묻어났다.

“이 높이에서 어떻게 다치지 않았죠? 민섭 군 몸이 원래 이렇게 튼튼했나요?”

성녀의 말에 민섭이 웃기만 했다.

무거워진 최한의 표정.

그럼에도 아무 말도 내뱉지 않고 있었다.

그때.

“민섭아…… 네가 왜 여기에…….”

부기의 목소리에 민섭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해서……. 그것보다 미안해, 부기야. 네 잘못이 아니었는데… 나도 모르게….”

민섭의 어깨 위로 부기의 손이 얹어졌다.

“괜찮아. 내가 너였어도 똑같이 했을 거야.”

긴 대화는 필요 없었다.

서로 눈을 마주친 순간 모든 대화가 이미 끝났기에…….

“여기를 봐라!”

크게 울리는 목소리.

아이들의 모든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아래가 내려다보이는 2층 난간.

그곳에 교주 최만식이 보였다.

그리고.

“지현아!”

민섭의 입에서 뻗어 나간 큰 목소리.

최만식에게 잡혀 있는 전지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단검이 지현의 목에 닿아 있었다.

모여 있는 아이들 틈에서 한재석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참나…. 무슨 인질극이 끝이 없냐?”

한숨과 함께 섞여 나온 짜증.

최만식이 소리쳤다.

“어린애들과 놀아주는 것도 여기서 끝이다.”

최만식의 앞으로 그림자가 나타났다.

백발의 노인 구 장로.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남자.

노란 긴 머리를 가진 여자.

5 장로 중 남아 있는 세 명의 장로들이었다.

“친구가 죽는 꼴을 보고 싶지 않거든 얌전히 잡히는 게 좋을 거야.”

최만식이 전지현의 이마를 혀로 핥았다.

“아…… 네가 만식이구나.”

최한의 목소리가 울리고

“감히 교주님의 이름을 함부로!”

“죽음으로!”

“어린놈이 싸가지가 없군.”

목청을 높이던 세 명의 장로들…….

그런 그들이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날아갔다.

쾅!

쾅!

쾅!

최만식의 시선으로 선혈이 낭자했다.

공중에서 터져 버린 피들이 순식간에 땅으로 떨어졌다.

촤라락!

최만식이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이해하지 못했다.

“만나고 싶었어, 만식아.”

최만식이 들고 있던 단검을 떨어뜨렸다.

최한이 웃고 있었다.

남자의 웃는 얼굴을 보는 순간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움직임을 빼앗긴 것은 최만식만이 아니었다.

움직이지 못했다.

아니, 최한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공기가 쪼그라드는 느낌이 들며.

온몸에 오한이 들었다.

표정이 사라진 아이들.

한재석만이 입술을 깨물며 분한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젠장. S급이 됐는데도 이만큼이나 차이 나는 건가.’

그때.

한재석의 시선을 가득 채우는 그림자.

한재석의 위로 지현이 떨어지고 있었다.

“깜짝이야!”

얼떨결에 지현을 받아 든 한재석.

둘의 시선이 어색하게 교차했다.

“…….”

“…….”

쿵!

“아! 그냥 놓으면 어떡해!”

“시끄러. 내가 안 받았으면 너 죽었거든.”

“그렇다고 여자를 이렇게 내팽개치면 어떡해!”

D반 아이들이 지현에게 모여들었다.

“지현아.”

“걱정했어.”

“미안합니다.”

한재석의 얼굴에 짜증이 올라왔다.

입 밖으로 터져 나올 것 같은 감정과 목젖까지 차오른 욕설을 겨우 참아낸 한재석이 대답 없이 최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교주와 마주 보고 있는 최한….

“이게 대체 어떻게….”

“신을 사칭해 사람들을 괴롭히고… 열심히 일한 돈 뜯어내고… 여자들을 겁탈하고… 스스로의 목에 칼을 겨누게까지 하다니….”

최한이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지금부터 내가 벌을 줄 거야. 내가 원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죽으면 안 돼, 만식아…?”

“흐흐흐…. 하하하하! 미친놈! 힘은 강한 것 같다만,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꼭 힘이 전부가 아니란 걸 모르는 것 같구나.”

최만식의 눈동자가 붉게 빛났다.

최한의 움직임이 멈췄다.

“넌 이미 내 세뇌에 걸려들었어! 개소리 그만하고 저기 아래에 있는 학생 놈들을 모두 죽여 버려라!”

최만식의 목소리가 광장을 가득 채웠다.

.

.

.

정적이 흘렀다.

최만식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어째서…… 왜…… 왜! 세뇌에 걸리지 않는 거야!”

“틀렸어. 그건 내가 듣고 싶은 말이 아니야.”

“으아악!!!!”

아이들의 표정이 굳어갔다.

“잘못했어! 으아악!”

최만식의 비명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아이들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

“살려줘!”

“그건 내가 듣고 싶은 말이 아니라니까.”

비명이 이어졌다.

“제발 살려줘! 으아악!!!!!”

최한이 한숨을 쉬었다.

“네가 정답을 말하지 않는 한…… 고통은 계속될 거야.”

“으아악!!!!! 이 악마!!!!!”

최만식의 팔을 바닥에 던지던 최한이 고개를 저었다.

“겨우 이 정도로 악마라고…….”

최한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눈과 눈이 거의 닿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네가 지금까지 한 행동들을 잘 생각해 봐. 너에게 누군가를 악마라 부를 자격 따윈 없어.”

최한의 손이 움직였다.

“으아아악! 제발! 그냥 죽여줘!”

최한의 얼굴에 이제야 미소가 지어졌다.

콰지직-.

“으아악! 제발! 제발 죽여주세요!”

그렇게.

죽여 달라는 최만식의 목소리가 열 번은 더 울리고 나서야.

최만식의 고통은 끝이 났다.

브로스 길드 측과 경찰들의 도움으로 기절한 신도들과 납치되어 잡혀 있던 여성들을 병원으로 이송시킬 수 있었다.

조사를 위해 최한을 포함한 아이들이 경찰서로 향했고, 최수혁과 오지훈이 그들을 돕기 위해 경찰서로 오면서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교주 최만식의 악행과 만식교의 부조리 등은 신문과 방송의 헤드라인을 차지하며 전국으로 보도되었다.

그렇게.

지현의 구출 작전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 * *

국내 굴지의 대기업 JJ의 본사 건물.

최상층.

뉴스를 보고 있던 젊은 남성이 신경질적으로 리모컨을 던졌다.

“그렇게 뒤를 봐줬는데. X신 같은 놈.”

비서로 보이는 남성이 리모컨을 주워 쓰레기통에 넣으며 말했다.

“쓸 만한 자금줄 하나가 사라졌네요.”

“쓸 만하긴 개뿔. 그냥 장난감 하나 사라진 거야. 그래도….”

탁자에 놓인 여러 장의 사진들.

남자가 사진 한 장을 들었다.

“내 여흥을 방해한 대가는 제대로 갚아줘야겠지?”

남자의 손에 들린 사진 속…….

웃고 있는 최한의 얼굴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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