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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47화 (48/211)

47화

최한 일행이 만식교에 잡혀간 지현을 구하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지현이 학교에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지현아!”

“무사했었구나.”

“뉴스 보고 엄청 걱정했었어.”

지현이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모여든 아이들.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 3일 동안 아무것도 안 먹었더니…… 회복하는 데 오래 걸렸어.”

다행히 잘 이겨내는 듯 보였다.

고등학교 여학생이 감당하기 힘들었을 텐데.

몸보다 마음에 더 상처를 입었을 텐데.

지현은 친구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웃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그 상처들을 떨쳐내기 위해 맞서 싸우고 있었다.

‘엄마가 미안해 지현아. 엄마가 미쳤었나 봐…. 미안해…. 엄마 얼굴 보기 싫으면 안 보이는 곳으로 나가줄게….’

-아니야. 같이 이겨내자 엄마.

지현의 밝은 표정에 아이들의 걱정이 조금은 녹아내리고 있었다.

“다행이다.”

“잘 이겨내고 있나 보네.”

“그래도 너무 힘들면 말해. 우리 친구잖아!”

왁자지껄한 분위기.

창문 난간에 앉아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최한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역시…… 이제야 좀 D반 같네.”

지현의 웃는 모습을 발견한 민섭과 부기가 주먹을 부딪쳤다.

그때, 지현의 앞으로 누군가 다가왔다.

흔들리는 지현의 눈빛.

“그때 바로 말했어야 했는데… 늦어서 미안합니다.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몰랐습니다. 저는 모두와 좋은 친구가 되고 싶었는데….”

성녀.

가뜩이나 작은 키가 움츠러든 어깨와 땅만 보고 있는 얼굴 때문에 더욱 작게 보였다.

지현이 성녀를 끌어안았다.

“나야말로 미안해. 질투를 한 건 내 잘못이었는데. 이런 일까지 겹치게 돼서 네 마음을 힘들게 했어.”

지현의 품에 안긴 성녀가 미소 지으며 눈을 감았다.

“아닙니다. 하나도 안 힘들었습니다. 친구니까요.”

모여 있던 아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맞다. 그건 그렇고 너희 이거 봤냐?”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목소리.

홍철이 책상에 자신의 스마트폰을 올려놓았다.

모여 있는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스마트폰을 향했다.

영상이 시작되고.

펑!!!!

쾅!!!!!

콰과과광!!!!

큰 폭발음이 들리고.

익숙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춘식, 나랑 내기 하나 하지?”

시끄러운 배경음악이 흘러나오고 또다시 시작된 폭발음.

“으아악! 죽여줘!”

아이들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영상이 끝나고…….

아이들의 모든 시선이 창문 쪽으로 향했다.

자신에게 쏠린 시선을 알아차린 최한이 고개를 돌려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의 표정에서 뭔가 일이 생겼다는 걸 느낀 최한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지이잉.

지이잉.

주머니에 있던 스마트폰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파랭이]

최수혁에게서 전화가 오고 있었다.

“진짜 뭔가 터지긴 했나 보네….”

* * *

-대박 A급 능력자들 한 방에 쓰러트리는 거 개 멋있다.

-난 체육 대회 선전포고가 ㅈㄴ 멋있던데.

-그런데 특성 안 쓴 거 같은데 저렇게 강한 게 말이 됨?

ㄴ S급이면 가능하지.

ㄴ 우리나라 7번째 S급이 나온 건가?

ㄴ 마수아 보다 더 쎈 거 같은데?

ㄴ S급보다 높은 등급도 있나?

-한재석 날아가는 거 보면 백퍼 S급임.

-SNS도 안 하나 보네. 찾을 수가 없어.

ㄴ 님 신고.

-근데 아무리 그래도 사람 팔 자르는 거, 정신병자 아님?

ㄴ 안물.

ㄴ 잼민이 많네.

-최한. 나이 21. 고딩 동창인데. 쟤 왜 아직도 학교 다니지?

ㄴ 너 일산 ㅇㅇ고?

ㄴ 나도 쟤 아는데?

ㄴ 쟤 3년 전인가 실종됐었는데?

“어젯밤 유O브에 최초 영상이 등록된 지 하루 만에 조회 수 500만 건. 댓글 2만 개를 넘어섰습니다.”

미림 고등학교 교장실에 오지훈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젯밤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영상 하나.

그것은 바로 최한의 체육 대회 영상과 일상생활 그리고 일주일 전 있었던 만식교와의 싸움이 담긴 동영상이었다.

브로스 길드장 최수혁과 오지훈 센터장.

미림 고등학교 교장과 최한의 담임인 조일환 선생.

그리고.

영상의 주인공인 최한이 교장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현재도 빠르게 조회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SNS로도 영상이 공유되어 실질적으로 영상을 본 사람들은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오지훈 센터장이 탁자에 미리 뽑아둔 자료를 내려놓았다.

최한 그는 누구인가?

3년 전, 그에게는 무슨 일이?

미림고 추천 입학?

그는 인간인가, 악마인가?

브로스 길드와의 관계는?

새로운 S급?

폭력성이 강한 정신병을 가졌다?

식탁을 가득 채운 자료에는 최한에 대한 뉴스 기사가 스크랩되어 있었다.

“억측과 정확하지 않은 뉴스가 인터넷과 방송에서 쏟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최한 군을 수면 위로 드러나게 하려는 것처럼…….”

최수혁의 짙은 한숨이 교장실을 가득 채웠다.

“체육 대회 영상은 이미 전국으로 생방송 되었으니, 누구나 손에 넣을 수 있다 치지만…… 일상생활을 하는 모습과 최만식과 있었던 영상 파일은…… 대체 어떻게 손에 넣은 거지?”

“그래서 제 나름대로 조금 조사를 해봤습니다. 영상을 처음 업로드한 채널과 IP를 조사해 봤더니….”

오지훈 센터장이 종이 한 장을 탁자 위쪽에 내려놓았다.

“KoS 방송…… 유영진 기자?”

최수혁이 자신이 내뱉은 이름을 곱씹었다.

낯익었다.

오래되지 않은 기억 속에….

분명 어딘가에서 들었던 이름이다.

아!

“체육 대회 때 봤었던 그 기자. 그런데 그 기자가 어떻게 이런 자료들을….”

“뒤에 누군가 있는 거겠죠.”

오지훈 센터장의 목소리에 잠자코 듣고 있던 이들의 얼굴에 어두운 표정이 지어졌다.

“이거 큰일이군. 경찰과 협회 측도 구워삶을 수 있을 정도의 인물이란 건가…….”

“이미 신변도 어느 정도 노출되었고, 전 학교에 다녔던 사람들의 인증 글들로 최한 군이 실종되었고, 무능력자였던 것까지 인터넷에 퍼진 상황입니다. 이러다간 정말 최한 군에 대한 모든 정보가…. 어쩌면 불똥이 튀어 민섭 군까지도….”

최수혁이 턱을 괴었다.

“SSS급이란 걸 밝히기도 전에 너무도 많은 관심이 쏠려 버렸어.”

“이렇게 된 이상 기자 회견은 피할 수 없을 겁니다. 언론과 정부 쪽에서도 푸시가 들어오겠죠….”

* * *

JJ 본사 최상층.

통유리로 된 창에 햇빛이 스며들었다.

기분 좋게 따뜻한 기운이 널찍한 개인 사무실로 들어왔다.

“이거, 생각보다 일을 더 잘하시는데, 유영진 기자님?”

국내에 3개밖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R사의 한정판 손목시계를 문지르며 조민성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아… 아닙니다. 모두 회장… 아니, 상무님 덕분이죠.”

“회장이라 불러도 됩니다. 어차피 병실에 있는 노인네 오늘내일한다던데.”

국내 5대 대기업 중 하나인 JJ 그룹.

던전과 능력자가 나타남에 따라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채 사라진 기업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막대한 자금력과 인력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빨리 자본을 투자하여 정부와 협회 측이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빠르게 그 결정을 하게 했던 이가.

JJ 그룹 조씨 일가의 막내아들, 조민성이었다.

“그 노인네도 그렇고 작은아버지들도 내가 차기 회장에 오르는 것에 불만은 없을 겁니다. 60년 동안 5위에 머물던 회사를 국내 1위를 다투는 기업으로 만든 사람이 저니까요.”

유영진 기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재벌 3세가 그렇듯 오만한 태도가 행동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하지만.

철부지의 다른 재벌들과 달리 그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

외모, 두뇌, 대인 관계, 공적인 업무….

단지.

마치 초등학생 정도로 감정 기복이 심하다는 것과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끔 도가 지나친 행동을 하는 것이 문제였지만….

“이렇게 대단하신 분이 뒤를 봐주신다니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브로스 길드장… 그놈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었거든요.”

조민성 상무가 살짝 미소 지으며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냈다.

“제 타깃과 연관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뭐…… 이것도 인연이겠지요. 공통의 적이 있는 건 아군이 되는 지름길이니까요. 배신할 걱정은 없겠군요.”

당황한 유영진이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여주었다.

“배… 배신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제가 감히….”

하얀 연기가 허공에서 춤을 추듯 피어나고

조민성 상무가 크게 웃음을 보였다.

“하하! 장난입니다, 장난. 그렇게 떨지 않으셔도 됩니다.”

기분을 맞추기 위해 유영진이 어색하게 따라 웃었다.

“역시 유머 감각도 대단하십니다.”

후.

짙은 담배 연기가 유영진의 얼굴로 향했다.

“그런데 브로스 길드와 최한이라는 녀석, 무슨 관련이 있는 거죠? 길드원도 아닌 것 같은데.”

얼굴로 날아든 담배 연기를 휘젓지도 못한 채 말을 이어갔다.

“조사한 바로는 미림고에 최한을 입학시켜 준 것이 브로스 길드라 합니다. 그리고 최한이라는 학생은 3년 전 1,000명의 학생들이 실종되었던 일산의 모 학교에 다니던 학생이었고요.”

“그 사건이라면….”

천천히 기억을 더듬는 조민성 상무.

자신도 알고 있었다.

모든 신문 기사 일면을 장식한 사건이었으니까.

얼마 뒤.

아이들이 무사히 복귀했다고 들었었다.

학교는 폐교되고, 아이들 모두 다른 곳으로 전학을 가긴 했지만….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혔지만… 그때, 단 한 명의 학생만이 돌아오지 못했죠.”

자극적.

인간은 모두 자극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

조민성 상무의 얼굴에 흥미로운 표정이 지어졌다.

“그런데 살아서 돌아왔다…. 3년이 지난 지금 발견되었고… 말도 안 되는 강한 힘을 가진 채로….”

조민성 상무의 몸이 떨렸다.

“재미있어. 아주 재미있어. 오랜만에 엄청난 장난감이 생겼잖아…. 아… 행복해…. 최만식 가지고 놀 때랑 비교도 안 되잖아…. 어떻게 망가트려야 하지? 어떻게 해야 저 녀석이 가장 슬퍼할까?”

웃으며 혼잣말을 내뱉고 있었다.

유영진 기자가 마른침을 삼켰다.

‘어느 정도 미친놈인 건 알고 있었지만… 정말 인간을 장난감 취급하고 있어. 자금줄이던 최만식을 잃은 것 때문에 복수하려는 것 같았는데…. 최한… 넌 사람을 잘못 건드린 것 같다.’

“이 정도까지 몰아붙였으니… 기자 회견이 열릴 것입니다. 브로스 길드와 최한이 함께 나올 거라 예상합니다.”

치이익-.

연기가 힘을 잃고 사라져갔다.

“어차피 구구절절 다 아는 소리만 해대고 질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겠지. 그러니까… 내가 서프라이즈 선물을 좀 줘야겠어.”

똑똑.

노크 소리가 방안에 들린 뒤, 문이 열렸다.

거구의 그림자.

유영진 기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니… 이 사람은….”

“인사하게, 유 기자. 이쪽은 이번에 내가 고용한 보디가드. 러시아 S급 헌터 1위인…… 킬러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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