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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49화 (50/211)

49화

* * *

서울 OO병원.

“원내에 계신 모든 전문의를 포함한 레지던트 선생님들, 응급실로 빠르게 와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원내에 계신…….”

부리나케 응급실로 달려가는 의사들.

분주하게 움직이는 간호사들을 지나치고 있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힘없이 나아가는 발걸음이 응급실에 도착했다.

“차지!”

“서둘러!”

“산소 호흡기 빨리!”

“힐도 소용없습니다!”

무거운 분위기의 응급실.

의사들과 간호사들의 긴박한 목소리만이 가득했다.

그리고.

“안 돼! 지현아!”

“눈 좀 떠봐. 홍철아!”

“으아악! 살려주세요! 제발!”

“선생님. 우리 아이 좀 살려주세요!”

“으어어… 왜… 왜… 우리 애가….”

애타는 목소리.

속이 타들어 가는 목소리.

심장이 미어지는 목소리가 들렸다.

의사에게 매달려….

의식이 없는 아이에게 매달려….

절규를 하고 있는 부모님들이 보였다.

최한의 얼굴에 어떤 표정도 지어지지 않았다.

슬픔도, 분노도, 미안함도….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이렇게 가슴이 아플 땐, 자신이 싫어져 죽고 싶어질 땐.

대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피투성이가 된 아이들의 얼굴이 보였다.

이마가 찢어진 홍철이.

팔이 부러진 부기.

다리에 상처가 난 성녀.

눈을 감고 있는 모든 아이들….

일어나서 욕이라도 해달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때.

“안 되겠습니다! 당장 수술 들어가야 합니다! 심박수가 이미 한계점입니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병원 침대를 끌고 빠르게 수술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최한의 눈빛이 흔들렸다.

함몰된 눈두덩이.

피로 물든 머리칼과 얼굴.

반대로 꺾여 버린 팔.

목에 남은 손자국….

빠르게 지나치는 침대에 민섭이 누워 있었다.

최한의 고개가 떨어졌다.

뒤쪽에 서 있던 최수혁과 오지훈이 아무 말도 건네지 못하고 최한의 처진 어깨만을 바라보았다.

터벅.

터벅.

그들을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

최한의 시선으로 한재석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봤어. 누가 그랬는지.”

최한의 눈빛이 돌아왔다.

“누구야! 대체 누가 이런 거야…?”

“K…. 러시아 넘버원 킬러이자 러시아에서 가장 강한 S급 능력자….”

한재석의 목소리에 오지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K라면… 경찰과 마피아조차 그를 잡는 것을 포기했다고 전해지는 최악의 범죄자…. 그가 한국에 있다는 것도 놀라운데… 왜 D반 아이들을….”

한재석의 주먹이 떨렸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분명 놈을 봤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았어.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S급이 되어서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A급일 때는 느껴지지 않았던 감각 때문에 힘의 차이가… 같은 S급이더라도 이렇게 크게 차이 난다는 걸 알게 되니까….”

분해 보였다.

자존심 강한 한재석이기에 더욱 분해 보였다.

오지훈 센터장은 알고 있었다.

얼마나 그가 S급이 돼서 기뻐했는지.

점점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말에 얼마나 그의 얼굴이 밝아 보였는지.

두려움에 도망칠 성격이 아니다.

강해지기 위해서 훈련하고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도 전투를 피하지 않을 성격인데….

‘K가 다른 S급과 비교도 안 될 만큼 강한 것이겠지.’

그때.

지이잉-.

지이잉-.

오지훈 센터장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휴대폰을 확인하는 오지훈 센터장의 얼굴이 점점 심각해졌다.

“큰일입니다. 이것을 좀….”

최수혁과 최한이 오지훈 센터장의 휴대폰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미림고 추천 입학?

미림고와 브로스 길드의 뒷거래?

최한 7번째 S급 능력자. 과연 자격은?

최한 그는 3년 동안 어디로 실종되었던 것인가?

브로스 길드는 왜 최한을 보호하는가?

만식교 교주 외에 신도들도 폭행?

최수혁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주 윗선까지 연결되어 있나 보군.”

“기자 회견이 나갔는데도 이런 기사들만 쏟아진다는 건 언론 쪽은 이미 장악당했다는 의미일 겁니다.”

“생방송마저 뒤집어엎을 정도의 힘이라…. 이거 상당히 골치 아파지겠는데?”

“이제 브로스 길드는 손 떼세요. 이건 제 문제예요. 피해 볼 필요 없어요.”

나지막이 울리는 최한의 목소리.

측은한 눈빛을 보내는 오지훈과 달리 최수혁의 얼굴에는 평소와 같은 표정이 지어졌다.

“피해 보고 자시고도 없어. 브로스 길드는 끝까지 최한에게 도움을 준다. 너와 나의 거래 기억하지?”

“마음대로 하세요. 난 K인지 뭔지 하는 놈이랑 뒤봐주는 두 놈만… 조지면 되니까.”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는 최한.

오지훈이 최수혁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대체 얼마나 큰 거래를 하신 거죠…? 이러다가는 길드장님 옷 벗으시거나, 길드 자체가 사라질 수도….”

“아직은 말해줄 수 없지만… 길드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는 이 상황에서도 난 후회 안 해.”

오지훈 센터장이 머리를 긁적였다.

‘나라에서 버리고, 세상이 멸망하는 날이 온다 해도… 어차피 너를 붙잡고 있는 쪽만 살 수 있을 테니….’

멀어지는 최한의 모습….

이 멈췄다.

휴대폰을 집어 든 최한이 전화를 받았다.

최한이 다급하게 녹음 버튼을 누르고 최수혁에게 다가갔다.

* * *

JJ 본사 최상층.

조민성 상무의 사무실.

“나를 찾겠다니. 역시 재미있는 장난감이야.”

조민성이 감정을 주체 못 하고 허벅지를 때리며 웃었다.

건너편에 앉아 있던 유영진 기자가 말했다.

“아직 어린놈이라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떠드는 걸 겁니다.”

“아무래도 상관없어. 어린 S급 능력자라…. 일이 점점 더 재미있어지는군.”

“언론 쪽을 움직여주신 덕분에 브로스 길드를 향한 비난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상무 아니, 회장님이 생각하신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똑똑.

사무실 문이 열리며 K가 일을 마치고 돌아왔다.

“어서 와, K. 이벤트는 성공적이었어. 최한의 표정을 네가 봤어야 하는데.”

K가 조민성 상무의 옆에 멈춰서 대답했다.

“이쪽에서 요구한 돈만 맞춰주신다면 당장이라도 가서 죽여드릴 수도 있습니다.”

조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럼 재미가 없지. 장난감은 실컷 가지고 놀다… 버려야 제맛이거든.”

K가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민성이 유영진 기자에게 몸을 돌렸다.

“유영진 기자, 일 하나 해줘야겠어.”

“어떤 일 말씀이십니까?”

“최한을 독점으로 취재해. 하고 싶었다며?”

“하고 싶긴 했습니다만… 지금 상황에서 갑자기 왜….”

“덫을 놓는 거지. 이봐, 유영진 기자. 세상에서 제일 아프게 때리는 법이 뭔지 알아?”

한참을 망설이던 유영진이 답을 찾지 못했다.

“제 머리로는 떠오르지 않는데요….”

“그건 바로 때린 데 또 때리는 거야. 상처를 계속 후벼 파는 거지. 어차피 자네가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그쪽도 파악하고 있을 테니. 쉽사리 거절하진 못할 거야.”

“네… 알겠습니다….”

조민성이 K 쪽으로 다시 몸을 돌리며 말했다.

“그동안… K. 부하들 시켜서 D반 학생들이 입원한 병원 좀 다녀오라 해.”

조민성을 바라보고 있는 파란 눈동자가 물음을 대신했다.

“이번에는 다 죽여 버려. 병원 폭파해서 사고로 위장하고. 어차피 그놈들 부모한테 몇억씩 쥐여 주면 돼. 그럼 금방 잠잠해질 거야.”

유영진 기자가 마른침을 삼켰다.

‘또다시 최한을 움직이지 못하게 잡아두고 친구들을 공격할 셈인가. 머리가 좋은 건지, 사람을 괴롭히는 재주가 뛰어난 건지…. 최한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 두 번씩이나 같은 자극을 주려고….’

조민성이 탁자로 쪽지 한 장을 던졌다.

“최한 번호입니다. 내일 만나자고 하세요.”

* * *

다음 날.

서울의 한 카페.

최한이 카페로 들어왔다.

자리에 앉아 있던 유영진 기자가 웃으며 반갑게 맞이했다.

“여기입니다.”

최한이 유영진 기자의 건너편에 앉았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워요, 최한 군.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인데 나와 주셨군요.”

“학교는 일이 있어서 휴교했어요.”

“그렇군요. 우선 음료는 어떤 거로?”

“아이스 초코 괜찮을까요?”

“그럼요. 잠시만요.”

‘혹시 몰라 병원과 먼 다른 동네까지 불러냈는데 의심하는 기색도 없군.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겠어. 어차피 카페 내에는 K의 부하들이 있으니 날 지키는 건 문제 없겠지.’

유영진 기자가 주문을 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다.

최한이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빠르게 꺼냈다.

21세.

미림고 2학년 D반.

실종된 3년 동안의 기억 없음.

S급이라 발표됨.

가족 X.

브로스 길드에서 마련해 준 집 거주.

3월 중간에 전학 옴.

…….

…….

…….

“많이 기다리셨죠?”

유영진 기자의 목소리에 빠르게 종이를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아닙니다.”

유영진이 친근하게 미소 지으며 음료를 최한의 앞에 놓았다.

“편하게 생각하세요.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서 취재가 더 잘되니까요.”

최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최한 군은 가족과 함께 살고 있나요?”

“아니요. 혼자 살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인데 벌써 자취를 하고 계시는군요.”

최한이 음료를 들어 한 입 마셨다.

“어머! 여기 아이스 초코 맛집이네? 웬일이니! 다음에 애들 데리고 와야겠다.”

최한의 얼굴에서 웃음이 지워졌다.

유영진 기자가 놀라 음료를 손에 든 채 멍하니 굳어 버렸다.

최한이 작은 한숨을 쉬었다.

“죄송합니다….”

유영진 기자가 손사래를 치며 다시 미소 지었다.

“아… 아닙니다. 최한 군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여성스럽군요?”

최한이 테이블 아래로 자신의 허벅지를 때렸다.

“제가 워낙 아이스 초코를 좋아해서요. 하… 하하….”

“그렇군요.”

최한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최한 군도 인터넷에 퍼진 영상은 보셨습니까?”

최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뉴스도 보셨고요?”

“네.”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군요. 언제부터 그렇게 강해지신 겁니까? 예전 기록을 보면 무능력자로 나오는데요.”

“어… 어…. 잘 모르겠습니다.”

“실종됐을 때 혹시 무슨 일이라도….”

최한이 다리를 떨기 시작했다.

* * *

같은 시각.

2학년 D반 아이들이 입원해 있는 서울 OO병원.

아직 의식을 차리진 않았지만, 고비를 넘긴 아이들이 병원 최상층에 입원해 있었다.

브로스 길드의 지원으로 모두 특실에 입원한 아이들.

가족 외에는 면회도 되지 않는 공간.

입구도 하나밖에 없어 간호사들에게 신원 확인까지 받아야 하는 곳이었다.

그런 그곳에서 간호사들을 유유히 지나치는 한 무리의 남성들.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진 외국인들의 등장에도 간호사들은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었다.

“이거 정말 편한 특성인데?”

“그러게 말이야.”

가장 앞서 걷던 중절모를 쓴 외국인이 작게 말했다.

“목소리는 낮추라고. 내 특성인 ‘미러’는 투명 인간이 되는 특성과 달라. 거울로 그들의 눈만 교묘히 속이고 있는 거라고. 뭐…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상관없는 건가?”

남성들의 몸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미 병실 문 앞까지 도착해 있었다.

드르륵-.

병실 문이 열렸다.

“얼른 죽이고 돌아가서 피자나 먹….”

중절모를 쓴 남성의 목소리가 멈췄다.

뒤에 있던 남자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떻게….”

“네가 왜… 여기에….”

병실 문 앞에 서 있는 남학생의 모습.

최한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난 두 번은 안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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